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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갖다 버리자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99
홀링(홍유경) 지음 / 북극곰 / 2023년 5월
평점 :

잊지 못할 실수, 아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 같아요. 저는 언제인가 친구들과의 여행 중, 세계적인 유적지에서 넘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사진 찍겠다고 촐랑거리다 넘어진 거라 더 부끄러워서 죽은 척(?)하고 누워있었는데, 돌아보면 웃게 되는 추억으로 남아있답니다.
홀링 작가님의 『그래그래, 갖다버리자』를 보자마자 웃음이 피식 나온 것은, 필승을 다지는 아이들이 표정 때문이었어요. 아마 엄마들은 아실 텐데, 아이가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하고 있으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고 칠 신호거든요! 아이가 화장대 앞에서 경건하다? 립스틱 하나 부서질 각오를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그래, 갖다버리자』라는 남매의 귀여운 상상력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엄마가 외출하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하나와 두리는 사이좋게 축구를 하죠. 강아지와 고양이가 한 앵글 안에 있는 불안함이 복선이라도 된 듯 꽃병도 화병도 깨버립니다. 엄마가 알게 될까 봐 두려워진 아이들은 “그래그래, 갖다버리자!”는 것을 외치고, 차츰 사고가 늘어가며 집을 텅텅 비웁니다. 다 갖다버렸거든요. 마침내 텅 빈 집을 보고서야 두려워진 아이들은 다시 집을 채우고, 그때 돌아온 엄만 “별일 없었지?” 하며 아이들을 안아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은 “엄마가 모르는 것 같아” “맞아 맞아 다행이야”를 외치며 맛있게 간식을 먹죠.
그림책을 읽는 내내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어릴 때 제가 숨겨놓은 실수나 거짓말을 엄마가 귀신처럼 알아차리는 게 너무 신기했는데, 저도 어느새 아이의 얼굴만 봐도 알 것 같아졌습니다. 결국, 그 엄청난 신력은 '사랑'과 '엄마 영향력'였음을 느낍니다. 『그래그래, 갖다버리자』라는 분명 아이들이 사고를 치고, 집이 엄청 지저분해지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합니다. 우리 아이 같고, 어린 시절의 나 같아서 아이를 향한 사랑도, 엄마의 사랑도 깨닫게 되는 따뜻한 내용 덕분입니다.
『그래그래, 갖다버리자』가 더욱 재미있는 이유는 익살이 가득한 그림체 때문입니다. 신나게 공놀이를 하는 3등신의 아이들 자체도 귀여운데 물들의 표정은 더욱 귀엽습니다. 사고를 칠 때마다 등장하는 놀란 표정도, 첫 번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표정도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감상 포인트. 그러나 가장 재미있는 점은 갖다버리는 품목이 늘어나며 변하는 아이들의 표정입니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며 갖다버렸다면 나중에는 꽤 즐기고 있는 표정이라 본래의 목적을 쉽게 잊어버리는 꼬마들이 생각나 “이건 찐!”하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우리 아이들을 그대로 그림책으로 옮겨놓은 듯하기에 엄마는 귀여워서 웃고, 아이는 공감해서 웃습니다. 아이와 『그래그래, 갖다버리자』를 읽다 보면 과몰입한 아이가 그동안 몰랐던 실수를 급히 고백할지도 모르느냐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그래그래, 갖다버리자』를 읽을 때 각 페이지를 넘기며 '지금의 감정'을 이야기해보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타인의 표정이나 감정을 읽는 연습이 잘 된 아이들은 공감력과 사회성이 좋다고 하는데, 이 그림책은 무척이나 다양한 감정을 찾아볼 수 있어 그저 그림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런 능력들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그래그래, 갖다버리자』를 읽고 난 후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도 이야기를 나눈다면, 아이들이 낯선 상황에서도 조금 덜 당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그래, 갖다버리자』를 읽으며 아이들의 솔직한 얼굴도, 엄마의 사랑도 깨닫습니다. 또 아이의 실수에 조금 더 너그러이 반응하자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아이 역시 실수를 덮으려고 하는 것보다 잘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그림책을 통해 매일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