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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문 - 단 한 번의 삶, 단 하나의 질문
최태성 지음 / 생각정원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전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을 펼친 우당 이회영 선생은 평생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사셨는데 그분이 내놓은 답이 이거였어요.
“내 일생으로 답했다.”
자신이 목표한 바를 평생에 걸쳐 실천했다는 의미인데, 저 역시 일생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답은 준비돼 있는데, 그 답을 정말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눈을 감는 순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제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p.27)
두어 달 만에 또 이 책을 꺼내 든다. 내가 한참 아픈 시기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은 소위 나의 '인생 책'대열에 들어있는 책이다. 시간이 비거나 마음이 허할 때마다 꺼내 읽는 책이랄까. 역사를 좋아하기에 필연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던 최태성 선생님이지만, 그의 책들을 읽으며, 그의 강의를 들으며 그의 '맑은 정신'은 내게 새로운 배움으로, 깨달음으로 다가오곤 하는데, 이 책은 특히나 그의 생각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했다.
최태성 선생님의 『일생 일문』은 역사 속의 어느 순간과 작가님의 생각이 모여 만들어진 책이다. 어떤 면에서는 역사강의 같고, 어떤 면에서는 에세이같다. 출간된 그의 책을 모두 다 읽었지만,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마음에 닿는 문장이 다르고,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 달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다시 읽고, 마음이 복잡한 날에 이 책을 꺼내 들게 된다.
『일생 일문』에서는 역사 속에서 불꽃으로 살아간 이들의 말과 문장 등을 만날 수 있다. 어떤 페이지에는 단 두어 줄의 문장만 굵게 적히고, 어떤 페이지는 최태성 선생님의 생각이 빽빽하게 담겨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 전체를 읽었고, 그 후에는 그때그때 마음에 닿는 주제를 찾아 읽었다. 사는 것에 고민이 드는 날에는 나라를 독립시키려고 '제대로' 눈감지 못한 이들을 읽으며 삶의 가치를 찾아보려 노력했고, 사는 게 재미없다 느껴질 때는 누군가 평생의 가치로 삼았던 일들을 곱씹으며 나의 한심한 불평을 떨치려 노력했다. 나는 여전히 몽매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재 부족한 사람이라도 괜찮다. 마음에 품은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 될 수 있다고 해도 좋다. 비록 내가 『일생 일문』속에 담긴 이들처럼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노력한 시간만으로도 아니 질문을 들여다본 시간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늘 욕심부리고, 초조해하며 살아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 사랑하기로,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은 그런 나를 더 밝은 곳으로 이끈다. 현실에 치여 살지 말고, 더 큰 가치를 생각해보라고 이끌어준다. 그리고 오늘의 현실을 만들어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게 해준다. 그들의 희생과 일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지금을 더 가치 있게 살고, 아이들에게도 그 가치를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한다.
며칠 전 아이 친구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 “왜 어떤 아이는 행복한 가정에 태어나고, 어떤 아이는 그렇지 못할까 하는 고민으로 종교를 놓을 수가 없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서로의 의견에 격하게 동의하며 “이런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더 많아야, 세상이 더 나빠지지 않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개그맨 이윤석 씨가 했다는 말, “그분의 종교는 '독립'일 수도 있겠네”. 현재의 우리는 어떤 간절함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삶, 우리는 스스로 어떤 질문을 하며 살아야 할까.
최태성 선생님은 나에게 역사를 깨우칠 뿐 아니라, 살아감도 조금 더 진지할 수 있게 돕는다. 그의 말처럼 나의 질문을 품고 살며,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