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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
박다영.고광열 지음 / 샘터사 / 2023년 3월
평점 :

Z세대가 워라밸을 중시한다고 야근을 절대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 구체적이고 정당하면서 본인이 야근해야 하는 것에 공감이 되는 업무여야 한다. 위 직급의 실수나 게으름으로 인한 야근을 할 생각이 없다. 야근을 하더라도 노동법에 따라 추가 수당을 정확히 받아야 한다. 회사가 원하는 추가 수당 없는 초과근무는 거절한다. Z세대가 무료 봉사를 거절한다고 야근을 안 하려는 세대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P.95)
나는 무슨 세대, 이런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의 결을 나이대별로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가 전반적으로 MZ를 묶어 기성세대와의 대립(?)을 만드는 구조가 좀 싫었다. 왜 모든 기성세대는 꼰대가 되어야 하며, MZ는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하나. 열린 어른도 많고, 어른미넘치는 MZ는 또 얼마나 많은가. 솔직히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은 기대감이 없었고, 서문은 MZ조차 나누어 'Z세대'를 알아봐야 한다는 마음에 부정적인 느낌이 더 컸다.
그러나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을 십수 장쯤 넘겼을 때, 나 역시 어떤 측면에서는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있었고, 그들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은 어리지만 언제인가 우리 아이도 무슨 세대가 될 텐데,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솔직히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의 내용을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뭐 물론 부정하는 처지도 아니지만, 이 책의 반대 버전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성세대들이 원활한 소통을 위해 Z세대의 특성, 가치관, 생활, 노동 등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듯, Z세대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입장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 내용을 읽으며 어쩌면 Z세대들도 선입견으로 뭉쳐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Z세대의 부계정에 팔로우를 누르지 않는 것이 매너라는 대목을 읽으면서도, 부하직원의 부계정을 팔로우하는 상사가 있는지, 보통의 정상적인 상사라는 것을 전제로, 상사도 자신의 사생활이 소중히 지키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친하지도 않은 직장동료들의 팔로우가 싫어, 여전히 연락처 동기화를 하지 않은 나는 그들의 꼰대인가, 아닌가. 신조어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도 소수의 Z세대는 필수 어휘를 모르는데, 그들의 신조어를 어른들이 공부해서 'ㅋ'의 개수까지 공부해야 하나, 고민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Z세대들이 공과 사를 구별하며 인간관계도 단계를 두는 점이나 불합리함을 공론화할 수 있는 용기 등은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을 읽으며, 언제나 95%의 좋은 사람들 그룹을 5%의 사람들이 흐리는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Z세대 대다수가 지키는 '타인의 개인주의도 존중하는 개인주의'를 일부 '이기주의'자들의 특성으로 '철없는 이기주의자'로 묶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Z세대라고 불리는 그들을 완전히 알았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 워라벨과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모습은 더 견고히 지켜지면 좋겠다고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더불어 때로는 MBTI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의 특성도 있음을, 책임감이 없는 자유는 30대만 되어도 후회로 남을 수 있음을, 신조어도 좋지만, 우리의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유념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