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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도 될까? ㅣ 노란상상 그림책 97
오하나 지음 / 노란상상 / 2023년 3월
평점 :

1. 표지의 일러스트와 제목을 관찰한 뒤, 글씨가 가려진 일러스트를 감상한다.
2. 일러스트가 어떤 내용일지 상상해보고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어본다.
3. 포스트잇을 떼고 글씨와 함께 그림책을 감상한다.
4.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거나 독후활동을 한다.
이게 원래 우리 집에서 그림책을 감상하는 순서다. 몇 년째 이런 과정으로 그림책을 읽어봤기에 우리 아이는 꽤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감상평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하나 작가님의 『달려도 될까』는 원래의 방법에서 벗어나 속표지부터 감상하도록 했다. 어쩌면 『달려도 될까』의 모든 이야기는 앞표지 안쪽과 뒤표지 안쪽에 다 담겨있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속표지 딱 한 장으로 내 마음을 온통 빼앗아간 그림책, 『달려도 될까』를 소개한다.
『달려도 될까』에는 지내기 좋다고 말하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는 코끼리가 등장한다. 먹을 게 풍성해서 좋고, 살기가 쾌적해서 좋고, 깨끗한 물로 씻을 수 있어서 좋다는데, 왜 코끼리의 얼굴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을까. '구속된' 동물을 바라보는 선입견인지, 사회의 틀에 늘 묶여 살던 나의 마음을 이입한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현실에 안주한 코끼리의 모습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다. 코끼리는 갇혀 사는 것이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불길이 들어오는데도 쉽게 도망가지 못하고 뒷걸음만 친다. 그러다 우연히 울타리를 넘게 되고, 다른 동물의 권유로 문을 부수고 밖으로 밖으로 달린다. 이윽고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들이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되고, 드디어 우리는 텅 비어있는 뒤표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달려도 될까』는 내용도 일러스트도 많은 생각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러스트는 동물들의 섬세한 표현, 색의 아름다움 등 자체로도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지만, 각 동물의 표정이나 동작 등을 관찰하는 것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특히 주인공 코끼리가 동물원 안에서의 동작, 동물원을 나온 직후의 동작, 동물원과 점점 멀어지는 동작 등을 비교해보며, 코끼리의 마음을 유추해보는 과정에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용도 마찬가지. '지내기 좋은' 동물원에서 우연히 탈출하게 되어 두려움에 쿵쾅거리는 마음과 처음으로 달리며 쿵쾅거리는 마음이 어떻게 다를지 이야기해보다 눈물이 날 뻔했다. 아이의 감성이 섬세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드디어 진짜 코끼리가 되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줄이야. 또 한 번 그림책을 통해 아이도 나도 자라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또 울타리 너머 자연으로 돌아간 코끼리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딛고 도전하라고, 너를 가로막는 것은 사실 너의두려움이라고 힘을 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코가 시큰했다.
텅 빈 뒤 표지를 바라보며 아이가 “이 페이지는 생략된 거야”라고 말한다. 그 말의 이유를 물었더니 갇혀있던 동물들이 자연으로 간 모습을 우리가 상상하라고 생략하신 거야”라고 덧붙인다. 비록 나와 아이는 '비자연적인' 동물원을 막지 못하는 작은 존재지만, 책을 통해 동물의 귀함을, 그들의 존엄을 충분히 익히고 있음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우리도 두려움에 넘지 못하는 울타리를 만날 때- 달려도 될지 고민은 하더라도 멈추지는 않는 사람이 되자고 서로를 응원하기도 했고.
『달려도 될까』를 읽으며 우리가 이야기 나눈 것들
1. 앞표지에는 가득한 동물들이 왜 뒤표지엔 없을까?
2. 코끼리가 '지내기 좋은' 환경은 무엇일까?
3. 코끼리의 표정이나 발동작은 언제 달라질까? 왜 달라졌을까?
4. 나는 언제 두려움을 딛고 도전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