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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들다 우는 밤 - 홀로 글을 찾고, 다듬고, 엮습니다
홍지애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3월
평점 :

나의 예쁨과 당신의 예쁨이 꼭 같지는 않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애쓰지 말자고, 즐거운 마음으로 어서 마감하자고, 그리고 취향이 비슷한 이들이 알아봐 주기를 기다려보자고. 취향에 정답은 없다. 최선이라는 표현도 취향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취향은 당신과 나, 우리 각자의 마음이 흐르는 길이다. 이 세상이 다채로운 건 그 길이 여러 갈래이기 때문이고. 그러니 앞으로는 인기 있는 디자인과 글에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심각해지지 않을 생각이다. 미약하나마 세상의 다채로움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니. (p.119)
비가 오면 맞는다. 그 대신 흠뻑 젖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 노력에 실패하는 날들이 길어지면 어느 때엔가 또다시 우기가 시작될 것을 예상하면서. 겪어 봤으니 다음엔 좀 더 격렬하게 지날 수 있을 테다. (p.145)
사실 이 책은 읽기도 전부터 조금 눈물이 맺혔다. 책의 속표지에, 이 책의 저자이자 '꿈꾸는인생'출판사의 대표님이신 홍지애 작가님께서 “김진희 님의 꿈을 응원하며”라는 말을 적어주신 것. 나는 여전히 꿈을 꾸며 살지만, 20대가 넘어 꿈을 꾸고 사는 사람들을 몽상가 취급하는 닳고 닳은 어른들을 너무 많이 만난 탓인가, 꿈을 응원한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뭉클하더라. 그렇게 이 책은 처음부터 편애의 마음을 가득 담아, '온 마음'으로 읽었다.
나는 작가님이 묘사한 H에도 해당하고, 일과 육아를 하면서도 매일 독서를 하는 '놀랍고 신기한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사람이기에 이 책을 여는 게 꼭 선물상자 같았다. 그래서 면지를 고르는 설렘도, 책을 먼저 읽는 기쁨도, 첫해를 꾸리며 느끼셨던 어려움이나 난관도 각기 다른 맛의 초콜릿처럼 느껴졌다. 평생 마음에 품어온 꿈을 살짝 엿보는 기분으로 작가님이 써 내려간 문장들을 천천히 꼼꼼하게 음미했다. 내 글이 휴지통에 버려질 게 두려워 투고한 번 해보지 않은 나에게는, 투고 메일이 하나하나 소중하다는 글이 그렇게 힘이 되더라.
사실 이 책은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술술 읽힐 수 있는 책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게, 격동의 순간들을 종종 담았지만, 결코 부담되지 않게- 진짜 '완전히 적절하게 담긴' 이야기들이었다. 글 자체도 술술 읽히는 편안한 문체였는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을 만들어온 전문가답게 그 이야기들의 배치도 탁월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응원을 얻기도 했고, 막연히 꿈만 꾸던 세상의 현실을 만나기도 했다. 정말 '책 읽다 우는 밤'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몇몇 책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며 '책을 만들어 온 시간의 기쁨과 슬픔, 간절함과 행복 같은 온갖 마음이 그대로 뚝뚝 묻어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맞다, 이 책은 그래서 더 좋았다. 대표님으로서의 마음이, 첫 독자의 마음이 모조리 담겨있는 그런 책. 그래서 나는 앞으로 책을 읽을 때 책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라도 떠올려보게 될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작가님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말을 곧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고를 투고하겠다고 말이다. 작가님이 지어둔 시리즈 이름에 잘 끼워 맞추어, “그래도, 엄마”, 혹은 “하여간, 육아” 등으로. 이런 마음이 든 것에는 작가님 탓도 있으니 정성껏 읽어달라는 '생떼'과 함께 말이다. '지금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는' 이야기를 찾고 다듬어보겠다는 말을 고대로 믿을 거라고.
작가님 덕분에 나는, 내가 여전히 '꿈꾸는영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덧.
사실 한 '약국행님'의 책을 읽었을 때부터 '꿈꾸는인생' 책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내가 사랑하는 빨강머리앤이 자신 이름을 소개할 때 'E가 붙은 앤이요'라는 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라 따라 하고 싶었지만 내 이름은 너무나 명료해 설명할 필요도 없던 탓에 하지 못했던 말을 이 출판사 덕분에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가운데가 붙은 '꿈꾸는인생'이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