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까? 신나는 새싹 194
크레센트 드래곤왜건 지음, 제시카 러브 그림, 김경연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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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널 좋아해. 어떤 사람은 널 사랑해. 

어떤 사람은 지금 너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시 너를 좋아할 수 있어. 물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떻든, 넌 좋아할 만하고 사랑스러워. 그걸로 괜찮잖아.

 

 

그림책이 주는 위로를 완전히 믿는다. 역사서를 좋아하고, 인문학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면 역시나 그림책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도 늘 그림책을 읽어준다. 초등학생이 되며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던 우리 아이에게, 큰 위로와 응원이 되었던 그림책, <괜찮을까?>를 공유해본다. 

 

<괜찮을까?>는 크레센트 드래곤왜건 작가가 1977년에 출간했던 책인데, 새로운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며 우리나라에 선보이게 된 그림책으로, 상세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재치와 사랑이 가득한 내용을 담은 특별한 책이다. 선명하고 짙게 표현된 검정과 파스텔 계열로 표현된 옅은 컬러들이 시선을 모으고, 걱정과 불안, 분노 등의 표정을 다소 과장하게 표현함에 따라 감정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처음 이 책의 일러스트를 접했을 때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그림체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아이와 엄마의 표정에, 잔잔한 배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이도 비슷한 느낌이었는지, 안도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괜찮을까, 엄마?”, “그럼, 당연하지”로 시작하는 스토리도 예사롭지 않았다. 천둥이 치거나 눈이 오면 어떡할지를 걱정하는 것에서부터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연극에서 대사를 까먹거나까지를 모조리 걱정하는 게 마치 입학을 앞두었을 때 우리 아이의 모습 같아 웃음이 피식 났다. 아이는 “3월에 눈이 왜 오겠어~”하면서 웃기도 하고, 자신이 했던 걱정들을 떠올리며 안도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보통의 경우는 아이가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할 때 “에이, 그런 일이 왜 일어나” 혹은 “일어나지도 않은 거 미리 걱정하지마” 등의 말을 하곤 할 텐데, 아이의 수준에서 대화를 이어간다. 심지어 벌 쏘인 곳에 양파를 문지르라거나 개구리가 한 말(?)을 전해주기도 한다. 어른의 눈에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무겁지 않은 충고로 한결 편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페이지 곳곳에는 다른 폰트로 적힌 문구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 내용이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따뜻했다. 신학기를 맞아 나름 고군분투를 펼치고 있을 아이를 위해 읽은 책인데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충분히 사랑스러우니 모두가 널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실수하는 순간도 재치있게 이겨내면 된다고, 받았던 사랑은 영원히 머물러 다시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나를 토닥이고, 아이도 토닥였다. 

  

익숙함을 벗어나 낯선 공간, 낯선 친구들에 적응하며 온 힘을 다하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해 위로를 전하는 책. <괜찮을까?>. 이 책은 분명 아이에게도,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에게도 “그럼 당연하지, 괜찮을 거야”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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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가지러 와! 신나는 새싹 44
길상효 글, 신현정 그림 / 씨드북(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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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고르라면 불고기나 비빔밥도 단연 최고지만, 뭐니 뭐니 해도 1위는 김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본에서 기무치, 중국에서 파오차이 등을 내밀지만, 정통성이란 것은 그런 얄팍한 수로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도가 우리나라 땅인 게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정통성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김치를 사랑하고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집에서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김치를 매일 만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김치의 매력을 가득히 어필할 수 있는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큰 말 작은 말> 등 많은 저서로 유용한 정보를 나누시는 길상효 작가님의 <김치 가지러 와>.

일단 제목부터 무척이나 정겹다. <김치 가지러 와>라니! 심지어 신현정 작가님이 그려놓으신 토끼는 마치 친정엄마가 김치 가지러 오라고 전화하시는 폼 같아 웃음부터 피식 난다. 아!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는 꿀팁! 첫 번째는 김치를 담는 과정을 배워보기. 두 번째는 김치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 다양하게 배워보고, 먹어보기. 세번째는 다양한 김치 배워보고. 우리 집에서는 김치 순서 말하기, 김치 이름 맞추기, 어떤 동물이 어떤 김치 요리를 먹었는지 맞추기 퀴즈까지 하며 이 책을 제대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김치 가지러 와>는 토끼가 김치를 담그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무려 이틀이나 걸려 김치를 토끼는 온 동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김치 가지러 와”라며. 그래서 친구들이 돌아가며 칼국수도 해 먹고, 카레랑도 먹고, 쌀밥에 김치를 죽죽 찢어 먹고, 볶음밥도 먹고, 김치찌개도 먹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에게 김치를 한 포기씩 싸준다. 그 많던 김치가 똑 떨어져 맨밥을 먹으려는 순간! 친구들이 담아온 다양한 김치가 토끼를 행복하게 만든다. 

 

아기자기하고 익살 넘치는 그림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매우 다양한 배울 거리가 숨겨져 있어 더욱 좋다. 가장 먼저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를 담는 노력, 다양한 종류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 특히 인상적인 것은 김치가 익어가는 시간에 따라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김치라는 음식의 매력을 매우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장 멋진 점은 그것을 나눠 먹는 따뜻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것. 요즘처럼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세상에 점점 잊혀가는 정을 되새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치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또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긍정 효과를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책, <김치 가지러 와>. 아이들과 책을 읽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해 먹다 보면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김치를 사랑하는,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아! 한국에 살기 시작한 외국인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다! 한글 공부와 김치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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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짱의 비밀 -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짱의 엄마가 보내는 편지
다케야마 미나코 지음, 에가시라 미치코 그림, 남가영 옮김, 다마이 구니오 감수 / 봄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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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되어 각색되었을지도 모를 기억이지만, 초등학교 시절 우리 아파트에 다운증후군을 앓는 언니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훨씬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그 언니를 둘러싸서 괴롭히고 있었고, 잘은 모르겠지만 그게 나쁜 행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나와 동생은 그 아이들을 무찌르고(?) 먼지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더러운 옷이 되어 집에 갔는데도 혼나지 않았던 이상한 날로 기억에 남아있다. 

  

<아이짱의 비밀>은 일본에서 출간된 책으로 다운증후군의 특징과 원인, 대하는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난 날, 나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었다. 아이들이 나쁜 선입견을 먼저 품기 전에 제대로 알려줄 좋은 방법이 있었다는 놀라움과 이런 책을 교육청 등에서 필독서로 지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었다. (나도 잘 몰랐지만, 현재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도 많다고 한다. 모든 장애아이가 집 앞의 학교를 편하게 다니며,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돕고 도움받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짱을 통해 아이들은 다운증후군의 원인, 다운증후군을 앓는 친구들의 외모나 신체적 특성,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불편한지 등을 매우 상세히 알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이해해주어야 하는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언제 기다려주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몸의 상태를 살피면서 찬찬히 도전해 가다 보면 많은 일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게 돼요”였다. 이 부분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기다려주는 마음을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

 

아이짱이 꾸준한 노력을 하는 장면, 만세를 하며 즐거워하는 장면 하나하나 감격스러웠지만 가장 찡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지닌 장면은 아이짱과 아이들이 이어달리기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처럼 장애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놀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이 책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 그리고 선생님에게도 무척 도움이 된다. 뒤쪽에서 각 페이지를 세세히 설명해주기도 하고, 일본의 학교에서 이 책을 교재 삼아 수업을 하는 부분도 안내되어 있어 어른들도 장애에 대해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나아가 장애아이가 포함된 학급의 선생님이 교재로 활용하는 팁이 되기도 하겠다. 탄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일러스트가 다정하고, 문장이 쉬워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인가 한 비장애 아이의 엄마가 “우리 아이는 장애도 없고,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없는데 굳이 장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해? 할 것도 많은데”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나는 그 자리에서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후천적 요인의 장애도 많은 거 아시죠”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굳이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란 생각에 자리를 피한 적이 있다. 혹시 마음속으로 한 번이라도 그런 마음을 풀었던 사람이 있다면, 다 떠나서 “내 아이의 인성을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장애에 대해 이해하게 키우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나쁜 인성으로 다른 친구의 외모나 특성을 비하하지 않도록, 그 아이 말고 내 아이를 위해서 공부하자고.

 

이 책도 그러한 이유에서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세상은 모두를 위한 것이니 말이다. 또 어린 시절부터 정확히 안다면, 선입견을 품는 대신 그저 나와 조금 다른 친구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짱'과 자폐증을 앓는 '스즈짱', 두 권만 출간되어있지만, 더 다양한 아이들을 책으로 만들어주시고, 더 많은 아이가 읽게 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자연스러울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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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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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중이 제 머리만 잘 깎고 선무당도 사람 제법 살리거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기 운명은 스스로 찾아가는 거다. 무엇보다 이미 넌 스스로 그럴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니까. 내가 넌 가물이라고 하지 않았니. 그러니 이제 그런 얄궂은 웃음일랑 집어치우고 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좀 잘 들여다봐라. 암, 그건 다른 누구도 해줄 수 없지. (p.44)

 

“저한테 감사할 것 없습니다. 다 동 여사님께 수임료 받고 하는 일인데요. 그저 제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저 제 일을 하는 것뿐이라니, 나는 그렇게 점잖은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p.276)

 

 

전당포에 맡겨진 채 학교도 갈 수 없는 '그림자 아이'. 이 이야기는 그 아이의 속도에 맞춰 흐른다. 화자가 기구한 할머니도 제삼자도 아닌 열살 가량의 어린아이라니. 그것도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라니. 책을 몇 장 펼치기도 전에 이 안에는 세상의 온갖 묵직한 이야기들이 가득하겠구나,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카지노베이비> 안에는 세상의 그림자들이 참 빼곡히도 들어있다. 문을 닫은 산업현장과 그로 인해 같이 죽어버리는 도시, 사람을 블랙홀에 빠지게 만드는 카지노, 그 주변에서 뜻했든 뜻하지 않았든 물건과 돈을 바꾸며 타인의 목숨을 나눠 갖는 전당포, 카지노와 유착된 권력자들, 카지노에 영혼을 팔고 빈껍데기만 남은 사람들, 정전이라도 된 듯 많은 생명을 동시에 꺼버리는 재해. 그리고 그 모든 사람보다 더 기구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는 없는 아이까지. 어쩌면 이 소설 속에는 행복한 얼굴의 사람은 단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소설 자체가 축축 처지는 느낌은 아니다. 마치 역경 속에서도 또 하루를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삶을 통째로 옮겨놓은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에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어느 한 줄도 쉬이 놓치지 못할 만큼 독자를 흡입한다. 인물 하나하나의 묘사가 너무 선명해서, 사건 모두를 너무 덤덤하게 풀어내서 오히려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 

 

화자를 열 살가량의 아이로 잡은 덕분에, 이 묵직한 소재들이 결코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인물에 대한 묘사는 아이가 동네 사람들을 관찰하듯 느리고 세밀하게 표현되었으며, 폭풍처럼 일어나는 사건들은 아이가 이해한 만큼만 묘사하고 있어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이며 지독한 가난에서 발버둥 쳐온 할머니의 끝이 슬프지 않기를, 태어나서부터 방치되었던 '나'가 결코 전당포에 맡겨진 불안한 아이가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서 이야기를 마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할머니가 눈을 감는 장면에서, 나머지 가족들이 '폭풍의 눈'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되는 장면에서, 하늘이가 학교에 가게 되는 장면에서 그래도 아직 세상이 무너지지 않았구나 하고 안심했다. (안도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정신 차려, 이건 소설이라고” 하기도 했고.)

 

'그저 제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문득 이 말이 가진 무게를 생각해본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당연히 행해지지 않는 말이기에, 작가가 하늘이의 입을 빌려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는 것. 그게 이 채게 담긴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아마 이 순간에도 음지에 서서 하루를 지켜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하늘이처럼 결국에는 힘내기를 간절히 바라며, 또 내가 어두운 마음이 되는 날, '모두 다 그런 거라'하며 털고 일어날 수 있기를. 

 

분명 소설인데 다큐멘터리 같은 현실성, 대본 같은 심리묘사, 사전 같은 명료함에 희망까지 꾹꾹 눌러 담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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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
도몬 후유지 지음, 이정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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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모든 것을 통제하면 오다 노부나가 님 같은 결과를 맞게 돼. 역시 여러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집단 지도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어.'

'때로는 자신이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비정하게 전체를 정리할 수 있는 근성이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p.226~227)

 

어떤 위기에 빠지더라도 신뢰를 잃는 일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다이묘에게는 급여를 적게 주었고, 반대로 급여를 많이 받는 자에게는 요직을 주지 않았다.

무공을 세우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주군에게 진언하는 일이다. (p.23~28 중 발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종종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읽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심리학이나 취미생활 등에 관련된 서적이 주를 이루었다. 가장 피한 일본 도서는 일본의 '위인'에 관련한 책이었는데, 그 이유는 굳이 적지 않아도 나를 알아 온 많은 분이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그런 연유로 '책 좀 읽는다'라는 사람들이 다 읽었다는 '대망'도 안 읽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일본 관점에서 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망을 읽지 않은 것은 후회한 적 없으나 전쟁 자체도 반대하였을뿐더러 전쟁에 대한 반성의 태도까지 보였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것은 궁금한 마음이 들 때도 있기는 했다.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를 다루는 소설로 주 등장인물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러던 찰나 우연히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이라는 책을 선물 받게 되었다. 물론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그가 왜 일본 CEO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계자 유형 1위인지, 왜 그의 신뢰도를 그리 높이들 평가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조직경영에 초점을 둔 책으로 신뢰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집요함과 집중력으로 기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파악하고, 후계자를 선택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기록한다. 다소 신격화되어있는 인물이었기의 모든 기록이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신의를 가장 중점에 두고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점이나 권력과 부를 동시에 쥐여주는 우두머리가 아니었던 점, 자신의 욕심이나 애호도 보다는 공공의 이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후계자를 선택한 점 등이 매우 인상 깊게 느껴졌다. 현대의 정치를 보더라도 야망을 가진 사람이 이성적이기 쉽지 않은데 그는 드물게 그 두 가지를 손에 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조금 웃겼던 부분은 일본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자신의 경영 모토나, 희망하는 후계자 유형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위를 차지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 까닭이 그의 출신성분 때문인지 사실은 그가 이룬 것들을 자신들도 떳떳해 하지 못함인지 알 수 없지만 결국 후대에 남는 것은 올바른 정신과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사전정보가 많지 않아도 단락이 매우 짧게 나누어져 있고 문장의 호흡도 짧은 편이라 이해에 어려움이 없었고, 작가의 영향인지 역자의 영향인지 알 수 없지만 거의 모든 단락이 주제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좋은 책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경영서가 많지만, “권력을 가진 이는 급여가 적고, 급여가 많으면 요직에 두지 않았다”라는 말은 책을 덮고 나서도 잊히지 않았다. 현대에도 저런 기준으로 누군가를 '임명'하고 선출한다면 부정부패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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