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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세계도시문명사 세트 - 전4권
오거스타 맥마흔 외 지음, 피터 클라크 총괄편집, 민유기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2월
평점 :

기본적으로, 권력의 구조가 최초의 도시화 이후 항상 어디서나 존재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공동체적 제도와 그 도시적 편재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기원전 제 1천년기 중반에 갑자기 나타나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가장 흔히 보이는 공동체적 제도들은 서양(로마제국)과 동양(헬레니즘, 비잔티움, 이슬람 도시) 모두에 계승되었다. (p.347)
초기도시에서 거리의 배치나 신전 및 여타 구조물의 배치, 또한 넓게 기록된 도시 형태의 일부 측면을 근본적인 종교적 신념 및 종교적 관행과 연관시킬 수 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종교적 축제의 일부였던 행렬은 또한 공통적 종교활동의 일반적 형태였다. 시민 인구와 물리적 도시는 고대 종교의 몸체였고, 거리는 혈관, 달력과 축제는 심장이었다. (p.375)
사실 도시는 우리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다. 역사의 거의 모든 순간은 도시를 제외하고 말하기 어렵고,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간 것도 도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도시만을 놓고 역사를 풀어낸 책은 쉽게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옥스퍼드 세계도시 문명사>를 만났을 때 나는 놀라움과 깨달음을 동시에 느꼈다. 아! 어쩌면 세계사를 이해하는 초석이 도시의 문명사였겠구나, 하고 말이다.
사실 4권이나 되는 분량은 책에 대한 도전을 머뭇거리게 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읽어야 한다는 욕심을 가지지 않고 초기도시, 전근대 도시, 근현대도시로 나누어서 천천히 읽는다고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혹시 나처럼 이 책의 분량 때문에 두려움이 앞서시는 분이 있다면, 천천히 두고 읽으시더라도 이 책은 꼭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도시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고 깊이 풀어낸 책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게 같다. 또 나처럼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었으니 그 누구라도 쉬이 읽을 수 있게 잘 써진 책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옥스퍼드 세계도시 문명사> 1권은 초기도시를 모은 책으로 메소포타미아, 고대 지중해 도시,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국 등의 도시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의 전반에는 각 도시의 구성, 형성 등에 거론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최근 연달아 읽었던 지중해의 도시들에 대해 깊은 흥미를 느끼며 읽었다. 지중해의 도시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발전해왔던 형태, 고대 도시가 구축되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물류나 도시화가 착착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책의 후반부는 각각의 도시들을 경제, 인구와 이주, 권력과 시민권, 종교와 의례, 계획과 환경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사실 후반부를 읽다 보니 앞쪽도 이렇게 주제에 맞추어 진행했더라면 더욱 이해가 쉽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도시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었더라면 뒤의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각 도시를 주제에 맞추어 풀어주니 평면적이었던 도시의 특징들이 입체처럼 느껴졌다. 경제가 도시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또 경제로 인해 쇠락하는 여러 도시를 떠올려보며 읽기 너무 좋았다. 또 도시의 계획에서는 로마제국에 대해 읽으며 그간 읽어온 책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옥스퍼드 세계도시 문명사 2권에서는 <전근대 도시>로 중세의 유럽, 오스만제국, 중국과 일본의 전근대 도시, 라틴아메리카 등에 대해 만날 수 있다. 3권과 4권으로 이어지는 <근현대도시>는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국, 중동에 대해 만나게 되며, 산업화나 빈곤, 인구 불평등에 세밀히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