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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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잘 들어. 범죄라는 건 원래 혼란스러운 거라서 수사 또한 뒤죽박죽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 다만, 경찰들에게 휘둘려 혼란에 빠지지는 마. 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범죄를 자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해. 버팔로 빌에 대해 어떤 패턴이나 대칭적인 요소를 부여하려고 애쓰지마. 열린 마음으로 조사하다보면 언젠가는 놈이 존재를 드러낼 거야. (p.113) 

 

 

어린 시절, 우연히 사촌오빠와 함께 한니발을 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조무래기였기에 영화를 보다 극도의 공포로 구토를 해버렸고, 결국 영화의 내용은 성인이 되도록 끝을 알지 못했다. 직장생활 3년 차인가, 한참 시니컬할 시절, '한니발'을 찾아 읽었고, 그 후 '양들의 침묵'도 읽었다. 책으로 만난 토머스 해리스 작가의 문장들은 한층 섬뜩했고,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구조였다. 서스펜서계의 대부라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양들의 침묵>을 다시 만났다. 이미 35년 전에 출간된 소설이고 나는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도 문장의 긴장감과 탄탄함은 여전했다. 아마 이 책을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읽는다면 어제 출간된 책이라고 해도 믿었을 거다. (2019년 출간된 카리모라를 읽지 않은 것이 아쉬웠고, 읽을 것이 남아있어 기뻤다.) 

 

살인의 목적도 너무 소름끼치지만, 살인을 한 자의 심리도, 살인자로 인육을 먹기까지 하여 수감되었으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니발 렉터의 심리도, 또 심리전 줄다리기를 하며 고도의 기 싸움을 해나가는 스탈링의 마음도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20대에 이 책을 읽을 때 사건 자체에 더욱 집중했다면, 30대의 지금은 그들의 심리나 환경적인 영향 등이 더 눈에 들어왔다. 전화기 등 시대를 예상하게 하는 소소들이 있었음에도 그저 스토리 자체에, 심리 자체에 빠져들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더라.

 

이 책을 읽은 사람이나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스토리 자체가 워낙 탄탄하기에 내가 그 스토리를 평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가 치밀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문장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작가'라는 사실만은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고 싶다. 이미 그는 수천 번 들었겠지만, 그는 문장 속에 영상보다 생생한 공포를 채워 넣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우리를 끌고 간다. 적어도 책을 읽을 동안에는 모든 독자가 스탈링이 되어 범인을 찾기 위해 끝없이 머리를 굴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고. 

 

아! 이 책을 읽고 싶어 미칠 것 같아도 바쁠 때나, 한밤중은 피해 주길 바란다. 다 읽을 때까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게 몇 시든, 당신이 어떤 순간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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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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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후 후일담도 들려왔다. 바퀴벌레 전시를 본 후 '집에서 바퀴벌레를 뭉개버렸는데 아이가 울더라'라는 에피소드였다. 바퀴벌레가 가여워서 울었다는 얘기, 키우려고 했는데 죽어서 울었다는 얘기, 바퀴벌레를 한 마리의 생명으로 여겨준 그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이 전시를 기획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P.111)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라니! 그것도 부족해서 애완용 바퀴벌레 이야기라니! 세상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생명체 중 쥐와 용호상박을 이루는 것이 바퀴벌레 아닌가. 바퀴벌레는커녕 개미도 무서워하는 곤충기피자로서는 솔직히 제목만으로도 '끔찍한' 책이었다. 읽을지 말지를 백번 정도 고민했지만 '알고 나면 끔찍한 느낌이 싹 사라진다'라는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래, 알고 나면 덜 무섭겠지, 덜 끔찍하겠지. 읽다가 징그러우면 덮어버리자. 이게 이 책을 향한 내 마음이었다.

 

10장 정도 읽었을 때, 나도 생각했다. 난 왜 바퀴벌레가 유독 더 싫은가. 물론 나는 곤충 자체를 무척이나 무서워하는데, 왜 유독 바퀴벌레는 더 싫은가? 더러운 곳에 살아서?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는 해충이라서? 한 마리만 보여도 수백만 마리가 숨어있어서? 그런데 그것이 정말 입증된 사실일까? 지구 멸망 시에 바퀴가 살아있는 것은 누가 증명할 수 있지? 

 

이 책을 읽다 보니 지구가 멸망에도 바퀴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들이 '분해자'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낙엽이나 과일, 동물의 배설물 등을 먹기에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에 의하면 바퀴벌레 같은 분해자가 없다면 지구가 썩은 나무 등으로 넘쳐나고 결국 새싹을 틀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지구가 살아갈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나의 편견 하나가 무너지게 된다. 바퀴벌레는 정말 완벽하게 해충인가. 그리고 책에 의하면 바퀴벌레는 습하고 더러운 곳이 아니라 곤충이 살기 좋은 곳에 산다고 하니 더러운 곳에 산다는 나의 편견도 무너졌다. 그리고 바퀴벌레를 둘러싼 수많은 괴담도 작가는 '모두 그렇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해충 방역업체가 소문냈을지도 모를 '바퀴벌레는 한 마리가 보여도 수백 마리가 숨어있다'라는 말은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집의 생태환경에 따라 다른 것일 뿐, 바퀴벌레는 무리 지어 알을 생산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내가 가졌던 편견들은 이 책을 반도 읽지 않을 무렵 깨져버렸다. 

 

물론 책을 다 읽을 동안에도 작가처럼 바퀴벌레가 귀여워 보인다거나 사육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완전히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바퀴벌레에게 꽤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어쩌면 바퀴벌레와 닮은 수많은 다른 벌레까지 혐오하고 싫어해 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바퀴벌레 하나에 꽂혀서 바퀴벌레 연구, 바퀴벌레 전시, 결국 신종바퀴벌레까지 발견한 과학자가 된 작가의 엉뚱함과 끈기에 놀라움이 느껴졌다. 사람이 뭐 하나에 성공하려면 이 정도의 끈기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작가의 의도처럼 내가 바퀴벌레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편견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집단의 미움이 얼마나 많은 소문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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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 빅뱅부터 블랙홀까지, 외계 생명체부터 쿼크 별까지 형언할 수 없이 신비롭고 흥미로운 우주과학의 세계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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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명왕성을 재분류한다는 결정에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별로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민주주의가 곧 사실인 것은 아니므로 여론이 진실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반면 자연은 독재 정권으로, 자연이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면 우리는 그것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단어의 정의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정해지며 많은 사람이 명왕성을 '행성'이라 부르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허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p.48)

 

 

지난주 '도시의 밤하늘'을 읽고 가슴이 뛰었다. 늘 거기 있지만 잊고 살았던 우주가 내 머리 위에 있다는 것에 새삼 벅찼달까. 그런데 운명처럼 '팀 제임스' 작가님의 <천문학 이야기>가 출간되었단다. 팀 제임스 작가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극히 문과인 나에게 양자역학을, 원소를 재미있다고 느끼게 한 작가님 아닌가. 그런 분의 천문학이라니! 그것도 온 우주에 마음이 가 있는 지금, 천문학이라니! 도저히 읽지 않을 수 없었던 <천문학 이야기>는 어제 밤을 꼬박 새워 책을 읽게 하고도 다시 이 시간까지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설레게 한다. 

 

평생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양자역학을 궁금하게 만든 작가님이니 방대한 지식과 필력은 말할 것도 없는데, 주제도 이번 '천문학'이 제일 친숙할뿐더러, 3권 중에 가장 재미있다.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고 기묘한 우주를 매력적으로 담아내셨다. 우주의 시작부터 태양계의 신비, 빅뱅, 외계 생명체 등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도대체 누가 과학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이분의 유튜브를 제대로 시청하기 위해서라도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 하나 싶을만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어쩌면 과학의 시작이자 최고(最古)의 과학인 천문학을, 오늘 당장 찾아낸 학문인 듯 생생하게 풀어간다. 그 어떤 과학책에서도 우리가 화성에 가기 위해서 하루에 2시간 반이나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네, 작가님 저는 그래서 화성에 가지 않기로 했어요. 영하 5도도 견딜 자신이 없는데 2시간 반이나 운동이라뇨!) 

 

이 책이 특히나 매력적인 건 단순히 천문학에 국한된 지식이 아니라 엄청난 폭의 과학적 지식을 잘 녹여내 쉽게 이해하게 해주면서도, 그것을 어렵고 딱딱한 과학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게 해준다. 우주를 은행으로, 인류를 은하계의 펭귄으로 표현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한 시선으로 따라가게 만든다는 거다. 재미있는 토크쇼를 보듯 그저 편안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우리는 그에게서 천문학을, 양자역학을, 원소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당신의 머리에 남기는 상식은, 다른 책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는 특히나 그랬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불안한 마음이 되었다. 책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표지에 작게 적힌 “'원소 이야기', '양자역학 이야기'에 이은 '과학전도사' 팀 제임스의 교양 과학 3부작 완결판”이라는 글씨 때문이다. 이게 완결판이면 더는 작가님의 교양 과학을 만날 수 없다는 건가! 이렇게 재미 들리게 해놓고! 부디 이 책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기도해보며, 현존하는 가장 재미있는 천문학책이라고, 흥미롭고 아름다운 우주를 가득 담았다고 기록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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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앵무새 로봇 - 2023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5 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 어린이책봄 3
신원미 지음, 양정아 그림 / 봄개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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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오솔길 마을 12번지. 앵무새 로봇 대원의 알림으로 할머니 구조 완료! (p.60)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아이는 증조할머니를 만났다. 세월이 좋아져 증조할머니가 있는 아이들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는 99세의 아빠의 외할머니 연세를 늘 신기해했다. (내년에 받으시게 될 대통령의 지팡이를 구경시켜달라는 예약도 잊지 않았음)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 아이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한 것은 할머니의 연세가 아닌 '119도움벨'이었다. 벽에 119 마크와 붙어있는 하얀 버튼을 누르면 119안전센터와 연결이 되고, 응답이 없으면 119 요원들이 출동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라워하면서도 다행이라고 몇 번이나 안내문을 읽더라.

 

봄개울의 신간 동화 <내 동생의 앵무새 로봇>은 이 119 안전벨처럼 독거노인을 지켜주는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로봇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까망이라는 강아지도 함께 등장하여 사람과 반려동물, 그리고 반려로 로봇(혹은 안전벨)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반려견 까망이가 새로 등장한 반려동물(로 착각한 로봇) 까꿍이를 괴롭히고 미워하지만, 결국에는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짜 가족이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동시에 선물한다. 물론 가족들이 다 함께 사는 모습이 가장 행복한 모습이겠지만, 현실이 반영된 실질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우리 아이뿐 아니라 많은 아이가 혼자 사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계실 터이기에 이런 동화가 아이들이 실제 '앵무새 로봇'을 발명할 상상력을 키울 수 있게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혼자 사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많아지셨는지, 그런 분들이 건강을 유지하며 사실 수 있는 제도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고, 어떤 시스템이 개발되면 더욱 안전하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을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나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반려동물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이 책이 그저 단순한 동화를 넘어 현실을 반영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에 감탄했다. 

 

<내 동생은 앵무새 로봇>을 읽으며 몇 년쯤 지나면 119도움벨이 아닌 앵무새 로봇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지켜드릴 수 있는지, 왕 할머니 집에도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되는지 몇 번이나 묻는 아이를 보며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여전히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자라고 있구나 싶어 안도가 되었다. 반려동물이나 반려 로봇 등 미래에는 우리 가족이 될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미래의 가족 형태에 대해서도 상상해볼 수 있는 감동적이고도 학습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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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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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삶의 지혜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아빠가 되라는 평범한 지혜를 공유하는 것도 슬기 사랑, 철학이다. 팀이 메리가 셋째 아이를 가지는 데 동의하는 것도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공유하는 지혜 사랑이다.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은 서로 다른 인생관이 부딪힐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사랑은 시간을 들여 서로 길들이고 인생관을 조율하기 때문에 크게 부딪히지 않는다. (p.75) 

 

 

한때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저명한 철학가들만 철학을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보니 '나'에 대해 '가족'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것 자체가 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미물이기에 나의 깨달음도 공부도 깊이가 얕지만, 다행히도 많이 공부하신 분들이 이렇게 책을 통해 지식을 나눠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책쟁이'이다보니 노래를 들어도 가사에,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대사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때때로 어느 문장들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던 문장들을 <영화관에 간 철학>을 읽으며 비로소 이해했다. 아 이 문장에는 이런 생각이 들어있었구나, 아 이 가사에는 이런 철학이 들어있었구나 하고. 

 

<영화관에 간 철학>은 영화나 대중음악에서 철학을 찾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전파하는 김성한 교수님의 새 책으로, <영화로 생각하기>, <나는 본다, 철학을> 등을 잇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는 <매트릭스>, <어바웃 타임>, <건축학개론>, <친구와 연인 사이>, <첫키스만 50번째>, <기생충>, <비긴 어게인> 등 세계적 명작들을 다루고 있어 더욱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름답고 슬픈 영화로 기억하던 <첫키스만 50번째>를 여러 번 반복해보며 가졌던 고민을 완전히 지울 수 있는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루시가 헨리의 메모를 보며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딸을 반가워하는 장면을 '모성애는 뚝딱 생겨나는 것인가, 축적되며 더욱 커지는 것인가'로 오래도록 고민해왔는데, 무의식과 꿈의 기능을 놓고 생각해보니 루시는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공간에 언제나 딸이 있었다는 생각에 훨씬 더 깊고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도, 노래를 듣는 것에서도 우리는 많은 감상을 얻고 깨달음을 얻는다. 물론 단번에 그게 되는 것은 드물겠지만, 분명 다른 공부처럼 철학도 반복하다 보면 삶의 순간순간에서 깨닫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김성환 교수님을 통해 철학을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일상적으로 만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나는 조금 더 깊은 감상을 할 수 있으리. 그렇게 나는 또 하루 치 성장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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