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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평점 :

철학. 삶의 지혜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아빠가 되라는 평범한 지혜를 공유하는 것도 슬기 사랑, 철학이다. 팀이 메리가 셋째 아이를 가지는 데 동의하는 것도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공유하는 지혜 사랑이다.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은 서로 다른 인생관이 부딪힐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사랑은 시간을 들여 서로 길들이고 인생관을 조율하기 때문에 크게 부딪히지 않는다. (p.75)
한때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저명한 철학가들만 철학을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보니 '나'에 대해 '가족'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것 자체가 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미물이기에 나의 깨달음도 공부도 깊이가 얕지만, 다행히도 많이 공부하신 분들이 이렇게 책을 통해 지식을 나눠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책쟁이'이다보니 노래를 들어도 가사에,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대사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때때로 어느 문장들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던 문장들을 <영화관에 간 철학>을 읽으며 비로소 이해했다. 아 이 문장에는 이런 생각이 들어있었구나, 아 이 가사에는 이런 철학이 들어있었구나 하고.
<영화관에 간 철학>은 영화나 대중음악에서 철학을 찾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전파하는 김성한 교수님의 새 책으로, <영화로 생각하기>, <나는 본다, 철학을> 등을 잇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는 <매트릭스>, <어바웃 타임>, <건축학개론>, <친구와 연인 사이>, <첫키스만 50번째>, <기생충>, <비긴 어게인> 등 세계적 명작들을 다루고 있어 더욱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름답고 슬픈 영화로 기억하던 <첫키스만 50번째>를 여러 번 반복해보며 가졌던 고민을 완전히 지울 수 있는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루시가 헨리의 메모를 보며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딸을 반가워하는 장면을 '모성애는 뚝딱 생겨나는 것인가, 축적되며 더욱 커지는 것인가'로 오래도록 고민해왔는데, 무의식과 꿈의 기능을 놓고 생각해보니 루시는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공간에 언제나 딸이 있었다는 생각에 훨씬 더 깊고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도, 노래를 듣는 것에서도 우리는 많은 감상을 얻고 깨달음을 얻는다. 물론 단번에 그게 되는 것은 드물겠지만, 분명 다른 공부처럼 철학도 반복하다 보면 삶의 순간순간에서 깨닫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김성환 교수님을 통해 철학을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일상적으로 만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나는 조금 더 깊은 감상을 할 수 있으리. 그렇게 나는 또 하루 치 성장할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