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낚시 안 해 북멘토 그림책 11
윤여림 지음, 정진호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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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이와 만난 책, <다시는 낚시 안 해>. 보통의 그림책과 달리 세로로 작고 가로로만 길쭉한 판형에, 그림책치고 꽤 두껍기도 해 펼치기도 전부터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다. 휘리릭 둘러볼 때, 일러스트만 볼 때, 글씨까지 함께 읽을 때 3가지 감상이 모두 달랐던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 <다시는 낚시 안 해>를 소개한다. 

 

 

첫 번째, 휘리릭 넘겨본 감상-

연분홍, 아이들이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한 그림에 글씨체도 아기자기. 심지어 주인공의 손은 도라에몽의 그것처럼 동글동글하여 아이의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과 동물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마치 만화책을 보듯 '재밌겠다'라는 느낌이 가득!

 

두 번째, 일러스트만으로 느낀 감상-

위에서 잠시 거론했듯 아이들이 친숙하다고 느낄법한 그림체다. 표정이 익살스럽고 손이나 발 등은 매우 간소화하게 표현되어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동물들의 반짝이는 눈이나 주인공이 질색하는 모습 등은 과장되게 표현되어 애니메이션을 보듯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연한 분홍색, 하늘색, 회색만이 사용된 배경은 통일감을 주어 다소 두꺼운 그림책임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수 있다. 또 낚싯대를 타고 어찌나 다양한 것(?)들이 올라오는지 그것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우리만의 낚시를 상상해보는 재미도 엄청나다. 

 

세번째, 글씨까지 함께 찬찬히 읽은 감상.

그저 익살이 넘치는 그림책이라 생각했다 큰코다쳤다. 이불이나 자전거 바퀴, 영화 포스터 등이 낚싯대에 걸려 올라오는 것에는 오히려 '생활 쓰레기'는 아무리 조심해도 어쩔 수 없이 바다로 간다는 생각으로 덤덤했는데, 산불을 피해서 공기가 탁해서 낚싯대를 잡고 올라온 동물들은 가슴이 아팠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자연의 냄새를 맡는 동물들의 모습은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우리 아이는 쓰레기를 피해서 올라와 폐기물을 잔뜩 토해낸 돌고래를 보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런 동물들 사진을 보고 난 후 '지구 지킴이'교육을 받고, 지구를 위해 노력하며 사는 꼬마라서였을까. 사람들이 지구를 병들게 만든다며 너무 슬퍼했다. 뒤표지의 “사람이라는 동물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럼 끝장!”이라는 표지판을 보며 아이는 결국 눈물이 맺혔다. 구름마을에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다 사람 때문이라고 무척이나 속상해했다. 

 

 

그저 익살스러운 그림책인 줄 알았는데, 던지는 메시지가 꽤 묵직하다. 우리 아이는 유달리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라 눈물까지 지었지만, 우리 아이가 아니라도 많은 집에서 이 책을 만나면 나눌 이야기가 많아질 터. 구름 나라의 꼬마가 다시는 낚시를 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무너뜨리려면, 우리가 지구를 더 깨끗이 써야 한다는 다짐도 나누게 될 것이고. 

 

이 책을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후에 다시 만나면 우리 아이에게 또 어떤 감상을 주게 될지 궁금해진다. 환경을 더욱 생각하게 하는 깊은 책, 우리가 아파트에서 낚시한다면 어떤 것들이 올라올지 상상하는 익살스러운 책,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시각적 감성을 자극하는 책. 

한 권의 책 안에 수많은 감상이 담긴 <다시는 낚시 안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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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하늘 - 빌딩 사이로 보이는 별빛을 찾아서
김성환 지음 / 오르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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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마음먹고 한적한 곳으로 별을 보러 가거나 천문대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도시에 있을 때도 우주는 변함없이 우리 머리 위에 있으니까요. 어디든 고개만 들면 우리는 우주를 볼 수 있어요. (p.229) 

 

 

새벽별을 보며 출근해 한밤중의 별을 보며 퇴근한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 번쯤은 뱉어본 말일 터다. 하지만 이 말은 노동이 길다는 의미일 뿐 정말 별을 봤다는 것은 아닌데, 진짜 별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다수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도시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가로등이나 건물 불빛 등으로 도시에서 별을 보기가 쉽지 않아, 시골에 가면 별이 '많다'라고 느껴지기까지 하니까. 그런데 정말 시골에 별이 더 많을까? 

 

당연하게도 이는 틀린 말이다. 이 말이 맞으려면 저 먼 우주의 별님들이 지구를 내려다보며 “야, 여기는 도시야. 애들이 우리를 못 보니까 시골로 옮기자. 자, 이쯤이면 되겠지?” 하며 옮겨 다녀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 뿐, 별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빌딩 사이로 별빛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도시의 밤하늘>을 만나면 도시나 시골이나 다 '우주'가 된다. 

 

서정적인 에세이가 담겨있을 것 같은 표지의 <도시의 밤하늘>은 밤하늘 가이드북이다. 별이 하늘에 그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어떤 에세이보다 서정적인 책. 우리가 수많은 천문학 도서에서 만났던 별자리 대부분은 우리의 하늘에서 만나기 어렵다. 그 모양을 유추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빌딩 등에 가려 온전한 모양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 책이 유달리 반가웠던 것은 이 책에 소개된 별자리는 실제 우리나라의 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의 모양, 우리의 계절에 맞춰진 별자리를 이야기해준다는 것.

 

이 책을 만나고 나면 아이가 “엄마 저건 무슨 별자리야?” 물을 때 '정답'을 말해줄 수 있다. 여친의 질문에도 “네 눈이 더 반짝거려서 별이 안 보이네” 등의 개(!)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한결같은 북극성을 가리키며 “나는 북극곰처럼 늘 한결같이 네 옆에 있어” 등의 사랑 고백도 가능해진다. 

 

이 책이 단순히 별자리의 위치만 알려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계절별 별자리를 공부하고 나면 그 별자리를 바탕으로 찾을 수 있는 성단과 성운, 은하 등에서도 알려준다. 물론 천체망원경이 없이는 쉬이 관찰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우리는 하늘을 보며 저 어딘가에 처녀자리의 은하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지구의 형제들, 달의 변화, 별똥별이나 유성우에 대해서도 다양한 상식을 무척이나 쉽게 설명해주니 '한국형 별자리'에 대해 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덮고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껏 봐온 수많은 천문학책에서처럼 선명한 별자리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성운이나 성단을 볼 수도 없었지만 내 머리 위 어딘가에 별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별을 다 찾지 못해도 좋다. 지친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한결같이 그 자리에 이어주는 북극성 하나로도 우리는 큰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도시의 밤하늘도, 시골의 밤하늘처럼 별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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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일 파티 노란상상 그림책 96
대니얼 그레이 바넷 지음, 김지은 옮김 / 노란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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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했던 생일파티가 언제인지 말할 수 있나요? 사실 저는 '가장'에 딱히 어떤 날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린 시절 엄마의 김밥에 꽂혀있던 초도, 친구들과 보낸 생일파티도, 내 딸이 고깔모자와 케이크까지 '대신' 차지해준 생일파티도 분명 즐거웠거든요. 빠짐없이, 그 모든 날이. 혹시 내가 너무 많은 생일파티를 해서 그런가 하여 딸에게도 물었더니, 아이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어린이집 친구들 떼창도, 가족과의 생일파티도, 생일기념 여행도 고를 수 없이 행복했다고. 

 

그런데 여기, 평범한 마을에 평범한 날에 생일을 맞은 아이가 있어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엄마의 아이,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는 아빠의 아이 앨버트. 특별하길 바랐던 앨버트의 바람과 달리 이번 생일 역시 평범한 하루로 시작을 했는데, 아주 특별한 할머니 제트의 등장으로 아주 <완벽한 생일파티>를 하게 됩니다. 

 

대니얼 그레이 바넬 작가님의 <완벽한 생일파티>는 아이들의 상상력에 불을 반짝 켜주는 것 같은 기발한 그림책입니다. 최우수 신인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답게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재미가 뛰어났는데, 특별한 것은 이 엄청난 그림에 세 가지 색만 사용된다는 것. 주황색과 파랑, 그리고 회색만 사용된 일러스트가 어찌나 환하고 밝은지, 마치 세상의 모든 색을 사용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세 가지 색의 비중을 조절하여 분위기까지 바꾼다는 것. 회색으로만 표현된 '평범한 하루'에 점점 주황색과 파란색이 더해지며 앨버트의 변해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앨버트의 표정을 관찰해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 문을 여는 앨버트의 표정과 마지막 러그 위의 앨버트 표정을 관찰해보면, 우리 아이가 어떤 표정으로 하루를 살게 해주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바위산에 나란히 앉은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아이에게 늘 제트 할머니처럼 즐겁고 행복한, 그리고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되어주어야지,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뽑은 명장면은 제트 할머니와 앨버트가 약초를 모으는 장면이었는데, 그 이유로 앨버트의 표정을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라고. 

 

일러스트도 오래 기억될 만큼 아름답지만, “그 뒤로 앨버트는 생일이든, 아니면 무슨 날이든 너무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느끼는 날은 없었습니다. 단 하루도요.”로 끝나는 내용도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른들은 할 일이 너무 많아 때로 자신의 삶이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면서도 늘 '남들처럼' 살기를 꿈꾸죠. 평범함을 잃어버린 후에야 평범한 것이 때론 가장 어려운 일임을 깨닫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감사할 일이 가득한지, 행복이 가득한지 잃어버리곤 합니다. 어쩌면 제트 할머니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특별한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신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엄마인가요? 지저분 한 것을 싫어하는 아빠인가요? 아니면 특별한 하루를 꿈꾸는 앨버트인가요? 어쩌면 우리가 누구의 모습이든, 제트 할머니는 우리 안에 있는 '상상력'입니다. 우리가 몇 살이든 그것을 꺼낼 수 있다면 하루하루가 특별할 수 있겠죠.

 

오늘, 우리 아이의 제트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나의 제트 할머니를 돌아보았습니다. 

당신의 오늘이 '완벽한 행복'이길 바라며, 당신의 제트 할머니에게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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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편역 / 수오서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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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p.75) 

 

 

내 삶이 이미 여름이나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을 묶은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를 읽고 보니, 내 삶이 여전히 봄에 있구나- 나는 여전히 봄을 살고 있구나 싶어진다. 왜 바보같이 나이로 삶을 규정지으려 했을까. 70대 중반에 화가가 되어 101살까지 한 세기의 삶을 사신 할머니는 평생을 봄으로 사셨는데 말이다. 소위 말하는 '객관적 지표'로 볼 때 그녀는 분명 지금의 우리보다 풍진 삶을 사셨을 텐데도, 자신의 인생을 부지런히 가꾸고 사랑하며 '봄'처럼 찬란한 삶을 살다 가셨는데, 우리는 훨씬 좋은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 삶을 힘들다는 말로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모지스 할머니의 다른 책을 읽을 때도 긍정적인 마음이 세상에,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많이 깨닫곤 했는데, 이번 책은 특히나 나에게 많은 생각을 준 것 같다. 할머니의 인터뷰나 대화의 내용을 모은 책이라 분량도 짧고 쉬이 읽히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서일까. 마치 모지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듯 마음에 닿는 말들이 많았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현인들에게 토닥임을 받으며 듣는 위로의 말 같았달까. 

 

어떤 페이지는 단 두 줄, 어떤 페이지는 또 한 장 가득. 할머니가 누군가와 주고받았던 말들을 읽으며 문득,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은 그냥 하는 말도 명언이 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더 알차게 살아보겠다고, 나의 하루를 더 '나답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읽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도, 한 가지에 길게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도 괜찮다. 이 책은 그냥 식탁이나 소파 등에 던져두고, 아무 페이지나 먼저 만나도 괜찮고, 잠들기 전 두어 장만 읽어도 충분하다. 대화 글을 모은 것이기에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이 가벼이 당신을 반겨줄 테니.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이 주는 위로는 절대 짧지 않을 것이다. 101살이라는 긴 세월을 단단히 살아온 이의 묵직해지면 명랑한 위로가 당신의 등을 가만히 쓸어줄 테니. 

 

아무 생명도 없을 것 같은 겨울이 있어야 더욱 찬란한 봄이 온다는 것을 이제야 겨우 안다. 그래서 웅크린 시간들이 오면 가만히 나를 도닥이고, 품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모지스 할머니 덕분에 순간순간의 고통은 웃어넘기고, 작은 행복은 더 소중하게 간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맞다. 분명 힘든 일도 결국에는 지나간다. 또 웃다 보면 그 웃음의 힘으로 또 하루를 살게 된다. 나도 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지. 모지스 할머니처럼 명랑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오늘, 모지스 할머니에게서 갓생을 사는 꿀팁을 많이 얻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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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솔솔 핫초코 소원우리숲그림책 11
양선 지음 / 소원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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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탕, 마법사의 모자 같은 예쁜 잔. 거기에 달님 별님이 토핑으로 들어있는 핫초코라니! 어른조차 한잔 꿀떡 마시고 싶어지는 마법의 핫초코가 반겨주는 표지를 열면 상상력이 가득한 꿈속 나라를 만나게 되는 <잠이 솔솔 핫초코>를 소개한다. 

 

속표지부터 마법사의 무대를 상상하게 하는 초록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아기코끼리와 아기곰이 잠잘 준비를 한다. 크레파스로 쓱쓱 그린 것 같은 일러스트는 한 장, 한 장 어찌나 다채로운 색이 가득한지 따라 그리고 싶은 페이지가 가득. 시곗바늘이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잠이 오지 않을 때 더욱 크게 들리는 시계가 떠올라 작가님의 표현력에 깜짝 놀랐다. 잠이 솔솔 핫초코 레시피를 꺼내는 곰의 손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우리 아이는 '잠이 솔솔 나라'에 가고 싶다고 잠들기 직전까지 일러스트를 뚫어지라 바라보기까지! 하긴, 우유가 흐르는 강, 코끼리 코로 따는 초콜릿 열매, 곰돌이가 이미 맛봐버린 꿀, 터질 것 같이 빨간 볼을 가진 귀여운 주전자까지. 정말 어느 페이지 하나 부족함이 없이 사랑스러운데 어떤 아이가 가고 싶지 않을까! 어른인 나도 예쁜 잔이 열리는 나무가 너무 탐나더라. (방금 딴 신선한(?) 컵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지 잠시 상상해보고 피식 웃었다) 아이가 뽑은 베스트 페이지는 아기코끼리와 아기곰이 핫초코를 완성하는 장면. 동물들이 기뻐하는 표정과 팡팡 터지는 핫초코가 축제같이 행복이 터질 것 같아서 저절로 행복한 밤이 될 것 같다고. 

 

사랑이 넘치는 일러스트도 이 책의 매력이지만, 다양한 의성어의태어를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 말문이 트이는 즈음의 꼬꼬마들은 운율감 넘치는 독서로 즐거움을, 어린이들은 다양한 어휘를 만나 어휘력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터. '어둠 속에 소리가 녹는다' 혹은 '떨어지는 잠 조각' 등의 표현은 시처럼 아름다워 아이들의 문장력에도 선한 영향을 준다. 

 

종종 아이가 몇 살 때까지 잠자리 독서를 하면 좋겠냐는 물음을 만난다. 부족한 엄마인 내가 정답을 알 길은 없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을 때까지'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예쁜 책을 읽고 잠든 아이가 푹 잔다면, 아이의 내일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님께 잠이 솔솔 쏟아지는 핫초코를 한잔 얻어먹고 좋은 밤을 만난 나는, 양심도 없이 '용기 톡톡 스파클링' , '행복 팡팡 딸기우유' 등도 나눠달라고 조르고 싶어진다. 작가님, 이왕 주신 거 몇 잔 더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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