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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아빠의 생각 - 삶이 막막할 때 꺼내 읽는 아버지의 인생 편지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3년 1월
평점 :

욕심에도 나쁜 욕심과 좋은 욕심이 있거든. 나쁜 욕심은 자기에게만 이로운 욕심이고, 좋은 욕심은 자기뿐 아니라 남에게도 이로운 욕심이다. 물론 이기적인 욕심은 멀리하는 게 맞겠지만, 자기와 남을 함께 이롭게 하는 좋은 욕심은 많이 가질수록 좋다고 본다.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욕심,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 수많은 좋은 욕심 덕분에 이 세상은 지금껏 발전해왔다. 너는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니? 그 욕심이 너만을 위한 것인지 남과 세상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보았으면 좋겠다. (p.39~40)
사실 이 책의 시작은 '나태주 시인 추천도서'라는 말이었다. 제목의 '일류 아빠'라는 단어가 '흙수저'만큼이나 불편한 마음이 들었기에 그리 긍정적인 마음은 아니었는데, 책을 몇 장 읽다가 그런 마음은 모조리 사라지고 무척이나 공감하며 읽었다. 나도 부모님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란 사람이기에,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며 산다. 게으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내가 하지 않는 것을 하라고 강요하는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내가 하면서 너는 하지 말라고 하지 않으려고. 그래서일까. 이 책은 한 줄 한 줄, 가슴이 찡할 만큼 와닿았다. 흙수저라는 단어를 싫어하지만, 그래도 그 '흙수저'라 불리는 조건에서 100억대 사업을 끌어낸 아빠가 진심을 담아 한 줄 한 줄 기록한 이 편지는, 전혀 꾸밈이 없는 문장임에도 진심이 절절 묻어나 울컥울컥 눈물이 났다.
어른, 일, 관계, 돈, 인생. 이 다섯 가지를 놓고 누군가와 수다를 떨기는 쉽지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면 우리도 여전히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20대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어른이라는 역할을, 일하고 돈을 벌며, 관계를 맺고 끊으며, 인생을 살아가야 하기에 마지막 날까지 잘 산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충고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저자의 책은 건방이 아니냐고? 이 책에는 충고나 가르침보다는 격려가 들어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들에게 전하는 절절한 진심,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헤매길 바라는 본인의 경험담. 그래서 누군가의 잘난 척이 아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선배의 이야기 같다는 마음이 먼저 든다. 또 마지막에 부록처럼 실린 아들의 편지에서 이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엿보며, 나도 이렇게 아이에게 진심을 전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결심하게 되더라.
가장 마음에 닿은 말은 인생은 양파 까기라는 말. 날마다 새로운 양파 까기에 도전하며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지만, 그래도 많이 까다 보면 양파를 까는 요령도 생기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닿았다. 어쩌면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이제 막 빠져나온 지금, 여전히 울 일이 많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요령 있게 내 삶을 살아볼 수 있겠다 싶어졌다. 그리고 힘들게 깐 양파를 남에게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마음을 둥둥 울렸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나도 남의 양파 까기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마음으로 여러 번 다짐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 아들'만 알았으면 좋았을지도 모를 이치들을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에게 내놓은 자체가 본인이 말한 '좋은 욕심'을 부리신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조차 세상이 이치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엄마가 되어 아이와 함께 하나씩 배우며 살아가는 지금, 나보다 먼저 세상을 걸은 이의 지혜만큼 이로운 것이 또 있을까. 무지한 엄마지만, 늘 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던 내게, 이 책은 '그래 잘하고 있어' 혹은 '지치지 말고 조금 더 단단히'라고 말하며 등을 두드려주는 것 같았다. 내 아버지가 내게 해주는 위로처럼, 매일매일을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내게, 일하고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내게, 또 그렇게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내게, 두 가지 모두 잘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오늘 하루살이가 퍽퍽했다면, 세상의 아들들에게 띄운 이 편지들을 만나보시길. 혹시 아는가, 흔들리며 살아온 시간에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 이 책에는 응원과 격려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