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 한빛비즈 교양툰 15
우용곡 지음, 전인혁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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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주말에는 배 깔고 만화책 보는 거 맞죠?

맞아요, 저도 그래서 오늘 이미 두 권째 만화책을 즐기고 있습니다. 새벽에는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 오후에는 <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 사실 <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는 이미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종이책으로 다시 읽었어요. 

 

만화책이니 재미있는 것은 당연한데,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우리 신화를 제대로 다루는 책이 많지 않기에,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에서 모셨던 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는 전무후무한 만화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면서 짬짬이 역사 상식을 꾹꾹 눌러 담아주기까지! 역사 교과서보다 알차다는 평가가 괜히 있는 게 아님. (역시 한빛비즈의 교양툰, 대단하다 대단해!!! 최고야)

 

단군왕검, 기우제, 농사의 신, 양잠의 신, 날씨의 신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내용에서부터 성황신, 무사귀신, 시조묘 등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어서 한순간도 지루함 없이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드립은 나를 피식피식 웃게 했죠. 그러면서도 만화책을 본다는 죄책감(?)을 씻을 수 있도록 막간 상식도 부지런히 읽었는데, 종묘나 내세관, 주술 등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져 웬만한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지식에 배가 부를 수 있어요!

 

이 만화가 웹툰이었을 시절, 누적 조회 수 500만, 네이버 베스트 도전 만화 최고 별점을 획득했다고 하는데, 그 명성이 결코 헛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진짜 대존잼! 이 책은 진짜 책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진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일단 첫 페이지만 넘겨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 장만 넘기면 분명 끝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추신!

2023년에는 책을 읽겠다 결심했지만, 아직 첫발을 딛지 못한 분들께 진심으로 한빛비즈의 교양툰을 추천해 드립니다. 정말 다양한 주제가 나와 있으니, 제일 관심 있는 거 한 권으로 시작하시면 분명 다른 교양툰도 읽고 싶어지실 겁니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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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웰씽킹 - 꿈을 현실로 만드는 원리
김연희 지음, 이길수 그림 / 터닝페이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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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노력하게 되는데, 그 노력의 바탕에는 자신을 믿는 마음이 있어야 해. (p.165)

 

자기계발서를 종종 읽는 편이다. 물론 그 모든 자기계발서에서 교훈이나 전환점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책을 읽는 동안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종종, 이런 책을 어릴 때부터 만날 수 있다면 인생이 더욱 의미있지않을까 생각해본일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어른들에게 맞추어져있다보니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그러던 찰나 만나게 된 <어린이를 위한 웰씽킹>. 나 역시 웰싱킹을 꽤 의미깊게 읽었기에 이 책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이 책은 어른들이 읽는 자기계발서와는 약간 다르다. 어린이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동화로 만나고, 그 안에서 단락마다 생각할거리를 제공하는 것. 그래서 주인공 이나와 함께 친구를 질투하기도 하고, 일이나 사람을 좋아하고, 흉내내거나 싫어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 책이 특히나 좋았던 것은, 억지로 이런 생각을 해봐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동화속에서 스스로 생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점. 한 주제당 열페이지 미만의 이야기와 그 사이사이에 만날 수 있는 '긍정생각'꼭지를 통해 아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생각을 확장해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긍정생각'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생각을 전환해야 하는 이유, 행동이나 결정에 책임지기, 목표 설정하기, 나쁜 습관 버리기, 웰씽킹(긍정적인 노력으로 목표를 만들어가는 태도), 나에게 맞는 스승찾기, 성공한 이들의 모습 생각해보기, 결단력과 끈기 가지기, 확언하기, 신념에 대대 생각해보기, 실패를 딛고 일어서기,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기 등 매우 다양한 주제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작가가 제시한 생각주제에 아이들이 직접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여러 질문이 포함되어 있어 아이가 독서논술활동을 하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내용 자체도 좋았고, 아이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꼭지가 제공되는 것도 너무 좋았는데, 부록으로 제공된 '어린이의 아침확언'이 몹시 찡했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말을 믿기에 현관에 붙여두었던 응원문장에 이 문장들을 보태어 달아주며 우리 아이도 긍정확언을 하며 스스로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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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일리아스 - 트로이의 노래 한빛비즈 교양툰 22
동사원형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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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시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 헥토르를 돌려주겠소.

아킬레우스는 그렇게 안식을 되찾았다. 살육이 아닌 용서로. 

 

우리는 대체 왜 일리아스를 읽어야 할까. 

옛것을 모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옛것으로부터 어떻게 변화왔고 우리 안의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는가를 지표삼아 지금의 혼란한 현실을 더 잘 헤쳐 나가자는 뜻이다. (p.363~379 발췌)

 

 

한빛비즈의 교양툰으로 만난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는 내가 읽은 여섯 번째 일리아스다. 세로쓰기로 한자가 섞인 일리아스부터 벽돌보다 더 두꺼운 일리아스까지 여러 버전의 일리아스를 읽었는데, 가장 쉽고 재미있는 일리아스를 고르라면 고민도 없이 이 책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만화로 구성되다 보니 벽돌 착안에 들어있는 내용이 모두 다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있어야 할 유익한 내용은 다 있고, 거기에 재미까지 더해두었으니 말이다. 

 

<만화로 읽는 일리아스> 표지에는 '일리아스를 처음 읽는다면 이 책!'이라고 적혀있지만, 여기에 한마디를 더하자면 '일리아스를 마지막으로 읽을 때도 이 책!'이라고 적고 싶다. 고전 읽기가 좋아서, 일리아스가 너무 재미있어서, 신이나 인물들의 성격이나 특징이 흥미로워서 계속 읽어오던 일리아스를 이제 그만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책보다 재미있는 일리아스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리스로마 신화가 이토록 오랜 세월 우리에게 읽힌 까닭이 인간이 가진 욕망과 분노 등을 가진 신들의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사람이 가지고 싶은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모습이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그래서 신들의 마음을 엿보고, 신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만날 때마다 웃음이 나기도 했고,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만화로 표현되다 보니 분노도 재미도 더욱 크게 표현되고,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더 큰 공감과 몰입을 느낄 수 있는 것.

 

그림체도 몹시나 훌륭하다. <로마의 딸>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대 벽화나 의상 등을 감상하는 자체가 큰 재미일뿐더러, 각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뛰어나다. 이 한 권의 책에 명랑만화에서 만날 수 있는 익살스러움과 예술 그 자체의 일러스트를 동시에 담아내어 독자들은 빠른 장면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눈 호강을 하기도 하는 것. 나 역시 어떤 장면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듯 빠르게, 어떤 장면은 한참이나 멍하게 바라보며, 책을 제대로 즐겼다. 

 

작가님 자체도 <고대 서양사>에 한 우물을 파는 분이기도 하고, 감수한 강대진 교수님 역시 소위 '그리스신화 덕후'이기에 이 책의 완성도는 더욱 높다. 상단에 인용한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만화책에서 이런 감동을 해도 되나 싶을 만큼 찡했고. 내용이면 내용, 그림이면 그림. 무엇하나 빠짐이 없어 '역시 교양툰!'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일리아스를 더이상은 읽지 않아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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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평범한 사람들 (증보판) - 101예비경찰대대와 유대인 학살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 지음, 이진모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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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의 증언에서 잘못된 점은 그들이 가졌던 여러 겹으로 왜곡된 시선이다. 경찰들은 유대인들을 도운 폴란드인들이 있었고, 그 때문에 독일인에 의해 처형된 폴란드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했다. 그리고 일부 폴란드인들이 “배반”과 밀고를 하도록 선동한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다는 사실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p.243)

 

학살자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사용했던 가장 전형적인 명분은 자신들은 단지 명령을 집행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정권에 대한 어떠한 공개적인 반대도 허용하지 않았던 나치 독재의 권위주의적 정치문화는 군대식 복종이 절대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었다. (p.262) 

 

 

역사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도 나치들이 행한 악행, 특히 '유대인학살'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히틀러에 대한 조건 없는 추앙,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시선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사회 행동 등을 핑계로 앞세운 101 예비경찰대대의 잔혹한 학살을 담아내 엄청난 논쟁을 불러왔던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세간의 논쟁을 정리하고 후속 연구결과를 정리한 책이 긴 세월을 지나 세상에 돌아왔다. 나치에 대해 꽤 많은 책을 읽으며 그 잔혹함에 대해 꽤 '적응'했다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여러 감정에 휩싸여야 했다. 

 

슬픔과 분노, 실망감과 경악스러움. 한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으로 인해 책을 읽고도 한참이나 책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책의 제목조차 역설적이라고 해야 할지, 진실이라고 해야 할지 이 리뷰를 쓰는 지금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은 분명 여러 가지 방면에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배울 것들이, 생각해볼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1. 그들의 학살은 정당화할 수 있는가?

그들의 학살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역겹다는 단어가 정확하다. 노약자를 사살했나, 하지 않았나 따위의 논쟁을 떠나 학살이 점점 '작업화'되고 무감각해지는 과정 자체가 무척이나 경악스럽다. 하지만 불복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타인의 안전을 위해 나의 안전을 담보 잡힐 수 있을지에 대해서 '반드시 그러하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더욱이 내가 위험을 감수하며 얻은 타인의 안전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아니 유지될 수 없음을 아는 상황에서 '아니오'를 외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그들을 악마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당한가 고민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들의 학살을 정당화할 수 없음도 분명하기에 더욱 복잡한 마음이다. 

 

2. 홀로코스트는 우리와 무관할까. 

어쩔 수 없이 시작되었던 학살이었으나 그들은 점차 무감각한 학살의 집행자가 되어간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행위가 주는 감정의 변화가 너무 커서 '중독성'이 있다고 표현하고 있으나,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그들만의 일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도 한때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게 더욱 힘들었다. 한때는 이웃이었던 이들이 악마로 변해가는 모습, 인간 본연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를 '악'함이 두렵고 무서웠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어쩌면 여전히 홀로코스트는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총과 칼을 들지 않았을 뿐, 우리는 모두 '집단'의 뒤에 숨어 눈빛으로, 말로 대학살을 진행 중이지는 않나, 깊은 고민이 들었다. 

 

3. 방관자는 공범일까, 그렇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다 읽고도 바로 리뷰를 쓰지 못했던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생각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그런데도 공범이다.”라는 결론을 냈다. 물론 이 책은 잔혹한 학살에 역겹고 몸서리가 쳐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책은 아니다. 그것이 전부였다면, '유대인학살'을 다룬 다른 책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학살자나 협력자를 넘어 '방관자'들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아주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했으나 가해자가 된 이들인지, 한때는 평범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을 도운 이들인지, 아주 평범하지만 방관한 모든 이들인지, 아니면 그 모두인지 고민하게 된다. 

 

나는 항상 평범한 사람이었다. '보통처럼' 살고자 항상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어쩌면 그 '보통처럼'을 위해 나도 모르게 가해자 혹은 협력자, 방관자가 되어왔던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유대인학살에 대한 잔혹성을 전하는 것을 넘어 인간 본연의 집단성, 깊은 이면의 잔혹성과 이기심, 또 두려움까지 생각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는 총, 칼 대신 눈빛으로, 펜으로, 키보드로, 입으로, 그것도 아니면 침묵으로, 누군가에게 가해자나 협력자, 방관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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