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피피 스포지토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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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에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캐럴' 애니메이션을 봤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여주지도 않는 데다 내용적인 측면이나 문장 표현도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울까 고민하다 보여주었는데, 아이가 기대 이상으로 내용을 이해하기에 이제 슬슬 문고본으로 찰스디킨스를 읽게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 평소 즐겨보는 스푼북에서 'S 클래식 시리즈'가 출간되고, 그 첫 번째 작가님이 '찰스 디킨스'라는 소식을 들은 것!

 

기다리던 

 

일러스트 역시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익살이 넘치는 인물들의 표정과 섬세한 감정표현이 아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했던지라 재미없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책으로 만난 스크루지가 더 이해하기 좋았다고 하더라. 처음의 스크루지와 마지막 페이지의 스크루지가 말투도 표정도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아이들에게도 감정이 느껴지는 생생한 문장을 쓴 찰스 디킨스의 대단함을 새삼 느꼈다. 

 

사실 그림책과 문고본을 자연스레 연결해주고자, 7살 무렵부터는 여러 권의 학습만화를 보며 '두꺼운 책' 읽는 연습을 해왔는데, 막상 스푼북의 고전 시리즈를 접해보니 굳이 학습만화를 보지 않아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호흡도 길지 않고 어휘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 또 그림책이나 학습만화로는 만나기 어려운 교과서 형식의 들여쓰기, 문장 부호 등을 정확하고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아이의 평생 책읽기 구력을 만드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림책은 엄마가 읽어주니까, 재미있으니까 등으로 이어왔다면 이제는 스스로 읽고, 문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까지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스푼북의 고전 시리즈가 무척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고전의 교훈과 지혜는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쉬운 문장과 표현력까지 놓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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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쓴 철학 편지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손화수 옮김 / 책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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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하나의 미약한 신체에 불과했다면, 나는 희망 없는 존재였을 거야. 하지만 나에게는 내 신체와 지구에서의 짧디짧은 삶보다 더 깊은 정체성이 있어. (p.106)

그 충만의 순간에 나는 이 세상 모든 것과 하나가 되었다는 일체감을 느꼈어. 내가 단지 이 세상을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 그 자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거야. 이 생각은 미미한 조제인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나를 떠나지 않을 것 같구나. (p.132) 

 

 

나는 조부모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외조부모는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돌아가셨고, 친외조부모는 안타깝게도 나에게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조부모 사랑에 대한 갈증은 내가 엄마가 되고서야 해소되었는데, 내 아이에게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사랑을 남겨주셨기에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주는 사랑과 교훈은 부모의 그것과 또 다른 것임을 이제야 안다. 그래서일까. <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의 신작 <너에게 쓴 철학 편지>를 읽는 내내 우리 아빠와 아이의 대화들이 많이 떠오르더라. 내 아이에게 깊은 생각을 가르치시는 그 깊은 사랑과 연륜이 묻어나는 지혜 같은 것들이 말이다. 

 

<소피의 세계>가 워낙 큰 인상과 영향을 남긴 책이었기에 이번 책 <너에게 쓴 철학 편지>도 기대가 컸다. 그런데 감히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철학, 인류와 지구, 인권이나 환경 등에 대해 총망라하는 깊이 있는 내용도 무척이나 좋았지만 여섯 명의 손주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라는 것이 이 책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이 내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들은 손주들이, 또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을 확대하며 자신만의 관점과 자아를 만들어가게 돕는다.

 

지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초자연적인 힘이나 우연은 어떻게 생기는지 등에 대해 고찰하게 만들기도 하고 숲에서 느끼는 자연의 힘, 시간의 가치 등에 대한 자기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지구나 진정한 의미의 인권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청소년 대상의 책인데도 집중하여 책을 읽게 되었고, 아이와도 여러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제시해주기도 하며 우리 집만의 사유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책의 원제라는 <지금, 우리, 여기>라는 흔하다면 흔한 단어들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더욱 의미 있는 삶을 만들 수 있을지, '우리'들의 삶이 보다 진정성 있으려면 내 생각을 어떤 방향으로 키워가야 하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를 지속 가능하게, 우리의 후손들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 아주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미 굳어버린 머리를 가진 어른에게도 이런 생각을 확장하게 돕는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선한 영향을 주게 될지 기대가 된다. 하루라도 빨리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공존의 의미를 깨닫는다면, '나'라는 존재를 숙고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삶은 결코 길을 잃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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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튼튼한 나무 35
김흥식 지음, 고정순 그림 / 씨드북(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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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물론 아이들도 읽고 몸에 '열매'를 품고 살아가는 친구를 알아채 주고, 그것을 엄마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이 그림책을 많이 읽으시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에 귀를 기울여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의 김흥식 작가님은 몇 달 전 소개한 <무인도에서 보내요>를 포함, <아빠의 술친구>, <감옥에 갇히면> 등 그늘에 가려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는 분이기에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귀 기울이는 작가님이다. 이번 작품 역시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는데, 특히나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앙갚음 같은 폭력의 대상이 친구에게서 자신의 아이로 번져가는 모습이 너무 힘겹고 아팠다. 

 

작가님은 폭력을 '나무를 심는 것'으로 표현하였는데 이 '열매'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고 숨겨야 하며, 이 열매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아빠랑 살 수 없다는 문장을 읽으며 지금 이순간에도 그런 협박으로 아이를 가스라이팅 하는 부모 같지 않은 부모가 수없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또 한 번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나무'를 뽑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어른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어른들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 책 속의 '나'처럼 또 다른 '가해자'를, 깨달아도 돌이킬 수 없는 '괴물'을 만들고야 말 것이다. 

 

<엄마 왜 안 와>로 나를 울리셨던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도 쉬이 넘길 수 없다. 김흥식 작가님과 같이 작업하신 다른 책들도 그랬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가슴 아프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나무에 삼켜지기 직전의 아이 모습은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났다. 타인에게서도 나무가 자라는지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나무를 심었다는 장면의 흑백의 사람들과 손 장면은 한동안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만 만큼 어둡고 슬퍼 보여서 온 마음이 묵직해졌다. 하얀 배경인데 이렇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가님의 표현력이 놀랍기도 했지만, 이렇게 마음이 어두운 사람이 무척이나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힘겨워졌다. 

 

언제인가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를 담은 뉴스에서 읽은 댓글, “남의 가정에 껴들다가 봉변당한다”라는 말에 화가 나면서도 반박하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사회에 노출된 아이들이 결국 다시 돌아가는 곳도 가정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흥식 작가님이나 고정순 작가님처럼 작게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이것을 세상으로 전파해줄 분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단 한 명이라도 더 이웃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마음에서 이 리뷰를 쓴다. 딱 한 명이라도 더 아동폭력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두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늘어나다 보면 큰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딱 한 명'이 돼주는 날이 오겠지. 그러면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이 가해자로부터 격리되어서도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방법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고, 세상의 여러 '한 명'이 한목소리로 지지해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돌아봐야 하고. 

 

부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읽으신 분들이 소문을 많이 내주시고, 주변에 귀도 기울여주고, 손도 내밀어주셨으면 좋겠다. 열매를 숨기고 사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을 때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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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모자를 찾아서 신나는 새싹 192
김종혁 지음, 최소린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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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으면 신나고 즐거운 요정들의 파티, 한줄 한줄 곱씹어 읽으면 엄마를 반성하게 하는 엄청난 반전의 책. 이 책을 딱 한 줄로 말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김종혁 작가님의 <멋진 모자를 찾아서>는 그렇게 반전이 가득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는 모든 그림책을 늘 일러스트부터 감상한다. 아이가 까막눈이었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고, 어느새 글씨에 눈이 가는 나이가 된 후부터는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감상하고 있는데 어떤 책은 일러스트와 내용이 너무나 찰떡이라 아이가 내용을 유추해서 신나기도 하고, 어떤 책은 그림과 너무나 다른 내용에 두 가지 책을 읽는 것 같은 효과를 얻기도 하는데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멋진 모자를 찾아서>는 일러스트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마구 자극한다. 빨간 머리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나무에서 부스럭거리는 요정을 만나는 장면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척이나 쨍한 색채와 아기자기한 요정들의 모습은 상상력을 키운다. 색감은 또 어찌나 예쁜지! 우리 집 꼬마는 아이의 머리카락 색이 알록달록 무지개처럼 변하는 장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색감 자체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소녀나 요정들의 표정 변화, 각각의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배경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상상을 펼치며 책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아이는 요정들의 머리 위에 모자가 아닌 것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이 이야기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모자는 아니지만, 모자로 쓸 수 있는 여러 물건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책을 즐겼다. 다른 집에서도 이 책을 읽으실 때, '멋진 모자'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직접 써보거나 일러스트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등 여러 활동이 가능하시리라 생각해본다. 

 

실컷 일러스트를 감상한 후에 본문을 읽다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일러스트만 감상할 때와는 전혀 다른 이야깃거리가 가득했기 때문. 아이가 등장하는 배경이 까만 건물이었던 이유, 1학년 3반 시험지로 모자를 만들어준 이유를 알게 된 순간, 우리 아이들은 1학년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를 기쁘게 했던 무지개 머리카락 장면은 엄마는 눈물이 났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 듣고 싶은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들도 저마다 듣고 싶은 말이 다 다를 텐데 하는 묵직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우리 아이는 아직은 모르겠다고 대답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말'이 등장인물처럼 '오늘은 놀아도 된다' 같은 말이 아니기를 다짐하기도 했고. 

 

요정들이 갑자기 왜 화가 났을까 의문을 느꼈던 장면의 내용도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어느 모자가 가장 멋진지를 정하지 못하자 공격적으로 변하는 요정의 모습은 아이들을 순위로 줄 세우기 좋아하는 어른들의 모습인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고, 서로 다른 문화로 오해를 쌓는 모습은 여전히 다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 같아서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에게 감상평을 물었더니 “서로 미워할 뻔했지만 대화를 나누고 오해를 풀어서 참 다행이에요. 그런데 꼬마가 시험지를 가지고 와서 혼자 앉아있는 요정이 너무 안쓰러워요.”라고 대답을 한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곳이 천국이라는 말이 문득 와닿는다. 우리 아이가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어가는 지혜, 선입견 없이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을 잘 키워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요정 파티에 갈 수 있는 주문, “오늘은 놀아도 돼!”라는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지 않는 말로 키워야지 하는 다짐도 했고. 

 

그림책 한 권에 이렇게 다양한 감상과 생각을 숨겨놓다니, 참으로 대단한 책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감상으로 읽힐지 더욱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서 수다를 떨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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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가우르 고팔 다스 지음, 이나무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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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바로 그렇다. 우리가 풍성하게 축복받을 때 그 축복들은 우리의 가슴으로 흠뻑 스민다. 하지만 오직 우리가 그 축복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올바른 마음가짐이 있을 때만 그것이 가능하다. 가슴이 감사의 마음으로 흠뻑 젖었다면, 우리는 연민심과 봉사, 나눔, 보살핌, 베풂이 충만한 삶을 살게 된다. (p.67) 

 

100을 채우기 위해 하라는 쫓아다니느라 99를 사용하는 것을 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내 삶에서 한 가지를 배웠으며, 그것을 전적으로 믿는다. 목적지를 기다리지 말고, 여행하는 동안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다.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P.87)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아 제목을 보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겁도 없이 한밤중에 이 책을 펼쳐 든 나는, 구구절절 맞는 말에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끄덕이고서야 깨달았다. 왜 이 책이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인지. 물론 이 책 자체가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고 손닿는 곳에 늘 두고 싶은 '갓생책'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닫는 '나의 인생'만이 오직 나의 것이기에 내 인생은 누구에게 빌려 얻을 수 있음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기에 이 책은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인 것이다. 즉, 타인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여러 면으로 바라보고, 나의 여정을 걷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고 어려운 책일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소설처럼 편안하게 이어지는 예화를 읽으며 천천히 떠오르는 깨우침을 있는 그대로 소화하면 되는 책이니 말이다. 사이사이 고대의 가르침이 등장하는데, 이것조차 저자가 좋아한다는 '삼바르'처럼 완벽하게 조화롭다. 더욱이 저자의 종교나 사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기에 편안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느린 속도로 정리하며 읽으면 종국에는 나와 마주하게 되는, 나라는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쉽고도 묘한 책이다. 

 

'행복의 열쇠를 잃어버리지 말 것', '마음의 일시 정지 버튼 누르기',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연습' 등 삶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방법을 이야기하는 하는 장도 있고, '깨어있는 삶'이나 '확장해가는 존재'를 추구하는 자기 돌봄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도 있다. 이 부분들도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완벽한 것보다 더 좋은 것', '사랑하는 일을 하면 일할 필요가 없다.' 등 현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만드는 부분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자신에게 노력을 쏟는다면 언젠가 하고 싶은 일과 보수를 받는 일이 같아질 거라는 말은 내 마음을 둥둥 울렸다. 적당히 타협하고, 남들만큼 벌고, 남들처럼 사는 삶을 살아가며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부족하지만 꿈꾸며 사는 삶이 얼마나 벅차게 행복한지 깨닫기도 했다. 

이 책은 유명인들의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해야 잘 될 수 있어”라고 말하지도 않고, 다른 사상가나 종교인들의 책처럼 “내가 가진 신념 안에서 살아가고 행해야 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살며 느낀 바와,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경험한 것들을 천천히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찾고, 나와 대화를 하게 된다. 나만 깨어있는 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준다. 

 

몇 년 후의 나도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오래도록 간직해온 꿈은 몇 년 후에도 그저 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가슴을 타인의 노래로 채우지 말라”(P.208)는 가 우르고 팔의 말은 잊지 않을 것이다. 이루지 못하는 꿈이라도, 꿈이 없는 것보다는 빛날 수 있음을 믿기에 아주 천천히라도 나를 확장해가는 아름다움을 향해 걷고 싶다. 어쩌면 나의 삶에서 가장 느리게 걷고 있는 지금, 누구에게도 빌릴 수 없는 인생책을 읽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써 내려갈 인생의 저자는 나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더 성실히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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