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기 딱 좋은 곳, 파리 딱 좋은 곳 2
로라 키엔츨러 지음, 박재연 옮김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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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만으로도 피식- 웃음부터 터지는 책, <낮잠 자기 딱 좋은 곳,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어딘가에서 크로와상에 베레모쓰고 커피 먹는 게 꿈인 나는 '아니 뭐라구? 그 볼 거 많은 파리에서 낮잠을 잔다고?'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심지어 택시에 타고 있는 건 예티아닌가! 우리 집 꼬마도 이 책을 보자마자 “에펠탑 앞에서 낮잠을 자는 예티라니!”하며 웃음부터 터트린다. 맞다.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웃으며 넘기는 '장꾸'스러운 책이다. 그러면서도 프랑스 명소에 대한 지식과 아름다움도 뚝뚝 묻어나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니 일단 한번 펼쳐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200살이 넘은 에베레스트산 예티는 어울리지 않게 커피와 쇼핑을 좋아한다고 한다. 파리에 사는 마르셀은 파리지엥 답지 않게 빵 부스러기 쪼아먹는 것을 좋아하고. 주인공 설명에서부터 익살이 넘치는 이 책은 프랑스 명소들을 어찌나 재미있게 남아냈는지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예티가 스키를 타고 집에서 출발하는 장면이나 비둘기들이 종이를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항, 커다란 예티가 택시 '위'에 타고 가는 장면들 모두 웃음을 유발한다. 페이지마다 꽉 채운 파리의 풍경들은 모두 구도가 다르게 그려져 있는데, 그래서 더욱 직접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각 명소를 사진으로도 찾아보며 책을 읽었는데, 사진보다 그림에서 한층 온기가 느껴져 작가가 얼마나 애정 담긴 눈으로 파리를 바라보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각 페이지를 넘기며 예티와 마르셀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명소들의 특징을 찾아보는 매력도 있다. 아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페이지는 노을이 지는 에펠탑 풍경. 유일한 세로 페이지이기도 했지만, 하늘의 색감이 어찌나 예쁜지 한참이나 바라보게 되더라. 

 

일러스트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주는 책이지만, 텍스트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본문은 재미있게, 뒤편의 설명은 진지하게 병행하여 읽으면 마치 파리로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이곳저곳이 친숙해지는 마법! 본문에는 글씨가 많지 않은데, 신기하게도 내용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예티와 마르셀의 대화로 이어지는 책이기에 생동감이 느껴지기 때문. 특히 예티와 마르셀의 대화가 다른 색깔로 구분되어 있으니, 아이와 하나씩 맡아 번갈아 읽는다면 한층 생동감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 (아이가 마르셀을 맡았는데 어찌나 사실적으로 잔소리를 하던지, 정말 예티의 마음이 되어 한숨 자고 싶더라. ᄏᄏ)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일러스트와 빈티지한 콜라주, 장꾸미넘치는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운 것에 감탄하기를 즐긴다는 예티와 함께, 파리로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비행기 표 대신 <낮잠자기 딱 좋은 곳, 파리>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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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거야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97
정주희 지음 / 북극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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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늦은 감의 눈이 와있다. 12월만 해도 하얀 눈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2월에 무슨 눈인가, 하며 초록색이 그리워진다. 아이도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2월 달력에는 4일이 입춘(절기 책을 읽고 난 후 달력에 관심이 많은 상태다)이었는데 눈이 왔어요” 한다. 그래서 상춘곡을 부르는 마음으로 아이와 나란히 앉아 정주희 작가님의 <꽃이 필 거야>를 꺼내 들었다. 

 

신기하게도 <꽃이 필 거야>의 표지를 보는 순간 이미 봄인 것처럼 설렌다. 그도 그럴 것이 표지 속의 연둣빛과 아이의 웃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주 조화롭다. 우리 집은 그림책을 볼 때 일러스트를 먼저 감상하는데 (아이의 눈이 텍스트에 먼저 간다면 포스트잇을 살짝 가리고 일러스트를 먼저 만나심을 추천해 드립니다.) 두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아이가 탄성을 지른다. 꽃들이 너무 싱그럽다고, 색깔도 너무 예쁘다며 정신없이 꽃들을 관찰한다. 아이의 말처럼 이 책에는 진짜 봄 색깔이 가득하다. 아직 짙어지지 않은 노랑과 분홍, 연보랏빛과 연두는 마치 우리 아이들처럼 갓 태어나 세상을 배워가는 푸릇푸릇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저 일러스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봄 풍경을 만나듯 마음에 설렘이 싹튼다. 꽃 사이에서 춤을 추고 까르르 웃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우리 아이를 바라보듯 온 마음이 따뜻해진다. 

 

텍스트를 읽으면 이 책의 특별함을 또 하나 눈치채게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꽃들이 아니었던 것! 어른도 아이도 '봄꽃'이라고 하면 그저 개나리, 진달래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만, 쉬이 바라보지 않는 꽃들이 주인공이다. 무, 양파, 시금치, 고구마처럼 밥 먹듯 먹는 식자재들에 이렇게 예쁜 꽃이 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하고, 우리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도 하는 것. 또 작가님의 말처럼 아직 꽃으로 피어나지 않은 '우리 집 새싹'이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궁금한 마음이 한층 커지기도 하고. 

 

책을 읽은 후 북극곰출판사 블로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책놀이' 자료로 책 속의 꽃들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참깨꽃, 돼지감자꽃들을 직접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 활동들도 다 좋았지만, 특히나 좋았던 것은 아이와 나눈 대화였다. “내가 몰랐던 꽃이 이렇게 많구나, 친구들은 다 다르게 생겼어도 모두 다 꽃이라는 그 말이 진짜 맞았네”. 

 

맞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 아름다운 꽃인데 어쩌면 어른들이 어른들의 잣대로 장미가 되어라, 튤립이 되어라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정주희 작가님처럼 그저 어떤 꽃이 피어날지 상상하며 아이가 가는 길을 있는 그대로 응원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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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동아, 어디 가니? - 당나귀 타고 달린 한국의 첫 여의사 김점동 바위를 뚫는 물방울 7
길상효 지음, 이형진 그림 / 씨드북(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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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무렵, 오늘 아이와 읽고 싶은 책 3권을 식탁에 얹어두었다. 사실 아이가 무엇을 가장 먼저 선택할지 예상이 되었기에 그 책을 가장 밑에 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책을 집어 들며 “점동이? 설마 그러면 박에스더 선생님 책인가!”하고 소리를 지른다. 

 

맞다.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 <점동아 어디 가니>는 한국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본명 김점동, 세례명 에스더. 남편 박규신의 성을 따라 박에스더로 의사 활동을 하시며 한국의 위생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는 의사에게 몸을 보이기조차 어렵던 시절, 여자는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겹던 시절, 엄청난 노력과 의지를 바탕으로 한국의료계에 큰 영향을 주신 분이지만 이분에 대해 다룬 책이 그리 많지는 않기에 씨드북의 책은 우리 아이에게 더욱 반가운 존재.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는 편견의 벽을 허문 위대한 인물들을 다룬 시리즈로 제인 오스틴, 템플 그랜딘, 메리 샐리 등의 인물을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 책으로, 그림책을 읽듯 편안하게 위인에 대해 배우고 느낄 수 있어 좋은데, 특히 <점동아 어디 가니>는 시에서 느낄 수 있는 운율 속에서 김점동의 생애, 업적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어 아주 어린 나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너른 연령층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점동아 점동아, 어디 가니”만 읽어주고 나머지 내용은 아이가 직접 읽었는데, 처음에는 노래하듯 즐거워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젖어 드는 것을 느끼며 절제된 언어가 주는 감정의 증폭을 아이가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만나면, 덤덤한 문체에서 오는 여러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터. 작가님께서 워낙 능숙하게 이야기를 끌어가시기에 부모가 안내하지 않아도 아이는 김점동의 생애를 따라가며 기쁨과 슬픔, 성취와 절망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번은 점동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감정의 변화를 찾아보고, 또 한번은 마지막 페이지의 박에스더 선생님의 생애와 업적까지 공부한다면 그림책으로서도 위인전으로서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섬세한 일러스트는 이런 책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데, 점돔이의 섬세한 감정변화, 환경 등의 변화까지 세세히 엿볼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점동이의 기분에 따라 눈썹이 변하는 것까지 찾아냈는데,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서 여러 점동이를 한데 모아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아이와 꽤 오랜 시간 그림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섬세한 책을 만나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소위 '코로나 베이비'들은 타인의 감정이나 표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책을 통해서라도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들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이런 섬세함이 그냥 그림책도 아닌 위인 그림책에서 표현된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 부지런히 걸었다는 문구가 적힌 뒤 표지를 바라보며, 이 책이야말로 편견이 무엇인지, 또 편견을 이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이 아니냐고 생각해보았다. 편견을 넘어서는 일은 분명 고되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는 신념을 잃지 않는 아이로 키워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부족한 엄마를 대신해 '뚝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준 이 책이 무척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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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무렵, 오늘 아이와 읽고 싶은 책 3권을 식탁에 얹어두었다. 사실 아이가 무엇을 가장 먼저 선택할지 예상이 되었기에 그 책을 가장 밑에 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책을 집어 들며 “점동이? 설마 그러면 박에스더 선생님 책인가!”하고 소리를 지른다. 

 

맞다.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 <점동아 어디 가니>는 한국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본명 김점동, 세례명 에스더. 남편 박규신의 성을 따라 박에스더로 의사 활동을 하시며 한국의 위생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는 의사에게 몸을 보이기조차 어렵던 시절, 여자는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겹던 시절, 엄청난 노력과 의지를 바탕으로 한국의료계에 큰 영향을 주신 분이지만 이분에 대해 다룬 책이 그리 많지는 않기에 씨드북의 책은 우리 아이에게 더욱 반가운 존재.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는 편견의 벽을 허문 위대한 인물들을 다룬 시리즈로 제인 오스틴, 템플 그랜딘, 메리 샐리 등의 인물을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 책으로, 그림책을 읽듯 편안하게 위인에 대해 배우고 느낄 수 있어 좋은데, 특히 <점동아 어디 가니>는 시에서 느낄 수 있는 운율 속에서 김점동의 생애, 업적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어 아주 어린 나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너른 연령층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점동아 점동아, 어디 가니”만 읽어주고 나머지 내용은 아이가 직접 읽었는데, 처음에는 노래하듯 즐거워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젖어 드는 것을 느끼며 절제된 언어가 주는 감정의 증폭을 아이가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만나면, 덤덤한 문체에서 오는 여러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터. 작가님께서 워낙 능숙하게 이야기를 끌어가시기에 부모가 안내하지 않아도 아이는 김점동의 생애를 따라가며 기쁨과 슬픔, 성취와 절망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번은 점동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감정의 변화를 찾아보고, 또 한번은 마지막 페이지의 박에스더 선생님의 생애와 업적까지 공부한다면 그림책으로서도 위인전으로서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섬세한 일러스트는 이런 책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데, 점돔이의 섬세한 감정변화, 환경 등의 변화까지 세세히 엿볼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점동이의 기분에 따라 눈썹이 변하는 것까지 찾아냈는데,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서 여러 점동이를 한데 모아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아이와 꽤 오랜 시간 그림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섬세한 책을 만나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소위 '코로나 베이비'들은 타인의 감정이나 표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책을 통해서라도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들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이런 섬세함이 그냥 그림책도 아닌 위인 그림책에서 표현된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 부지런히 걸었다는 문구가 적힌 뒤 표지를 바라보며, 이 책이야말로 편견이 무엇인지, 또 편견을 이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이 아니냐고 생각해보았다. 편견을 넘어서는 일은 분명 고되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는 신념을 잃지 않는 아이로 키워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부족한 엄마를 대신해 '뚝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준 이 책이 무척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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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동아, 어디 가니? - 당나귀 타고 달린 한국의 첫 여의사 김점동 바위를 뚫는 물방울 7
길상효 지음, 이형진 그림 / 씨드북(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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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무렵, 오늘 아이와 읽고 싶은 책 3권을 식탁에 얹어두었다. 사실 아이가 무엇을 가장 먼저 선택할지 예상이 되었기에 그 책을 가장 밑에 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책을 집어 들며 “점동이? 설마 그러면 박에스더 선생님 책인가!”하고 소리를 지른다. 

 

맞다.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 <점동아 어디 가니>는 한국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본명 김점동, 세례명 에스더. 남편 박규신의 성을 따라 박에스더로 의사 활동을 하시며 한국의 위생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는 의사에게 몸을 보이기조차 어렵던 시절, 여자는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겹던 시절, 엄청난 노력과 의지를 바탕으로 한국의료계에 큰 영향을 주신 분이지만 이분에 대해 다룬 책이 그리 많지는 않기에 씨드북의 책은 우리 아이에게 더욱 반가운 존재.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는 편견의 벽을 허문 위대한 인물들을 다룬 시리즈로 제인 오스틴, 템플 그랜딘, 메리 샐리 등의 인물을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 책으로, 그림책을 읽듯 편안하게 위인에 대해 배우고 느낄 수 있어 좋은데, 특히 <점동아 어디 가니>는 시에서 느낄 수 있는 운율 속에서 김점동의 생애, 업적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어 아주 어린 나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너른 연령층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점동아 점동아, 어디 가니”만 읽어주고 나머지 내용은 아이가 직접 읽었는데, 처음에는 노래하듯 즐거워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젖어 드는 것을 느끼며 절제된 언어가 주는 감정의 증폭을 아이가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만나면, 덤덤한 문체에서 오는 여러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터. 작가님께서 워낙 능숙하게 이야기를 끌어가시기에 부모가 안내하지 않아도 아이는 김점동의 생애를 따라가며 기쁨과 슬픔, 성취와 절망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번은 점동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감정의 변화를 찾아보고, 또 한번은 마지막 페이지의 박에스더 선생님의 생애와 업적까지 공부한다면 그림책으로서도 위인전으로서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섬세한 일러스트는 이런 책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데, 점돔이의 섬세한 감정변화, 환경 등의 변화까지 세세히 엿볼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점동이의 기분에 따라 눈썹이 변하는 것까지 찾아냈는데,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서 여러 점동이를 한데 모아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아이와 꽤 오랜 시간 그림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섬세한 책을 만나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소위 '코로나 베이비'들은 타인의 감정이나 표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책을 통해서라도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들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이런 섬세함이 그냥 그림책도 아닌 위인 그림책에서 표현된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 부지런히 걸었다는 문구가 적힌 뒤 표지를 바라보며, 이 책이야말로 편견이 무엇인지, 또 편견을 이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이 아니냐고 생각해보았다. 편견을 넘어서는 일은 분명 고되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는 신념을 잃지 않는 아이로 키워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부족한 엄마를 대신해 '뚝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준 이 책이 무척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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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뇌 - 초등 읽기/쓰기의 힘
김영훈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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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어휘의 정확한 뜻은 물론 활용까지 할 수 있다. 여기에 사고력과 문해력까지 키울 수 있다. 어휘력을 향상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독서이다. 다른 방법은 고민하지 말라. 이것만은 확실하다. (p.132) 

독서교육의 목표는 책을 잘 읽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삶 속에서 독서를 통해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독서가 아이들의 삶에서 발현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도 자발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도서 태도가 중요하다. 독서가 단지 공부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앎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으로 인식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p.136)

 

 

최근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은 인덱스를 붙인 듯한 <독서의 뇌 초등 읽기/ 쓰기의 힘>. 주제 자체가 예비초등학생부터 초등 6학년까지 학생들의 읽고 쓰는 것을 다룬 책이다 보니 나의 관심 영역을 저격하기도 했지만, 평소 독서를 꾸준히 하면서도 궁금해했던 점이나 막연히 생각했던 이야기를 고루 담고 있어 남기고 싶은 정보가 많기도 했다. 이 책을 한 줄로 설명하라면 영재발굴단 멘토 김영훈 교수님의 수많은 노하우와 과학적 근거들을 꽉꽉 눌러 담은, '초등독서 총정리'라고 말하고 싶다. 

 

첫 장에서는 독서를 통한 정보 활용능력을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독서를 '즐거운 활동'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팁들을 제시하고 있어 너무 좋았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는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지만, 앞으로도 책을 좋아하며 자랄 수 있도록 안내해줄 방안들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또 막연히 읽는 활동 너머 이것이 아이의 다른 영역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확장해주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읽기 뇌와 쓰기 뇌에 대해 기록한 2장에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역시나 문해력. 요즘 미디어의 발달로 문해력이 없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의 문해력과 작업기억력, 창의력들을 키우는 방안들을 다양하게 얻을 수 있어 학령기를 시작하는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가장 많은 도움을 얻은 것은 3장 읽기와 쓰기의 습관화와 4장 학년별 읽기 쓰기 교육이었는데, 유아기에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것을 습관화해왔기에, 이것을 쓰기로 확장하고 학년별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면 좋을지에 대해 꼼꼼히 읽었다. 여러 꼭지마다 제시된 부모 길잡이는 두 번씩 반복하여 읽고, 아이에게 해당하는 나이의 내용은 따로 옮겨적기도 하는 등,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처럼 아이가 어른이 돼서도 책을 좋아하고, 아이의 인생에 좋은 효과를 주도록 키워가려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기에 한 줄도 허투루 읽을 수 없더라. 

 

읽기와 쓰기의 부진이나 난독증에 대해 다룬 5장과 6장 역시, 독서에 대해 노력과 고민을 하는 부모들에게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되었다. 특히 난독증과 학습을 연결해 풀어주신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아이들의 학습 동기를 높이는 방법이나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 등은, 꼭 독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많은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따로 메모해두었다. 

 

아이가 옹알이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내가 꾸준히 실천해온 것은 오직 단 하나 독서였다.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도 했고, 부모가 하지 않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내가 본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책읽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막연히 길러온 아이의 엉덩이 힘이, 상상 주머니가 아이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아이의 학년이 바뀔 때마다, 내 기억이 희미해질 때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오래된 명언이 머릿속에서 느낌표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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