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상과 함께 하는 삶 - 지금부터 당신은 항상 괜찮을 수 있습니다.
김지나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붓다도 스스로 깨닫고 알게 되면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설했습니다. 외부의 어떤 권위나 전통 등을 무조건 따르지 말라고 당부했지요. 우리는 내면의 '참나'의 직관적인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가 아닌 내면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행복의 길입니다. (p.190)
미리 이야기하자면 나는 아직도 명상의 매력을 모른다. 한때 한 친구가 새벽을 명상으로 시작하기에 따라 해본 적도 있고, 한동안 부지런히 운동할 때 강사님이 늘 운동 마치기 5분 전 명상을 하셨는데도 여전히 나는 '내 안의 무엇인가를 만나는 명상의 시간'을 가져본 일이 없다. 새로 배운 것보다 평생 몸에 밴 습관이 강해서인지 그 시간에는 자꾸 화살기도를 하게 되더라. 오히려 운동하다 벤치에 앉아 종종 멍을 때리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새소리를 들으며, 햇살을 바라보며 종종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생각하곤 한다.
<명상과 함께 하는 삶>은 의료사고로 인해 세상을 등지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우연히 자아 정체성을 깨달은 후 '마음공부'법을 나누며 살아온 4년의 세월을 정리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쩌면 명상의 비법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마음이 나아져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하지만 누군가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나에게도 선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 책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책이다. 작가는 생각에서 깨어나기, 내려놓기, 내 마음을 맡기기, 그저 존재하기, 긍정으로 바라보기, 용서하기, 내면을 들여다보기, 오늘 당장 행복하기, 천천히 깨닫기,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실제 제목은 훨씬 폼나나 내가 느낀 대로 정리한 것이다) 등 그리 어렵지 않은 주제의 이야기들을 대화하듯 이어간다. 그래서 '명상'이라는 다소 지겹고 정적일 것 같은 선입견 강한 단어와 달리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불교적 느낌이 꽤 많은데도 그저 절 처마 밑의 풍경소리처럼 편안했다.)
가장 마음이 편안해진 부분은 '현존'이었다. 평소 잘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어색했는데 '그저 존재하기'로 생각하며 읽었다. 읽고 보니 이것은 최근 1년 정도 내가 해온 일, 그냥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였다. 오늘 우리 집을 비추는 햇빛에 감사하기, 식탁 위의 맛있는 반찬에 만족하기 등 많이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온 후 내가 느낀 '작은 행복'에 집중하라는 것. 거기서 조금 나아가 그것을 더욱 섬세히 바라보고, 이것에서 평온함을 찾으라는 이야기에 머리 위에 전구가 켜지는 기분이었다. 맞다. 분명 나는 그때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해졌지만, 분명 더욱 행복해졌다. 이 자체도 마음을 수련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명상이 그렇게 먼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는 말도 마음에 깊이 닿았다. 우리는 바쁘게 살아갈 때 행복이나 나의 만족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게 미뤄놓은 행복은 그냥 사라져버리지 미뤄져 있지 않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래서 그저 작더라도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 작가는 꾸준히 그것을 이야기하는데, 나도 겪어보았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굳이 커다란 행복을 좇기보다 지금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행복, 우연히 득템한 작은 소품의 행복, 마트에서 생긴 300원 할인 쿠폰의 행복, 친구의 카톡에서 느끼는 행복 등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는 분명 더 자주, 더 많이 행복해질 것이다.
하다못해 양파도 '긍정의 말'과 '부정의 말'에 다르게 자라는데, 나는 정작 나에게 긍정의 말을 얼마나 해주고 사나 생각해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명상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되었는지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알고 있던 작은 행복이 나에게 얼마나 큰 마음공부가 되는지를 또 한 번 깨닫게 한 것은 분명하다. 오늘도 잊지 않고, 오늘치 행복을 소소히, 그러나 마음 가득히 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