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풍경 수채화 컬러링북 - 누구나 쉽고 가볍게 완성하는
정진호 지음 / 한빛라이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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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탁은 요즘들어 수시로 화실로 변하고 있다. 아이와 앉아 음악을 들으며 붓으로 고운 색을 색칠할 때의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좋다. 나는 원래도 글씨쓰기, 그림그리기, 만들기 등을 좋아하는 지극히 '소근육형인간'이기에 이런 취미를 즐기는데, 우리 아이도 성향이 비슷하여 취미를 함께 하는 평생친구를 얻은 기분이랄까? 

 

그런데 많은 분들과 대화해보면 그림그리기 등의 작업을 좋아하는 어른도 너무 많고,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물감놀이를 좋아하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유럽풍경수채화컬러링북>은 매우 간단하게,  별다른 준비과정이 없이도 어디서나, 또 누구나 매우 재미있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즉, 똥손이라도- 초보라도 멋진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 (첨부한 작품 중 예비초등학생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즉 만 6세의 어린이도 설명을 보고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만큼 쉽다는 것!) 

 

일단 제목이 설렌다. 유럽풍경이라니. 인스타적 갬성을 마구 자극하는 이 컬러링북은 누구나 쉽고 가볍게 작품하나를 뚝딱 완성할 수 있다. 준비물도 많이 필요없다. 휴대용 물감, 붓 한두자루, 플라스틱 컵 하나면 끝. 실제 우리집은 텀블러를 가지고 나가지 않은 날, 사마시고 들고온 커피컵을 물통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목부터 심쿵하는 책을 열면 피노키오, 마트료시카, 달리호스, 폴란드 그릇 등의 심플한 소품부터 산토리니, 리스본 트램, 피렌체성당 등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 포인트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님의 섬세한 스케치 위에, 하라는 대로 슥슥 따라그리기만 하면, 나의 손끝에서 유럽의 아름다운 소품과 풍경이 살아나니 어떻게 재미가 없을 수 있어! ㅎㅎ

 

쉽고 재미있다고 하여 수채화를 대~충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책의 앞쪽에는 수채화의 여러기법을 잘 다루고 있는데, 설명도 친절하고 사진도 다양하게 삽입되어 있어 초보들도 그럴듯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설명이 어찌나 쉬운지 우리 아이는 내가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여러가지 기법을 직접 해보고 터득했다. 

 

책의 뒤 편에는 앞에서 언급했듯 매우 다양한 소품과 풍경이 그려진 도톰~한 도화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종이의 질이 어찌나 좋은지 물을 마구 마구 묻혀도 종이가 일어나지도 않고 내가 바라는대로 색을 표현해주더라. 자르는 선도 표시되어 있어 자르고 색칠하기만 하면 예쁜 작품이 뚝딱 완성되어 좋다. 

 

우리 아이와 나는 수채화를 완성할 때마다 벽에 붙여 우리집만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화장실로 이어지는 복도벽에 붙여져있기에 오며가며 감상하는데, 아이도 나도 생각보다 훨씬 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서로의 작품을 보며 미소짓기도 하는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아마 이 책을 만나는 누구라도 이런 감정을 느낄 것 같아, 정말 과감히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정말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예쁜 풍경과 고운 색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신에 안정을 준다. 더욱이 그것을 내가 완성한다는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다면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대에 가장 좋은 활동이 아닐까? 추운 겨울, 수채화를 통해 우리의 세상에 알록달록 예쁜 색을 입혀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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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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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은 계책만 내놓은 참모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갈량은 자신이 군사를 지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단호하게 밝혔다. 이는 유비와 제갈량이 처음으로 힘겨루기를 한 것으로 그 의미가 매우 컸다. 기회는 오직 한 번뿐이다. 만약 제갈량이 이때 권력을 이양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참모'의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후 다시는 권력을 쥘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이 중요하다. 이 '처음'은 유비가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적절한 때였다. (p.97)

 ▷ 기회는 빨리 눈치채고 잡으려는 사람에게 잡힌다. 준비된 자의 몫이기도 하다. 무작정 팔을 벌리고 서 있다고 기회가 저절로 품에 안기지 않는다. (p.107)

 

 

학창시절 재미있게 읽은 책들을 꼽으라면 삼국지를 뺄 수 없다. 물론 책이 아니라도 게임이나 만화 등 다양하게 접할 수 있기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삼국지를 알고, 그 안의 캐릭터도 이미 모두에게 익숙할 듯.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많은 이들에게 편안하게 심리학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제갈량으로 심리학을 이야기한다면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자성어나 일화를 떠올려보니 '삼고초려'의 진중함이나 간곡함, '와룡봉추'에서는 때를 기다리는 철저한 준비성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장소와의 말싸움에서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찾는 침착함이나 평정심 등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책 속에서 만난 제갈량은, 삼국지에서 만날 때보다 배울 면이 더 많은 느낌이었다. 40편가량의 이야기를 통해 4가지 굵은 주제를 풀어가는데, 제갈량이 스스로 값을 만든 방법, 시기를 적절히 활용한 법, 자신의 재주를 온전히 활용하는 법, 심리적으로 우위에 서는 법 등 소위 '사회생활 만랩'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지혜롭고 현명한 캐릭터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을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그것으로 인간관계에서 어떤 이점을 누릴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또 각 이야기의 끝에는 '심리학으로 들여다보기'라는 꼭지가 마련되어 읽은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심리학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먼저 가지는 이들도 꽤 있는데, 그저 삼국지의 일화를 가볍게 읽다 보면 여러 가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어 좋다. 2천 년 전의 영웅들에게서 우리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우리의 사례를 비교하여 생각할 수 있음이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편안하기도 하다고 느껴졌다. 

 

한편,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는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의 첫권으로 조조 편도 최근 출간되어 있으며, 관우, 유비, 손권, 사마의 편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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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로스 킹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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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본의 한계는 분명하다. 40쪽짜리 책 한 권에는 40장의 각기 다른 목판이 필요했다. 구텐베르크의 1454년 성서와 같은 책 한 권에는 본문 1282쪽마다 별개의 목판이 필요했을 것이고 목판 하나에 평균 2500자를 새겨야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목판 인쇄는 짧은 논고, 트럼프 카드, 유럽 전역의 성소에서 순례자들에게 파는 종교 목판화처럼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 분야가 아닌 다른 인쇄에는 비현실적인 수단이었다. (p.211)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책을 읽을 영광을 누리게 해준 방법이나 수단, 그 역할을 한 사람에 관한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현대에 책을 만드는 것 역시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겠지만, 과거의 노고와는 다를 것이기에 고서의 내용을 만날 때면 꽤 숭고한 마음이 든다.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으면서도, 역사의 풍랑 속에서 수많은 예술품과 고서 등이 잘 보존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기에 그 감정이 한층 짙은 것이리. 

 

김진명 작가님의 <직지> 덕분에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대해 반짝, 관심을 가졌던 시절은 있었으나 (지금 돌아보면 정말 딱, 구텐베르크에게만이었다. 한심하게도) 솔직히 이야기하면 수많은 고서가 어떤 과정으로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몇몇 책에서 간간히 언급된 내용은 읽었으나 <피렌체 서점 이야기>를 읽고 난 지금, 15세기 '활자중독자'들의 지독한 책 사랑을 이제야 겨우 알았다는 생각이 든다. 

 

르네상스를 이야기하면 주로 미술품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예술성이 발달할 때, 딱 그림으로만 혹은 음악으로만, 문학으로만 발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 이 책은, 마치 소설을 읽듯 혹은 잘 만들어진 예술영화를 보듯 생생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 생생함 덕분에 몇 장 읽기도 전에 독자는 피렌체의 길 한가운데에서 베시파시아노의 필사를, 책을 수집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시작은 '먹고 살기 위해'였을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천 여권의 책을 제작하고, 인문주의자들의 토론장이 되기도 하고, 세월에 묻힐 뻔했던 우리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고대 철학자의 빛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고대 책들이 어떻게 발견되고 재탄생되는지, 서점과 책 그리고 작가의 발전이 어떤 양상으로 변해가는지, 종교와 예술이 어떤 유기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을 이어갔는지 자세히 살피게 된다. 또 필사에서 인쇄로 옮겨가는 책 제작 방식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자세히 다루고 있어, 그야말로 그 시절의 '책'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나는 한심하게도,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판을 어떻게 만들고, 그것이 인쇄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만 관심을 가졌을 뿐, 도서관이 어떻게 첫발을 들였는지 인쇄술에 사용된 책들이 어떻게 보존됐는지, 그 역할을 한 것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어쩌면 구텐베르크만큼 베스파시아노도 '책'에 큰 공을 했다고 생각해본다. 

 

빠르고 편리한 기술만이 먼저 살아남기에 당연한 순서로 인쇄술로 인해 수많은 책이, 서점이 생겨났고 결국 베스파시아노는 58세의 나이에 서점 문을 닫는다. 그러나 그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신념을 지킨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과거의 지혜를 다시 포착하고 그것을 현재를 위해, 페트라르카의 손자들이 믿은 것처럼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되살리고자 했던 꿈의 적극적인 협력 가(p.547)로 남게 된 것이겠지. 

 

분명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읽는 내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책을, 작가를, 배경을 검색하고 공부해야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마법처럼 나를 묶어두었고, 결국에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엄청난 스토리텔링에, 책에 대한 경의에 벅차게 만들었다. 

 

감히 이 책을 평가하자면, 애서가들이 책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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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상식 500 -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까지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가득한 세계사 이야기
브루크 칸 지음, 켈리 캔비 그림, 김미선 옮김 / 책과함께어린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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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오락거리였으나 충돌사고가 잦아 위험한 스포츠라는 불명예를 떠안은 이 경기는?

십자군 전쟁은 몇 년간 지속하였을까?

젖은 회반죽에 수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으로, 이 기법을 쓴 대표 화가는 라파엘로. 이 기법은 무엇일까? 

 

 

자, 당신은 몇 문제를 풀었는가? 이것은 우리 집에서는 아이가 글씨를 읽게 된 후 자주 해온 놀이로, 신기하게도 이렇게 퀴즈를 내고, 맞추고를 반복한 책의 내용은 오래 잊지 않고 기억하더라. 특히 퀴즈로 내기 좋은 사자성어, 용어, 역사, 인물 등의 퀴즈 놀이는 아이의 흥미를 자극할 뿐 아니라 이해도도 높여주어 더욱 좋은데, 그렇게 공부하기 너무 좋은 책을 만나 소개하고자 한다. 

 

'책과 함께 어린이'에서 발간된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상식 500>은 고대문명부터 중세, 르네상스, 대항해시대를 거쳐 현대의 주요사건들까지 세계사의 주요 포인트들을 딱딱 만나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분량이나 스타일의 제한으로 방대한 세계사를 모두 훑는 내용은 아니지만, 세계사의 주요사건들이나 용어를 짚어보기에 가장 좋은 형태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교과서에서는 알려주지도 않는 주요 키워드들을 딱딱 잡아주니, 이야말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책 아닐까? 

 

주요 키워드는 굵은 글씨로, 중요한 내용은 간략하게 요약까지 해주니,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개념 정리하기에 너무 좋은 내용이다. 특히 '알아두면 유용한 용어'와 '숫자로 보는 역사'라는 꼭지로 정리된 부분은 아이와 퀴즈 놀이를 하기에 너무 좋은데, 즐겁게 퀴즈를 내고, 풀고를 번갈아서 하다 보면 저절로 내용을 기억하게 되니,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용어들을 접하다 보면 훗날 세계사를 제대로 공부할 때에도 거부감이 없어 좋다. (학교 선생님들, 교재로 활용하기 너무 좋은 책입니다. 진심 강력추천 드립니다.) 

 

직관적이고 깔끔한 일러스트는 내용을 한층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데, 단순하면서도 주제를 명확하게 담은 일러스트이다 보니 본문의 내용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돕고, 다른 세계사 책과 함께 읽기 좋다. 

 

이 책은 개념정리를 하며 순서대로 읽기에도 좋지만, 하루 한 페이지 아이와의 학습을 진행하기에 특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 배경, 들여다보기, 용어 풀이 등 세계사의 주요 키워드를 완벽히 정리해놓았기에 중요한 사건을 익히기에도, 흐름을 이해하기에도 너무 좋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처럼 퀴즈로 내용을 마무리하면, 아이는 즐거운 놀이로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 그래서 저 퀴즈의 답이 뭐냐고? 정답은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상식 500>에 잘 담겨있으니, 아이들과 읽으며 직접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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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네 웅진 우리그림책 97
나오미양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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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야 사계절이 뚜렷해 가만히 앉아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점점 경계가 모호해지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나라는 각 계절의 아름다움을 아이들에게 교육하지 않는 듯하다. 아이와 함께 <겨울 동네>를 읽으며 문득 계절마다 만나는 각기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얼마나 다양한지, 아이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겨울 동네>는 도심에 사는 아이가 겨우내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지역에 사는 이모 집으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겨울마다 당연하게 사용하는 내복, 스웨터,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출발하는 아이에게서 설렘이 전해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슴을 만날 생각에 들뜬 아이의 내용을 읽으며, 독자도 같이 들뜨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낀 부분은 문장이 섬세하고 표현이 다양하다는 점이었는데, 아이들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쌉싸름하다, 얼얼하다, 낮이 짧다 등의 표현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아이의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짧은 문장들인데도 섬세하게 표현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어 마치 시를 읽듯 아이의 감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다. 

 

일러스트 또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눈이 내리는 풍경, 사슴의 눈망울, 아이와 사슴의 멋진 꿈 등 한편의 작품을 감상하듯 넋을 놓고 바라볼 일러스트가 아주 많다. 글씨가 하나도 없는 페이지들이 특히나 아름다워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 책에서는 글씨가 일러스트를 가리지 않아 일러스트를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점도 무척이나 좋았고, 페이지마다 다양하게 구성된 장면들이 시선의 이동이나 감정의 변화를 엿볼 수 있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아이와 저녁 시간 내내 이 책을 감상하며, 마지막 페이지의 작가님의 문장에서 코가 시큰했다. “소방을 가진다는 것, 그 자체로 멋지고 소중한 일입니다. 소망을 이루기 위한 여정 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기도 하니까요. 늘 세상에 귀 기울이고, 가만히 바라보고, 음미한다면 뜻밖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라는 작가님의 말에, 우리 아이도 항상 세상을 그런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추운 계절이라고 생각했던 겨울이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인지, 또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를 생각해보게 한 아름다운 그림책을 통해 우리의 오늘은 더 귀하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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