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펼쳐보는 24절기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지호진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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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글씨를 읽고 쓰는 게 가능해진 후, 나를 흉내 내며 하는 일 중 하나가 달력에 일정을 적는 것이다. 물론 일정이라기에는 '유치원에서 장구 수업'같은 '뻔한' 것들이지만, 입을 앙다물고 달력에 조그만 글씨로 계획을 적는 아이의 모습은 귀엽기만 하다. 달력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며 아이가 자주 묻는 것이 바로 '절기'. “엄마 동지는 뭐야?”, “대한은 뭐야?” 하고 묻는 아이와 앉아 국어사전으로 몇몇 절기를 찾아봤다. 그러던 중 우리 집에 생긴 새 책, <한눈에 펼쳐보는 24절기 그림책>은 아이의 궁금증을 완벽히 해결해주었다. 

 

커다란 크기로 제작된 24절기 그림책은 봄부터 겨울까지, 순서대로 절기가 이어지기에 아이가 찾아보기 너무 좋을 뿐 아니라 이름만으로도 어느 계절의 절기인지를 유추할 수 있게 하여 자연스럽게 절기에 등장하는 한자들을 교육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내용은 얼마나 다채로운지! 한자의 풀이뿐 아니라, 각 절기에 해당하는 속담, 음식, 사자성어, 풍습, 속담 등까지 골고루 담고 있어 책 한 권으로 우리의 전통문화와 상식까지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그림은 또 어찌나 상세하고 재미있는지! 앞쪽 페이지에는 절기에 대해 유추할 수 있는 일러스트를 한 페이지 가득 실어두어 제목을 가리고 어떤 절기인지 맞추어보는 놀이를 할 수 있고, 작은 그림들은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림을 통해 더욱 쉽고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아이 정도의 나이에 시작해, 꽤 오랫동안 여러 정보를 얻고 학습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통해 각 절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우치는 것으로 시작하여, 연관된 속담이나 사자성어 배우기, 문화와 전통에 대해 학습하기, 한자 풀이 까지 학습할 수 있고, 다양한 용어 풀이까지 가능하여 어휘력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어 어른들도 24절기를 다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 온 가족이 절기에 대해 이해하고 풍습이나 먹거리를 함께 나누며 계절을 제대로 느끼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혹자는 24절기를 아이가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 선조들이 살아온 지혜, 그에 따른 풍습과 먹거리, 속담 등까지 24절기는 24개의 단어가 아니라, 우리의 삶 그대로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아닐까? 이 책을 사두고 일 년에 24번씩, 몇 년간 아이와 꺼내 보며 “오늘은 큰 추위가 찾아오는 대한이네”, “오늘은 밤이 가장 긴 동지고, 팥죽을 먹는 날이야.”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면 우리의 1년은 한결 풍성해지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달력을 소복이 채우는 24절기처럼, 우리의 1년이 (어쩌면 선조들의 평생이) 꾹꾹 눌러 담긴 선물세트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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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colate 초콜릿
이종태.황인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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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누가 알 수 있을까? 언니를 천사로 생각하는 지금의 내 생각도 언니에게 더 솔직하게, 더 자주 표현해야겠다. 그나마 말할 기회를 놓치기 전에. (p.71)

 

초콜릿은 위안이다. 거친 세상에서 피곤에 지친 우리를 부드럽게 위로하고 토닥여준다. (p.9) 

 

 

나는 단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기분이 가라앉을 때 쌉싸름한 다크초콜릿 하나를 입에 물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이게 당 충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일까, 초콜릿이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것에 큰 이견이 없다. 단 한입에 누군가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강력한 녀석을 어떻게 거부한다는 말인가. 

 

<초콜릿>이라는 제목의 작고 예쁜 책을 받아들고, 이게 어떤 책일지 잠시 고민했다. 초콜릿과 관련한 이야기를 이만큼 할 게 있을까, 하는 생각과 예쁜 책이겠구나 하는 만족감이 교차했기 때문. 이 책을 다 읽고 난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예쁜데 달콤한 쌉싸래한 이야기가 고루 담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진짜 초콜릿과 이 책을 함께 선물한다면 사랑과 위안을 고루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종태 작가는 충북 청주에서 본정초콜릿을 운영할 만큼 그야말로 초콜릿 전문가다. 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초콜릿과 얽힌 달콤한 이야기도, 쌉쌀한 이야기도 묻어난다. 그리고 매우 분명한 초콜릿 사랑도 뚝뚝 묻어난다. 또 칼럼니스트인 황인희 작가의 글에서는 초콜릿보다는 사람의 맛이 나는데, 신기하게도 초콜릿과 사람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제법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뿐인가, 책의 군데군데 초콜릿과 관련한 명언, 너무 예쁜 초콜릿 사진이 어우러져 읽는 내내 마음이 달콤했다. 거기에 초콜릿에 얽힌 역사나 상식도 간간히 만나볼 수 있어 시각적으로도 지식으로도 제대로 깊은 맛을 보는 느낌이랄까. 또 책의 뒤편에는 초콜릿으로 할 수 있는 몇몇 레시피가 제공되어 아이와 긴긴 방학을 채울 수도 있었다.

 

초콜릿이 친숙한 간식이자 선물인지는 오랜 세월이지만, 근래에 맛본 가장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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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맛 - 먹고 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작가들의 일상 속 음식 이야기 요즘 사는 맛 1
김겨울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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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런 건 아닐 거다. 어떤 사람들은 큰 통증도, 감정 기복도 없이 보통의 하루처럼 지나가기도 한다. 그건 정말 축복이다. (P.301 핫펠트,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

 

글 쓰는 사람에게 추억팔이란 숙명 같은 일이다. 원고 마감을 위해서는 삶의 어떤 시점이든지 기꺼이 곱씹을 준비가 되어있는걸. 특히나 헤어진 애인과의 이야기 같은 건 가장 꺼내쓰기 좋은 조미료와도 같다. (P.88 디에디트, 첫 양파 수프의 맛) 

 

나는 묽은 사람인 동시에 아주 미숙한 인격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알기로 미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자기 신념에 너무 몰입하여 엄격해지면 자신의 무결함에 도취되기 쉽다. (p.198 요조, 저는 채식주의자이고 고기를 좋아합니다.) 

 

 

새해 선물로 핫펠트 작가님의 사인이 담긴 <요즘 사는 맛>을 선물 받았다. 이름난 열 두 명의 작가님들의 글을 모은 이 책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여러 작가님이 참여한 책에는 각각의 작가님 '맛'이 잘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매력이 부족하달까. 그런데 이 책은 '일상 속 음식' 이야기여서 그런지 날 것 그대로의 작가님들도, 조미료 듬뿍 쳐서 맛깔나는 작가님들도 가득 들어있었다. 글 잘 쓰기로 이름난 분들인 것은 진작 알았으나, 이렇게 일상을 재미있고 맛있게 쓰실 수 있는 분들이라는 것에 새삼 놀랐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음식에는 언제나 감정이 담긴다. 누군가를 추억하는 것에도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어떤 음식을 먹으며 '이거 그때 00이랑 먹으며 어땠지~'하는 추억팔이는 너무 흔한 경험.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며 웃음이 나기도 했고 코가 시큰해지기도 했다. 핫펠트 작가님의 김치 이야기에서는 엄마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인지를 생각했고, 김겨울 작가님의 요거트 이야기에서는 나도 관대한 근자감에 차올랐다. 디에디트 작가님의 양파 수프에서는 나 역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요조 작가님의 글에서는 그 아이러니에 공감이 넘쳐서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솔직히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음, 엄청나게 잘 차려진 푸드코트의 느낌이랄까? 그들의 글은 재료도 다 다르고, 그것을 담아낸 그릇도 다르다. 다양한 맛과 다른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있는데 짬뽕 같은 느낌은 전혀 아니다. 푸드코트에서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기분 좋게 고르고, 마침 테이블도 금방 나서 기분 좋게 차려놓고 먹는 기분이랄까? 의식주는 우리의 기본이기에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듯,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역시나 수많은 이야기를, 감성을 자아내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 작가님들도 나도, 올해에는 더 맛있는 인생이길 바라보며, 덕분에 나의 <요즘 사는 맛>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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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노란상상 그림책 94
이현지 지음 / 노란상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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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두 잠든 밤,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해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우리 아이도 자신이 잠들었을 때 놀이터는, 유치원은, 나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이번 주 우리가 만난 이현지 작가님의 <밤 산책>을 통해 우리 아이는 사뿐사뿐 밤 여행을 하고,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기에 이 아름다운 책을, 많은 분과 책을 공유하고 싶다.

 

까만 표지에 반짝이는 별들, 우리 아이처럼 단발머리의 통통한 아이가 고양이와 산책하러 나가는 예쁜 표지를 열면, 정말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이 우리를 반긴다. 고운 이불과 달빛,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방에서 잠 못 드는 아이를 보고, 아이들은 아마 밤에도 놀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모두 함께 상상 속에서 산책하러 나간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우리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통해 시계 속 시간의 흐름을, 잠든 밤의 나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어두워진 동네를, 고양이들이 다니는 길을, 별빛이 꽃을 피우는 숲을 만날 수 있다. 일러스트 한 장 한 장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온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무 위에 소녀가 앉은 페이지는 우리 아이가 너무 아름답다며 한참이나 그냥 바라보더라. 여행을 마친 뒤 잠이든 소녀의 얼굴에서는 온기까지 느껴져 일러스트만으로도 온 마음이 행복해진다. 

 

내용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잠이 오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과 더 놀고 싶은 마음을 모두 고루 담았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세상에 궁금한 것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음을 또 한 번 느꼈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 읽어도 너무 좋지만, 아이와 대화를 하며 읽기 너무 좋은 책이다. 처음에는 글씨를 제외하고 일러스트만으로 아이가 잠이 오지 않아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여행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만약 밖으로 나간다면 아이는 어딜 가고 싶은지도 이야기를 나눠본다. 다음은 내용을 읽으며 우리는 잠이 오지 않을 때 어떻게 했는지, 시계 소리, 바람 소리 등이 잠이 오지 않을 때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 등에 관해 이야기해보면, 아이들이 느끼는 '밤'을 보다 섬세히 만날 수 있을 터! 

 

아이와 잠자리에서 이 책을 읽으며 소곤소곤 밤이 깊도록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책 속 아이처럼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보니,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느낀다. 이현지 작가님의 아름다운 그림 속에서 우리도 따뜻한 밤 산책을 할 수 있었던 듯하다. 밤바람이 부담스러운 겨울, 이 책을 통해 아이와 상상 속에서 밤 산책을 하시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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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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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문득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샌가 자신의 몸에도 빛의 날개가 생겨 어둠 속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나비하고 똑같이, 작년 4월 교통사고가 난 뒤부터 화석이 되어버린 몸이 자유롭게 하늘을 헤엄치고 있었다. 왜 울어? 나는 정말 기분 좋게 하늘을 날고 있는데. (p.97) 

 

 

책을 읽기 전에 출판사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반전에 놀라지 않으면 100%환불하는 이벤트를 한다고 하기에, 도대체 얼마나 대반전의 소설이기에 이렇게 장담하나,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난 후? 평소 웬만한 추리소설 내용도, 드라마도 내용도 찰떡같이 맞히는 나지만, 환불받으러 못 간다. 답이 되었는가? 쫄깃한 반전의 소설, <열린 어둠>. 일단 한번 읽어보셔라. 

 

원래 나는 짧은 분량의 글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재미있을 만하면 끝이 나버리기도 하고,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뒤의 내용을 워낙 잘 맞추는 터라 단편을 읽으면 금세 내용을 다 알아버려 재미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 그런데 이 책은 9개의 이야기를 모은 것인데도 소름에 소름을 더하는 느낌이랄까? 다른 일을 해가며 짬 날 때마다 단락 하나씩을 읽으면서도 어찌나 흡입력 있는지 긴 책 한 권 뚝딱 읽은 느낌을 받았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들도 이야기가 짧아 더욱 집중하기 좋고, 장마다 다른 재미가 있어 마치 과자 선물세트를 읽듯 여러 가지 재미를 보는 맛이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반전과 재미를 모두 느끼며 읽기에 너무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오래전에 쓰인 글이 지금 읽어도, 어제 쓴 책처럼 세월의 이질감이 없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런 속임수와 반전을 이토록 섬세하게 숨길 수 있다니! 미스터리 거장은 거장이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 또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묵직한 주제에, 술술 읽히는 문장력이 더해져 금방 뚝딱 읽어낼 수 있는 이 책은 미스터리 애호가들에게는 당연히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미스터리 초보들은 미스터리에 발을 들이게 되는 '엄청난 미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출판사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반전에 놀라지 않았다면 100% 환급해주는 환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 일단 한번 속는 셈 치고 이 책을 만나보시길. 분명 환불을 받을 수 없겠지만 (반전에 안 놀라는 게 불가능함)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쫄깃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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