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하마 수학 박사의 똑똑한 숫자 쓰기 1~2 세트 - 전2권 하마 하마 수학 박사의 똑똑한 숫자 쓰기
김리나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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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릴 때만 해도 한글이나 숫자를 모르고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평균적으로 6세 내에 숫자를 익히고, 7세 내에 한글을 익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빠른 나이에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조기교육을 과하게 하는 바람에, 실제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거부하거나 점수가 되지 않는 학습은 피하는 현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니 아이러니다. 어쩌면 아이가 언제 한글과 숫자를 떼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수학 교재, 한글교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체계적으로 알려주는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만나게 된 창비의 <하마하마 수학박사의 똑똑한 숫자 쓰기>와 <아하 한글 박사님의 스티커 놀이>는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고 쉽게 숫자와 한글을 만나게 하는 시리즈라 적령기의 부모님들께 강력추천하고 싶다. 

 

먼저 <하마하마 수학박사의 똑똑한 숫자 쓰기>는 보스턴 칼리지 수학박사 김리나 교수가 집필한 도서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숫자를 쓰는 법부터, 올바른 순서로 숫자 쓰기, 소개념 등을 익힐 수 있다. 이 책이 특히나 좋은 까닭은 아이의 수학교육을 돕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데, 페이지마다 부모를 위한 기준과 아이들의 교제가 병행되어 있어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학습이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수학에 대한 개념을 익힐 수 있는 팁들을 읽으며 실제 효과가 좋았던 것들을 확인하기도 하고, 앞으로라도 아이에게 챙겨주어야 할 것들을 배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학습하기에도 무척이나 좋았던 게, 쓰기 연습을 통해 손의 힘을 기르기도 하고, 그림에서 찾기, 스티커 붙이기, 선 긋기, 연결하기 등 매우 다채로운 과제를 제시해 지루함이 없이 숫자를 공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기기로 숫자나 한글을 배우는 경우가 많아 순서대로 쓰는 것을 무척 어려워한다는데, 이 책을 통해 바른 순서까지 익힐 수 있어 좋다.

 

다음은 <아하 한글 박사님의 스티커 놀이>는 한글 교육의 대표주자 최영환 교수님의 책으로, 통 문자학습에 치중된 요즘의 한글 교육 대신 모음과 자음을 이해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음절글자를 이해하게 하는 원리 한글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아이는 한글을 다 떼었지만, 일부러 이 책을 한 번 더 보게 한 까닭은 한글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게 하고 싶어서였는데 덕분에 아이가 한글이 얼마나 대단한 문자인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모음을 가지고 놀기, 자음으로 놀기 등을 통해 그저 재미있게 놀다 보면 아이는 한글의 구조 자체를 익히게 되고, 글자를 쓰는 모양까지 이해하게 된다. 또 이 과정에 엄청 다양한 스티커 놀이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저 재미있게 노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머리에는 한글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되는 것. 한글학습원리를 이해하면 굳이 어렵게 배우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한글을 조합할 수 있어 금방 글자를 익히게 되고, 나아가 단어 읽기까지 뚝딱! 해낼 수 있게 된다. 

 

 <하마하마 수학박사의 똑똑한 숫자 쓰기>는 전 2권, <아하 한글 박사님의 스티커 놀이>는 전 3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외출 시에 가지고 다니고 좋고, 아이가 스티커 먼저 다 때버리는 불상사도 예방할 수 있다. 아이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겨울, 하루 30분이라도 아이와 재미있는 놀이 수학, 놀이 한글을 진행한다면 아이에게는 엄청난 영양분이 되리라 믿기에 유치원에 가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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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한글 박사님의 스티커 놀이 1~3 세트 - 전3권 아하 한글 박사님의 스티커 놀이
최영환.진지혜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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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릴 때만 해도 한글이나 숫자를 모르고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평균적으로 6세 내에 숫자를 익히고, 7세 내에 한글을 익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빠른 나이에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조기교육을 과하게 하는 바람에, 실제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거부하거나 점수가 되지 않는 학습은 피하는 현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니 아이러니다. 어쩌면 아이가 언제 한글과 숫자를 떼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수학 교재, 한글교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체계적으로 알려주는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만나게 된 창비의 <하마하마 수학박사의 똑똑한 숫자 쓰기>와 <아하 한글 박사님의 스티커 놀이>는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고 쉽게 숫자와 한글을 만나게 하는 시리즈라 적령기의 부모님들께 강력추천하고 싶다. 

 

먼저 <하마하마 수학박사의 똑똑한 숫자 쓰기>는 보스턴 칼리지 수학박사 김리나 교수가 집필한 도서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숫자를 쓰는 법부터, 올바른 순서로 숫자 쓰기, 소개념 등을 익힐 수 있다. 이 책이 특히나 좋은 까닭은 아이의 수학교육을 돕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데, 페이지마다 부모를 위한 기준과 아이들의 교제가 병행되어 있어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학습이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수학에 대한 개념을 익힐 수 있는 팁들을 읽으며 실제 효과가 좋았던 것들을 확인하기도 하고, 앞으로라도 아이에게 챙겨주어야 할 것들을 배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학습하기에도 무척이나 좋았던 게, 쓰기 연습을 통해 손의 힘을 기르기도 하고, 그림에서 찾기, 스티커 붙이기, 선 긋기, 연결하기 등 매우 다채로운 과제를 제시해 지루함이 없이 숫자를 공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기기로 숫자나 한글을 배우는 경우가 많아 순서대로 쓰는 것을 무척 어려워한다는데, 이 책을 통해 바른 순서까지 익힐 수 있어 좋다.

 

다음은 <아하 한글 박사님의 스티커 놀이>는 한글 교육의 대표주자 최영환 교수님의 책으로, 통 문자학습에 치중된 요즘의 한글 교육 대신 모음과 자음을 이해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음절글자를 이해하게 하는 원리 한글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아이는 한글을 다 떼었지만, 일부러 이 책을 한 번 더 보게 한 까닭은 한글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게 하고 싶어서였는데 덕분에 아이가 한글이 얼마나 대단한 문자인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모음을 가지고 놀기, 자음으로 놀기 등을 통해 그저 재미있게 놀다 보면 아이는 한글의 구조 자체를 익히게 되고, 글자를 쓰는 모양까지 이해하게 된다. 또 이 과정에 엄청 다양한 스티커 놀이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저 재미있게 노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머리에는 한글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되는 것. 한글학습원리를 이해하면 굳이 어렵게 배우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한글을 조합할 수 있어 금방 글자를 익히게 되고, 나아가 단어 읽기까지 뚝딱! 해낼 수 있게 된다. 

 

 <하마하마 수학박사의 똑똑한 숫자 쓰기>는 전 2권, <아하 한글 박사님의 스티커 놀이>는 전 3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외출 시에 가지고 다니고 좋고, 아이가 스티커 먼저 다 때버리는 불상사도 예방할 수 있다. 아이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겨울, 하루 30분이라도 아이와 재미있는 놀이 수학, 놀이 한글을 진행한다면 아이에게는 엄청난 영양분이 되리라 믿기에 유치원에 가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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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를 묻다 - 당대 최고 과학자 8인과 나누는 논쟁적 대화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나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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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뛰어난 문화적 학습자가 되기 위해 자연 선택되었고, 타인의 행동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정보를 통합하도록 자라났어요. “문화를 만든다.”라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유전 대 환경' 논쟁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소모적인 이분법적 논쟁을 해결해줍니다. (P.93) 

 

생명체의 진화는 일정한 규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특정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형태로 진화하는 수렴진화는 기적이 아닙니다. (P.143) 

 

우리가 사는 삶은 계속 변화하고, 모든 생명은 진화와 퇴화를 겪는다. 인류도 당연히 변화하고 있기에 과학자들은 각 분야에서의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이 책은 인류의 진화론을 연구하는 여덟 명의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으로, 유전자편집, 생명 연장 등 다양한 분야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보편적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쉬운 어휘로 이루어져 있어, 전문적으로 이공계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가벼울 수 있겠지만 나처럼 과학에 견문이 얕은 사람에게는 포괄적인 시설과 정보를 얻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유전자편집 기술로 생명공학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제니퍼 다우드나, 노화를 예방과 세포기술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연구를 하는 데이비드 싱클레어, 공룡멸종과 외계생명체 연구 등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구하는 리사 랜들, 문화 및 인류의 연구를 통한 인간의 진화를 예측하는 조지프 헨릭, 유전자변형 식품이나 인공지능 요리를 통해 음식과 인간에 관해 연구하는 조너선, 인간의 지성과 물리에 관한 연구를 하는 찰스 코겔, 인공지능에 대해 연구하는 마틴 리스, 자연선택과 인공적인 진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너선 로소스 등의 이야기를 고루 담고 있다. 주제는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어려운 느낌 없이 책을 접할 수 있다. 

 

어떤 인터뷰는 다소 현재 진행 중인 것에 관해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라 다소 집중하지 못하고 읽은 부분도 있었으나 인간의 문화 발달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조지프 헨릭이나 인간의 지성에 관해 이야기한 찰스 코켈의 이야기는 내용도 다채롭고 재미있게 읽혔다. 또 마틴 리스의 인공지능에 대한 부분은 영화나 소설에서나 접했던 부분이 이미 꽤 연구되고 있고, 어떤 것은 그 상상력조차 넘어섰다는 사실에 놀랍게 느껴졌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양한 생각을 하고 다채로운 연구로까지 잇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보며, 우리 미래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닿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들의 대화를 통해 인간에 대해, 그 진화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바라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듯하다. 

 

윤리적인 부분이나 제약, 변수로 인한 문제점 등, 여전히 넘어야 할 부분은 많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인류 진화의 방향성과 기대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상상 속에서 존재했던, 혹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미래가 어쩌면 생각보다 깊이 우리 삶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니 우려도 들지만, 우리가 닿게 될 미래의 어떤 날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미리 만나볼 수 있었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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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채우는 감각들 - 세계시인선 필사책
에밀리 디킨슨 외 지음, 강은교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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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취미 칸에 독서를 적는 는 '가짜 독서가'들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부리는 오기같은 것. 그러나 글씨를 읽을 수 있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취미가 독서고, 글씨를 쓰는 까닭도 책의 구절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일까. <밤을 채우는 감각들>의 시를 따라쓰며 내가 밤을 채우는 것인지 감각을 채우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더라. 오롯이 나만 깨어 책을 읽고 쓰는 밤의 식탁에 시를 수놓으며, 눈오는 밤을 감각으로 채웠다. 

 

나의 책장에는 대물림한 나보다 나이 많은 낡은 전집이 몇 질 있는데, (한자와 병행 표기되어있어 옥편이나 아빠를 괴롭히며 읽어야 했다.) 그중 하나였던 '세계시인선'을 다시 여는 기분으로, 조지 고든 바이런을, 페르난두 페소아를 만났다. 그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을 이제는 조금 더 가까이 느끼며 한글자 한글자 눌러쓰는데, 괜히 찡했다. 역시, 손으로 적는 일은 그저 눈으로만 보는 것과 다른 깊이가 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필사책이 존재하지만 <밤을 채우는 감각들>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평소 자주 접하지 않는 세계적인 시인들의 시를 만날 수 있음이다. 에밀리 디킨슨,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고든 바이런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시인들의 문장을 따라 쓰며 그들의 생각을 떠올려보는 것, 그들이 어떤 상황이나 날에 이런 글을 썼을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많은 감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사는 책을 깊이 읽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방패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상념이 드는 날, 마음이 슬픈 날, 혹은 오롯이 나에게 귀 기울이고 싶은 날. 가만히 앉아 한 줄씩 따라 쓰다 보면 어느새 온 마음으로 문장에 집중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더이상 상념이나 슬픔이 나를 집어삼키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밤을채우는감각들> 덕분에 나는 조용하고 깊이 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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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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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족주의는 국가가 제공하지 못하는 안전망을 개인에게 주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생성해왔다. (...) 주요 결정들이 가족이나 연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은 전쟁 직후의 불확실한 현실과 급성장 시기에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편일지언정 오늘날 한국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p.95) 

 

 

육아휴직 후 복귀 대신 사직을 결정했을 때 소수는 지지했고, 나머지는 만류했다. 후회할 거라고, '여자'가 다시 그 정도 벌이를 할 수 있겠냐고. 웃긴 건, 만류한 것은 동료 등 '아는 사람'이었고, 지지한 이들은 가족이나 '절친'들. 돈도 중요하겠지만 '정체성 찾기'나 '자기 돌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소수의 '응원의 말'을 들으며 사표를 냈다. 정작 내가 먼저 느낀 것은 금전적 문제가 아닌, 당연하게 느껴지던 여러 가지가 사실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여자는 가정을 잘 꾸려야 한다면서, 자녀를 가진 여자의 재취업은 어렵다고 말하는 세상,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직장만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타인의 것은 무조건 틀리다고 말하는 집단.

 

서울대 인류학과 이현정 교수의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를 읽으며 그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고, 당시에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던 생각이 명료해졌다. '나'보다 '타인'의 눈을 먼저 신경 쓰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삶, 타인의 인생을 틀에 구겨 넣으려는 건방진 시각과 제도, 차별과 위계, 혐오와 불안, 그리고 그런 것들에서 오는 정체성 상실, 젠더갈등, 집단이기주의와 비리 등의 사회문제까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사회문제 같지만 결국은 나의 이야기고, 개개인의 삶과 아픔을 통해 사회의 문제나 흐름을 읽는다. 

 

책을 열고 '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을 때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가늠하지 못했다. 인류나 사회 이야기에 이어질 키워드가 맞나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그 생각은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깨졌다. 우리는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내 몸에서 '사회적 통념'을 경험하고, 타인의 시선과 차별 등을 받아낸다. 그래서 작가의 '자기 돌봄' 철학이 더욱 깊이 와닿았다. 덕분에, 직장의 규율,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챙기지 못한 결과로 얻은 '디스크'조차 깨달음이 된다.

 

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가족 편. 나는 다행히 좋은 부모·형제 속에 성장하여 상처를 겪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만연한 사회의 문제들이 너무 훤히 보여서, 엄마가 되고 나니 더 많은 것들이 보여서 공감하고 깨닫는 시간을 보냈다. 혐오와 차별, 젠더갈등을 읽으면서는 내가 직접 겪었던 문제들을 떠올려보기도 했고, 후에 내 딸이 겪기 전에 그런 문제들이 사라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작가는 '서가명강'에 기반한 책이라 깊은 내용을 담지 못해 아쉽다고 했으나, 나는 오히려 여러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질의응답이 포함되어 있어 좋았다. 일반인으로서는 충분히 깊은 내용과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깨달음이 많았고, 사회적 어휘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인류학을 읽었으나 심리학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얻는 것은, 결국 그것이 나도 가지고 있던 아픔이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보며, 이것이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말하고 싶다. 

 

직장을 놓은 후 나의 인간관계는 좁아졌지만 부족함이 없고, 금전적으로는 부족해졌는지 몰라도 나는 나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타인의 시선이나 욕망이 아닌,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앞으로의 내 모습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확신할 수 없지만, 나답게 사는 것을 목표에 두고 살 수 있기를, 적어도 타인이 만들어낸 틀에 스스로 들어가려 노력하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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