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김한종.김승미.박선경 지음, 이시누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2년 12월
평점 :

'역사에 겸손하라'라는 말이 있어. 여기에는 지난날 역사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일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뜻과 함께, 역사를 자기 구미에 맞게 마음대로 생각하고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 (p.262)
아마 나와 소통을 하고 지내는 분들이라면 내가 아이에게 가장 '열정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이미 아실 것이다. 물론 다른 것을 가르쳐줄 능력조차 되지 않아서겠지만, 능력이 되지 않아도 '독서'와 '역사'만큼은 반드시 아이가 좋아하도록 키워주고 싶어서 나름 노력해왔다. '잘 아는'이 목적이 아니라 '좋아하는'을 목적으로 두어왔기에 다양한 읽기, 체험, 놀이를 병행해왔고. 이번에 만난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는 그런 나의 마음에 찰떡처럼 들어맞는다. '역사서 전문' 출판사답게 잘 정리된 내용뿐 아니라, 아이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역사를 만나고 이해하게 돕는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역사는 왜 알아야 하는지, 역사는 그저 과거의 순간인 건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문에서부터 나는 마음이 동했다. 그동안 막연히 내가 생각해왔던 것을 어찌나 잘 정리해주셨는지 아이에게도 한결 정리된 생각을 이야기해줄 수 있었다. (엄마도 재미있게 읽은 것은 안 비밀)
각 장의 이야기전개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야기 속에서 꺼내오는 '역사적 사실', 일상의 기록에서 만나는 역사, 잊힌 사건이나 사람에게서 만날 수 있는 역사,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역사, 유적이나 유물로 보는 역사, 여러 미디어로 만날 수 있는 역사,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역사 공부법까지 '요즘 아이들'이 역사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이 꽤 다채롭고 깊어 중학생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다. 또 사진이나 자료를 충분히 만나볼 수 있어 글씨가 꽤 많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구어체와 쉬운 어휘를 사용하고, 문단의 호흡도 짧은 편이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도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쉽고도 깊은 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나는 아이와 함께 읽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오히려 그렇게 천천히 읽을 때 더욱 빛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에서는 역사적 사건이나 유적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함께 생각해보아요'라는 꼭지를 통해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말할 수 있게 돕는다. '해 보아요' 꼭지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다양한 역사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제시한다. 기념일 제정하기, 가족의 역사 이야기 쓰기, 독립운동가 찾기, 전문 안내원 되기, 우리고 장의 문화유산 소개하기 등 다양한 방향으로 역사를 체험하게 도와주어, 그룹 활동의 교재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초등학생들의 역사 서적으로 가장 다채롭다는 평을 받는 '한국사 편지'를 출간한 출판사답게, 이 책에서도 역사에 대한 너른 시각과 다채로운 지식을 담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역사에 대해, 역사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위에서도 잠시 거론했지만, 분량을 나눠 체계적으로 읽기에도, 단숨에 읽어 전반적 이해를 얻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