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 수학은 어떻게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류쉐펑 지음, 이서연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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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은 본질과 원리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제약을 제거한 뒤 자신의 상황에 맞는 개선을 진행하는 것으로 핵심 원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상황을 더욱 좋게 만들 수 있다. (p.161)

 

1년 사이 수학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읽은 듯하다. 사실 첫 권을 읽을 때 스스로 너무 의외라 (수포자라서) 놀랐는데, 어느새 몇 권을 읽는 나 자체도 놀랍지만, 이 책들이 수학과 삶을 함께 이야기한다는 점도 무척이나 놀랍다. 이게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솔깃해진다. 아, 맞아. 우리 삶에서는 수학을 분명 찾을 수 있다. 또 수학에서도 우리 삶을 찾을 수 있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한 번 숨어있는 수학에 대해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사고, 방법, 학습의 큰 주제를 바탕으로 이성적인 사고로 세상을 읽는 법, 난제를 해결하며 얻을 수 있는 전략이나 기교, 잘 배우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법 등을 이야기한다. 주제만으로는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읽다 보면 '어려운 수학'보다는 지성인들의 토크쇼같이 쉬이 읽힌다. 책을 펼쳐 들고 한동안 “이게 수학 이야기라고?”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첫 번째 수학기호가 (그것도 더하기!) 무려 37페이지에 등장할 만큼 어려운 수학 이야기 없이 수학을,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추리 같아서 '그나마' 재미있다고 느꼈던 연립방정식에서 내적인 본질을 이야기하고, 소확행을 놓고 합성곱을 이야기할 줄이야! 누가 수학 책을 읽으며 소확행과 대확행에 대해, 또 그것들이 사람에게 주는 행복에 대해 이토록 잘 이해하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아니, 애초에 행복을 수학에 빗대어 볼 생각을 해본 적이나 있을까.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사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폰티악 자동차에서 미스터리가 아닌 수학을 꺼낼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그 외에도 장점이나 단점, 공기청정기 등 도저히 수학적이지 않은 요소들로 수학을 이해시키는 작가의 서술형식은 놀라움을 느끼게 한다. 돌이켜보면 이성적 사고가 원래 수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기에 수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이성적인 것이 당연한 일인데, 우리 눈이 모든 순간 그렇지는 않기에 작가의 문장을 통해 사물에 수학이 덧씌워진 기분이랄까. 아무래도 한동안 나는, 소확행이라는 단어에서 방정식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가장 놀라움을 많이 느낀 파트는 '방법' 편이었다. 조깅에서 제어시스템이나 피드백, 볶음요리에서 수식설계를! 도박에서 수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인형 뽑기나 창업 등에서 '될 확률'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성공의 가정과 실패의 가정을 매우 이성적으로 이야기하기에, 나도 모르게 현실적인 판단으로 생각의 회로를 가동한다. 그 외에도 생각을 전환케 하는 방법이나 다양한 경험으로 해석 값을 높이는 것 등, 우리의 생활을 조금 더 명료하게 만드는 사고의 전환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대부분 사람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개개의 사건들을 한데 묶어 자기 자신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무엇을 생각할 때 “나는 원래 긍정적 (혹은 부정적)이잖아 ”등의 보편적 오류를 저지르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생기는 '사건'들을 개별의 수학 문제처럼 생각하고, 분리해 본다면 조금 더 합리적인 결과를, 조금 덜 부정적인 마음 상태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숫자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삶도 복잡한 수학 문제처럼 반드시 답은 있지 않나. 이 책은 내게 감정 없이 상황을 보는 눈을 선물했다. 나보다 지혜로운 이들은 진작 알았겠지만, 꽤 많은 일에서 감정이 사라지면, 꽤 명료해진다는 것을 덕분에 이해하게 되었다. 2022년의 마지막 날을, 이 책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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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김한종.김승미.박선경 지음, 이시누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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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겸손하라'라는 말이 있어. 여기에는 지난날 역사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일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뜻과 함께, 역사를 자기 구미에 맞게 마음대로 생각하고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 (p.262)  

 

아마 나와 소통을 하고 지내는 분들이라면 내가 아이에게 가장 '열정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이미 아실 것이다. 물론 다른 것을 가르쳐줄 능력조차 되지 않아서겠지만, 능력이 되지 않아도 '독서'와 '역사'만큼은 반드시 아이가 좋아하도록 키워주고 싶어서 나름 노력해왔다. '잘 아는'이 목적이 아니라 '좋아하는'을 목적으로 두어왔기에 다양한 읽기, 체험, 놀이를 병행해왔고. 이번에 만난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는 그런 나의 마음에 찰떡처럼 들어맞는다. '역사서 전문' 출판사답게 잘 정리된 내용뿐 아니라, 아이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역사를 만나고 이해하게 돕는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역사는 왜 알아야 하는지, 역사는 그저 과거의 순간인 건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문에서부터 나는 마음이 동했다. 그동안 막연히 내가 생각해왔던 것을 어찌나 잘 정리해주셨는지 아이에게도 한결 정리된 생각을 이야기해줄 수 있었다. (엄마도 재미있게 읽은 것은 안 비밀)

 

각 장의 이야기전개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야기 속에서 꺼내오는 '역사적 사실', 일상의 기록에서 만나는 역사, 잊힌 사건이나 사람에게서 만날 수 있는 역사,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역사, 유적이나 유물로 보는 역사, 여러 미디어로 만날 수 있는 역사,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역사 공부법까지 '요즘 아이들'이 역사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이 꽤 다채롭고 깊어 중학생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다. 또 사진이나 자료를 충분히 만나볼 수 있어 글씨가 꽤 많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구어체와 쉬운 어휘를 사용하고, 문단의 호흡도 짧은 편이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도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쉽고도 깊은 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나는 아이와 함께 읽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오히려 그렇게 천천히 읽을 때 더욱 빛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에서는 역사적 사건이나 유적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함께 생각해보아요'라는 꼭지를 통해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말할 수 있게 돕는다. '해 보아요' 꼭지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다양한 역사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제시한다. 기념일 제정하기, 가족의 역사 이야기 쓰기, 독립운동가 찾기, 전문 안내원 되기, 우리고 장의 문화유산 소개하기 등 다양한 방향으로 역사를 체험하게 도와주어, 그룹 활동의 교재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초등학생들의 역사 서적으로 가장 다채롭다는 평을 받는 '한국사 편지'를 출간한 출판사답게, 이 책에서도 역사에 대한 너른 시각과 다채로운 지식을 담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역사에 대해, 역사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위에서도 잠시 거론했지만, 분량을 나눠 체계적으로 읽기에도, 단숨에 읽어 전반적 이해를 얻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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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나라 경제툰 -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한빛비즈 교양툰 21
무선혜드셋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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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만 화폐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신뢰하는 물건들은 충분히 화폐가 될 수 있었죠. 조선 시대엔 밥을 짓는 재료인 쌀, 옷을 짓는 재료인 면포를 화폐로 썼어요. 물론 고려 시대부터 꾸준히 동전을 발행했지만, 조선 후기에 상평통보가 널리 쓰이기 전까진 백성들에게 동전보다도 쌀과 면포가 교환가치가 더 높았기 때문이에요. (p.16)

 

 

아니 뭐 이런 만화가 다 있어? 귀여운 개미를 보고 퐁당 빠져 표지를 열었을 뿐인데, 화폐뿐만 아니라 무역이나 세금, 뉴딜까지 이해하게 된다니. 내가 읽어놓고도 놀랍고, 또 한 번 교양툰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 한 권이면 온 가족이 '돈'에 대해서 깔깔 웃으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아이들도 글씨만 읽을 수 있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

 

여러 종류의 교양툰을 읽었지만, 특히나 이번 '개미 나라 경제툰'이 가장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 까닭은 호흡이 짧고 각 소주제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정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읽기에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어른이 보기에도 딱 웹툰을 읽는 정도의 분량으로 끊어 읽을 수 있어 무척 좋다. (너무 재미있어서 읽다 중간에 멈추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이 책을 딱 한 줄로 말하라고 하면 나는 감히 “지금까지 읽은 경제서 중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고 기록할 것이다. 

 

개미들이 군락을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 시장을 형성하고 화폐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에게 '경제 관념'이 생기게 된 모습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경제가 발달하고, 경제가 힘이 되는 모습까지를 관찰할 수 있다. 각 장의 '잠깐 상식'을 통해 부족할 수 있는 경제상식도 틈틈이 채울 수 있으니 재미와 실익을 둘 다 잡았다. 거품경제나 사회주의 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만화로 읽으니 이해가 쉽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 좋았다. 

 

재미있게 술술 읽다 보면 왜 수요의 증가가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과 일자리 증가까지 가지고 올 수 있는지, 또 이런 고리들이 어떻게 붕괴하면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등을 일으키게 되는지까지 너무나 쉽게 이해하게 된다. 늘 화폐 속에 살고 있고 생활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이 경제원리의 산물이지만, 정작 우리가 쉽게 잊고 사는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차근차근 배워가는 개미들을 통해 나 역시 새로이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제부터는 우리 아이도 재미있어 보인다며 책을 집어 들었는데, 개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무척이나 꼼꼼히 읽으며 재미있어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아이도 경제개념을 쑥쑥 익힐 수 있겠지! 

 

한때는 '정석'으로 만들어진 책만이 좋은 '학습 도구'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새 만화 덕분에 익힌 지식 차곡차곡 늘어난다. 더욱이 그림과 글씨를 더불어 익히기에 그 기억은 꽤 오래 남는다. 이번에도 교양툰을 통해 경제에 대해 선명하게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경제서는 '어렵다'라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경제의 원리를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었고. 

 

온 가족에게 경제원리를 샥샥샥 이해시킬 수 있을 대단한 책, “개미 나라 경제툰”. 

완전 강·력·추·천! (자자, 얼렁 장바구니에 넣으세요, 진짜 후회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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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 -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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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울음은 그대 마음의 슬픔을 내보내 줄 테니까.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7가지 방법, 가비사와 시온-

 

그들은 말합니다.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지 못하는 것도 스트레스로 남는다고. 

오늘은 한껏 울고 떨쳐버리세요. 가슴 속의 울음을 모두 쏟아내고 나면 저절로 치유될 것입니다.

(p.263, day 248)

 

 

이 책은 자리에 앉아 첫 장부터 끝까지 읽어내는 책이라기보다는, 화장실이나 소파 등에 두고 손닿는 문장을 하나씩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혹은 나처럼 캘리그라피를 하거나 필사를 하기에 좋은 책이다. 

 

책은 하루하나 365일간 읽을 수 있는 문장들과 그에 대한 짧은 명상이 이어진다. 도전, 열정, 인내, 이성 등 4가지 굵은 테마를 바탕으로 365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만날 수 있는 명언이 제시되어 하루하루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왜 '챌린지'일까? 이 답 역시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책에는 '읽기', '결심하기', '인생 문장' 으로 나누어진 체크박스가 있는데, 명언을 읽고 나서는 읽기에 체크, 두 번째는 나의 도전이나 결심을 떠올리기를 한 후 체크한다. 마지막 인생 문장은 마음에 깊게 닿은 문장에 체크를 함으로써 나의 문장집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이 과정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출판사는 챌린지 미션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이 또한 책을 꾸준히 읽게 하는 습관형성에 큰 도움을 준다. 

  

원래 나는 남들이 묶어놓은 명언집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남의 감상에 나를 끼워 맞추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만나고 그 생각이 살짝 바뀐 것은, 마음이나 머리를 어지럽히는 생각들이 나를 괴롭힐 때, 이 책을 보고 따라 쓰는 것만으로 마음에 안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아무리 좋은 문장도 내게 닿지 않으면 글자 무덤이라고 생각하기에, 내 머리를 복잡하지 않게 도와준 이 책이 고마운 마음이 든다. 

 

혹시 책읽기에 습관을 붙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류의 책으로 하루 한 페이지라도 읽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한 페이지가 한 장이 되고, 한 장이 한 권이 된다. 더욱이 출판사의 챌린지를 통해 더욱 쉽고 재미있게 습관을 들일 수 있으니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터. 또 혹시 아는가. 당신의 인생 문장을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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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이솝우화 - 삶의 자극제가 되는
최강록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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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회적 틀 안에서 본능과 욕망을 적절히 충족시키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성에 의한 행위를 너무 의무와 당위로 포장해 스스로를 옥죌 것까진 없다. 본능에 의한 행위와 이성에 의한 행위를 적절하게 조화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p.123) 

 

 

이솝우화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모르긴 몰라도 이솝우화를 한 편쯤은 모두 읽었을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솝우화를 정말 제대로 읽었을까? 이솝우화가 말하고자 하는 지혜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어릴 때부터 읽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서야 그 의미를 제대로 알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 그러면서도 어릴 때나 지금이나 재미와 교훈을 모두 주는 이솝우화를 제대로 뜯어 읽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발칙한 이솝우화”. 아니 도대체 왜 이솝우화가 발칙하다는 거야? 내 딴에 내린 결론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숨은 엄청난 지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느낀 것도 있지만 그러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잘 뜯어 읽으니 깜짝 놀랄 일이 너무나 많더라. 늑대와 당나귀, 여우와 신 포도, 개구리와 황소, 돼지와 사자 등 우리가 모두 알고 있던 이야기들에서 인생을 엿보고,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연말을 마무리할 수 있어 좋았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염소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발 물러서 생각하는 지혜를, 돼지의 이야기에서 본능과 이성을 적절히 분배하는 힘을, 아이를 소도둑으로 키우지 않는 부모의 현명함을, 놓을 것을 놓지 못하는 미련을, 자신을 바라보지 못한 개구리에게서는 나를 객관화하는 작업을 한다. 분명히 이 이야기들은 내가 어릴 때도 읽은 것들인데, 그때는 그저 동물들의 어리석음을 배웠다면 이제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나의 삶을 배운다. 고전의 힘을, 고전의 가르침을 다시 자세히 배운다. 아마 작가 역시 고전을 다시 읽으며 고전에서 삶을, 인생을 배웠으리. 그래서 독자들에게 이런 과정을 통해 분명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언제인가 한 포스팅에서 고전을 읽으며 10대, 20대, 30대에 각각의 깨달음을 얻고, 매번 새로운 감동을 한다고 기록한 적이 있다.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촌스러움이 아닌 깊음을 느끼는 고전을 통해 나는 내 삶을 발견하곤 하는 것. 작가님의 책을 통해 또 한 번 그 깊이를, 고전의 엄청남을 깨닫는다. 그래서 덕분에, 오래 묵은 감동을 다시 찾아 맛보며 따뜻한 연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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