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오방 히어로즈, 문화유산에 숨은 색 보물을 찾아라!
하리라 지음, 정진희 그림, 문은배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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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문화유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유산을 직접 보러 다니고, 도록 등을 통해 보여주고 등의 노력을 하는 부모, 선생님들이 계실 테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기에 아이와 하는 여행은 무조건 문화유산을 기준으로 하고, 다른 지역에 갈 일이 생기면 그 지역의 문화유산부터 검색하는 편이다. 그런 우리 집을 사로잡은, 너무나 멋진 책이 한 권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변신! 오방 히어로즈. 문화유산에 숨은 색 보물을 찾아라!” 제목에 의아하신 부모님들도 계실터다. 그래서 간략히 이 책에 관해 소개부터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히어로즈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심리에, 문화유산을 알려주고 싶은 부모들의 욕심에 퍼즐 조각처럼 딱 들어맞는 책”이다. 

 

먼저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색'과 '선'을 빼고서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특히 '황, 청, 백, 적, 흑'의 오방색은 한국적 사상까지 담은 것이기에 이것을 설명해주는 것부터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공부가 될 것이다. 이 아름다운 색을 지키는 히어로즈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 황룡이 색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니! 이들을 따라 '오방'(동쪽, 서쪽, 남쪽, 북쪽, 중앙)을 따라가다 보면 고려청자, 상감기법, 신분에 따른 복색, 옛 그림, 단청, 처용무, 현무기, 옻칠 공예품, 어좌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저 문화유산을 설명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을지도 모르는데, 영웅들을 따라 모험을 하며 웃고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유산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 색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구조라서 너무 좋았다. 또 쉬운 어휘와 구어체로 이어지다 보니 아이가 엄마의 이야기를 듣듯 한층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페이지 전환이 다양한 것도 아이들의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 오방지도, 만화형태, 동화형태 등 다양한 페이지를 만날 수 있어 재미있었다. 

 

다음은 일러스트. 일단 키치함이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색만으로도 시선을 끌 만한데 한국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아, '세계 속의 한국'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 느낌이랄까? 배경에 노출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뛰어나고, 문화유산과 일러스트가 어우러져서 표현되는 재미도 너무 좋다. 마치 만화책을 보듯 편안한 구조로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나기도 하고, 일러스트와 실물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엄청나다. 우리는 우리가 직접 가서 보고 온 문화유산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우리가 찍은 사진과 일러스트를 비교해보기도 하며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오방을, 주작과 현무를, 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참으로 놀랍다. 사실 어디서 아이들이 오방색을, 주작이나 현무를 만날 수 있나. 또 실물사진과 일러스트를 비교하고, 훌륭한 설명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책도 흔치 않은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느낌의 히어로물로 재미를, 또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게 하는 지혜를 동시에 담은 '가성비' 넘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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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학교생활 준비 - 30일 완성 초등 입학 준비와 필수 어휘 1학년 준비 시리즈 3
이유미 외 지음, 이미나 그림 / 서사원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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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8살이 되는 '예비 초등'님은 요즘 '1학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를 선행학습으로 괴롭히고 싶지 않다던 나의 목표대로 우리 아이는 여전히 잘 먹고, 잘 놀고 지내고 있지만, 살짝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루 30분 정도씩 학교생활을 준비한다는 것? 우리 집에서 1학년 대비로 보고 있는 책은 서사원에서 출간된 “30일 완성 1학년” 세트인 '국어준비'와 '학교생활 준비'로 별다른 선행학습 없이도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져서, 소개하고자 한다. 

 

1학년 국어준비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소개했고, 오늘은 학교생활 준비 편! 소개하기 전 간단히 말하자면, '국어준비'가 학습의 기초를 알려주는 책이었다면, (국어가 모든 학습의 토대라 생각하는 문과 엄마다) '학교생활 준비'는 아이의 첫 번째 학교생활을 알려주는 책이랄까. 

 

이 책이 특히나 만족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이 책 한 권만으로도 학교에 가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도와준다. 주제를 명확히 제시하여 무엇을 배울지에 대해 미리 알 수 있고, 생각 열기나 학교준비 등의 꼭지로 여러 생각을 만나볼 수 있다. 그뿐인가, 학습계획표도 준비되어 있기에 학교생활을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특히 1일 차에서 '소중한 나'를 다루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8살이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듯, 아이들이 직접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 연장 선상에서 '문제 해결하기' 코너가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 아이들이 숙제나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을 때, 실수하거나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더는 엄마의 손이 닿지 않는 교실에서 지혜롭게 해결할 방법을 알려준다고나 할까. 스스로가 되는 첫발을 내딛는 1학년을 듬뿍 응원해주는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입학을 준비하는 법, 학교의 하루, 학교의 구석구석, 무엇을 배우는지, 좋은 친구 사귀기 등 매우 다양한 부분에서 학교생활을 상세히 알 수 있다. 예비소집부터 준비물, 입학식, 교실이나 수업에 관한 이야기까지 아이도 엄마도 궁금한 이야기를 매우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무척이나 좋았다. 사실 아이가 첫째면 엄마도 학교생활이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나. 나 역시 학교를 보내기 전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었기에, 이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학교를 준비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 알려주는 초등학교 1학년의 생활, 학습 등을 경험할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보물 같은 책 덕분에 우리 아이는 설렘으로 1학년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걱정보다는 기대를 하고 1학년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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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 이야기 2
기슬렌 비옹디 지음, 에리크 퓌바레 그림, 마르샬정지연 옮김 / 상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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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이 엄마가 되니 이맘때가 되면 트리 만들기, 산타할아버지께 카드 쓰기(라 쓰고 '바라는 선물 알아내기'라 읽는다.), 다양한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와 이야기 나누기 등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자체가 행복이고 따뜻함이다. 이번 주 새로 만나게 된 따뜻한 '크리스마스' 그림책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엄마·아빠와 함께 읽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 세 가지가 모여있는 옴니버스식 그림책으로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 '제데옹의 크리스마스', '마법 피리' 라는 세 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어떤 페이지에는 비교적 텍스트가 많은 편이나, 페이지 구성이 좋고 일러스트와의 배치가 좋아 텍스트가 많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글씨체가 부드러워 아이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텍스트가 부족하지 않아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어 더욱 좋았다. 그림책이 자체가 분량이 많지 않아 한 책 안에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 가능한가 생각했는데, 마치 그림엽서를 읽는 듯 다양함이 있었고 특색이 있어 아이도 나도 더 흥미를 느꼈던 듯하다. 

 

일러스트 역시 이 책의 묘미. 우리가 흔히 아는 산타할아버지나 동물의 모습과 살짝 달라 일러스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비교해보는 재미도 뛰어나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동물의 표정도 익살이 넘치고, 색감도 뛰어나 그림책을 읽는 내내, 마치 작품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와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아이와 담요 하나를 나눠 덮고 그림책을 읽다 보면 우리만의 세상이 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이런 따스함을 많은 집에서 느끼시면 좋을 듯하다. 

 

아! '엄마·아빠와 함께 읽는' 시리즈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외에도 학교 이야기, 방학 이야기, 용 이야기, 정글 이야기, 작은 생쥐 이야기, 동물 농장 이야기, 쑥쑥 자라는 이야기, 장난감 이야기, 공주 이야기, 바다 동물 이야기 등 십여 권이 출시되어있으며, 모두 따뜻한 내용과 일러스트를 만나볼 수 있는 책들이니 다양하게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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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 변화에 진심 세상을 바꾸는 10대들의 챌린지
최동민 지음, 김수연 그림, 최미리 도움글 / 봄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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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의 고기를 얻기 위해서 소를 키우고, 소를 키우기 위해서 숲을 없앤 뒤 목초지를 만들어요. 숲은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는 일을 해줘요. 이런 숲이 없어지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해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기후 변화가 나타나요. 이 밖에도 1.8평의 숲이 사라지면 식물 22종, 곤충 100종, 조류 10여 종, 포유류, 파충류가 사라진다고 해요. (p.79)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 아이는 '지구수비대'로 활동하며 쓰레기를 줍고, 에너지 절약을 몸소 실천하는 아이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기 위해 모든 장바구니 카트에 블로깅 집게를 매달고 다닌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관심을 가져온 일인데, 이런 것에 관한 책은 '형님들' 위주로 출간되다 보니, 아이가 어려워해 늘 함께 읽고 있다. 최근 봄나무에서 출간한 책은 아이가 읽기에도 문장이나 어휘가 어렵지 않고, 설명도 자세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일단 책의 구성을 설명하자면,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동화형태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지식 더하기', '행동 더하기'라는 꼭지가 덧붙여진다. 동화를 읽고, 동화 안의 현상에 대한 상식을 얻을 뿐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해주는 점이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실천하게 도와준다. 우리 아이는 행동 더하기에서 이미 하고 있던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며 책을 읽었는데, 본인이 꽤 많은 것을 실천하고 있었음에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 행복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실천하리라 다짐까지!

 

이 구성이 무척이나 반가운 것은 아이들이 단순히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실천하게 함인데, 아이와 '행동 더하기'를 실천하기만 해도 훌륭한 독후활동이 될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보전할 수도 있겠다. 

 

주제도 몹시나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기후재난이나 대멸종, 플라스틱의 역습, 패스트 패션 등 현시대의 문제점을 아이들이 직접 만나보고, 그것에 대처하는 방안들을 생각해보도록 돕는다. 특히 이런 주제들은 최근 논술시험의 핵심키워드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키워가는 힘을 기르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에 더해진 일러스트나 도표, 사진 자료들도 매우 상세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비교적 어린아이들도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우리 아이가 처음, 지구를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계기는 “5℃ 지구”때문이었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상승함에 따라 지구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생물이 사라지는지를 담은 것으로 어른인 나에게도 꽤 많은 생각을 준 영상이었다) 이 책에도 그 내용이 무척이나 상세히 담겨있었기에, 아이가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것을 습득하며 본인도 '기후 변화에 진심'임을 또 한 번 깨달은 듯했다. 

 

우리 아이가 지구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은 아이의 특별함 때문이 아니라, 지구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투명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들이 또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더 많은 아이가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나라 곳곳에 '지구수비대'들이 탄생하게 되고, 우리의 지구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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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2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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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안의 새는 우주의 움직임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가 자신이 생각하는 하늘을 향해 날 뿐이었다. (p.101)

인간은 멀리 있는 폭력에는 공분하지만, 근접한 폭력에는 두려움을 느낀다. (p.163) 

 

저자의 '시간순삭 전쟁사' 시리즈의 첫출발이었던 '병자호란'을 읽고 '잊지 말아야 할 과거, 내일을 위에 딛고 일어서야 할 바닥의 역사'를 무척이나 깊게, 제대로 알게 해준 책이라고 리뷰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1년이 가까이 흘렀다. (22년 3월) 작가의 유튜브도 즐겨보는 편이기에 다음 편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두 번째 출간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런데 두둥, '중동전쟁'이라니. 수많은 전쟁, 복잡한 갈등구조, 엄청난 무기들이 동원된, 그러면서도 부족민들까지. 과연 내가 이 방대한 전쟁사를 읽어낼 수 있을지 겁부터 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임용한이 임용한 했다'고 말하고 싶다. 평소에도 방송을 통해 세계사를 가장 맛있게, 가장 제대로 알려주던 기량을 책에서도 마음껏 펼치셨으니 말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실로 방대하지만, 작가의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니 막연하고 어렵기만 하던 '중동전쟁'이 조금은 더 가깝고, 알만한 역사로 바뀌었다. 

 

이야기는 1차, 2차 중동전쟁에서 시작되어 6일 전쟁과 욤키푸르 전쟁에 이르기까지 '4차 중동전쟁'을 모두 풀어낸다. 첫 장에서는 근대의 열쇠를 쥔 유대인들이 일으키는 파장의 시작부터 풀어내기에 긴장감이 가득한데, 특히 마을에 총격을 퍼부을 때는 심장이 옥죄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재앙'으로 불리는 건국 기념일은 전쟁이 사람들의 가슴에 어떤 모습을 남겼는지 알 수 있는 극단적인 표현일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이동이라는 슬픈 역사를 만든 1차 전쟁이 끝이 났다. 그러나 10년도 지나지 않아 영국과 프랑스, 미국까지 합세한 2차 수에즈 전쟁은 또 한 번 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된다. 사실 2차 전쟁은 자세한 내용을 몰랐던 터라, 다른 전쟁에 비해 짧았음에도 고전하며 읽었는데,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내용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충돌로 발발된 3차 전쟁을 가장 생생하게 그려주시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원래도 믿고 읽는 작가님이지만, 3차 전쟁을 읽으며 어떻게 문장을 이토록 생생하게, 영화를 보듯 쓰실 수 있는지 여러 번 감탄의 마음이 들더라. 정확하게는 문장에 대한 감탄과 전쟁에 대한 잔혹함을 번갈아 느꼈다. 이게 소설이라면 엄청나게 '맛깔나는' 이야기겠지만, 이것은 엄청난 난민을 만든 '잔혹 현실'이니 말이다. 작가님의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어 순식간에 욤키푸르 전쟁까지 진행된다. 분량이 많지는 않으나 뒤편에는 전쟁이 남긴 교훈과 현실을 담담히 이야기하시는데 이 부분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과연 피 위에 그려진 평화가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가 하는 오래된 의문도 다시 떠올려보며 말이다.

 

종교, 경제, 국제관계 등을 얽어 서로 뺏고 빼앗기고, 공격하고 공격당하며 중동의 역사를 써왔으나, 결국 승자는 이스라엘이었다. 수많은 목숨을 잃게 한 사건을 두고 '승자'라는 표현은 사용할 때마다 슬픈 일이지만, 이것을 그저 슬퍼하기만 한다면 그 불안정한 땅은 또다시 피로 물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여전히 '휴전' 중인 우리도 과거의 것을 슬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4차' 전쟁을 통해 생각해본다.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라는 작가의 말이, 쉬이 들리지 않는 것은 오늘날에도 세계 모든 곳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이 계속되기 때문은 아닐까. 정치와 외교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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