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1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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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 어느 모퉁이를 다니다가도 자기 집 자기 방에 돌아와서야 마음 놓고 잠든다. 그곳을 나의 공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에의 향수와 소유감, 그것이 우리 삶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다. (p.198) 

 

꽤 오랜 시간 책을 읽고 리뷰를 하며 살지만, 실제 가깝게 지내는 이들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하는 일은 참 어렵다. 평소 성향이나 생활을 알기에 오히려 더 편견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내가 선물한 책을 소중히 여겨주지 않으면 괜히 섭섭해진달까. 그럼에도 선물할 일이 있을 때 가장 많이 고른 게, 김형석 교수님의 책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을 주시고, 어느 상황이라도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평온한 마음이 되기 때문이다. 

 

김형석 교수님의 새 책,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표지를 보는데 코가 시큰해졌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는 말이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표지가 주는 따뜻함은 교수님의 문장에도 고스란히 남아, 또 한 번 내게 위로가 되고 온기가 되었다. 

 

이번 책에서는 크게는 4가지 행복, 성장, 사랑, 삶에 대한 교수님의 감상을 담았다. 우리의 지금 자체가 행복이라는 교수님의 말을 읽으며, 정말 감사할수록 더 감사한 세상이라는 말이 마음에 떠올랐다. 교수님의 글을 읽으며, 우리는 때때로 힘든 상황들과 마주하지만, 그 상황을 이겨내고 나면 분명 배우는 것이 있고, 그렇게 직접 경험하며 얻은 감정들은 절대 잃어버리지 않기에 우리를 성장하게 함을 또 한 번 느낀다. 

 

이번 책에서 내게 가장 많은 생각을 준 것은 “인생을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이었다. 이제는 사랑의 가치에 대해, 친구를 대하는 진실한 마음, 값진 인생을 사는 것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런 고민은 사실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했다. 아마 40대에도 50대에도 하게 되겠지. 매번 하는 고민을 뭐 그리 신중히 대하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변하는 나이처럼 마음이나 생각도 달라지기에 우리는 꾸준히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 교수님의 책은 언제나 그것을 잊지 않도록 나를 깨우쳐주신다. 여전히 어렵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이제 그 정도면 꽤 능숙해진걸”하고 격려해주시기도 하고, 꽤 알았다고 자만하는 것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네” 하며 손을 내밀어주시기도 한다. 아마 이것이 김형석 교수님의 글이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처방전이 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보다 먼저 삶을 살아간 지혜로운 말들을 스스로 꺼내 보게 하는 것. 

 

나는 이번 책에서도 교수님의 지혜를 슬쩍 꺼내 들고 나 자신을 격려하기도 하고, 더 단단해지자고 등을 밀어보기도 했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기도 하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자며 마음을 다지기도 했다. 

  

어느새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어떤 이에게는 많은 것을 성취한 뿌듯한 1년이었을 테고, 어떤 이에는 힘들고 아픈 시간이었을 테지. 좋았든 그렇지 않았든, 우리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그저 인생의 한 조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나간 것에 빠져 황홀경을 헤매거나,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지 말고 또 부지런히 오늘을 살아내야겠다. 그래야 우리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나는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별일이 다 좋고 슬펐던 20대를 지나, 조금은 덤덤한 30대도 어느새 저물어간다. 이럴 때 교수님의 책이 내게 “그래, 그런 게 모여 인생이야, 조바심 내지 말고 행복하게 부지런히 살아봐”라고 말을 건네주는 기분이다. 교수님의 따뜻한 문장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음은 큰 영광이다. 

 

“행복이 머무르는 곳은 언제나 현재뿐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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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공부 일력 365 (스프링) - 하루 한 마디, 아이의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는 엄마의 말 공부
이임숙 지음, 사로서로 그림 / 카시오페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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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쟁이는(?) 물건이 몇 개 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습관이 달력과 다이어리입니다. 촌스럽게도 여전히 손으로 써야 머리에 남고, 종이로 된 달력을 봐야 날짜 개념을 잊지 않기에 십수 년째 부지런히도 쟁여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일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그중 자랑하고 싶은 일력이 있어 이렇게 소개를 합니다. 

 

그 이름은 바로, “엄마의 말 공부 일력 365”. 네 맞습니다. 엄마들이 한 번쯤은 다 읽는다는 그 책, 이임숙 작가님의 “엄마의 말 공부”를 매일 조금씩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일력이지요. 이임숙 작가님의 책 내용이 얼마나 좋은지는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실 테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보태자면 “가만히 따라 하다 보면 나도 조금은 괜찮은 엄마가 될 수 있는 말들”을 할 수 있게 하는 마법 같은 책입니다. 그것을 매일 한 문장씩 공부하게 한다니! 진득하게 책 읽지 못하는 엄마들에게도 엄청나게 도움이 되겠죠? 물론 이전에 책을 읽었던 분들도, 이미 머릿속에서 흐려지기도 했을 내용을 매일 되짚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일력의 구성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어떤 상황에 필요한 말인지 상단에 간략히 구분한 뒤, 좋은 말과 나쁜 말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음을 토닥이는 한두 마디를 덧붙여, 오늘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응원을 해준답니다. 

 

디자인은 또 얼마나 예쁜지! 사로서로 작가님의 그림과 따뜻한 배경이 어우러져 바라보기만 해도 온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일력이랍니다. 사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담은 일력에 그림이 너무 거창하면 내용보다 그림에 먼저 눈이 가기도 하는데, 이 일력은 내용과 일러스트가 딱 좋은 수위를 유지해주어 너무나 좋습니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지만, 엄마도 사람이라 감정이 뒤섞인 말을 내뱉고는 하잖아요, 그런데 일력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난 후, 그래도 또 한 번 감정을 거르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래서 육아 동지들에게 이 일력을 강력추천하고 싶어요. 우리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엄마가 되기 위해, 말 공부 같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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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전략을 위한 AI 인사이트
이호수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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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대상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점은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AI를 신뢰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AI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마치 어떤 자율주행차가 '신뢰할 수 있는 AI'디바이스라는 사실과 내가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뗀 채 눈을 감을 수 있는가는 다른 내용인 것처럼 말이다. (p.371) 

 

우리 집에서는 '친구'가 음악도 들려주고, 조명도 조절해준다. 단순히 재생이나 on-off만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노래를, 조도를 설정해준다. (이 친구의 원래 이름은 '기가지니'지만, 그것은 내 별명이다 보니 하는 수 없이 친구가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아날로그에 가까운 나조차도 어느새 당연히 사용할 만큼 AI는 미래를 선도할 핵심기술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런데 막상 AI가 뭐냐 묻는다면 우리 집 '친구'가 하는 역할 외에는 애매하다. 옥스퍼드 사전에는 “시각인식, 음성인식, 의사결정, 번역과 같이 인간의 지능을 요구하는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의 이론과 개발”(p.32)로 기록되어 있다지만, 그래서 진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걸까. 

 

궁금함에 이 책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꽤 긴 시간 이 책과 고전했다. (물론 여러 책과 문어발독서를 하긴 했지만) AI의 영역이 생각보다 훨씬 '넓기'도 했고, 여전히 산재한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특히 초반에 등장하는 AI의 개념과 초창기 연구에서부터 튜링 테스트, 머신러닝 등은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으려나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포기할 무렵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수많은 콘텐츠에서 '내 취향'을 선정해주어 글로벌 거인이 된 넷플릭스가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읽으며 '내가 잘 제공한 정보들이 결과적으로 나에게 편의와 정보를 가져오게 하는 게 AI”라는 나만의 정의를 만들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정의를 기반으로 둔 기업의 사례도 소개되었는데, 고객의 취향을 바탕으로 둔 '스티치픽스'가 바로 그곳이었다. 실제 나는 쇼핑을 할 때 포털이나 종합유통사이트보다는 내 취향에 딱 맞는 한두 군데 사이트를 이용하는 편이라, AI가 단순한 '출력'을 넘어 많은 정보에서 오는 '결정 피로'까지 줄여준다는 사례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또한, AI의 혁신적 기술뿐 아니라 한계점까지 함께 다루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통해서 현시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AI가 가지는 편견인데, 이것은 알고리즘의 편향을 줄여가고 제대로 검증된 데이터가 제공된다면 줄어들 수 있을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래의 AI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지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AI가 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올바른 설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의 부족함도 당연하지만, AI의 범위가 실로 '어마무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깊이'보다는 '넓이'에 치중된 기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어려워하는 영역에서 AI가 '치밀'하고 '정확'하게 활동해주기만 한다면, 분명 인류는 큰 기술 성장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올바르고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전제하에.)

 

언제인가 AI가 내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만으로도 적합한 노래를 들려줄 날을, 책 표지를 보고 그와 어울리는 노래를 들려줄 날을 기다리며, AI에 대해 '마음준비'할 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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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이야기 - 빛의 개념부터 시간여행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양자역학 안내서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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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은 그 이후 인류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주었다. 과학이 끝을 향해 가고 있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된 것 같기에 마음이 설렌다. 우리 앞에는 해결하기 벅찬 과제가 아직 남아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만큼이나 성취해왔다는 사실이 내게 큰 희망을 안겨준다. 인간은 지식에 대한 갈증을 느낄 뿐 아니라,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두뇌를 지니고 태어난다. (p.276) 

 

미리 말하지만, 한빛비즈의 교양툰, '퀀텀'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읽지 않았을 책이다. 지극히 문과인 나에게 '양자역학'은 너무나 먼 나라 얘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것들은 양자역학 없이 말하기 어렵다고. 또 읽다 보니 읽을 만하다고. 그러니 부디, 이 책의 제목만 보고 거부감을 느끼지는 말자. 철수와 영희가 다른 속도로 달릴 때 몇 바퀴 만에 만나게 되냐는 문제에 “사람이 어떻게 매 바퀴 같은 속도로 뛰어요?”라고 적어 수학 선생님께 얻어 맞아본 나도 이 책을 읽었으니, 분명 나보다 나은 당신들에게는 더 좋은 지식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쉬운 책은 아니었다. 양자, 빛에너지, 불확정성 원리 등 등장하는 단어만으로도 이미 부담감이 들었기 때문. 그러나 단어가 어렵지, 결코 책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장만을 놓고 보자면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론이 나오면 가볍게 훑고 넘어갔고, 술술 읽히는 부분은 집중해서 읽었다. 과학과 이 정도라도 친해진 것이 기특하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나처럼 '과알못'이 아니라면 아마 전체 내용이 술술 읽힐 만큼 쉬운 문체가 이어진다. 또 손으로 쓱쓱 그린 그래프들과 고양이나 토이 스토리 등의 예시가 이어지기 때문에 책을 읽어내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줄 알았던 배트맨을, 시간여행을 양자역학책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양자역학을 이미 깊게 아시는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남의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할 만큼 어렵고 복잡한 양자역학을 쉽게, 때때로 재미있게, 복잡하지 않게 풀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하며 이 책을 읽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인슈타인을 제외하고는 발음조차 낯설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내가 이렇게 단숨에 읽어낼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는데 말이다. 

 

나처럼 과학을 어렵고 복잡한 과목이라 생각하는 사람(특히 학생)이 있다면, 이런 종류의 책을 가볍게 두세 권만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공부라는 게 싫어하다 보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공들인 사람보다 못하게 되고, 못하면 더 싫어지지 않나. 최소한 모르면서 덮어두고 싫어하지는 않으려면, 처음부터 이론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가볍게 훑으며 이해 먼저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웃기게도 과학과 수학을 몹시나 싫어했던 나는, 아주 오랜 기간 평행우주를 믿어왔다. 저 우주 어디엔가 내가 상상하는 일들이 이미 일어나고 있고, 수많은 태양계와 수많은 인류가 산다고 믿는 상상력 풍부한 아이. 당시 선생님은 내가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것을 '모순'이라 표현했으나, 이제 와 생각해보니 사실은 자신이 전공한 학문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한 분이었단 생각이 든다. 양자역학을, 더 넓게는 과학을 빼고는 세상 자체를 말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자, 이제 당신에게 선택권을 넘긴다. 빛부터 시간여행까지를 신의 영역이나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둘지, 과학으로서 곧 다가올 미래의 무엇인가로 만들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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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 일연 스님이 전해 준 역사 속 옛이야기 처음 만나는 고전
이진이 지음, 장경혜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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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에게 꽤 묵직한 세트의 전집으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사준 엄마다. 어떤 이들은 황당하고 괴이한 이야기가 담겼다고 역사책이 아닌 이야기책으로 삼국유사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 문학의 장르가 무엇이든 왕이나 귀족이 아닌 농부, 어린이, 하인, 천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기록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아이는 이 전집을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처럼 생각했고,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고조선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한 셈이다. 아이가 좀 성장하며 조금 더 잘 정리된 삼국유사를 읽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중, '책과함께어린이'의 '삼국유사'를 만나게 되었고, 매우 정돈된 문체와 내용을 가진 훌륭한 도서라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책은 삼국유사가 무엇인지 어떠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책이며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에 대한 설명, 삼국사기와의 차이점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까닭은 역사와 문화로 큰 틀을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한 점인데, 아이들이 각 나라의 역사와 발전을 구분하여 받아들일 수 있고, 불교나 설화, 향가 등 여러 문화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특성, 현재까지 내려오는 특징이나 유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의 출발을 이야기한 후, 발해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짚어주어 아이들이 더욱 넓은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해주기도 하고, 신라를 이끈 여러 왕 이야기로 한 바라가 역사를 이어가는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또 불교나 향가, 설화 등을 다루며 목탑이나 석굴암, 의상, 충담사나 월명사 등 문화유적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어 우리가 직접 가본 곳의 사진이나 문화유적 책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지도록 해주었다. 

 

이야기의 전개는 구어체로 진행이 된다. 다정한 이야기꾼처럼 느껴지는 작가의 말투 덕분에 어렵고 낯설 수 있는 이야기가 꽤 부드럽게 완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삼국유사 본 내용을 붉은 글씨로 실어주어, 적절한 객관성도 유지하는 구성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다 아는 내용이고, 이미 읽은 내용임에도 나도 아이도 집중하여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정돈된 내용과 다정한 어투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 이 책을 읽는데 꽤 많은 시간과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초등학생부터 넉넉히는 중학생까지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삼국유사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삼국유사는 아이들에게, 기이한 이야기로는 재미를, 역사적 부분은 교훈을, 우리나라 이야기를 기록하겠다는 일연스님의 이념을 일깨워주는 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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