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마음공부 : 부모 편 - 부모에게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 생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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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주도권을 잃고 끌려다니면 허무함, 자괴감, 억울함 같은 낭비되는 감정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와. 그것들을 지우느라 긍정적인 감정을 지니고 생산적인 활동에 집중할 기회를 뺏기지. (p.42) 

 

오소희 작가님의 “엄마의 20년”을 두고두고 곱씹어 읽으며 나는 좀 울기도 했었고, 수많은 결심을 하기도 했다. 그때 내가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내 마음을 잘 다스리자, 내 마음이 감정으로 가득 차게 만들지 말자였다. 내 마음이 가득 차면, 아이에게 내어줄 여유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도 내 마음을 비워두려고 매일 노력한다. 

(엄마의 20년 리뷰 https://blog.naver.com/renai_jin/222727149743)

 

그때보다 다소 여유 있게 사는 지금, 오소희 작가님의 신간 “언니들의 마음공부 부모 편”을 읽으며 또 한 번 내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오작동하는 로봇이 되지 않기 위해 나의 감정과 감각을 훈련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이토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그때도 나도 여전히 훈련이 필요한 '순간마다 처음인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까.

 

정말 언니가 이런저런 조언을 하듯 대화체로 이어지는 책은, 전혀 어렵지 않은 말들로 이어져 있어 술술 읽히면서도 '뼈 때리는 조언'이 꽤 많다. 이번 책은 특히나 '부모'와의 관계에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면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 굵은 맥락이기에 나와 부모님의 관계를- 나아가 나와 아이와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첫 장은 '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문을 연다. 사실 심리 서적에서 '치유'의 단계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있어 식상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탄탄한 생각과 기본기가 바탕이 된 좋은 조언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긍정에 대해 '긍정은 눈물이 멈춘 말간 눈으로 다시 그 일을 들여다보는(p.41)' 것이라는 말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저 좋은 생각 해서 으쌰으쌰하라는 겉핥기의 말이 아닌, 실컷 다 울고 다시 제대로 보라는 것 아닌가. 이거야말로 '체험한 사람'의 조언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장에서부터는 사례와 조언이 이어진다. 차별받고 자란 이들, 부모와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힘이 들었던 이들, 지쳐버린 이들, 엄마의 강요 속에서 자기 생각이 없이 자란 이들, 무기력함에 중독된 이들,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아온 이들, 수많은 가스라이팅으로 너덜너덜해진 이들. 이렇게 적어놓으니 '안타까운 타인' 같지만 제대로 들여다보면 '안쓰러운 나'도 이 안 어딘가에는 있다. 심지어 여러 사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실 모든 인간은 그 정도가 다를 뿐 모두 상처받고 상처 주며 살아간다. 차이는 상처를 딛고 일어나느냐, 깔고 살아가느냐 뿐. 나는 이성적인 부모님 밑에 자라 큰 상처는 받지 않고 자랐기에, 나의 상처보다는 아이에게 그런 상처를 주는 엄마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러 사례에서 나의 이야기를 만나기도 하고, 마음을 도닥여볼 수 있었음은 분명하다. 

 

작가님의 책이 내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것은, 그저 '아, 네가 아팠구나'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너 아팠지. 그래서 계속 아플 거야? 이제 일어나야 하지 않아?'하고 손을 내밀어주기 때문이다. 진짜 언니처럼 망설이고 주저하는 나에게 쓴소리를 하기도 하고, 다정한 손을 내밀어주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며 점점 남에게 해주기 어려운 것은 달콤한 말이 아니라 쓴소리임을 알기에 누군가의 진실한 조언이 더 귀하지 않나. 

 

사람들은 종종 그런 말을 한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로 가서 나를 안아주고 싶다고. 그러나 정작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라도 우리는 어린 시절의 나를 안아줄 수 있고, 내 아이를 어릴 때 내 모습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내게로 가는 문을 만들어줄 수 있다. 그것을 열고 실천하는 것은 당신 몫이고. 

 

이전에도 작가님의 책 리뷰에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의 리뷰도 작가님의 한마디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당신이 부모님과 편안해지기를. 그로써 무엇보다 당신이 자신과 편안해지기를.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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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알고 싶은 실전 심리학 - 사람의 속마음을 거울처럼 들여다본다
왕리 지음, 김정자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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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의 '전염' 현상은 다른 사람의 하품하는 모습에 감정을 이입한 결과다. 이런 '전염성'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획득한 일종의 보호기제다. 이는 집중력을 향상시켜 사람들이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p.201)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이 당신을 따라 하품하는 이유는 졸려서 그런 게 아니다. 당신과의 대화가 따분해서 그런가, 하는 오해도 버려야 한다. 사실 하품한 사람은 당신의 생각보다 대화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다. (p.202)

 

 

책을 읽으며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가장 크게 바뀐 영역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심리학일 것 같다. 심리학에 대해 전혀 모를 때는 막연히 '어딘가 불안하거나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모든 사람이 조금 더 단단하고 안정되기 위한 그 모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점 남의 마음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지는 책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둔다. 내 마음이 단단하면 주변의 상황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나 혼자만 알고 싶은 실전 심리학'은 바로 읽고 바로 써먹는 '실전형 심리학'이라고 말하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꿀팁이 될 것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가장 먼저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무의식'이었다. 편견이나 은유도 우리의 무의식과 선택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 생활습관이나 환경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느낌대로'조차 심리학에서 풀이될 수 있음에 또 한번 놀라기도 했고. 그외에도 직장에서나 연애에서 심리적으로 위축을 겪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는 여러 방법도 기술되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서조차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목표가 있어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부분을 읽으며 역시 사람은 나가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팁을 얻은 부분은 '행동의 심리학'이었다. 복수나 가십 등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으나, 몸이 먼저 말한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행동'의 이야기를 얼마나 놓치고 있나 생각해보기도 했고, 내가 그때 이런 것을 알았더라면- 싶은 마음이 드는 문장이 너무 많았다. 

 

또 심리적 안정이 몸을 아프지 않게 할 수도 있고, 심리적 고통이 몸의 아픔까지 가지고 올 수 있음을 읽으면서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지옥과 천국을 오갈 수 있음을 실감했다. “따뜻한 물 한잔이 소외감을 없애준다.”라는 문장에서는 언제나 따뜻한 물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기도 했다. 손을 씻는 행위에서 죄책감을, 자세를 낮춤으로써 용서를 구할 수 있다는 내용에서 종교적 행위들이 심리학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 심리학책을 읽으며 또 한 번 심리학이 그렇게 어렵고 낯선 학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가지는 의문도, 흔히 하고 있던 행동들에도 심리학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니 그리 어려운 학문도 먼 학문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선상에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심리적으로 단단해지는 것도, 일이나 관계에서 위축되지 않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부지런한 공부를 통해 내 마음을 조금 더 잘 알고, 기준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한 사람,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 힘을 키워주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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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을 줄 알았는데 멋있어! 축구 만화 도감 반전 도감 3
익뚜 지음, 장민석 감수 / 후즈갓마이테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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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다녀온 아이가 말한다. “엄마 우리 축구 졌어? 그래서 재미없는 거야? 져도 노력하면 재미있고 신나는 건데 00이가 져서 재미없는 거래” 하고. 비록 운동신경이란 것은 아예 장착하고 태어나지 않아 운동은 1도 못 하지만, 스포츠경기를 몹시나 좋아하는 나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대답해줬다. “본인에게 부끄러운 경기를 하는 게 재미없는 거지, 이기고 지고는 재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물론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조금 더 재미있지만) 그리고 알고 보면 더 재밌다~!”하고. 

 

그랬더니 우리 꼬마, 자기도 축구를 잘 알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 좋았어. 그럴 줄 알고 엄마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책을 준비시켜놨지. 카타르월드컵에 대비한 축구 필독서! 이름하여 “축구 만화 도감!” 엄청나게 귀여운 캐릭터들을 장착하여 일단 첫인상 합격, 내 사랑 홍명보 감독님, 한준희 해설위원님, 이재성 선수, 배승호 선수 등이 강력추천한 만큼 내용도 합격이다. 어디 그뿐인가. 얼마나 재미있게 내용을 설명해주는지 분명 축구를 배우는 만화인데 깔깔 웃음이 난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면 머릿속에 축구에 대한 지식도 남고, 그 많은 규칙을 지키며 긴 시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 얼마나 멋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축구처럼 인기종목이든 비인기 종목이든 최선을 다해 임하는 모든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팬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기도 했다.

 

엄마들이여. “왜 저기서 파울이야?”, “오프사이드는 뭔데?” 이런 거 자꾸 물어봐서 남편한테 괴롭힘당하지 말고, 아이와 같이 이 책을 읽으면 축구 박사가 될 수 있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지식, 스포츠를 관람하는 바른 자세를 알려주면 평생 즐겁게 스포츠관람을 하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책이 지금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이유가 이거 같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즐기게 하는 도구로 말이다. 

 

'축알못' 우리 꼬마 녀석은 이 책을 읽으며 엄마 책장에 꽂혀있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의 리베로가 무슨 뜻인지 드디어 알게 되어 좋아하기도 했고, 표지에 적힌 홍명보 감독님 이름에 나만큼이나 좋아했다. 한장 한장 내용을 읽으며 공격수나 수비수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선수가 없음에 감탄하기도 했다. 나 역시 설명해주지 않아도 아이가 이 책을 통해, 모든 선수가 협동하여 한 팀이 되고, 팀원 누구 하나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음을 깨달은 것이 너무 기특했다. 

 

아이가 좋아한 또 한 가지는 책과 함께 배달온 “2022 카타르월드컵 브로마이드”였다. 초판본에 한해 증정되는 이 사은품에는 세계 간판선수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월드컵 각 조의 명단이 적혀있어 누가 누구와 경기하게 되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도 있다. 아이와 이 브로마이드를 보며 어떤 나라가 승점을 얼마나 가져가고, 누가 16강에 진출하게 되는지 등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대화가 될 것 같다. 

 

치열하게 0:0을 유지하며 우리나라의 조직력이 올라갔음을 느끼게 했던 우루과이전도, 비록 아쉽게 3:2로 패배했지만 엄청난 공격력과 체력향상을 느낄 수 있었던 가나전. 그리고 16강 진출을 향한 세번째 경기 포르투갈전을 앞둔 지금. 워낙 강한 팀이기에 쉽지 않을 경기겠지만, 승패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응원하는 성숙한 부모의 모습, 경기를 경기 자체로 즐기는 아이로 만들어주는 '선배'로서의 모습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다 덮어놓고, 축구를 '공부'하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냐고오~! 국·영·수도 만들어줘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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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상한 사랑은 처음이야
유희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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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울컥 눈물이 차는 '엄마버튼'을 장착한 채 나를 찾아왔다. 나 역시 꽤 정성스레 육아일기를 써온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일기장은 단순히 '기록'을 넘어 그 사람의 삶에 들어가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이 책을 읽기도 전에 꽤 울게 될 것을 예감하고 마음의 준비를 꽤 단단히 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나의 힘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아이의 엄마'라는 공통점에 우리 집에도 있을 에피소드, 그리고 아기자기한 그림까지 장착한 이 책을 어찌 울지 않고 읽는다는 말인가! 3분의 1도 채 넘기기 전에 나는 그냥 울면서 읽기로 했다. 그러니 당신에게 미리 말한다. 책을 읽으시기 전, 꼭 아이의 손수건 하나 손에 쥐고 시작하시라고. 아! 이왕이면 하도 삶아대서 색은 이미 바래고 없지만, 추억이 가득한 것으로. 

 

아이가 잔소리를 막기 위해 허리를 펴는 장면이나, 엄마도 같이 삐지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피식 났고, 엄마가 아이에게서 배우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눈물이 났다. 둘째가 없어 갱신할 길이 없는 여전히 매일 초보 엄마인 나는, 아이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지금도 시계가 가고 있다는 한마디에 엉엉 울다가 잠든 아이를 깨워버리기까지 했다. (자다 깨서 무슨 책이 그렇게 슬프냐고 안아주고 다시 잠든 너. 내일은 더 많이 안아줘야지) 아, 진짜 이렇게 이상한 사랑은 처음이야. 

 

웃음, 눈물과 콧물만 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이 책에는 엄청난 팁들이 숨어있다. 대부분은 작가님이 생활에서 터득한 것인데, 육아 동지들과의 수다처럼 막혀있던 고민거리를 뻥 뚫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이가 도움 요청할 때 10초 기다리기, 마음이 쉬는 비상구 만들기, 조건 없이 사랑하기. 아이는 잘못 같은 거 않는다고, 잘 못 할 뿐이라는 작가님의 말에는 엄청난 깨달음과 교훈이 뚝뚝 흘러내렸다.

 

속도를 빼고 읽는다면 1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말고 천천히 우리 집 추억도 꺼내고, 아이들 사진도 다시 보면서 읽으면 좋겠다. 그렇게 천천히 읽어야 제맛인 책이니까. 

 

사실 나는 며칠간 고민이 많았다. 아이반의 어떤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한껏 약 올려놓고 아이들이 화를 내면 눈물로 고자질을 하는 중이라고, 소심한 우리 아이는 그것을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하는 거초자 고자질이라고 생각해 속병을 앓았다. 나는 며칠간 온갖 고민을 하고 아이에게 여러 방법을 제시했는데, 오늘 아이는 그 친구와 재미있게 놀고 '고자질하지 않는 네가 더 예뻐'라고 말해줬단다. 나의 고민이 억울하지만 다행인 이 밤. 작가님 책을 며칠 전에 읽었더라면 이런 고민하는 대신 잠을 더 잤을 텐데.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이해방법이 있다는 작가님의 말이 사무치게 감사한 밤이다.

 

맞다. 이 책에는 모든 집의 “우리 집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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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역사 - 연기 신호에서 SNS까지, 오늘까지의 매체와 그 미래
자크 아탈리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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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이들에게는 이 허구가 현실이 되어 있다. 실제로 독재정권 아래 살아가는 세계 인구 3분의 1이 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형식적인 민주주의 안에서 박해받거나 굶주리거나 충분히 교육받지 못하거나 충분히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산만해지거나 자아에 허영을 품거나, 짧은 메시지, 상업과도, 요란한 정치선전, 허위 비방, 대략적인 뉴스, 과격한 분노, 폭력에 호소, 점차 치밀해지는 감시 등의 디지털 홍수에 굴복한다. (p.360) 

 

 

'역사'가 왕성해진 시기를 언제부터라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기록'이 가능하고 '기록'이 보전되는 시기부터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록 이전에도 역사는 존재하고 벽화 등의 모습으로 고대의 역사가 남아있기도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것이 수 대를 걸쳐 전해질 수 없고, 기록한 자의 시각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하기에, 기록은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특히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읽고, 쓰고, 보고, 전파하게 하는' 진정한 의미의 '기록'이 '총보다 강하다'는 말을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디어의 역사'라 이름 붙여진 이 책에서는 기호로 이루어진 의사소통에서부터 고함 등으로 시작된 '소통'은 전령, 파피루스, 기념비, 종이 등으로 나아가는 인쇄술부터 저널리즘, 민주주의, 언론의 발달, 넘치는 정보의 자유와 선택이 이르기까지 '기록되어 공론된 것'들의 역사를 깊게 다루고 있다. 

 

권력자들의 정보 독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었는지, 정보는 아주 먼 과거에도 곧 힘이 되었다. 재산을 불리기 위해 거짓 문서를 날조한 교회의 이야기에 안타까움을, 종말이나 병으로 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가짜뉴스들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미 고민해본 바가 있었음에도 이 책을 중간이상 읽으면서도 미디어의 발전이 긍정적인 측면이 큰지 부정적인 큰 면이 큰지 판가름하지 못한 까닭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검은 이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쇄술의 발전과 언론의 황금시대에 관한 내용은 다소 어려웠으나 꽤 유익했다. 몇몇 나라의 언론에 대해 읽으며 나라 특유의 어투 등을 떠올려보기도 했고, 우리나라 언론사의 사례들에서 비슷한 경우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여러 사건에 크게 좌우한 미디어의 힘을 여러 건 찾아볼 수 있음이었는데, 그때 미디어가 달랐더라면 역사도 달라질 수 있었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또 한국의 신문 수익의 90%가 광고이며 이미 몰락의 순을 밟고 있음이 놀랍지 않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같은 양상을 보이는 까닭도 있겠지만, 이미 그것을 대체하는 수많은 것들을 나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까닭인지도 모른다.

 

책의 중반, 세계 각국의 수많은 언론사 이름을 읽느라 다소 늘어진 속도를 다시 당긴 것은 후반부였다. 인용한 문장에서처럼 미디어의 홍수에 대해 잔뜩 겁을 주고 시작한 이야기는 우리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며, 어떤 정보를 취해야 하는지 자세히 검토한다. 권력과 언론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쟁(또는 협동), 개개인의 미디어에서 오는 즐거움과 루머 등 현시대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미디어의 민낯에 대해, 또 국가의 정보 통제를 다소 벗어났지만, 여전히 거대기업 수하에 있는 시대의 정보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솔직히 쉬운 책은 아니었다. 참고문헌만도 6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정보의 책이다 보니 앞 장을 다시 읽고 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읽고, 넘쳐나는 미디어들에 대해 개인의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기에 유의미한 독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종이 위의 글씨가 읽기 편한 아둔한 아날로그인간인 내가, 디지털 시대에 자라고 있는 아이와 함께, 더 잘 받아들이고, 잘 구분하며, 잘 습득하고자 하는 데에 큰 가르침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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