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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머 - 초격차를 만드는 니체의 52가지 통찰
데이브 질크.브래드 펠드 지음, 박선령 옮김 / 서사원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구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잠재고객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만 물어보지 말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의견도 물어보자. 그들이 항상 옳거나 일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면 경로를 설정하는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다. (p.80)
한때 철학책에 빠져 여러 책을 읽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어려운 철학자를 뽑으라면 고민도 없이 니체를 고를 것 같다. 니체 말대로 낡은 사고방식의 사람인지, 그것을 깨고 새로운 스타일의 생각을 하는 게 참 어려운 '꼰대'인가. 아무튼, 여전히 그의 사상이 어려우면서도 궁금하고, 궁금하면서도 어려워서 피하고 싶다. 그런 나에게 니체가 '빨간 유혹'을 던진다. 이토록 빨간 강렬한 표지를 입고 '기업가의 승리'를 이야기하는 니체라니. 이것은 무슨 조합인가.
니체와 '기업'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까닭을 저자는 “니체를 읽으며 우리는 기업가 활동과 벤처 투자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 궁금증, 걱정 따위를 자꾸 떠올리게 됐다. (...) 우리는 니체의 간결하고 함축적인 잠언을 확대. 적용하면서 기업가들의 경험담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원하던 성과를 얻었다”(p.20)라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은 니체의 사상이 바탕이 되었을 뿐, 니체의 동의(?)를 얻은 책은 아니지만 분명 독자에게 다양한 감상을 줄 것이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니체를 조금 더 쉽게 만난 기분이다. 니체의 한 구절을 기록하고 '현대적으로 읽기'라는 이름으로 풀어준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키워드로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형태다. 전략, 문화, 자유 정신, 리더십, 전술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나만의 길 찾기, 미래를 내다보기, 정신적 독립성 갖기, 자신의 기쁨을 찾기, 책임지기 등 리더의 개인적 덕목과 지위의 책임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생각들을 확장해주는 것. 나는 이제 리더도 아니고, 더욱이 직장인도 아니지만, 이 책에서 사고를 풀어가는 방식이 새로웠고, 다른 니체를 만났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처음부터 차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목차에서 그날그날 읽고 싶은 키워드를 만나는 것이 이 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나의 지성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니체를 한 번에 줄줄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니, 그날그날 마음에 닿는 키워드를 만나는 편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여러 번 니체에 실패했다면, 이번 기회에 현대식으로 야금야금 뜯어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현대적인,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가의 모습으로 위장(?)한 니체는 망치를 들고 있는 니체보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듯하니 말이다.
생각을 꺼내 성과로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해서 되지 않은 일도 아님은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생각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그것을 기업에 적용하는 방식을 충분히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쉽지만은 않은 이 책이 많은 독자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당신도 이제 니체의 망치가 아닌, 자신의 망치로 자신을 에워싼 틀을 깨보는 것은 어떨까.
업계를 혁신하거나 세상을 바꿀 생각이라면, 사람들이 당신을 정신이 나갔고 비타협적이며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로 볼지도 모른다는 걸 예상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와 노력을 유지하려면 내부에서 추진력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비전이 무엇이고 그것이 왜 본인에게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능력이 당신에게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정확성은 달라진다. 그것을 깨우치지 못하면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