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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 잘하고 싶어 시작을 망설이는 세상의 모든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진짜 완벽주의 활용법
윤닥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7월
평점 :

자녀가 잘못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 행동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전인격적으로 충분히 인정받고 자라는 아이들(물론 지나친 칭찬, 과잉보호도 주의해야 한다.)이 오히려 큰 자신감을 장착한 채 사회로 나오는 것 또한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양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은 일상적인 실망이다. 이 과정으로 우리는 '완벽함'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어느 정도 깨뜨릴 수 있다. 건강한 발달과 성장은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좌절을 안전한 환경 안에서 경험하게 두는 것임을 잊지 말자. (p.88~89)
모든 면에서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어느 측면에서 완벽주의인 사람은 흔하다. 나 역시 책에 그런 성향이 있어 책장을 접지도 않고 줄을 긋지도 않는다. 구기는 것도 싫어해 완전히 펼쳐 읽지도 않는다. 그런 내 영향 때문인지 아이도 책을 소중히 다루고 완전 꼬꼬마시절을 합쳐도 찢긴 책은 두어 권이 전부다. 만약 아이가 책을 수시로 찢는 아이였다면, 그래서 내가 잔소리를 하거나 한숨을 푹푹 쉬었더라면 아이는 지금처럼 책을 좋아할까? 아마 그렇지 않으리라는 대답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성향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그런데 과연 무조건 좋다,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 일, 정리 등 무엇이든 특정 영역에서 '잘'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부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잘하기 위한 강박'이 무조건 나쁠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이 책은 그래서 세상에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잘하고 싶어서 망설이는 이들이, 자신의 '완벽주의'를 잘 활용할 수 있게 하고자.
이 책은 잘하고자 노력하다 보니 자신을 힘들게 한 이들의 마음을 도닥이고, 자신의 특성을 바탕으로 더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을 돕는다. 물론 정도는 다르지만 각자 가진 성향을 정확히 알고, 그 강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또 그 성향을 보다 균형 있게 성취로 이어지게 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냥 헐렁헐렁해서 행복한 사람 말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선의 완벽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해주어 참 좋았다. 사실 다 내려놓으면 편하고 행복하겠지만, 성취 없는 삶이 정말 행복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자기 효능감'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고 자신을 '과부하'로부터 놓아주는 것도 고민해보게 된 것 같다.
책의 부록으로 실린 워크북도 구성이 참 좋았다. (그럼에도 책에 글씨를 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노트에 적긴 했지만) 특히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 나를 위축시켰던 실패를 내가 곱씹고, 그것을 내 스타일로 재해석하게 도와주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수십 년 고착된 나의 습성이 쉽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내가 내려놓아야 할 강박과 유용하게 바꾸어야 할 강박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앞으로 나아간 한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옮겨본다. “조금은 부족한 엄마가 되세요. 위대하고 완전한 엄마이기보다는 소박하고 인간적인 엄마가 되어주세요. 영원한 엄마가 되려 하지 말고 인간 대 인간으로 아이와 관계 맺으세요. 존경스러운 모습, 엄격한 모습뿐 아니라 미숙하고 실수 많은 모습도 보여주세요. 그것이 바로 인간적인 엄마입니다.”(p.206) 부족함 투성인 내가 엄마가 되었다고 한순간에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임을 종종 잊고 산다. 그래서 스트레스받기도 하고, 걱정을 만들어 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나 또한 성장시키는 것임을 잊지 말고, '완벽하지 않게' 역할을 하고 '완전히' 사랑해야지. 이 책은 그렇게 나를 토닥이고 응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