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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리더들의 전쟁사 - 고민하는 리더를 위한
존 M. 제닝스 외 지음, 곽지원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8월
평점 :

전쟁이야말로 성공은 승리, 실패는 패배를 의미하는 인간 행동에서 가장 목적 지향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단순할까? 만약 위대한 지휘관이 단순히 승리자로 귀결된다면, 나폴레옹을 연구한 문헌이 이토록 방대한 것은 무엇 때문이며, 왜 리더가 되고자 했던 이들은 그를 그렇게 열심히 연구할까? 나폴레옹은 초반에는 승승장구했지만 1812년 러시아에서 겪은 굴욕적 패배, 1815년 워털루에서 겪은 또 한 번의 패배로 경력이 끝났다.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이 위대함의 진정한 척도였다면, 연구하고 모방해야 할 인물은 나폴레옹이 아니라 쿠투조프, 브뤼허, 웰링턴이어야 할 것이다. (p.19)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장 선배 중에 나보다 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역사 중에서도 특히 '전쟁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날 다른 선배가 “'이긴 놈들이 자기한테 유리하게 남긴 기록'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는 말에 “모든 장수는 다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부하를 이끌어서”라는 대답을 했던 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제는 한 그룹의 리더가 된 그 선배가 떠올랐던 것은 그가 알고 싶어 했던 많은 이야기를 너무나 잘 끌어낸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만약 당신이 한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어떤 모습의 리더가 될지, 조직원이라면 어떤 리더를 따라 인생이라는 전쟁터를 누벼야 할지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어떤 마음으로 리더의 자리에 향해야 할지도 가늠이 잡힐 테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깨알 같은 크기로 빽빽이 전쟁사에 등장한 수많은 리더를 나열하고 그들의 업적과 잘못을 세세히 풀어준다. 쉬운 내용은 아니나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책에서는 만나기 힘든 리더들의 성향, 그 리더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된 시발점, 한순간의 선택이 가져온 치명적 결과를 매우 촘촘히 연결하기 때문이다. 분류도 매우 잘 되어 있어, 통독하기에도 매우 좋지만, 성향대로 발췌하여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몇몇 리더들에게 붙여진 '최악'이라는 단어 그 이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물론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리더들을 모았기에 '삐뚤어진 리더들의 전쟁사'라는 제목을 붙였으나, 그렇다고 그들의 100%가 나쁘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저명한 책들로 굳어졌던 이미지를 깨기도 하고, 내가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는 등 책만큼이나 깊은 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없었더라면 이 책이 다소 어렵다고 느껴졌을 수도 있으나, 어려웠던 만큼 배운 것도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교사'. 다른 사람의 잘못한 일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말이다. 예전엔 '실패한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늘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타산지석'의 마음으로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야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실패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들의 순간순간,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쓸모없는 돌'이라 여겼던 것들이 '금덩이'로 변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의 짧은 식견이 작가의 깊은 뜻을 다 담지 못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성공과 실패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며, 상황에 따라 승리자와 패배자도 갈릴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으로 대처한다면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 탑을 쌓아 올린 모든 순간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 않나. 쌓는 행위서든, 완성된 탑에서든 우리는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범죄자, 사기꾼, 멍청이, 정치꾼, 덜렁이 등 오명으로 포장된 리더들에게서 배울 것, 느낄 것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