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스콧 스튜어트 지음, 정희경 옮김 / 봄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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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사람은 우주 전체에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내 마음을 아무도 모를 때, 누군가 나의 좋은 면보다 좋지 않은 면을 먼저 보는 것 같을 때. 생각해보면 아이들도 그런 순간이 있을 것 같다. 어른보다 관계의 폭이 좁고, 접점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어쩌면 더 많이 그런 느낌을 느낄지도 모른다. 엄마나 아빠가 내 마음을 모를 때, 몇 명 되지 않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려울 때. 

 

아이들이 막연한 고독을 느낄 때, 스스로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줄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곤 했는데, 이 책을 만났다. 지구가 빙긋 미소지어주는 이 책을 넘겨보며, 나 역시 위로받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뜨거움과는 달리 지구에 싸늘한 태양, 한 줄에 나란히 서 있기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태양계 행성들의 외면으로 지구는 핵 깊은 곳까지 슬픔을 느끼고, 슬퍼한다. 하지만 지구는 메마르지 않은 자신을 사랑했고, 슬픔을 감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픔을 이겨내고 영원히 곁을 떠나지 않는 영혼의 단짝을 얻게 된다. (그 단짝이 누군지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시며, 도란도란 만나보시면 좋겠다^^) 

 

처음에는 태양계가 생기는 과정을 이야기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 태양이나 다른 행성들의 거만함에 속이 상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도 수성에게 “지구가 메마르면 아무도 살 수 없는 걸 왜 몰라”라거나, 천왕성에게 “지구가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초록 행성이 아니라고!” 등의 역성을 들며 지구 편을 들고 속상해하더라. 지구가 자신이 가진 특성을 왜 사랑하는지 이야기하는 페이지에서는 아이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지 않아도, 스스로 가진 특성들을 본인이 사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것. 

 

우주에 상상력을 씌워 바라보면,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로 바뀐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이의 마음에 따뜻한 응원의 힘이 될 것 같다. 물론 아이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자신의 특성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이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랑할 힘을 얻을 수 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이 이야기는 잊어버리더라도- 힘든 날 하늘을 바라보며, 지구처럼 온전히 혼자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기를, 외톨이가 아님을 잊지 않고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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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 2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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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도운 일로 수모를 당했다면, 수모를 기억할 것이 아니라 베푼일을 기억하라는 말이엇다. 수모 당한 일로 원한을 새기기보다는 베푼 일을 떠올리며 덕을 쌓으라는 그 뜻은 어떤 경전의 구절도 담지 못한 깊은 가르침이었다. (p.28) 

 

 

역사서 좋아하고, 사극 좋아하는 내가 이 책을 그냥 지나칠리가 없다. 금주령을 배경으로 암울한 시대를 그리는 스토리라기에 단박에 집어들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16페이지까지 이어지는 등장인물소개에 덜컥 겁이 났다. 분명 나는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 페이지를 여러번 들랑날랑거리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럴 겨를도 없이 이야기에 빠져 읽기도 바빴다. 혹시 두꺼운 책장과 수많은 등장인물에 이 책을 포기하려고 했다면 그러지 말 것. 2권이 끝인게 아쉬워질테니 말이다. 

 

이야기는 꽤 빠르게 진행된다. 1733년에 시작된 이야기는 1697년 장길산과 양일엽의 만남으로 가기도 하고 1761년까지 바삐 흐른다. 고요한 술도가에서 전국을 배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다시 고요한 마을에서 목련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다. 나는 이야기꾼이 아니라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이 책의 작가는 분명 오랜세월 이 이야기를 구상하여 한 칸 한 칸 블록을 맞추듯 이야기를 이어간 것이 분명하다. 사건들 사이에 어색함이 없고, 모든 사건은 하나의 강물이 되어 흐른다. 그래서 꽤 두꺼운 이야기임에도 지겹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자세를 고칠 겨를도 없이 풍덩 빠져 읽었다. 

 

책을 읽으며 장면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세세하여 영상을 보는 듯했는데, 후에 알고보니(혹여 선입견이 생길까 '작가의 말'을 미리 읽지 않는 편이다.) 작가의 본업이 미디어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아마 이 책에서 장면묘사가 사라진다면 책의 분량은 꽤 줄어들지 모른다. 허나 그렇게 되면 이 책의 매력도 사라질 것 같다. 마치 그 시대를 직접 겪는 듯 생생하고, 영화 한편을 보는 듯 몰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영화화 될지 알수는 없지만, 각 인물들에 어울릴 배우들을 상상해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었던 것 같다.)

 

나의 지식이 짧아, 소설을 리뷰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어줍짢은 리뷰로 다른 독자에게서 결말을 만나는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으니, 단어를 고르고 고르게 되는 것. 그래서 이 책을 한 줄로만 정리하자면 “역사와 창작을 잘 버무리고, 그 위에 아름다운 묘사와 무협으로 양념한 맛깔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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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 1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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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도운 일로 수모를 당했다면, 수모를 기억할 것이 아니라 베푼일을 기억하라는 말이엇다. 수모 당한 일로 원한을 새기기보다는 베푼 일을 떠올리며 덕을 쌓으라는 그 뜻은 어떤 경전의 구절도 담지 못한 깊은 가르침이었다. (p.28) 

 

 

역사서 좋아하고, 사극 좋아하는 내가 이 책을 그냥 지나칠리가 없다. 금주령을 배경으로 암울한 시대를 그리는 스토리라기에 단박에 집어들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16페이지까지 이어지는 등장인물소개에 덜컥 겁이 났다. 분명 나는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 페이지를 여러번 들랑날랑거리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럴 겨를도 없이 이야기에 빠져 읽기도 바빴다. 혹시 두꺼운 책장과 수많은 등장인물에 이 책을 포기하려고 했다면 그러지 말 것. 2권이 끝인게 아쉬워질테니 말이다. 

 

이야기는 꽤 빠르게 진행된다. 1733년에 시작된 이야기는 1697년 장길산과 양일엽의 만남으로 가기도 하고 1761년까지 바삐 흐른다. 고요한 술도가에서 전국을 배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다시 고요한 마을에서 목련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다. 나는 이야기꾼이 아니라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이 책의 작가는 분명 오랜세월 이 이야기를 구상하여 한 칸 한 칸 블록을 맞추듯 이야기를 이어간 것이 분명하다. 사건들 사이에 어색함이 없고, 모든 사건은 하나의 강물이 되어 흐른다. 그래서 꽤 두꺼운 이야기임에도 지겹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자세를 고칠 겨를도 없이 풍덩 빠져 읽었다. 

 

책을 읽으며 장면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세세하여 영상을 보는 듯했는데, 후에 알고보니(혹여 선입견이 생길까 '작가의 말'을 미리 읽지 않는 편이다.) 작가의 본업이 미디어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아마 이 책에서 장면묘사가 사라진다면 책의 분량은 꽤 줄어들지 모른다. 허나 그렇게 되면 이 책의 매력도 사라질 것 같다. 마치 그 시대를 직접 겪는 듯 생생하고, 영화 한편을 보는 듯 몰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영화화 될지 알수는 없지만, 각 인물들에 어울릴 배우들을 상상해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었던 것 같다.)

 

나의 지식이 짧아, 소설을 리뷰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어줍짢은 리뷰로 다른 독자에게서 결말을 만나는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으니, 단어를 고르고 고르게 되는 것. 그래서 이 책을 한 줄로만 정리하자면 “역사와 창작을 잘 버무리고, 그 위에 아름다운 묘사와 무협으로 양념한 맛깔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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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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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는 서서히 환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전쟁의 잔혹함과 무의미함 때문은 아니었다. (...)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전쟁이 허망할 정도로 조악한 가짜라는 것이었다. (p.91) 

 

 

우리나라 sf소설계의 간판스타 듀나 작가님의 신간소설인 '제저벨'을 읽었다. 사실 나는 sf를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적응하고 이해하기 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뒤로 갈수록 몰입력이 있어,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아마 다음에 sf를 다시 읽으면 한층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크루소는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는' 지긋지긋한 행성이다. 성장하지도 버려지지도 않은 잊혀진 행성에서 작게나마 변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제저벨' 뿐이다. 제저벨은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는 함선으로 선장, 의사, 항해사, 엔지니어, 요리사 등이 승선하여 여러 우주를 떠돌며 불시착한 이들을 구조하는 등의 일을 하는 떠돌이 배다. 이토록 멀고, 낯선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간 본연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여전히 차별하고, 종교를 맹신하기도 하며, 바이러스나 기생충 등에 두려움을 가지기도 하는. 사실 우주라는 다른 세계로 옮겨갔을 뿐, 우리의 현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 들어 sf의 개연성결핍을 막아주는 기분이었다. 

 

살기 위해 처절히 싸워야하는 것은 현재나 미래나 같은가. 우주 여행을 가벼이 다녀올 생각으로 펼친 책이었으나,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생각을 꾸준히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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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
마이클 헬러.제임스 살츠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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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것은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법이 없다. 이 사람 저 사람 주인을 바꾸며 돌아다닌다. 어떻게 옮겨 다니는 걸까? 대개는 사고파는 과정을 거쳐 옮겨간다. 그렇다면 파는 사람은 그 물건을 어디서 얻었을까? 또 다른 판매자에게 얻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p.293) 

 

 

소유권 논쟁. 무슨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나처럼 단순히 특정 '물리적인 어떤 것'에 대한 '주인'을 가리는 일만 떠오른다면 매우 1차원적인 '소유권'만을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질 수 있는 '무형'을 떠올렸다고 해도 2차원은 아닌 것 같다) 소유권은 단순히 유형물을 가지는 것이 다가 아닌 귀속권, 자기 소유권, 상속권, 점유 등의 포괄적 개념이며 심지어는 선착순조차 깊게 들여다보면 소유권이란다. 무엇인가를 가져야 '부'도 가질 수 있는 시대에, 결국 소유권의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소유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선착순'에 대해서도 처음 생각이란 걸 해봤다. 단순히 '줄 선 순서'라는 정도의 개념만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이 원칙에 대해서도,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가 단순히 햄버거 등을 사 먹는 줄을 섰다면, 누군가는 그 줄을 대신 서주는 사업으로 부자가 된다. 이 책을 읽고서야, 단순한 '줄서기 법칙'을 깨고 누군가의 시간을 돈으로 바꿔준 혁신들을 이미 수없이 경험해왔음을 깨달았다.

 

 

디즈니가 미키마우스 저작권 로비를 위해 쓴 자금은 모두 합해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는 1998년 저작권법을 개정을 발의한 의원 25명 중 19명에게 직접 건넨 정치 기부금도 들어있다. 이렇게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디즈니와 그 동맹에게는 수지맞는 장사였다.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키 마우스는 2004년 한 해 매출만 5억 달러로, 생사를 불문하고 그 어떤 유명인보다 수입이 많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캐릭터'로 꼽힌다. (p.135) 

 

 

원래라면 1984년에 '공유저작물'이 되어야 했다는 미키마우스는, 여전히 자신을 도용한 이들을 고소할 수 있는 캐릭터다. '미키마우스 보호법' 때문이다. 물론 2023년 이후에도 우리는 미키마우스를 마음껏 사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디즈니는 여전히 부자고, 똑똑하며, 빠르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디즈니의 재산을 챙기는 것이 왜? 라고 반문할지 모르나, 이면에는 볼모로 잡힌 '문화'가 존재했고, '고아 저작물'이 생겨난다고 한다. 나와는 거리가 먼일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이미 내 삶에도 밀접히 자리 잡고 있고, 그로 인해 나 역시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나는 몰랐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내 주변을 에워싸는 수많은 '소유권'들이 놀랍게 느껴졌다. 어쩌면 소유권의 개념을 벗어나 하루라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까지 들었다.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욕심은 없으나, 내가 내 것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귀여운 미키마우스가 치즈나 집어 먹듯 '깜찍한' 이 책 안에는, 명료하게 정리된 소유권 법칙이 가득 들어있다. 이 책을 열어 그 법칙을 배우고 배우지 않고는 개인의 몫이겠지만, '귀여운' 손으로 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고자 하는 이들은 얼마든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눈과 머리가 바삐 움직였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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