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천재 잠자는 뇌를 깨워라 - 40일간 하루 20분, 쉽고 간단한 집중력 훈련법
개러스 무어 지음, 윤동준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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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뇌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인간의 뇌는 가히 우주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당신의 뇌 또한 마찬가지로 무한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뇌를 잘 사용하고 있을까? (p.12)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를 하고 이 책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책에서 제시하는 여정의 25%, 즉 10일간 이 책을 따라 집중력 강화 훈련을 해보며 생각한 것은 어른의 두뇌도 꾸준히 사용하고 훈련하면, 아이들처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처럼 효과가 좋지 않더라도, 꾸준히 뇌를 사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하물며 책읽기도 처음에는 몇 장 집중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읽다 보면, 나중에는 한 권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하게 되는 것이 사람 아닌가! 

 

이 책은 1일부터 40일까지 세부적으로 나누어진 장을 갖고 있는데, 하루 20분 정도 소진되는 훈련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하루 치 집중력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심지어 훈련에는 퍼즐, 수수께끼, 단어 만들기, 연상되는 단어 찾기 등 엄청 재미있는 과제가 제시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다. 오늘 내가 수행한 과제는 빈칸에 A에서 F까지를 채우는 퍼즐로, 겹치는 철자 없이 표를 완성하는 '알파벳 스도쿠'였다. 쉬운 과제는 아니었지만 온 가족이 앉아 같이 풀다 보니 재미도 있고, 경쟁심(?)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 

 

혼자 집중해서 하루 20분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가족들이 함께 앉아 머리를 맞대고 집중하는 것도 너무 좋을 듯. 작가 역시 시간 사정에 따라 맞추어 훈련에 참여해도 좋다고 하니, 부담을 갖기보다는 기차에서 퍼즐 책을 즐기는 마음으로 임해도 좋을 것 같다. (혹시 MH 세대는 기차역 편의점에서 퍼즐 책 안 사봤으려나..) 집에 집중력이 약한 어린이(혹은 어른이)가 있다면 함께 이 책을 풀며 엉덩이 근육도 기르고, 두뇌훈련도 하고, 가족이 마주 앉은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원래도 사이좋은 우리 모녀는 이 책 덕분에 지난 10일을 더욱 붙어 지낸 듯하다. 아이의 할아버지도 무척이나 흥미 가지며 재미있어하셨으니, 엄마·아빠의 두뇌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오늘 이 리뷰를 쓰며 뒤쪽을 훑어보니 꽤 어려운 과제도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과제도 보인다. 이렇게 흥미를 주는 게임들을 이어가며, 하루 20분 투자도 두뇌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면 꽤 투자할만한 시간 아닐까? 혹여 집중력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20분이 될 테고. (재밌잖아~) 

 

뇌를 자극하는 언어, 수리, 추리, 미로, 난센스가 다채로워 재밌고, 잠깐의 시간으로 두뇌 잠재력을 자극할 수 있고, 말랑말랑해진 두뇌로 짧고 굵게 집중할 수 있는 똑똑한 책. 내일은 또 어떤 퍼즐이 나를 기다릴지 기대가 된다. 집중력 천재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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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신비 - DK 100가지 사진으로 보는 DK 100가지 사진으로 보는
윌 게이터 지음, 안젤라 리자 외 그림, 장이린 옮김, 전현성 감수 / 책과함께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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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책으로 키우는 엄마 중 DK 백과를 한반도 클릭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설명이나 사진 그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어 백과를 노출하는 시기가 되면 공식처럼 바라보게 되는 것. 이 중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을 고르라면 개인적으로는 인체, 공룡, 우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기존에도 DK에서는 '우주 대여행'과 '우주대백과사전' 등을 편찬하였으나, 더욱 깊이 있는 사진, 초근접 사진으로 우주를 만나게 해주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8월 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인 “100가지 사진으로 보는 우주의 신비”는, 영국에서는 이미 주니어 디자인 부문 플래티넘, 아마존 천문학 부분 베스트셀러 등의 영예를 안은 걸작이다. 아이에게 주기 전 책을 둘러보려 펼쳤다가,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야 했을 만큼 고화질의 사진은 마치 우주여행을 하는 듯 선명하게 우주를 보여준다. '블랙홀'의 실제 모습, 태양계, 오르트 구름, 초은하단 등 지구에서 출발하여 우주를 여행하듯 점진적으로 펼쳐지는 구성에 어른인 나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책은 또 왜 이렇게 화려해. 책장 위에 얹어두니 금빛이 반사되어 책장에 내린다..) 

 

이 책이 특히 매력 있었던 것은 다루는 우주의 깊이도 깊이지만, 매우 쉽게 설명되어 우주에 대한 기본상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어도 이해가 빠르다는 것. 아직 우주를 이해하기 어린 편인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천문학 용어나 상식을 쉽게 받아들였다. 또 마지막에 펼쳐진 별자리는 아이의 호기심을 한층 자극하였다. 우리 아이보다 조금 더 큰 아이라면, 우주의 역사에 대해 나열한 연표도 꽤 좋아할 것 같다. 

 

또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는 페이지가 다양하게 들어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달을 걷는다면? 우주선을 타고 은하를 가로지른다면? 은하계에도 이웃이 있다면? 등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사실 이 책은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셔야 얼마나 대단한 책인지를 깨닫게 될 것 같다. 만약 다양한 우주 책이 있다면 이 책은 확장의 개념으로, 없다면 우주를 사랑하게 되는 첫 발걸음으로 이 책은 필요한 책이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천문학자의 첫 번째 어린이 책'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충분히 유혹적이지만, 사실 책의 실물을 본다면 그런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그저 '완벽하다'라는 단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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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이립 옮김, 너새니얼 호손 원작, Crystal S. Cha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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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홍글자를 읽었던 날이 여전히 선하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주홍글자(많은 분이 주홍글씨로 알고 계시지만, 이는 오역과 더불어 영화나 노래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를 읽고 분노에 휩싸였다. 종교인의 부도덕함, 남편이라는 작자의 음흉한 술수, 마녀사냥하는 사람들까지. 어린 나의 눈에도 그것은 비겁하고, 부끄러운 행동으로 보였다. 주홍글자를 두 번째 읽을 때는 신입사원으로서 거의 모든 것이 힘들고 부당하다 느꼈던 상태였기에 분노보다는 절망감을 느꼈고, 이번 기회에 세 번째 주홍글자를 만나며 슬픔이 나를 뒤덮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훌륭한 작품은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을 준다. 어쩌면 그 맛에 책을 읽는 것이겠지. 

 

당신은 누가 제일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간통을 저지른 헤스터? 그를 그런 상황에 내몰고도 자신의 목적대로 모두를 이용하는 칠링워스? 자신의 성직자 자리를 위해 모든 것을 묵인하고 혼자 아파한 것을 속죄로 착각하는 딤스데일? 욕을 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가장 피해자는? 간통을 저지른 모든 죄를 덮어쓴 헤스터? 그의 딸로 태어나 삐뚤어진 성격으로 자라버린 펄? 아내에 대한 원망으로 악마가 된 칠링워스? 죽음으로 속죄하는 딤스데일? 바로 이 포인트가 슬픈 이유다. 이 책에는 잘한 사람도 없고, 잘못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 불쌍하지 않은 사람조차 없다. 학생 때는 그저 잘못한 것에 집중하여 이 책을 읽었고, 갓 어른이 되었을 때는 잘한 사람이 없음에 절망을 느꼈다면, 지금은 모두가 불쌍해서 슬프다. 정작 낙인찍힌 채 살아가는 것은 헤스터 하나였으나, 나머지 사람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낙인 속에 갇혀 사는 거다. 

 

한빛비즈의 문학툰을 만나며 '빨강머리앤'은 완전한 기대감으로 시작했고, '레 미제라블'은 우려는 있었으나 역시 기대가 우세했다. 그러나 '주홍글자'는 우려의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던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책장을 덮은 지금은 만화로도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원전을 읽었을 때의 여러 감정을 만화를 통해서도 섬세히 느끼고, 어떤 장면에서는 글보다 더 짠한 마음을 느끼게 돕기까지 해주었다. 혹시 문학툰 중 단 한 권만 읽으실 예정이라면(그러기 쉽지 않으시겠지만), 부디 주홍글자를 읽으시길. 그림의 힘을 가장 크게 느끼실 수 있으실 터. 한빛비즈의 문학툰이 세계명작시리즈를 이루기를, 한국 고전들도 문학툰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된 것은 주홍글자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지금은 식민지 시대도 아니고, 종교가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시대 역시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주홍글자'가 수없이 존재한다. 문득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적어버린 주홍글자는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 역시 짊어지고 사는 주홍글자는 없는지도. 만화책으로 이런 감상을 하는 것이 우스우실지 모르나, 그 우스움은 이 책을 만나고 나면 사라지실 거다. 나처럼 씁쓸한 마음에 괜히 책을 쓸어보게 되실 만큼 완벽한 그래픽 노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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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미선 옮김, 빅토르 위고 원작, Crystal S. Chan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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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문학툰 '빨강머리앤'에 이어 이번에는 '레 미제라블'이다. 아마 레미제라블 원서는 읽지 않았어도 빵을 훔쳐 감옥에 간 장발장은 모두 알 듯하다. 인간에 대한 여러 면과 깊은 고찰을 할 수 있는 엄청난 문학작품인 레 미제라블은 안타깝게도 꽤 많은 이들이 장발장이 빵을 훔치고 감옥에 19년이나 살고 나와, 주교님을 잘 만난 덕분에 선한 사람이 되어 산다는 내용만 많이 기억하는 것 같다. 그 안타까움을 한꺼번에 씻어줄 책이 바로 이 문학툰이 아닐까?

 

사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혁명이나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많아 쉬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로 접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영화도 그리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레 미제라블의 내용을 쉽게 표현하면서도, 원내용을 잘 살린 만화라니! 이 책에 빠지지 않을 방법이 없다. 팡틴의 안타까운 인생도, 장발장의 내면도, 자베르 경감의 내면까지도 매우 잘 살렸다. 심지어는 코제트의 안타깝고도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그대로 나타내다니~ (아기 코제트 너무 사랑스러운 거 아니야? 이를 뺀 팡틴의 모습은 눈물이….)

 

레 미제라블은 아무래도 원작 자체가 조금 더 성숙하고, 깊은 내용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그대로 주기 다소 우려스러운 장면은 조금 있으나 (팡틴의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 아닌 선택을 한 매춘), 사실 그 자체가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니 생략할 수도 없었을 터. (절대 천박하게 표현되지 않음) 그런 부분에 대하여만 걸러준다면 아이들이 레미제라블을 쉽게 만나게 하는 방법으로도 무척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의 재미를 꼽자면, 주연(?) 외에도 조연의 캐릭터도 아주 잘 살린 느낌이 들었다. 여관주인이나 마리우스도 어찌나 잘 표현했는지! 에포닌의 절절한 서사는 만화를 보는데도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프랑스 낭만파 작가인 빅토르 위고의 훌륭한 문학, 레 미제라블. 나는 몇 번이나 읽은 작품이지만, 문학툰을 통해 또 한 번 그 시절의 프랑스를, 문학 속에서 숨 쉬는 여러 인물을 만났다. 참 신기하게도 걸작들은 내 나이가 변해감에 따라 느껴지는 소감이 다른데, 기대 없이 읽었던 만화책에서도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 지금도 여전히 장발장이 그저 빵이나 훔친 도둑인 줄 안다면, 부디 이제라도 레 미제라블을 만나보시길. 언제인가 장발장이 프랑스사람이냐고, 한국인 괴도 장 씨인 줄 알았다던(맙소사) 지인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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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흔들려서, 마흔인 걸 알았다 - 인생 항로를 잃어버린 엄마들을 위한 단단한 마음 철학
김선호 지음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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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쉼이 필요합니다. 쉼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숨을 내쉴 수 있는 상태면 됩니다.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여행을 가고,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 술 마시고 수다 떠는 일은 쉬는 게 아닙니다. 그냥 잠시 잊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이지요. (p.17)

 

지난 몇 년, 나는 꽤 아팠던 것 같다. 그런데 제대로 아픈 줄도 몰라서, 아프다고 말할 줄도 몰라서 그냥 앓으며 그 시간을 버텨왔던 것 같다. 우연인지, 친구들도 각자의 아픔을 겪었기에, 우리는 오히려 말 대신 그저 옆에 있었고, 일상을 담담히 살아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버텨온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들고는 한참이나 표지만 바라보았다. 마음이 흔들리는 마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마흔이란 단어와 흔들린다는 말의 조합이 이렇게 마음에 닿을 일인가. 마흔은 내게 아주 먼일 같았으나 코앞으로 다가와 있고, 마흔은 그저 단단히 살아지는 나이인 줄 알았더니 불혹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여전히 세상에 정신을 빼앗기고, 마음이 흔들린다. 아 그렇구나. 마음이 흔들려 마흔인 줄 알았다는 말은 진짜구나. 

 

'인생 항로를 잃어버린 엄마들을 위한 단단한 마음 철학'이라더니, 처음에는 나를 많이 울렸다. 이룬 게 없을 거라고, 콤플렉스도 여전할 거라고, 감정에 청소가 필요하다고. 참 웃기게도 울음에는 카타르시스가 숨어있다는 말이 진짜인지 실컷 울며 마음이 시원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울고 나니 내가 좀 보이더라.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고통에 의미를 두지 말라는 말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직면한 고통을 잘근잘근 씹어 여러 번에 걸쳐 소화하느라 더 아프다. 실제 고통의 크기보다 더 아픈 까닭이 스스로 고통을 키우는 것 때문임을 또 한 번 생각했다. 

 

또 아이와 나는 독립적 인격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남 대하듯' 아이를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아이를 덜 사랑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저 아이의 인격을, 성향을, 성격을 존중하여 말로 상처입히지 말고, 표정으로 때리지 말며, 나를 투영하지도 말자는 것. 또 반대로 아이에게 생긴 결과를 나의 책임으로 만들어 아파하지도 말자는 다짐을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중간항로의 시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려면 일단 항구에 정박한 배를 출발시켜야 합니다. '최선'을 선택하기 위해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출발하는 겁니다. 이제 행동을 미루지 않길 바랍니다. 지난 40년간 미뤘으면 충분합니다. (p.216) 

 

어떤 문장은 호된 꾸중처럼 아팠고, 어떤 문장은 따뜻한 위로처럼 힘이 되었다. 그러나 책에 집중하면 할수록 내 마음이 들렸다. 돌아보니 내가 아팠던 순간들은 '김 대리', '아내', '며느리' 등 완전히 내가 아닌, 나의 한 순간순간들이었다.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육아 자체가 버겁지는 않았으나, 나는 필요 이상으로 '엄마'의 무게를 짊어지려 하고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어느새 너무 당연해진 이름들을 내려놓고 나를 오롯이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함을, 오롯이 나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오직 나뿐임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터널 같은 시간을 그래도 좀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던 요즈음. 내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 나의 중간 항로 즈음을 지나는 마흔을 그 단단함으로 맞이해야지. 이 책 덕분에, 내가 진짜 마흔이 되었을 때는 조금은 더 단단해져 있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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