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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시 - 푸른 별 지구를 노래한 30편의 시 ㅣ 나무의말 그림책 3
하비에르 루이스 타보아다 지음, 미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김정하 옮김 /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2년 8월
평점 :

부모들이 아이에게 읽어주기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 '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분위기를 살려 읽어주기도 어렵고(어렵거나 민망하거나), 함축적인 의미를 설명해주기도 어렵고. 그런데 사실 문장의 아름다움, 단어의 의미, 운율 등을 이해하기 가장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문학의 영역이 시가 아닐까. 시가 지니는 의미가 높으니 '문학의 꽃'으로 긴 세월 자리 잡은 것일 테니 말이다. 감사하게도 시의 매력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던 나는, 아이에게도 가장 먼저 읽어준 책이 시집이었다. 다른 아기들이 초점 책 쳐다보며 눈 운동을 할 때, 우리 꼬마는 '아름다운 동시집'을 들으며 귀운동을 했던 것. (그 덕분인지 표현력이 좋은 '천사의 언어'를 쓰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그런 우리 집이 요즈음 풍덩 빠져, 수십 번 다시 읽은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푸른 별 지구를 그리는 30편의 시를 담은 '지구의 시'다. 아마 나와 자주 소통하는 이들은 내 스토리에 여러 번 이 책이 언급되거나 등장한 것을 이미 보셨을 테다. 그림 한 장 한 장, 문장 한 줄 한 줄, 어느 하나 허투루 읽고 넘길 것이 없는 눈이 부신 책이었기에 거의 매일 읽었기 때문이다.
먼저 일러스트는 미치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아기자기한 손 그림을 얹은 듯하다. 세상에 없던 아름다움이기에 나의 표현력이 짧은 것이 안타깝기만 한, 이 일러스트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사실적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몽환적인 그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페이지에서는 지도의 작은 점까지도 세세히 바라보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꼬물대는 물고기의 이야기를 엿듣고자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러스트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이 일러스트들을 보며 참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의 눈에도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과 알 수 없는 찡한 마음이 느껴진 모양이었다.
물, 지구, 나라, 바람 등 지구의 다양한 모습을 노래한 내용도 너무 좋았다. 원래도 지구에 관심이 많은 '지구수비대' 우리 꼬마는 아마존이 사라질까 걱정하는 시를 읽으면서는 눈물을 뚝뚝 흘렸고, 등대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자신도 등대처럼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도 했다. 내 마음을 가장 울린 시는 '세상의 지붕에서 달을 만나다'라는 시였는데,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달이 무슨 모양이더라도 늘 곁에 있음을 잊지 말라는 말이 마치 엄마의 사랑 같아서 마음이 찡했다. 나 역시 그런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에(여전히), 아이에게도 그런 사랑을 주어야지- 하고 여러 번 다짐하게 했다. 몇 줄의 짧은 글이라도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준다. 책을 읽으며 종종 깨닫는 것이지만, 깨달을 때마다 놀랍고도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일까 길게 고민했다. 나의 짧은 언어로는 이 책이 가진 엄청난 아름다움과 깊이를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딱 세 글자만 쓰기로 했다. '숭고함'. 이 책은 이렇게 부르는 것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우리를 품고 우리를 기르며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지구의 깊이. 봄·여름·가을·겨울, 오로라와 별자리, 햇살의 반짝임과 물의 윤슬, 빗물의 연주 등 생각해보면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지구의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을 가득히 눌러 담은 책이다.
부디 당신의 가정에도 이 책이 자리하길 바라본다. 아이와 그림 하나하나 천천히 음미하고, 문장 한 줄 한 줄 같이 읽으며 지구의 아름다움을, 지구의 깊이를,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감사함을 오롯이 느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