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흑역사 - 두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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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문제는 결국 세금을 거둘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여기서 세금에는 명목상의 세금뿐 아니라 실질적(이름은 세금이 아니더라도) 세금까지 포함된다. 이런 세금은 필요한 수입을 채워줄 뿐 아니라 정권이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공정하다는 인식을 주되, 경제 전반에는 과도하게 이차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며(어느 정도 피해는 줄 수 있다) 실제로 집행될 수 있어야 한다. (p.125) 

 

우리의 거의 모든 생활은 세금을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커피 한 잔을 사 먹어도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고, 커피를 판 사람은 소득세를 낸다. 세수를 한 번 해도 수도세를 내고, 불 한번을 켜도 전기세를 내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그 모든 것에도 세금이 부과될 것이다. 이러한 세금과의 공존은 오늘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도 미래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보면 세금은 우리의 역사와 내내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하리란 것이다. 쉽게 말해 세금 속에 숨어있는 역사도, 세금의 이야기도 흥미 있는 것이 가득하리란 것. 더욱이 그 역사를 바탕으로 세금의 미래를 배울 수 있음도 당연하다. 

 

국제통화기금 IMF의 공공재정국 부국장인 '마이클 킨'이 미시간대학교 경제학 교수, '조엘 슬렘로드'와 함께 저술한 책이라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걱정은 기우였다. 세금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어찌나 재미있게 끌어가는지 꽤 두꺼운 책인데도 비교적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당시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세금을 부과할 근거가 될 만한 타당한 사유를 찾는 것이었다. 그것은 부의 수준에 따라야 하고(공정성을 위해), 쉽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논란을 피하려고), 직전에 폐위된 스튜어트 왕조에서 난로 개수를 확인하려고 세금 조사관들이 집 안까지 들어오게 했던 끔찍한 난로세를 대체해야 했다. 따라서 집 안까지 들어가지 않고도 멀리서 확인해야 했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창문이었다. (p.40)

 

창문 수에 대해 세금을 내는 시대에 살았더라면 나는 엄청난 양의 세금을 내야 했을 거란 생각에 미치자 과거 얼마나 많은 세금이 터무니없이 부과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세금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고, 시대가 변하며, 사람이 죽고 산다는 학자들의 이론은 꽤 타당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종종 세금에 대해 의식조차 하지 못하지만, 이 세금은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얼마를 내든 많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세금이지만 이 세금으로 인해 우리는 보호를 받기도 하고, 침해를 받기도 한다. 공평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불공평한 삶을 살기도 한다.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세금을 약탈이라고 묘사했다. 물론 때로는 과하다고 여겨지는 세금에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세금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이들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허나 이 책을 통해 세금의 목적이 '대부분 이들의 편의성'에 다다를 수 있고, 효과적인 관리를 통한 국민의 안전과 편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세금이 모두 '흑역사'로만 취급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세상이 발달할수록 더 많은 세금이 만들어질 것이고, 고령화 등으로 인해 복지가 중요해질수록 세금은 더 큰 이슈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세금을 공부할 적기가 아닐까? 과거의 세금을 통해 현재의 세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세금을, 또 '부'를 배우는 것. 이 책은 내게 오늘을 조금 더 이해하는 힘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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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성달성 우리 아이 성교육
바른생각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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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7세의 아이는 엄청난 발달을 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아이들은 언어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급격한 발달을 하게 돼요. 그리고 '성 정체성'이 형성됩니다. 그전까지는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던 남녀의 차이, 아이와 어른의 차이를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시기에요. (p.51)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질문하는 범위가 넓어지며 종종 성에 대한 것을 묻는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여 몇몇 상식은 알려주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늘 어디까지 알려주어야 하고, 얼마나 알려주어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나보다 먼저 아이를 키운 언니가 내 이런 고민에 “뭘 벌써 그런 고민을 해”라고 말하긴 했으나, 정말 지금이 벌써 일까 라는 생각이 들곤 했으나 이것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성은 숨겨서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였고, 중학생쯤이 돼서야 성교육을 받았던 우리가 엄마가 되었는데, 잘 가르쳐주는 것이 어디 쉬운 일 일까.

 

그런 나의 고민에 다양한 조언을 해준 책이 있다. 아마 나와 비슷한 또래 맘들은 모두 필요한 책일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바른 생각'님이 기획하고 세 명의 전문가가 집필한 도서로 '현실적인', '일상적인' 성교육을 돕는다. 이 책을 만나면 '황새가 물어다 준 아이' 말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아이'로 우리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성적인 부분'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물론 성교육의 중요성이나 평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성교육, 여자와 남자의 몸과 올바른 몸 관리법 등을 알려주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특히 좋다고 느낀 점은 생식기 너머의 이야기들을 잘 다루고 있는 점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노출되는 '친밀한 관계의 폭력', '미디어 폭력', '미성년 성범죄' 등에 대해 바른 개념을 잡을 수 있고 이를 아이에게 알려주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외양간 고치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미리 공부하고 예방해야 하지 않나. 그런 부분들에 대한 나의 고민을 매우 자연스럽게 해결해주었다. 또 성인지나 자기 결정권, 폭력에 대한 민감성 등까지 다루고 있어 구시대적인 성교육을 벗어나 실질적인 교육, 진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제대로 된 대화가 하고 싶다면 아이를 미성숙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 보는 기본 태도를 양육자들이 갖춰야 한다는 거예요. (p.61)

 

자기 결정권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과거와 선택들을 애도하고 자유로워지기 위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p.127) 

 

더이상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나 살인 등을 '데이트폭력'이라는 낭만적인 용어로 불러서는 안 됩니다. (...) 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냐는 피해자에 대한 비판도 멈춰야 합니다. (p.161)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느낀 것이 우리는 '성교육'을 우리가 먼저 공부해야 잘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외국에서 3~4세 아이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성교육 영상을 중학생쯤에서야 접했던 우리가, 엄마·아빠가 되었다고 갑자기 박사님이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 책에 포함된 알성달성노트와 더불어 본문의 내용을 재독 하며, 우리 아이에게 제대로 된 성을 알려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가 어리다고 미루어 둘 일도 아니고, 반대로 다 컸다고, 이미 성교육하지 않아도 스스로 다 안다고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우리 아이의 평생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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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임이랑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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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싸여 살아내는 일상을 마치 아이를 데리고 함께 다녀야 하는 일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불안을 데리고 있어야 하니 음악을 들을 수 없어. 불안을 안심시켜야 하니 커피를 그만 마시는 게 좋겠어. 불안과 함께 하는 중이니 공포영화는 다음에 봐야겠어. 불안을 재워야 할 시간이니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겠어. 

(...)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와 내 불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p.14~15)

 

 

처음에는 책 제목에 의아했다.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그러나 곱씹으니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라는 말인가 싶어졌다. 우리는 꽤 많이 불안해하고, 불안을 만들어내고, 불안과 더불어 살아간다. 때로는 불안해서 불안한지, 불안하지 않아서 불안한지 헷갈릴 만큼. 그런데 그 불안을 차라리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하루는 꽤 달라질까. 

 

20페이지도 채 넘기기 전에 궁금증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나의 물음처럼, 저자는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음에 받아들이고 한층 편안하게 느꼈다는 것. 문득, 정말 불안을 아이처럼 데리고 다니며 보살피면 정말 덜 불안해지지 않을까 싶어졌다. 아는 아픔은 예상할 수 있으니 덜 슬픈 것처럼 말이다. 그 해답을 찾고자 그의 문장에 빠져들어 단숨에 한 권을 다 읽도록 엉덩이를 떼지 못했다. 작가의 책은 두 번째인데 한층 풍요롭다는 느낌이 가득했고, 공감하며 더불어 나도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라는 문장에서 힘이 났다. 나는 괜찮은데도 남들이 괜찮냐는 물음에 안 괜찮은 척해야 하는지, 더 괜찮은 척 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스스로 '그때도 지금도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라고 당당하고 온전히 '나 스스로'가 돼보자고 나를 응원해주었다. 내 마음 어딘가를 둥둥 떠다니던 마음들을, 작가가 가지런히 정리해준 기분이 이걸까. 작가의 문장에서 평안을, 안도를 얻었다. 

 

이 책은 나처럼 까만 밤에 홀로 앉아 읽는 것도 너무 좋지만, 가방에 넣어 다니며 라디오 사연을 듣듯 한두 구절씩 아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잠 못 든 어느 밤에는 있는 힘껏 닿아주는 사람으로, 어떤 날에는 자신의 허술함을 들어 당신의 허술함을 덮어주는 사람으로, 어떤 날에는 멋들어진 사인에 기뻐하는 아이 같은 사람으로, 어떤 날에는 '그런데도' 귀한 사람으로 당신을 만나러 와줄 테니 말이다.

 

'자주 외롭고 가끔은 울지만 그래도 힘을 내려는 당신. 퇴근길의 지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당신. 나는 매일의 당신을 상상하며 늘 당신에게 감사한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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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 읽는 한국사 이야기 3 - 조선 시대 전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재밌는이야기역사모임 외 지음 / 더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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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한 충녕은 스무 살 무렵에는 당대 최고의 학자들과 견줄만한 학식을 갖추게 되었다. 결국, 태종은 양녕으로 하여금 세자 자리에서 물러나 충녕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게 했으며, 충녕은 후에 임금이 된다. (P.47)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거의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사야말로 '아는 만큼 재밌다'라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른 드라마는 내용을 몰라야 재미있는데, 유독 사극은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 봐도 재밌지만) 알고 보면 정말 곱절은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던가? 최소한 사극이 재미있고, 유적지만 재미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독서'와 '역사'를 욕심내왔는데, 그 욕심을 가득 채워줄 책이 등장했다. 바로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한국사 이야기'다. 맞다.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된 '재밌밤' 시리즈의 한국 사 버전! 

 

사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엄청 궁금했기에, 출간과 동시에 조선 시대부터 뚝딱 열어보았다. 조선은 3권과 4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1권은 선사시대에서 삼국시대까지, 2권은 남북국시대에서 고려 시대, 5권은 조선의 근대화와 열강의 침입, 6권은 일제강점기에서 대한민국을 다루고 있으니 이 시리즈만 만나도 우리의 역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것. 

 

책의 구성이 너무 좋다고 느껴졌기에, 간략히 소개를 먼저 하고자 한다. 책을 열면 한국사와 세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연표를 가장 먼저 만난다. 개인적으로 연표를 달달 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나, 아이 방과 화장실 사이에 붙여두어 오가며 본다면 자연스럽게 흐름을 알게 되어 좋은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시간순 연표와 유물 연표가 붙어있다) 본문은 3개의 큰 주제 안에 중요 키워드를 다루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질문 형태로 이야기를 시작한 점도 매우 좋고, '한 걸음 더'라는 꼭지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어 매우 좋았다. 한 꼭지당 분량도 3~4장 정도로 이야기를 정리하며 읽기도 좋고, 개념을 잡는 것도 매우 좋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읽히지 않는 책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아이들의 흥미를 지속해서 끌어내면서도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좋은 듯하다. 또 각 꼭지가 질문 형태로 되어있는 것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아이와 “태종은 왜 형제들을 죽여야 했지?” 등의 질문을 하고 이를 아이가 설명하게 하면,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기억될 것이다. 또 다른 역사서나 교과서를 읽으며 해당 키워드가 나올 때, 찾아보며 복습하기에도 너무 좋은 책!

 

개인적으로 이 책은 교과서와 나란히 꽂히면 좋을 것 같다. 교과서가 지겨울 때, 이야기가 막힐 때, 심심할 때 어느 때든 꺼내서 한두 꼭지 읽으며 개념을 잡고,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 혹 아이가 어려도 괜찮다. 어른이 읽기에도 충분히 재미있는 내용이고 한 꼭지씩 읽어주기에도 너무 좋은 분량이니 말이다. 역사 교과서를 만나기 시작했을 때 부랴부랴 역사를 알려주면 역사는 점수를 받아야 하는 지겨운 과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재미있게 역사를 이해하게 돕는 책을 아이가 만난다면, 미리 만난 아이는 미리 재미있고, 이미 역사 교과서를 만난 아이들은 교과과정을 더 재미있게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재밌밤 한국사는 모든 집에서,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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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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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주머니에는 미술 도구값은커녕 일 원짜리 동전 한 닢도 없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 믹서 또한 당신이 집을 비울 긴 세월, 가난할 수밖에 없는 아내가 괄시받지 않도록 남기고 간 배려였던 것이었다. (p.13)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하고(?), 심지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도 '읽은 책' 목록을 작성할 때 꽤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김진명'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살수' 등 요샛말로 저절로 '국뽕'이 되는 책들이 수두룩하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실 내가 역사서를 좋아하게 된 까닭에도 그가 한몫했다. '황태자비납치사건'을 읽고 부들부들 떨며 이게 진짜인지, 몇 퍼센트나 진짜인지 묻는 내게 아빠는 “네가 역사책에서 찾아보는 게 더 재미있을걸?”하고 대답해주셨다. 그래서 역사서들을 찾아 읽었고, 읽다 보니 재미있어졌다. 출간된 그의 책을 모두 다 읽었다는 것은 그의 소설을 읽고, 역사서에서 그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여전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그의 에세이라니. 그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꽤 많은 것을 얻는 나도 생각 부자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소탈한 인간적인 면모와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던 강단과 소신을 모두 만날 수 있었는데 역시나 마음에 크게 남은 것은 독서를 대하는 그의 자세와 역사적 의식에 대한 소신이었다.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묶인 부분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읽을 때보다는 많은 이야기에 대해 내 생각을 가지게 되긴 하였으나, 그런데도 여전히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단 것이었다. 국·영·수에 밀려 역사가 찬밥신세가 되는 것이, 미래를 두고 볼 때 정말 괜찮은 것인지를 다시 고민하게 했다. 또 아이와의 역사 공부 계속 부지런히 해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다는 것도 되새겼다.

 

무언가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맞다. 다른 어떤 계산도 해서는 안 된다. (p.40)

 

세상에는 공부 잘하는 길 외에도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다 생각했던 내가 삐삐에게 권해본 게 타인과의 소통이었다. 긴긴 세월 남과 소통하며 살아온 삐삐의 내면에는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어떤 세계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p.58) 

 

스스로 절실한 노력 없이 남들이 알아서 대접해 주기를, 우리를 대신해 외국의 학자들이 오롯이 밝혀내어 공정히 알려주기를 기대하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무엇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p.203)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숙제를 무사히 마치면 상으로 받는 이야기 한 토막이 바로 과거니까. (p.263)”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야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가르침을 다이어리에 옮겨적으며 생각해본다. 우리의 오늘도, 우리나라의 오늘도 충실히 살아내야 한다고. 나의 과거도, 나라의 과거도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으니 말이다. 물론 그 하루하루가 영광의 순간일 수는 없다. 책 제목처럼, 때로는 우리의 하루가 불행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행도 충실히 살아내야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은 후처럼 마음이 묵직하다. 그는 무겁지 않은 문장과 이야기를 주었는데, 내 마음이 이렇게 묵직해진다. 그의 글은 언제나 그랬다. 이번에도 나는 그의 문장을 곱씹으며 마음의 묵직함을 스스로 하나하나 꺼내 보아야지.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조금 더 깊어지고, 자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숙고하는 시간을 선물해준 작가님과 이 책을 선물해주신 분께 감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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