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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공감의 기술 ㅣ 아우름 55
권수영 지음 / 샘터사 / 2022년 6월
평점 :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3월 발표된 <3.1독립선언서>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지 결코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처럼 다시 자기 자신의 숨겨진 감정부터 따뜻하게 돌아볼 수 있다면 무한 경쟁으로 빼앗긴 우리 마음에도 봄이 오지 않을까요? (p.65)
언젠가 아이와 함께 참가했던 한 교육에서, 우리 아이는 “엄마가 해주는 행복한 말”로 “그랬구나, 생각을 말해줘서 고마워”를 적었다. 대부분의 아이처럼 “사랑해”, “고마워”, “너는 소중해” 등의 문장을 나열한 뒤에 적힌 문장이었다. 그때 강사님은 이 아이의 엄마가 누구냐고, 손 한번 들어봐달라고 하시더니 손뼉을 쳐주셨다. 난 그 문장을 적으리라 생각도 하지 않았고, 말을 할 당시에도 큰 의도를 가지지 않았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강사님은 그 말이 아이가 마음을 이야기하게 하는 말이라고 하셨다. 어릴 때는 대부분의 아이가 마음을 이야기하지만 커갈수록 그게 줄어드는데, '엄마가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어.'라는 느낌을 받는 아이들은 나이를 먹어도 엄마에게만큼은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거라고, 앞으로도 아이에게 귀 기울여주시라고 하시며 말이다.
그때 나는 뿌듯함과 걱정이 반반 들었다. 내가 끝까지 공감하고 경청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어느새 아이는 자기 생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종종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있는 어른들을 '눈치'채기도 한다. 말로만 '공감하는 척' 하면 입을 다물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말들이 구원투수 같았다. “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라는 우리가 잘한다고 착각하지만, 정작 제대로 못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공감'을 딱딱 짚어주는 참고서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감정과 감성에 묻혀 '풍요 속 빈곤'한 시대를 보내는지 모른다. 우리는 거의 매일 누군가에게 “좋아요”를 누르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진짜 공감해주지 못하고, 받지 못하고 있는지도. 단순한 나이의 장벽을 넘어 사상이나 가치 등의 차이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아 자신도 타인도 사랑하지 못하는 세상. 작가는 이러한 시대를 '감정적 문맹'이라 칭하며 정서적 교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내용이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현실같이 느껴져 마음에 쓴맛이 느껴졌다.
또 넘치는 오지랖이나 일반화로 타인의 말을 막아버리는 사례들을 들으며, 아이들이 이런 대화방식을 가진 어른들에게 더 많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아이가 이야기할 때 한발 물러서서 들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특히 많은 도움을 얻은 것은 3장으로 실제 공감을 잘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었다. 특히 공감이 갔던 것은 상대방의 웅덩이 아래까지 함께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흔히 너의 슬픔을 이해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 사람과 같이 수렁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데, 그러한 감정교류를 가지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쉬워진다는 작가님의 말은 마음을 둥둥 울렸다. 혹여나 우리 아이가 훗날 감정의 수렁에 빠지는 날, 기꺼이 같이 들어 앉아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러려면 늘 아이의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지 하고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옮겨적다 보니 책 한 권을 다 필사할 뻔했다. 그만큼 이 책에는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는 법을 여러 방면에서 잘 제시하고 있다. 공감 능력이 신뢰와 행복, 사랑이나 우정까지 만들어내는 초석이라면- 나도 아이도 더 부지런히 키워야 할 능력일 테다. 물론, 아이를 넘어 다른 가족, 친구, 지인에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