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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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엔, 자신이 지닌 힘으로 보조해주려는 조력자들이 함께할 것입니다. 여기 벌거벗은 비너스를 따뜻한 색상의 부드러운 천으로 확 감싸주려는 존재처럼, 바람을 후후 불어서 순탄한 이동을 존재처럼 말입니다. (p.78)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그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기본적인 욕구 탓인지, 나는 항상 예술을 탐미해왔다. 습성이라는 것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닌 터라 음식도 책으로 배우는 내가 그림을 느끼는 가장 큰 수단은 역시나 책이었다.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백 권에 달하는 미술책을 읽었는데(미술'사'포함) 그중 가장 큰 위안을 주었던 것이 바로 '그림의 힘'이었다. 당시 내 마음이 힘들었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그 책은 오래도록 위안이 되었다. 여러 날 여러 번에 걸쳐 책을 만나며 다른 위로들을 얻곤 했었다. 

 

그리고 그 책이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으로 (심지어 '불타오르는 6월'을 표지로!) 돌아왔으니 내가 다시 만나지 않고 배길 수 있나. 아트테라피의 늪에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혹시나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어 아직도 '그림의 힘'을 만나지 못한 책쟁이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장바구니에 담으시길. 배경 지식이 없어도 술술 그림과 위로가 읽힐 테니. 그리고 일단 이 책은 '미모'로도 도록으로서의 '역할'로도 빠지는 것이 없는 '가성비', '가심비' 다 채우는 책이다. 

 

처음 김선현 교수님의 책을 만났을 때, 박물관의 이어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내게도 이 책은 그렇게 쉽게 다가왔다. 잔잔한 문장과 그림 하나. 어떤 날에는 그냥 마음이 닿는 그림을 먼저 보고 내용을 읽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내용을 읽으며 그림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처음 책을 펼칠 때는 그림이 무엇일까 맞추는 재미가 있었고, 여러 번 읽은 후에는 그 그림들을 찬찬히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잡념들이 사라지곤 했다. 

 

 

'고삐에 매였으면서도 '원하든 원치 않든 달려야 함'에서 바뀌어서 있습니다. 이 넓은 평원에 '서 있는 말' 그 자체서 우리는 쉼의 정서를 받습니다. (p.59) 

 

자기만의 원리원칙을 고집하느라 얼마나 많은 재미를 놓치고 있는지. (p.101)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고, 몇 년 전에 나온 '그림의 힘'을 또 꺼내어 읽고, 두 판본의 그림을 비교해보며 다시 읽고- 여러 번 반복하여 읽음에도 이 책은 지겹다는 느낌이 없다. 어려움도 없다. 그저 잔잔히 그림의 호수에 나를 띄우고 둥둥,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제목을 외울 필요도 없고, 작가를 알 필요도 없다. 그림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와 위로를 한껏 얻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이 책을 만나다 보니 몇몇 그림들은 자연스럽게 익혀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나는 그림들을 공부하기보다는 그저 만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림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느라 애썼다고 등을 토닥여주는 책.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반 고흐'나 '클로드 모네', 혹은 '프레더릭 레이턴'이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냐고 말을 걸어오는 책. 위로가 필요하다면- 그림을 몰라도 순서를 지키지 않아도 좋다. 그저 마음이 닿는 어느 페이지든 펼쳐 들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책이 알아서 해줄 테니. 

 

(* 참고 :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은 기존 '그림의 힘'보다 약간 크기가 작아지고, 가독성은 높아졌다. 그래서 장소에 구애 없이 더 자주 '그림의 힘'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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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일러스트 매거진 아노락(Anorak) : 공원 - ISSUE 1
아노락 코리아 편집부 지음, 김미선 옮김 / 아노락코리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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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꼬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리고, 붙이고, 그리고, 색칠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등의 손 놀이 등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매거진, '아노락'. 지난번에 핑크색 '친절'버전에 이어 '아노락(Anorak) : No.1 공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노락(Anorak) : No.2 친절 리뷰 (https://blog.naver.com/renai_jin/222802241607)

 

아노락은 매우 다양한 매력을 가졌는데, 상식, 유머, 시사, 음악, 과학, 요리까지 매우 다양한 부분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어 재미있고 예쁘게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다양한 스토리를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연결해볼 수 있어 책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며, 일러스트 역시 너무 예뻐서 아무 데나 붙여도 멋진 작품이 된다. 

 

이번호 '공원'은 세계각국의 다양한 공원을 만나기도 하고, 우리집 근처의 공원지도를 직접 그리기도 하는 등, 매우 다양한 과제를 수행했다. 또 동물과 나무에 대해 이야기해주어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었는데, 특히 재미있어 했던 건 두근두근 요리 교실! 내용물이 바뀌긴 했으나 우리집에서도 나름 감자파이를 만들어보며 즐거워했다. 엄마가 고른 최고는 '신나는 말말말!' 빈둥둥이나 화들짝 등 다양한 단어를 배우고 사용해보았다. 또 암호만들기로 각종 암호문을 만들어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읽고 끝나는 독서를 벗어나,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참여하는 책들이 많아지니 아이의 생각도 점점 다채로워진다. 무더위에 코로나, 그리고 개인 사정 등, 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탓만 하면서 보낼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아이와 만나면 아이의 세상이 조금씩 자란다. 예쁘고 재미있으면서도 창의력과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책, 아노락! 벌써 세번째 이야기는 어떤 스토리가 담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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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수프 이야기 속 지혜 쏙
양지안 지음, 배철웅 그림 / 하루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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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언제 드시나요? 저는 요즘 들어 꽤 자주 그런 느낌을 받곤 하는데, 특히 아이와 '티키타카'가 될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아이가 말을 시작할 때부터 '왜?'를 물어온 엄마이기에 그림책을 읽고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를 많이 묻는데, 요즘은 아이와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는 책들이 있거든요. 아이와 각자의 생각을 펼치며 대화할 때,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찡해집니다. 

 

며칠에도 우리 꼬마와 2시간이 넘는 토론을 했는데, 그 주제는 바로 '돌멩이 수프'였습니다. 길을 가던 나그네가 배가 고파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달라 요청하지만 아무도 나누어주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귀했기 때문이죠. 그러자 나그네는 돌멩이로 수프를 끓이기 시작합니다. 한 꼬마가 그것을 궁금해하며 바라보자 나그네는 '양배추'가 있으면 더 맛있어 질 거라고 말하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재료를 하나씩 가지고 나와 풍성한 수프를 나눠 먹죠. 나그네가 떠난 후에도 마을 사람들은 함께 돌멩이 수프를 끓여 먹으며 겨울을 보냅니다.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가 어째서 토론이 되냐고요? 제가 “그런데 나그네는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한 게 아닐까?”라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제 말에 아이는 “왜? 아무도 나쁜 결과를 얻은 사람이 없잖아.”이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깜짝 놀람) 그래서 저는 일부러 “나그네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돌멩이로 수프를 끓인다고 거짓말을 해서 마을 사람들의 재료로 수프를 끓여 먹었어. 심지어 돌멩이도 마을 것이야.”라고 말했더니 한참 고민을 하던 아이가 “그래. 그렇지만 돌멩이도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수프도 혼자 먹지 않고 온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었어. 요리법도 나누어주었지. 가진 것이 없어서 돌멩이 수프를 끓였지만, 양배추를 달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온 것을 사용해 다 같이 먹었으니 나쁘지 않아. 아무도 재료를 주지 않았더라면 돌멩이만 넣고 끓인 물만 따뜻하게 먹었을 수도 있으니 거짓말도 아니야.” 7살 아이의 머릿속에서 나온 대답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어느새 아이는 자라 '말의 의도와 결과'를 모두 이해하고 있었고, 여러 행동 중 잘된 것과 잘 안 된 것을 구분하는 능력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책 읽어준 보람이 있다. 또르르)

 

아이가 잠든 후, 돌멩이 수프를 다시 찬찬히 익어보았습니다. 물론 처음 읽을 때도 너무 좋은 책이었으나,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만나는 책은 더 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러스트를 먼저 살펴보면 처음 나그네가 들어설 때의 마을의 분위기나 사람들의 표정은 황량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재료를 나눠주는 표정은 하나같이 온화하죠.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는 '자발적인 나눔'임을 알아채고, 그것이 선하고 좋은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겠죠. 모두가 코를 킁킁대며 수프 앞으로 오는 표정은 어찌나 익살이 넘치는지! 모든 페이지에 등장하는 빨강머리 꼬마를 관찰하는 것도 큰 재미를 줍니다. 정말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거든요. 나눔의 미학을 배운 사람들의 표정과 마을 분위기는 처음과 사뭇 다릅니다. 가진 것을 나눌 때 세상이 얼마나 따뜻해지는지 아이에게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되는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내용에도 그런 지혜가 잘 녹아있습니다. 구어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듣듯 흥미진진한 전개 하며, 문장의 분위기도 처음과 끝이 살짝 달라 아이가 직접 나누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뿐 아니라, 그 어떤 아이라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 속 지혜 쏙' 이라는 시리즈 명처럼, 따뜻한 이야기에 녹아든 지혜를 배우게 하는 책. 늘 지식보다는 지혜를 갖춘 아이로 키우고 싶던 육아관에 정확히 일치하는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다른 집에서도 이 책을 읽고, 아이와 나그네에 관해 토론을 나눠보면 어떨까요? 저처럼 이야기 속에서 쑥쑥 자라는 아이들 생각에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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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경주 귀쫑긋 그림책
클레망스 사바 지음, 마갈리 르 위슈 그림, 이정주 옮김 / 토끼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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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성을 가진 아이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착한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인사를 잘하는 아이? 너무 막연한 질문이라면 반대로 할게요. 어떤 아이가 가장 별로인 아이인가요? 못된 아이? 공부를 못하는 아이? 인사를 안 하는 아이? 그러면 인사도 안 하는데 공부도 못하고 못된 아이는 최악의 아이일까요? 반대로 공부 잘하고 인사도 잘하면서 착한 아이는 제일 훌륭할까요? 정작 어떤 것이 제일 낫고 나쁜지 말하지도 못하면서, 많은 부모는 아이들을 경쟁 구도에 줄을 세우는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든 1등을 하라는 1등 중독자들처럼. 

 

'위대한 경주'라는 책을 만나며, 나 역시도 특별한 내 아이를 혹시 경쟁하는 줄에 세워놓고 1등 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또 행여 앞으로도 내 아이를, 아이가 원치 않는 줄에 세워 빠르게 달리라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등을 떠미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고요. 

 

이 이야기에는 수많은 '장'들이 나옵니다. 장 씨 성을 가진 이들이 만든 대회이기에 장씨 성을 가져야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죠. 큰 의미 없이 읽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자체가 풍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준 조건으로 이미 '제한된 시합'을 하는 선택받은 아이들. 어쩌면 작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름이라는 제한을 서두에 내건 것은 아닐까요?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목에 걸치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다른 리그에 선다는 뜬소문(!)을 가진 우리나라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모들 말고는 이 경주에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뛰라니 뛰는 애들도 있고, 자신의 욕구대로 기타를 목에 매거나, 출발선도 모르거나.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경주는 시작부터 쉽지 않더니 낙오자들과 경로 이탈자가 난무합니다. 급기야 위험에 친구를 위해 뛰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참가자도 있죠. 1등이요?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에는 1등이 없습니다. 그리고 꼴찌도 없습니다. 모두 경기장을 벗어나 자신이 꿈꾸던 대로, 바라는 방향으로 살아갑니다. 그 모습에서 아마 많은 부모님은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깊은 생각을 주는 스토리가 아이들에게는 재미없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오산. 익살이 가득한 일러스트는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재미를 제공하고, 부모들에게만 특별한 대화를 박차고 나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아이들도 많은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이는 아이들이 행복해했으니까 엄마·아빠들도 행복하게 그 옆에 앉지 않을까, 하는 추정을 했습니다. 그 말에 또 한 번, 아이의 순위가 아닌 행복에 귀를 기울이는 엄마가 되고자 결심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나눈 대화를 떠올려봅니다. 아직 어려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지는 못했지만 7살의 아이도 자신이 바라는 미래가 있고, 자신이 행복하면 부모도 행복하리라는 깊은 신뢰를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트랙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믿음과 용기를 가지면 가능한 일이었음을 문득 느낍니다. 

  

“부모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수는 있어도, 메이커나 트레이너는 될 수 없다.” 

제 다이어리에 적힌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이 말. 다른 부모님께도 이 책이 닿아 아이의 꿈을, 아이의 미래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트랙을 벗어나 자신이 바라는 곳을 향해 걷는 용기 있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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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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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도 똑같아. 열심히 준비했는데 허무하게 끝날 때가 많아. 각종 시험부터가 그렇잖아. 몇 년 공부해 단 몇 시간 안에 판가름 나. 생각하니 정말 허무하네. (p.47)

 

별다른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소설을 읽지 않았다. 육아에 직장에, 꾸준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것이 어려웠기에 손 놓기 힘든 소설을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나는 5분이면 5분, 2시간이면 2시간.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잡고 읽었다. 그러다 올해, 육아도 시간도 꽤 여유로워져 다시 소설들을 들춰보곤 했다. 역시 재미있다며 박수를 잔뜩 준비한 채 말이다. 

 

꽤 길었던 '소설 금지' 시즌에도 '페인트'는 찾아 읽었던 나에게 어쩌면 '챌린지블루'는 당연한 순번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꿈과 미래에 대한 압박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전하는 응원이라니.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지금, 내가 읽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어린 친구들을 멘토링하며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나이, 직업과 관계없이 꿈을 꾸라고. 그러나 정작 나는 먹고살기 위해 꽤 오래 꿈을 잊고 살았다. 아니, 살기 위해서 진짜가 아닌 꿈들을 만들어 그 안에 나를 욱여넣었던 것 같다. 승진이나 인정, 적금의 만기나 특정 물건의 구매 같은 '비교적 이루기 쉽고, 가치가 낮은' 것들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휘청이는 바림에게서 나를 본 것은, 다른 이의 천재성을 부러워하면서도 나아가지 못하는 한심함을 마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였는지도 모른다. 먹고 산다는 것을 핑계 삼아, 가지지 못한 재능을 그저 기회가 없어 못 가진 것처럼 포장해왔으니까. 그러나 나는 이제 꼭 바다로 가지 않는 물길도 쓸모없지 않음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바림도, 바림의 엄마도, 그것을 받아들였기에 조금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리뷰에 이토록 나의 감정을 꼼꼼히 적는 것은, 이 책이 진짜 주고자 한 깨달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블루는 세상에 하나도 없듯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감상은 다르겠지만, 품었던 꿈에 대한 열정, 그 시절 갈망했던 응원은 같지 않을까. 그저 담담히 다림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같지만, 작가는 이 글 안에 꽤 많은 것을 담아두었다. 나보다 재능을 가진 이를 보며 그 사람의 노력보다는 '운'을 보려고 하는 옹졸함도, 꿈을 꾼다고 하여 모두가 바다로 흐르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성찰도,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만 진짜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깨달음까지도 빼곡히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오묘하게 다른 색의 나열조차 세상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어떤 색이기에,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작가의 위로에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무슨 색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살 가치가 있다는 것에 눈물이 났다. 

 

페인트도 그랬지만, 이 책이 청소년 문학이라는 것이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민하고, 생각하며 꽤 깊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가장 철학적인 순간은 고2 겨울방학 즈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만 하더라도 그때만큼 나의 진로에 대해, 미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도 대답할 말이 없다. 

 

나는 구분 짓기도 애매한 '청소년 문학'이라는 말 대신, '꿈이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문학'이라고 고쳐 적기로 했다. 마흔이라고 인생에 고민이 없고 명료한가 생각하니 곧바로 고개가 저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진로나 인생을 고민하는 10대들에게 큰 도움을 줄 이야기지만, 나처럼 여전히 철들지 못한 어른에게도 응원을 주는 반짝이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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