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호랑이 발톱 달마중 22
박용숙 지음, 홍선주 그림 / 별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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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콧김을 '킁~'하고 뿜으면 나무가 '쿵'하고 쓰러지고, 눈에 힘을 '빡' 주면 빛이 번쩍번쩍 나고, '으르렁~'소리치면 산은 물론 하늘까지 쩌렁쩌렁 울리게 만드는, 나무가 뚝뚝 끊어질 만큼 힘이 센 집채만 한 호랑이가 살았데.”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에 눈이 반짝이지 않을 아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식탁에 앉아 첫 장을 소리 내 읽었더니,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던 꼬마는 어느새 내 옆에 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엄마, 빨리 뒷장 읽어주세요.”. 

 

첫 장부터 이렇게 몰입감이 장난 아닌 이 책은 박용숙 작가의 “신통방통 호랑이 발톱”이다. 이야기를 듣는 듯한 구어체를 사용하여 아이들에게 몰입감을 주고, 의성어와 의태어가 어찌나 다양하게 사용되었는지 같이 읽는 엄마도 재미가 있다. 더구나 호랑이가 원래부터 힘이 센 게 아니라 노력형이라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설정인가. 거기에 우리의 호랑이는 살짝 부족하여 너구리의 꾐에 빠지기까지 한다. 너구리의 감언이설에 속아 바보짓을 하는 호랑이를 보며 우리 꼬마는 애가 탔다. 손을 꽉 쥐고 이야기를 읽느라 손바닥에 땀이 흥건할 지경!

 

호랑이가 사람을 꿀떡꿀떡 잡아먹고, 북두성군과 전쟁을 하고, 발톱을 되찾기 위해 너구리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여 책장이 언제 다 넘어가는지도 모를 사이에 한 권을 뚝딱 읽었다. 재미있게 읽고 나니,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것과 벼룩부터 사람까지 귀하지 않은 목숨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스토리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도 아이들이 내내 눈을 떼지 않고 빠지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이야기 자체도 너무 재미있는데, 홍선주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한층 더 웃음을 더해준다. 고전 동화의 일러스트를 여러 작품을 해온 작가답게 그림에 담긴 익살스러움과 한국적인 미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주고, 직접 웃음 코드를 찾게 해주어 스토리를 한층 맛깔나게 살려준달까. 특히나 벼룩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고 누워있는 사냥꾼의 얼굴은 그 자체로 웃음보를 유발하는 매력적인 그림이었다. 

 

개인적으로 전래동화나 명작동화의 잔혹성이나 외모지상주의, 금전 위주의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전래나 명작을 읽어준 편이다. (지금도 몇몇 동화는 손 닿지 않는 책장에 꽂혀있다)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은 것 말고는 그런 잔혹성도 없고, 한국적인 웃음이 가득했던 '신통방통 호랑이발톱'. 아이와 오솔길을 걸으며 나도 모르게 혹시 호랑이 발톱이 빠진 것은 아닌지 바닥들 보며 걷게 될 것은 재미있는 스토리였다. (혹시 호랑이 발톱을 보게 되면 그 자리에서 어흥~만 세 번쯤 외치고 재빨리 돌아와야지! 욕심은 금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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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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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누구나 나와 같은 에피소드가 차곡차곡 쌓여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것이 계획대로 되면 그것은 이미 여행이 아니지 않겠는가. 여행은 결국 불확실성에 대한 모험이다. 그리고 훌륭한 여행자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삽질 에피소드 덕에 일정이 꼬이길 수십 번, 덕분에 화가 나고 답답하기도 수천 번이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 보면 그 어느 에피소드보다 삽질 에피소드만 생각나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심지어 당시의 고생은 잊어버리고 기억이 퇴색되어 우스운 일화 정도로 남아버리니. (p.261) 

 

나는 비교적 여행 운이 좋은 편이다. 운 좋게 룸 업그레이드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고, 저렴한 맛에 예약했는데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단 하나 치명적 단점이 있다면, 나는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 내가 여행을 가면 언제나 비가 온다. 언제인가 내가 태국여행을 갔을 때 내린 비는 기록적 폭우여서, 비행사에서 제공한 호텔에 하루를 발이 묶여있기까지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냄새나는 호텔이었다) 그런데, 여행 대부분이 이벤트를 만나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사실 '삽질이 가득한 여행'이라는 이 책의 홍보문구에 '그런데도 계속 여행을 가냐'는 물음표가 먼저 들었다. 체험형 여행과 휴식형 여행 중 나는 철저히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힘든 여행에 대한 반의가 먼저 든 탓.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완벽히 남는 것이 있는 여행이었기에 반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결과의 삽질이라면, 한 번쯤 해볼 만 하지 않은가, 하고. 

 

그녀의 삽질(?)은 실로 다양하다. 삽질만 모아 책 한 권이라니! 경험 분실은 기본, 화장실에 갇히기, 태풍, 벌레의 습격, 비상식적인 가이드까지 정말 골고루 이상한 상황들을 만난다. 그러나 지리덕후로서 모래사막을 만나는 만족을 얻기도 하고, 불편한 버스 안에서의 아름다운 일출도 만난다. 물론 삽질의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그렇기에 그 여행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고 에피소드를 하나씩 남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이 정도까지 겪는다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읽는 내내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의 삽질을 미리 학습함으로써 우리는 그런 오차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고, 여행에서 삽질을 만난다고 해도 웃으며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유쾌한 글들에서 이미 우리는 그런 '회복 탄력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변수는 즐거움의 요인이 된다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그런 변수가 싫어 가기 전에 철저하게 계획하고, 가서는 푸욱~ 쉬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온 나의 여행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여행도 너무 흥미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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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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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에 취해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세상과 새로운 길을 만났다. 월급쟁이 시절엔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가장 귀한 줄 알았다. 이제는 직업에 귀천이 없으며 모든 경험은 어떻게든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안다. 아무리 퇴사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들어도 직접 해보기 전까진 모른다. 비단 퇴사만이 아니다. 여, 요가, 모든 일은 자신이 경험한 딱 그만큼만 안다. (p.216) 

 

사실 이 책을 들고 웃음부터 피식 났다. 내가 예비 퇴사러이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의 마지막 달, 나는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휴가 한번 제대로 쓰지 않고 해온 직장생활, 디스크와 건강 악화 등으로 그동안 아껴두었던 육아휴직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기꺼이 승인해준 것은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오라는 암묵적 약속이었음을 나는 알지만, 회사 밖이 내게 주는 행복과 안정감을 이미 알아버렸기에 나는 퇴직을 결심했다. 물론 주변에서는 만류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지금까지 고생해놓고 왜' 에서부터 '여자가 어디 가서 그 정도 월급을 다시 받을 것 같아' 등 현실적인 조언이 많았다. 물론 나도 그런 고민을 했다. 그러나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내 일이 그저 타성에 젖어서 해온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나를 다시 그곳에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나 역시, 슬픈 날에도 억지로 웃는 것이 천성에 맞지 않았다. 그저 월급에 젖어 그렇게 믿어온 것이었다.

 

남편과의 작당 모의 끝, 퇴사와 세계여행을 결심한 작가도 아마 나처럼 현실적인 충고들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사실 세상은 돈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 역시 회사가 울타리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자신을 위해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더 행복해졌다. 나 역시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기도 했고, 앞으로의 나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그녀와 달리 나는 아이와의 삶을 고민하는 엄마지만, 그녀와 같은 맥락에서 더 행복한 삶을 우위에 두고 고민하며 책을 읽었다. 

 

사실 그녀는 나보다 조금 더 체계적이다. 2년에 걸쳐 퇴사를 준비하고, 여행을 계획한다. 또 새로운 삶에 내딛는 발도 거침이 없다. 그녀의 글에 엄청난 공감과 동의하며 책을 읽었지만, 굳이 한마디 보태자면, 계획 없이 퇴사를 해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거다. 퇴사 후에 생각해봐도 조금 늦을 뿐, 큰일 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퇴사만이 살길도 아니고)   

 

어쩌면 내가 퇴사를 결심한 자체가, 어쨌든 비를 피할 집이 있고 최소한 밥은 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맞다. 그걸 걱정했다면 퇴사가 조금은 더 미뤄졌겠지. 그러나 그 돈을 넘어 퇴사가 내게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아이가 조금 더 어릴 때 그 결심을 했더라면 나는 조금 더 일찍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겠지. 만약 당신이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꿈꾸고 있다면, 회사가 울타리가 아닌 철창으로 느껴진다면 자신을 위해 퇴사를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퇴사를 해도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만두고 몇 달은 그냥 쉬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이 닿아서 하는 일과, 돈 때문에 겨우 하는 일은 분명 다르다. 

 

그동안 포기했던 수많은 즐거움을 대신 월급을 선택해왔던 과거의 나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지라도 더 행복할 나에게 응원을 보내본다. 무엇을 하든 잘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면, 언젠가 뭐 하나는 잘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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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 선택적 함구증을 가졌던 쌍둥이 자매의 작은 기록들
윤여진.윤여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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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작고 소중한 놀이의 기억들. 가족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던 빛나는 순간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살아가는 일이 마냥 쉽지는 않지만, 때론 이 기억들이 나를 살게 한다. (p.53) 

 

언제인가 한 지인이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난다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타인에게도 그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랑에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그게 어떤 것인지 정작 나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이 너무 행복해서 온 마음이 따뜻했고, 내 사랑을 그 지인에게도 마구 나눠주고 싶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 게 지인이 말하는 나의 상태가 '정서적 안정'이었구나 싶어졌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담고 사는 아픔이 많아서, 무얼 먼저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던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지인에게 비록 당신이 그렇게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당신은 그 힘든 시기를 다 지나와 사랑을 만들어서 나누기 시작했으니, 당신이 사랑 1세대가 되었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이제 이들처럼, 당신의 어린 시절에 쌓인 아픔을 하나씩 꺼내놓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책에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쌍둥이 자매가 나온다. 아무리 쌍둥이라도 그런 마음의 병까지 닮을 것이 뭔가. 바쁜 부모님 대신 그녀들을 지켜준 할머니. 책 대부분에 가득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읽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것이, 양육자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깊게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나의 정신건강을 더 잘 관리하자는 생각도 많이 했고. 

 

아마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며 정서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더욱이 그녀들이 어린 시절 함구증을 겪은 시기의 심리와 그것을 깨고 나오던 이야기를 소상히 적어두어 실제 심리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는 위로의 글도 될 듯하다. 나 역시 그녀의 엄마가, 또 그녀들이 직접 했던 응원의 말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해 위로를 얻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에게 어떤 말들이 참 응원이 되는지도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고.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불편했다. 나를 쳐다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싫었고,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겁났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 두려웠다. (p.20)

이 책은 심리적인 면에서도 훌륭했지만, 지식적인 면에서도 좋았다. 사실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말이 최근에서 와서 언론에 알려졌지, 지금껏 이해받아온 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대부분은 말수가 유독 없다거나, 소심해서 말을 못 한다거나, 사교성이 굉장히 없다거나, 심하면 언어장애가 있다는 오해를 받거나 하는 중의 하나지 않았을까. 나 역시 그런 가해자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이 책을 통해 타인에 대해 조금 더 넓은 폭의 이해를 하고 필요한 만큼의 감정적 거리를 유지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기도 했다. 

 

잔잔하지만 강단 있는 그녀들의 성장기를 통해, 내가 받아온 정서의 안정에 감사하는 마음과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안정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나에게도 성장기가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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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바꾸는 위대한 질문 하브루타 - 안 된다고 하기 전에 왜 그런지 이유를 묻는 바른 교육 시리즈 25
민혜영(하브루타 민쌤) 지음 / 서사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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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엄마가 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엄마가 먼저 변화하면 됩니다. 엄마가 변하면 아이도 따라 변합니다. 아이가 사회성이 좋아지기를 바란다면 엄마가 먼저 본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이가 책을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엄마가 먼저 텔레비전을 끄고 책을 읽어보세요. (...) 아이에게 좋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고 자책을 느낀다면 오늘부터 기꺼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하브루타 엄마가 되어보세요. 아이에게 지시와 명령을 하기보다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야말로 세상 그 누구보다도 좋은 엄마, 진짜 성실한 엄마입니다. (p.41) 

 

육아서를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중 가장 많이 읽은 것을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하브루타다. 아직 엄마가 되기 전 우연히 하브루타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었고, 언제인가 엄마가 되면 꼭 하브루타로 창의력을 가진, 생각하는 힘을 가진 아이를 키우자고 다짐했던 터였다. 무지한 엄마다 보니 아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딱 하나, 아이도 나도 책읽기만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겨우 할 즈음부터 읽은 책에 대해, 주인공에 대해 아이와 대화를 나누어왔고. 그래서일까. 이 책은 사실 펼친 그 자리에서 완독했다. 너무 관심이 많은 주제이기도 했고, 저자의 육아관이 너무 공감되기도 하여 단 한 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이 특히나 공감된 까닭은 어느새 아이가 꽤 자라 자신의 주장도 생기기도 하고 엄마나 친구들과 다른 의견을 가지기도 하기에 그럴 때 아이와 대화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어긋나는 이견을 조율하거나 전달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종종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자신의 감정만을 내세우는 성향의 아이도 있고, 자신의 의견을 설명할 수 있는 아이도 있기에, 타인과 내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배우기 시작한 지금이 제대로 된 대화를 배울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사고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가 될 수 있는 많은 팁이 들어있어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정답을 쫓는 엄마보다 질문을 찾는 엄마가 돼라'라는 부분이었는데 아이의 주도성을 키우고 일상에서 하브루타 대화를 이어가는 여러 가지 팁을 알려주셨다.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음을, 많은 팁을 줄 수 있음을 또 한 번 배우기도 했고. 

 

이 책은 나처럼 10년 차 미만의 엄마들에게도, 사춘기를 겪는 엄마들에게도 널리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 이것이 정답이라고 하는 식의 육아서가 아니라 하브루타 자체를 여실히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존중을 아이와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가진 엄마의 팁을 나누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세상에 훌륭하지 않은 엄마는 없다고 응원과 격려까지 나누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언제나,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와 경쟁하자는 인생관처럼, 남의 엄마 말고 '어제의 내 아이 엄마'와 비교하여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도 내가 노력하는 엄마는 맞다고, 내가 하지 않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엄마는 아니라는 칭찬을 얻은 느낌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길로 가는 팁도 얻은 기분이고. 차근차근 걸어온 우리의 대화가 꾸준히 잘 이어져, 아이가 사춘기를 맞이할 때도 속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보며 이 책의 한 줄 한 줄을 곱씹어본다. 

 

최근 읽은 육아서 중 가장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최근 내가 가진 고민이나 의문을 아는 것처럼 팁을 나눠준,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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