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의 꽃밭 랑이언니의 잘자요 동화
박혜랑 지음, 황부연 그림 / 책놀이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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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언니의 잘자요동화'를 꾸준히 청취해온 우리 집 꼬마 애청자님은 지난달 '하품 나라 하품 왕' 책을 아주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클레이로 조물조물 하품 왕을 따라 만들기도 했다. 재미있는 내용에 클레이로 만들어져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주인공들까지 어느 한쪽도 빠지는 게 없다고 '랑이언니의 잘자요동화 - 하품 나라 하품 왕'편을 소개했는데, 하품 왕에 대적할 친구들이 생겨버렸다. 이번에는 코바늘인형으로 귀여움 장착한 두더지, '모르'.



 

두더지 '모르'는 꽃밭을 가꾸는 '감성 두더지'다. 그의 꽃밭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고 꼬마 두더지 주테는 아저씨의 꽃밭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모르의 꽃밭을 습격하고, 범인을 찾아 헤매던 모르와 주테는 범인을 잡는 대신에 범인과 친구가 되어 꽃밭을 가꾸며 평화로운 마을을 꾸미고 살아간다. 이야기 자칫 단순해 보인다고?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터. 이야기의 전개도 꽤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많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색깔에 제각각의 색을 색칠해놓은 점,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이 삽입된 점이 아주 좋았다. 아이들이 그저 재미있게 그림책을 읽기만 해도 색의 이름, 글씨 쓰는 법 등을 익히게 되고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표현력이 풍부한 아이로 성장하게 돕기 때문이다. 또 감정을 표현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표현들이 많아 아이들이 도움을 얻을 내용이 참 많았던 듯하다. 

 


하품 나라 하품 왕이 클레이로 만들어져 친숙한 느낌이었다면, '모르의 꽃밭'은 코바늘로 만들어져 포근함을 준다. 두더지, 고양이, 백곰 등 다양한 동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뜨개질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이 책의 삽화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까닭은 초점의 변화를 적절히 잘 이용한 점. 스토리 전개에 따라 배경 혹은 주인공들을 흐리게 표현함으로써 집중과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모르가 굴 안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또 군데군데 익살스러움을 얹어두어 아이가 책을 읽다 큰 소리로 깔깔 웃을 때가 많았다. 

 


스토리, 삽화의 표현법 등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잘자요동화 시리즈. 이 책을 읽고 잠이 든다면, 아이들의 꿈이 얼마나 예쁘고 재미있을지 상상이 되기에 나도 슬쩍 숟가락을 얹고 싶어진다. 아! 이 시리즈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재미있어서 잠을 안 자고 '한 권 더!'를 외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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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팀장입니다 - 서툴고 의욕만 앞선 초보 팀장들을 위한 와튼스쿨 팀장수업
레이첼 파체코 지음, 최윤영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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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품격 - 개인의 존엄은 어떻게 조직을 변화시키는가
도나 힉스 지음, 이종민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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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 학습을 통해 얻는 지식은 단순히 지식창고에 쌓인 정보 이상으로 폭이 넓다. 존엄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복잡하고 때로는 모순된 우리 내면세계와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감정적 도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존엄 학습에는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배우자, 더 나은 부모,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리더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가르침도 포함돼 있다. 이런 가르침은 우리가 최선의 모습으로 발전해나가는 데 길잡이가 되어준다. (p.23) 

 

존엄성과 직장. 사실 나는 이 두 단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직장에서 나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나, 그리고 타인이 나의 존엄성을 인정하나 하는 비관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기 때문. 그러나 이 책을 읽을수록, 이 책에는 가장 근본적인 인간관계의 원칙이 들어있음을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하고, 그 존중이 지켜질 때 더 좋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 그 기본적인 개념이 직장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나는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는 게 업무의 일부라는 한 사례의 이야기가 왜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을까. 나의 직장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직원이라서 받는 부당한 대우, 엄마라서. 막내일 때는 막내라서, 중간관리자일 때는 중간관리자라서 감내해야 할 것이 많았다. 휴직을 통해 직장에서 한 발 멀어지고서야 내가 참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들이 눈에 보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왜 진작 이런 눈을 가지지 못했을까 싶은 회한(?)이 들더라. 만약 내가 이 책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도 나의 존엄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동료들의 존엄을 위해서도 노력했을 거다.

 

이 책이 특히 마음에 닿았던 것은, 존엄은 단순히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태도였다. 때때로 몇몇 자기계발서들은 나는 원래 잘났다고 말하는 느낌을 주는 예도 있는데, 이 책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문제를 직시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이 담겨있다. 그래서 막연히 자타의 존엄을 지키자, 하는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왕도로 존엄성을 추구하고 이것이 직장에 도움이 되게 하는지 단계를 밟아가는 느낌을 얻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조차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p.65)'는 저자의 말에서, 우리의 직장생활이 다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더라도 노력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응원을 얻었달까.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뭘까? 라고 되물었다면 경영진 스스로 깨닫지 못한 왜곡된 사고를 타인이 직시할 기회를 제공했을지 모른다. 그런 질문은 던지는 능력조차 인간 내면의 발달에 대한 이해, 즉 자기 자신 및 타인과 이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 사과와 내적 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p.83)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실 대부분이 이게 어려워 존엄을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해온 방식이 익숙해서, 내가 더 오래 일해서, 내가 이 회사에 더 많은 애정을 품고 있어서 등의 이유로 오래된 방식이나 형태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상사에게 잘못을 묻는 태도조차 내적발달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따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회사를 벗어나 개개인의 변화에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나의 문제는 무엇인지, 내가 당면한 문제에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바라본다면 나의 품격이 달라질 것이고, 나아가 나의 가정이 품격이, 또 내가 속한 그룹들의 품격이 점차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변화만을 기다리기에는 나의 존엄은 매우 소중하지 않은가. 개인의 성향이 중시되면서도, 타인의 성향은 존중하지 못하는 요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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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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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싸운다. 싸우는 건 생각보다 별일 아니라는 것도 안다. 특히 서로 대등하게 싸웠을 때는 더 문제없다는 걸 안다. (p.21) 

 

노랜드를 읽은 소감을 한 줄로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살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언제인가부터 소설을 즐겨보지 않아 이런 감상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의 글은 언제나 나에게 고민을 던지는 글임은 분명하다. 이번 책 역시 인간이 세상 전부가 아닌 그저 한 구성임을 깨닫게 하지만, 그럼에도 더 잘살아야 내야 한다는 것을, 또 그렇게 노력하는 삶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한다. 

 

흰 밤과 푸른 달, 바키타, 푸른 점, 옥수수밭과 형, 이름 없는 몸 등 10개의 소설을 모은 이 책은 어느 한 편 가벼운 글이 없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모두 묵직함이 담겨 있고, 복제인간이나 유전자복제 등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달한 과학 문명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대두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점점 발달하는 세상이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님을, 그 이면에 숨은 치명적인 단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달까. 

 

어떤 글을 읽으면서는 내가 지구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만큼 모호한 경계의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 들었고, 어떤 글은 동떨어진 시공간임에도 오늘의 이야기처럼 마음이 아팠다. sf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세상이 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들만큼의 문장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인간이 자연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가 쓰레기를 줍고,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 등으로 정말 지구를 지킬 수 있나 하는 고뇌도 들었고. 촘촘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이야기가 아주 간절히 허구이길 바라는 마음은 이 책을 만난 독자 모두가 같을 것이다. 이런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정말 이 이야기들이 허구이기를 바라며, 이 책을 덮었다. 

 

죽을 거면 내 눈앞에서 나랑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죽으라는 거야. 안 죽을 것 같아도 내가 죽기 전에 와. (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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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램프 군과 과학실 친구들
우에타니 부부 지음, 조은숙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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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뚜껑 군. 우리들 어쩌면 더이상 실험에 쓰이지 않을 때가 올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직은 많이 있을 것 같아. (본문 중에서)

 

알코올램프, 집게 전선, 리트머스지, 백엽상. 아마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한 단어들일 것이다. 이론 위주의 교육과정 중 그나마 '실험'이라 불릴 수 있는 것들에서 사용된 것들이니 말이다. 사실 내가 나이가 적은 엄마가 아닌 줄은 알았지만,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제는 이런 실험도구 대신 실험용 가스레인지, 손발전기, 열전도 테이프 등을 사용할 줄이야! (실험실 창고에 있는 기구로 소개된 친구 중엔 나도 안 써본 게 꽤 많았다.)

 

이 책은 과학실에서 사용되는 실험도구 명칭과 쓰임새를 알 수 있음과 동시에 변하는 세상 속에서의 참된 가치, 마음가짐 등도 알게 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알코올램프와 백엽상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어 재미있는 그림책인가 생각했는데 중간중간 실험도구의 명칭이나 쓰임새, 과거의 도구와 현대의 도구를 비교하는 등 지식도 전달되어 신기했다. 이런 류의 책이 많이 등장한다면 아이들이 거부감없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중간중간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콘들이 등장했는데, 화이트보드에서 전자칠판으로 바뀌고 (이웃님들, 분필 세대도 많지 않아요? 저는 분필칠판도 또렷하게 기억나요!), 알코올램프 대신 실험용 가스레인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지금 아이가 학습하는 환경과 내가 어린 시절의 학습환경을 비교해보며 나눌 이야기도 많았고, 대체된 물건들에 대해서도 나눌 이야기가 많아 독서 후에도 확장하여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알코올램프와 가스레인지가 대결하는 장면을 바탕으로 과거의 물건과 현재의 물건이 대결한다는 설정으로 양쪽 물건의 대변인이 되어 장단점을 이야기해보면서, 아이의 생각이 쑥쑥 자라고 있음을 또 한 번 깨닫기도 했다. (김치냉장고의 과거가 '빗살무늬토기'라고 하여 빵 터지기도 했다. 덕분에 김치의 역사 추가 학습!)

  

물론 이 책이 지식적인 면만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귀여움이 가득한 일러스트와 창고의 물건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배울 것도 많았다. 오래된 것이 다 낡고 촌스러운 것만이 아닌, 그에서 배울 것과 얻을 것이 분명 있음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하여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직은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알코올 램프 군의 모습에서 우리를 위해 노력해온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은 많이 감상적일까. 그러나 분명히 이 책이 주는 교훈에는 그 감사함도 포함되리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추억여행도 했고, 우리를 지탱해주는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함도 떠올리는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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