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
케이트 메스너 지음, 팰린 코치 그림, 김미선 옮김 / 책과함께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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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으려면 포도주를 마시거나 잘게 부순 에메랄드를 드세요. 만약 그렇게 해도 효과가 없다면 돼지의 방광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 겨드랑이에 넣으세요!”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싶을 거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질병이 박테리아나 미생물, 바이러스 등의 유기체로 인한 것이고 다양한 치료법들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이따위 말들이 세상에 나돌았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소독약을 마시라는 괴담(?)이 돌았던 것처럼 말이다. 

 

슬픈 얘기지만 요즘 아이들은 바이러스에 대해, 전염병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비책을 충분히 학습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런 질병을 아예 모르고 산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이들이 병에 대해 충분한 상식을 가지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는 시대와 나라에 사는 것이 또 다행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질병에 대한 예방, 질병에 대한 상식, 세계사까지 한꺼번에 익힐 수 있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는 고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균이나 질병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코로나도 지긋지긋한데 뭘 질병의 역사까지 공부하냐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 우리의 생각보다 질병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니, 코로나 핑계로 이 책 한번 읽어두면 추후 아이가 세계사를 공부할 때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다. 

 

역병으로 초토화된 아테네의 전쟁을 서두로 히포크라테스,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첫 장. 이 책이 좋은 까닭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스토리를 먼저 제시해주고 역사적 인물이나 의학상식을 제시하여 지식까지 채워준다는 점이다. 페스트 편에서는 최초의 의학참고서를 쓴 이븐 시나를, 천연두 편에서는 면역력의 작용을 이야기해준다. 또 노예선을 따라 퍼진 황열이나 19세기 도시를 휩쓴 콜레라 이야기를 통해 질병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게 돕는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대전보다 더 독한 독감' 편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독감의 역사부터 전쟁을 위해 비밀에 부쳐진 사례 등은 질병이 역사와 언론까지 장악한 것이 근래의 일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독감 편부터는 현대와 밀접한 소아마비, 에이즈, 에볼라, 코로나 등의 질병 이야기가 등장하여 한층 흥미를 높였다. 무옘베라는 이름의 '에볼라 바이러스를 발견한 숨은 영웅'을 새로이 알게 되기도 했고, 코로나의 위험성을 무시했던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등장해 현실적인 위험성을 또 한 번 되새기게 했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과 여름철에 더 위험할 수 있는 각종 질병을 이야기해보았다. 사실 꽤 어려울 수 있지만 필요한 내용이었고, 익살스러운 만화와 삽화, 구어체의 설명 덕분에 딱딱하지 않게 내용을 잘 전달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단순한 질병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역사 속에 침투한 세균과 바이러스는 너무나 많고, 오늘날도 질병에 의해 달라진 세상을 사는 우리 아닌가.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필요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모기에 물린 뒤 단순히 모기약을 바르고 끝날 것이 아니라, 모기가 어떻게 세계지도를 바꾸었는지, 물을 마시면서도 물이 어떤 질병을 퍼트릴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면 아이의 세상은 더 넓고 다양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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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읽어드립니다 시리즈
김경일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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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인간의 꿈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망상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비행기라는 운송수단으로 현실화했습니다. 이렇게 이그노벨상은 인간의 엉뚱한 꿈을 자극하고 독려한다는 면에서 아주 이로운 상입니다. 경제성이나 현실성을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겠지만요. (p.24)

 

초등학생 시절, 발명품 만들기에서 상을 받은 것이 있다. 고무장갑에 수세미를 붙여 설거지를 편하게 한 것. 상도 받고 칭찬도 받았지만, 어른이 돼서 찾아보니(그때는 몰랐으나) 이미 일본에서 발표된 발명품이었고, 실제 사용해보니 사용할 때마다 새로 거품을 짜고 헹궈야 해서 세제 낭비가 어마어마했다. 그래도 그 우스꽝스러운 발명품은 엄마와 친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아마 이그노벨상도 그렇게 시작된 것은 아닐까? 경제성이나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누군가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기도 하는. 

 

기상천외하고 재미있지만, 다른 사람은 고생하여 연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의 뜻으로 시작된 이그노벨상 중 특히나 황당하고도 흥미로운 연구를 '어쩌다 어른'의 김경일 교수, '혁신의 도구' 이윤형 교수, '역사저널 그날'의 김태훈 교수가 선별하여 책으로 엮었다. 저명한 교수님들의 픽이기때문일까? 나는 이 책에 담긴 연구들이 쓸모없다는 느낌보다는 유쾌하고 기발하다 싶더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이그노벨상이 '누군가에게는 유의미한 발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개똥이 아니라 욕도 약이 된다고.? 욕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연구가 시행되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욕이 고통을 감소시킬 수 있음도 놀라웠다. 연구의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심리학 교수님들이 풀어주는 욕 이야기는 더 좋았다. '내 감정을 잘 표현해야 그 감정 때문에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p.49)'는 말로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유용함을 다시 일깨워주셨다. 한국인의 '고진감래'는 속병을 만드니, 적당히 풀고 살자는 생각도 살짝 해보았고!ㅎ

 

복수에 관한 연구들도 꽤 많았는데, 마음에 깊게 남은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행복하고 오래 산다고들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남성은 100점짜리 행복을 한 번에 크게 얻으려고 하지만, 여성은 10점짜리 행복을 열 번에 나눠서 행복의 빈도를 높이는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p.70) 

물론 이것이 모든 여성이 그렇다, 모든 남성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때그때 행복하고, 그때그때 슬픔이나 불만을 털어내고 살자는 내 인생관과 너무 일치하는 말이라 마음에 닿았다. 이 책 때문에라도 앞으로도 더 순간순간 행복하고, 불행이나 슬픔도 순간에 털어내는 사람으로 살도록 노력해야지. 

 

그 외에도 소변에 관한 연구, 참는 것에 관한 연구, 거짓말에 관한 연구, 가격에 관한 연구, 설명서를 읽지 않는 심리, 수면이나 생활방식 연구,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 등에 관한 연구들을 사례로 심리학 관점으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정말 이런 것도 연구한다고.? 하는 생각에서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든 심리학을 발견하는 기분이랄까. 쓸모없는 연구라는 인식을 하고 있던 이그노벨상이, 심리학자들의 풀이를 만나 세상에는 쓸모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한다. 

 

어쩌면 혁신 대부분은 '쓸모없다고 여겨진 것들' 사이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또 잊고 살았던 거다. 알을 품는 아이의 엉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어야 우리 아이도 에디슨처럼 자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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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쉬운 이야기 그리기 - 그림에 자신 없는 초등학생을 위한 길벗스쿨 놀이책
김민지 지음 / 길벗스쿨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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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림에 자신 없는 초등학생 손 들어보세요. 아이가 뭐 그려달라고 할 때 못 그려서 민망하거나, 그냥 네가 그리며 회피하는 엄마·아빠들도 손드세요! 

 

그림에 자신 없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그림을 못 그리는 엄마·아빠들에게도 아주 좋을 것 같고, 그림을 꽤 그리지만, 우리 시대 '라떼~서타일'로 그리는 엄마·아빠들에게도 아주 좋을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세련~된 스타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것!

 

이 책은 '그림에 자신 없는 초등학생을 위한 진짜 진짜 쉬운 이야기 그리기'라는 책으로 스토리를 담은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아이의 그림이 늘 한가지 얼굴, 한가지 동작이라 걱정했다면 이 책을 통해 아이 그림이 한층 다채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들은 대부분 어떻게 표현할지 막연해서 못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팁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표정, 머리 모양, 동작, 성별이나 소품 등 매우 다양한 파트로 제시된 그림을 하나둘 따라 그리다 보면 어느새 꽤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는 걸 발견하게 된다. 나 역시 이 책을 따라 이것저것 그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이 참 좋았던 것은 사물이나 건물, 사람을 그릴 때 어디서 시작하면 좋은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가이드를 따라 그리는 것을 연습하다 보니 종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릴 수 있었고, 자를 대지 않아도 반듯한 모습을 만들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우리 집 꼬마도 왼손잡이다 보니 그림이 자꾸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따라 그리다 보니 그림의 대칭도 잘 맞고, 무엇을 그린 건지 정확하게 알만큼의 그림 솜씨로 성장을 한 듯하다.  

 

아이에게 이 책이 어떤 점이 제일 좋았는지 물으니, 자신들이 그리고 싶은 것이 다 나와서 더 좋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서 책을 다시 둘러보니 아이들이 만나는 거의 모든 세상이 다 들어있더라. 놀이터, 학교, 집, 카페, 학원 등을 다 따라 그릴 수 있고 킥보드, 줄넘기 등의 운동기구도 표현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한복 입는 날, 생일, 어버이날, 운동회, 기차 타기 등 아이들이 일기에 기록하고 싶은 특별한 날도 담아두어 재미를 더했다. 

 

그 외에도 장래희망이나 동물, 상상 속 세계 등의 테마도 담고 있어 아이들이 숙제하거나 일기를 쓸 때 도움받을 부분이 참 많다. 한 페이지에는 그리는 순서를, 한 페이지에는 색상까지를 담아두어 아이들이 색을 색칠하거나 표현할 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개성이 담긴 그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개성이 지나쳐 무엇인지 알아보지도 못하는 그림들이 있는데, 그 그림이 훌륭한 숙제가 되지는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럴 때 아이를 대신해 그림을 그려주는 부모가 되기보다는 아이가 직접 뭔가를 조금 더 잘 표현하는 아이가 되도록 지원해주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아이들의 그림표현에 든든한 지원사격을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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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순교자록 - 파리외방전교회 아드리앙 로네·폴 데통브 신부가 기록한
아드리앙 로네.폴 데통브 지음, 안응렬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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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새파랗게 젊으니 살고 싶지 않겠느냐?”“살고 싶습니다.”
 



우세영이 대답했다.“그러면 살아라.”“살려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그러마. 하지만 살고 싶으면 전에 했던 말 한마디를 다시 해라.”“싫습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살고 싶지 않습니다.”
 (p.393)

 

나는 날 때부터 가톨릭을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처음부터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사람이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신'은 날 때부터 '하느님'이셨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재단의 학교에 다니며 신나는 CCM을 따라부르고, 절의 호젓함이 좋아 다양한 암자를 다니며 생각한 것이 있다면, 그의 이름이 '하느님'인지 하나님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믿는 자들의 마음에서 그가 어떤 힘을 보이시는지, 어떤 힘을 주시는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힘이 드는 날,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 나오는 “하느님”처럼, 든든한 기댈 곳이 되어주시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 어떤 순교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를 둘러볼 때만 해도 내 마음이 이렇지 않았다. 외국인 신부님이 기록하신 몇몇 책의 사료가 모인 책이기에 사실 천주교의 역사를 둘러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수록 내 마음이 묵직하고 힘겨웠다. 이 땅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들었는지, 담담하게 전해지는 문장 속에서 꾹 참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고초보다는 신앙이나 서사 위주로 기록되었고 꽤 담담한 문체로 이어짐에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기에 온 마음이 묵직했다. 처음 천주교가 한국에 들어온 시점부터,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겪은 고초는 절대 가볍지 않다. 이름이나 이야기가 알려진 분들의 사례도 있었으나, 처음 읽는 내용도 있어 반성의 마음도 들었다. 이분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가 하느님을 알 수 있었을까. 당시 천주교의 실상, 그런데도 신앙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1만여 명의 순교자들. 

 

가톨릭 신자라면 이 책을 통해 순교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느끼고, 하느님께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얻게 될 것이고, 혹 신자가 아닌데도 이 책을 읽으신다면 가톨릭이 대한민국에 자리 잡는 과정과 박해 등에 대해 역사적인 부분을 탐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종교적인 부분을 떠나서도 기록 문헌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는 사료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분은 내게 어떤 능력을 주셔서 당신을 전파하게 하는지 고민해보았다. 내가 남들보다 나는 점이 무엇인지 나도 여전히 알지 못하지만, 당신의 말씀을 글씨로 쓰는 것, 가톨릭의 서적을 더 많은 이들이 만나게 하는 것 정도는 나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선교가 아닐까도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 기록된 순교자들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내 영역 안에서 늘 감사하고 갚고,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 되어가도록 더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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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웨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도토리숲 그림책 7
루피타 뇽오 지음, 바시티 해리슨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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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콤플렉스를 부모들은 정확히 알까? 혹은 우리 아이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 아이의 콤플렉스나 약점을 엄마가 조건 없는 자신감이나 칭찬을 주어 채워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부모가 알고 모르고는 매우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이가 '능력'적인 부분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능력'으로 채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감정적인 부분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안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아이의 작은 변화나 말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우리 아이는 언젠가 친구가 통통하다고 놀린 것이 꽤 오랫동안 상처로 남아있었는데, 아이가 뚱뚱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살찌는 간식이나 음식, 날씬해 보이는 옷 조합을 알려주는 것도 병행했다. 아이가 직접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해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냥 부모가 '너는 예뻐'라고 알려주는 것은 그저 위로일 뿐 스스로 그것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아이는 여전히 통통하지만, 6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나도 같이!

 

'술웨' 역시 콤플렉스를 가진 아이다. 가족들보다 유독 더 까만 자신의 피부가 싫어 지우개로 지워보기도 하고, 화장을 덮기도 하고, 하얀 음식만을 먹기도 한다. 이윽고 엄마 앞에서 눈물을 터트린 술웨를 보며 가슴이 너무 아팠는데, 술웨가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부분에서는 우리 아이도 이렇게 건강하게 콤플렉스를 벗어나길 응원하는 마음이 되기도 했다. 

 

술웨의 콤플렉스는 '존재의 필요성'을 깨우친 데서 해결된다. 밤이 있어야 낮이 더 빛나고, 낮이 뜨거울수록 밤의 휴식이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술웨 스스로 깨우치고 '그 모습 그대로의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술웨가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깨닫는 과정이 내용도, 일러스트도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도 종종 잊고 살던 나의 소중함을, 나만의 아름다움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고, 우리 아이 역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이 외에도 모든 아이가 자신이 가진 귀한 것들을 소중히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생각했다. 외면의 아름다움은 그저 수많은 아름다움의 하나일 뿐임을, 내면이 아름답지 못하면 그 '포장지' 역시 아무 의미가 없음을 잊지 않고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겉모습'에 많은 것이 치중된 현대사회에, 술웨가 던지는 진정한 깨달음이 퍼질 수 있기를 바라보며, 세상 모든 술웨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우리 집 술웨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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