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뭉치와 나
알리시아 아코스타 지음, 메르세 갈리 그림, 김혜진 옮김 / 명랑한책방 / 2022년 6월
평점 :

아마 대부분 아이의 경우 우리 아이처럼 헤어짐이나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분양받아온 소라게가 죽었을 때, 우리 아이는 왜, 어째서 소라게가 죽었는지, 그러면 파랑이(소라게)는 이제 어디로 갔고, 왜 그 몸을 간직하면 안 되는지 그 무엇에도 수긍하지 못하는 투였습니다. 그때 저는 왜 아이에게 한 번도 죽음에 관해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한 번이라도 이야기해줬더라면, 조금은 덜 힘들었으려나 하고 말입니다. 그때 우리 아이의 마음을 달래준 책이 북극곰의 '안녕, 모그'였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의 반려동물은 고양이도 강아지도 아닌 소라게였지만 그림책이 주는 엄청난 힘을 또 한 번 실감했었죠.
이번 주, 또 한 권의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을 이야기한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뭉치와 나'입니다.
표지를 봤을 때는 푸근하고 커다란 반려견이 함께 하는 포근함을 상상했는데, 내용을 읽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어요. 아이의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했는지, 실제 반려동물을 잃은 가족들이 이 책을 본다면 함께 울며 아파하다가 같이 마음을 도닥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장면에서부터 뭉치는 누워있어요. 많이 늙고 힘들어하죠. 늘 뭉치와 함께하던 '나'는 꼬리를 한번 흔들고 눈을 감은 뭉치가 그리워 머리에는 먹구름이 끼고, 눈에 비누가 들어간 것 같고, 문어가 온몸을 칭칭 감은 듯한 슬픔을 느껴요. 진짜 비누가 통째로 들어갔다고 해도, 그렇게 오래 슬플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꿈에 뭉치가 다녀가고 나서야 아이는 뭉치가 언제나 곁에 있음을 깨닫고 먹구름과 비누, 문어에게서 벗어납니다. 물론 그리움이 불쑥 찾아올 수 있단 것도 알지만 말입니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머리에 먹구름이 낀 듯 슬프고, 눈에 비누가 들어간 듯 아프고, 문어가 온몸을 휘감는 것처럼 답답하다고 언어로 표현하면 '구체화'한 마음 때문에 슬픔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어른보다 아이들은 표현하는 단어가 적어 슬픔을 풀어내는 기술도 더 적기에, 아이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나면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도움을 얻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이 책에 적힌 문장들이 더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아이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자주 연습해왔기에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표현 하나하나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들을 직접 만들어보았는데 우리 아이는 엄마랑 놀면 “바닷물이 햇살에 반짝반짝하는 거 같아”라고 표현해주었답니다.
내용에 이렇게 배울 게 많은 것처럼, 일러스트에도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나'의 슬픔이 커질수록 커지는 먹구름, 온 집이 눈물에 잠긴 모습, 아이의 표정 변화 등 일러스트만으로도 아이의 감정 상태를 유추할 수 있어서 글씨 없이 일러스트를 바라보며 아이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코로나 때문에 내내 마스크를 하고 다니느라 아이들이 타인의 표정을 읽을 줄 모른다고 해요. 집에서라도 다양한 표정을 보여줘야 한다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만나는 그림책을 보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아이들에게는 마음을 달래주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다양한 감정을 배우게 하는 고마운 그림책, 뭉치와 나였습니다.
(이름짓기 이벤트에서 제가 '뭉치'를 응모해서 더욱 정겨운 녀석, 뭉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