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료로 읽는 서양사 5 : 현대편 - 제국주의에서 세계화까지 ㅣ 사료로 읽는 서양사 5
노경덕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6월
평점 :

제국주의는 분명 현대의 문을 여는 현상이다. 하지만 제국주의가 근대성의 표현이자 지리적 확장이라고 할 때 그것은 여전히 근대의 원형안에 있는 것이기에 그 자체로만 새로운 시대를 규정할 수는 없다. 새로운 시대는 이에 대한 저항이 체계화, 본격화한 시점. 즉 근대성에 대한 대안을 꿈꾸기 시작했던 시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p.10)
세상에는 수많은 역사서가 있다. 그 역사서 중에는 호평을 받는 '작품'도 있고 혹평을 받는 '종이뭉치'도 있다. 역사 속 인물 역시 그렇다. 위인과 악인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런데 역사는 '기록되어 전달된' 것이기에 기록한 사람에 의해, 또 전달되는 과정에 의해 선과 악이 호와 불호가 뒤바뀌기도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절대적 악인도 존재하고, 절대적으로 종이뭉치라고 말하고 싶은 역사도 존재한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알려주는데로, 유명한 책에 적힌대로 역사를 배우고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아는 역사가 얼마나 빙산의 일각인지를 깨닫는다.
나는 우민이지만, 그래도 많이 읽다보니 역사서에 있어 역작과 졸작은 판매량과 별개로 제대로 된 '사료'를 얼마나 잘 분석하고 제대로 전달했는지로 판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어떤 사료가 좋고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책이 참 반갑다. 나보다 훨씬 역사를 많이 공부하신 분들이 온갖 어려운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분석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물론 이 책이 쉬운 책은 절대 아니다. (작가도 '무난한 현대사 사료모음집을 지향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역사적 쟁점을 기준으로 나열되었기에 더 낯선 느낌이었으나, 읽다보니 오히려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을 '1914 사라예보 총격'으로 발발한 전쟁이라고 배웠으나 어른이 되어 읽은 여러 책에서는 이것은 전쟁을 위한 구실일 뿐이었다. 1차 세계대전을 예로 들었을 뿐,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은 점수와 관계없는 이야기가 될 때 더 풍성하고 깊어졌다. 이 책이 내게는 현대사를 조금 더 깊게,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주었다.
'제국주의와 서양의 정치 변동', '대공황과 자유주의의 위기', '냉전,탈식민주의 그리고 세계화'. 큰 주제 3가지 안에 유기적으로 관련을 가지는 사건 혹은 이념들을 잘 연결하고 풀이해주셨다. 개인적으로는 66개의 사료를 바탕으로 풀어나간 '대공황과 자유주의의 위기'가 제일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전쟁의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나라이기에 2차 세계대전을 세계적 시각에서 바라보기 어려웠다. 학교에서도 다소 연결지어 가르치기도 하고, 나 역시도 그랬고. 이 책을 통해 나는 소련, 2차 세계대전, 영국과 프랑스 등 각국의 태도, 우리나라 외 국가들의 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도 내가 그것을 완전히 분리한 시각으로 바라볼 자신은 없지만, 조금은 너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에 대해 물으면 현대사가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꽤 많다. 고대에 비해 가깝지만 자료가 더 방대하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받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나 역시 늘 읽으면서도 어렵게 느껴지기 일쑤였던 현대사를 이 책 덕분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간 것 같다. 여전히 내가 아는 역사는 빙산의 일각일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