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100문 100답
유정호 지음 / 책들의정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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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하는 과정에서 이마에 피가 흐른 인조와 40만 명의 포로 중 무엇이 더 안타까운 일이었을까? 당시 지도층에게는 인조가 삼전도에서 당한 굴욕이 더 안타까운 일이었다. 인조의 굴욕에 깊은 우려와 탄식을 하던 지도층에게는 40만의 백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p.311 / 삼전도비를 왜 보전해야 할까 중) 

 

 

입시나 시험과도 무관하고, 그저 흥미 위주의 역사서를 탐닉하는 상태지만, 종종 한 페이지 정도로 간추려진 한국사 책을 본다. 이런 류의 역사서들은 수험생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핵심이 잘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 머릿속에 있는 상식들을 혼자 정리해보기 좋아서다. 나같은 경우는 제목을 먼저 읽어 내용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그 내용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이런 류의 책을 읽곤 한다. (아는 내용은 처음부터 제목만 읽고 스스로 풀어보고, 모르는 내용이라면 처음에는 내용 전체를 그냥 읽고, 후에는 앞과 같은 방식으로 개념을 정리해보는 방식이다.)

 

이 책이 학생들이 생각을 정리하기 특히 좋을 것 같은 이유. 시대, 주요키워드, 중요도가 따로 표시되어 있어 처음에는 전체를 읽고, 나중에는 중요도 별이 많이 달린 아이들 위주로만 읽으면 이해에 큰 도움을 얻을 것 같다. 또 페이지마다 주요키워드를 따로 설명하는 칸이 있어 문제 풀이를 하는 핵심찾기에 매우 좋을 듯하다. 

 

학생이 아니라 나처럼 그저 역사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핵심키워드나 어휘정리는 개념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전체를 읽고, 키워드를 찾아 읽는 발췌독으로 마무리를 하니 한국사를 전반적으로 한번 정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1장 '고대에서 삼국시대' 편에서는 고조선, ~니즘, 홍익인간, 장수왕의 확장, 원효대사 등을 간략하고 유쾌하게 다루고 있고, 2장 '통일신라부터 고려' 편에는 발해의 역사, 동북 9성 등 현시대에 가장 자주 다뤄지는 역사 이슈와 단심가, 기황후, 무신정변 등 역사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상세히 다룬다. 

 

3장 '조선전.후기'는 시험에 자주 나오는 영역답게 매우 다양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세종대왕의 업적, 사림파의 통용, 여러 서원의 차이, 노비제도, 인조반정, 삼전도 사건, 흥선대원군의 정치, 동학농민운동, 을사사약 등까지 조선 시대 중점사건을 잘 다루고 있다. 앞에 거론한대로 이 책으로 요약을 해도 좋지만, 이 책을 뼈대로 하여 살을 붙여가며 학습을 하는 것도 한 학습법이 될 수 있을 만큼 주요키워드는 다 다룬 느낌이다. 4장은 '일제강점기부터 근대'를 다루고 있는데 식민사관이 오늘날에 끼치는 영향, 분단국가의 의미, 신군부, 7.4 남북공동성명 등까지 다루고 있어 한국사 전체를 한 권으로 아우르고 있다. 

 

시험을 준비한다면 이 책은 학습을 정리하는 요약서로, 나처럼 취미로 읽는다면 개념을 정리하는 독서로 부족함이 전혀 없는 책. 오랜 시간 교단에 선 작가의 비법이 그대로 녹아있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먼저 파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역사의 맥락을 이해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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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세계사 -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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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폴레옹의 정복은 물론 착취와 더불어 지독한 탄압을 가져왔다. 하지만 프랑스 군대는 혁명의 이상들을 토대로 수립된 각종 개혁 조치들도 함께 가져왔다. 그들은 법적 평등과 개인적자유, 재산권의 불가침성을 약속했다. 종교적 관용을 선포하고 행정과 사법 체계를 개혁하고, 도량형을 표준화했다. 그의 결점들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리고 얼마나 많았든지 간에 나폴레옹은 유럽 대다수의 독재적인 통치자들보다 더 계몽된 인물이었고, 그의 패배는 근대 사회를 떠받치는 많은 이상들의 후퇴를 의미했다. (p.1073)

 

벽돌같은 책을 산 후, 야금야금 시간이 날때마다 읽은 날도 있고 집중하여 몇 시간을 읽은 날도 있다. 언제 다 읽을까 했던 벽돌도 읽고 나니 어느새 다 읽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나폴레옹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동시에 준다. 어린시절 악보로 먼저 만났던 '영웅'(베토벤은 분명 '황제 나폴레옹'이 아닌 '영웅 나폴레옹'을 기렸다.)의 대서사시를 이제서야 마무리 지은 느낌이랄까.

 

“무려 23년이나 이어진 프랑스 혁명전쟁은 '나폴레옹 전쟁'으로 묶여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가장 대규모 전쟁이었다. 나폴레옹은 식민지 및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열강 들과 전쟁을 이어가다, 워털루에서 패배하며 전쟁의 막을 내린다.” 여기까지가 그동안의 나폴레옹 전쟁사라면, 나폴레옹이 직간접적으로 남아메리카의 독립 원인을 제공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 영향을 끼치고, 중동 지역을 재편하며, 영국의 야심을 강화시키고, 미국 세력이 부상하도록 기여한 것이 '나폴레옹 세계사'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알아온 나폴레옹 이야기보다 훨씬 깊고 넓은 이야기다보니 결코 쉬운 읽기는 아니었으나, 인용한 마지막 문단을 읽고 나니 “이제서야 내가 나폴레옹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폴레옹을 향한 저자의 깊은 애정과 긴 연구가 다소 나폴레옹의 편을 들어준 면이 없지는 않겠으나, 모든 역사는 기록한 사람에 의해 저장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까지를 욕한다면 우리는 역사서를 읽을 이유조차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폴레옹. 어쩌면 인간 자체의 모습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갖춘 사람이다. 전쟁을 기회삼아 귀족으로 신분상승을 한 아버지, 격변의 시기의 육군사관학교 입학, 이후 반란의 토벌로 무훈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국경군의 지휘를 맡았으나 쿠데타로 몰려 실각된다. 이후 파리반란기에 바라스의 요청으로 폭도를 물리치며 우리가 아는 나폴레옹의 자리에 선다. 도더성이 결여된 전쟁중독자의 이미지로 알려진데다가 잠도 3시간밖에 자지않았다는 이야기들이 덧붙여지며 그는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여기에 베토벤이 '영웅'을 위한 곡을 썼다가 '황제'가 된 사실을 알고 펜대를 꺽기까지 하니 얼마나 영화같은 소재인가.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진짜 나폴레옹을 보지 못했다. 나역시도 그의 드라마틱함에 가려 주변의 정세나 환경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모자하나 삐뚤어지지않고 말 위에 앉아 말 다리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아니라 말을 타고 전장을 누볐을 그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책과함께'의 '나폴레옹 세계사'는 그동안 세상이 만들어온 이미지를 깨고 나만의 나폴레옹을 만들어주었다. 오랜시간 진지하고 한결같이 역사서를 편찬해온 출판사답게 탄탄한 스토리와 깔끔한 번역 덕분에 어렵지만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 

 

이제 당신이 진짜 나폴레옹을 만날 차례다. 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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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세계사 세트 - 전3권 -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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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정복은 물론 착취와 더불어 지독한 탄압을 가져왔다. 하지만 프랑스 군대는 혁명의 이상들을 토대로 수립된 각종 개혁 조치들도 함께 가져왔다. 그들은 법적 평등과 개인적자유, 재산권의 불가침성을 약속했다. 종교적 관용을 선포하고 행정과 사법 체계를 개혁하고, 도량형을 표준화했다. 그의 결점들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리고 얼마나 많았든지 간에 나폴레옹은 유럽 대다수의 독재적인 통치자들보다 더 계몽된 인물이었고, 그의 패배는 근대 사회를 떠받치는 많은 이상들의 후퇴를 의미했다. (p.1073)

 

벽돌같은 책을 산 후, 야금야금 시간이 날때마다 읽은 날도 있고 집중하여 몇 시간을 읽은 날도 있다. 언제 다 읽을까 했던 벽돌도 읽고 나니 어느새 다 읽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나폴레옹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동시에 준다. 어린시절 악보로 먼저 만났던 '영웅'(베토벤은 분명 '황제 나폴레옹'이 아닌 '영웅 나폴레옹'을 기렸다.)의 대서사시를 이제서야 마무리 지은 느낌이랄까.

 

“무려 23년이나 이어진 프랑스 혁명전쟁은 '나폴레옹 전쟁'으로 묶여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가장 대규모 전쟁이었다. 나폴레옹은 식민지 및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열강 들과 전쟁을 이어가다, 워털루에서 패배하며 전쟁의 막을 내린다.” 여기까지가 그동안의 나폴레옹 전쟁사라면, 나폴레옹이 직간접적으로 남아메리카의 독립 원인을 제공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 영향을 끼치고, 중동 지역을 재편하며, 영국의 야심을 강화시키고, 미국 세력이 부상하도록 기여한 것이 '나폴레옹 세계사'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알아온 나폴레옹 이야기보다 훨씬 깊고 넓은 이야기다보니 결코 쉬운 읽기는 아니었으나, 인용한 마지막 문단을 읽고 나니 “이제서야 내가 나폴레옹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폴레옹을 향한 저자의 깊은 애정과 긴 연구가 다소 나폴레옹의 편을 들어준 면이 없지는 않겠으나, 모든 역사는 기록한 사람에 의해 저장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까지를 욕한다면 우리는 역사서를 읽을 이유조차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폴레옹. 어쩌면 인간 자체의 모습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갖춘 사람이다. 전쟁을 기회삼아 귀족으로 신분상승을 한 아버지, 격변의 시기의 육군사관학교 입학, 이후 반란의 토벌로 무훈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국경군의 지휘를 맡았으나 쿠데타로 몰려 실각된다. 이후 파리반란기에 바라스의 요청으로 폭도를 물리치며 우리가 아는 나폴레옹의 자리에 선다. 도더성이 결여된 전쟁중독자의 이미지로 알려진데다가 잠도 3시간밖에 자지않았다는 이야기들이 덧붙여지며 그는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여기에 베토벤이 '영웅'을 위한 곡을 썼다가 '황제'가 된 사실을 알고 펜대를 꺽기까지 하니 얼마나 영화같은 소재인가.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진짜 나폴레옹을 보지 못했다. 나역시도 그의 드라마틱함에 가려 주변의 정세나 환경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모자하나 삐뚤어지지않고 말 위에 앉아 말 다리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아니라 말을 타고 전장을 누볐을 그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책과함께'의 '나폴레옹 세계사'는 그동안 세상이 만들어온 이미지를 깨고 나만의 나폴레옹을 만들어주었다. 오랜시간 진지하고 한결같이 역사서를 편찬해온 출판사답게 탄탄한 스토리와 깔끔한 번역 덕분에 어렵지만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 

 

이제 당신이 진짜 나폴레옹을 만날 차례다. 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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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세계사 세트 - 전3권 -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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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분권 1권 / 양장본 전기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





1812년 헌법은 에스파냐 자유주의의 커다란 승리였고, 여러 방식으로 에스파냐 구체제와의 단절을 대변했다. 하지만 나폴레옹 전쟁의 지구적 충격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이기도 했다. (p.499) 

 

나폴레옹.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키 작은 영웅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의 키가 정확히 얼마였는지, 그 키로 어떤 업적을 세웠는지, 그의 행동이 세계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나 역시 그가 막연히 프랑스의 군인이자 황제였고, 프랑스 혁명 후 개혁정치를 시행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의 러시아원정이 어떤 의미가 있고, 그가 왜 헬레나 섬에 유배하러 가게 되었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책과 함께'에서 출간된 '나폴레옹 세계사'라는 책을 봤을 때, 막연한 궁금증과 도전의식(?) 같은 게 느껴졌다. 우리 아이가 늘 '키는 작지만, 마음은 크다'라고 표현하는 나폴레옹의 실체를 알고 싶기도 했고, 역사서를 부지런히 읽어왔으니 이제 이 정도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섞여 감히, 나폴레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렉산더 미카베리즈는 20년 가까이 나폴레옹을 연구한 사람으로 워낙 유명하고, 책과 함께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꽤 읽었으므로, 책에 대한 신뢰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시작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으나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나폴레옹의 전쟁이 더 넓은 범위에 영향을 끼쳤다면 지금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왜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그동안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폴레옹의 전쟁을 전쟁 자체로 보지 않고 그 전쟁이 세계에 미친 영향 등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나폴레옹이 정말 “키는 작지만 영웅”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사실 나폴레옹이 소문처럼 땅꼬마는 아니라고 한다.) 

 

저자의 나폴레옹 사랑이 군데군데 묻어나기는 했으나, 오스만 제국이나 이란, 스칸디나비아 등에 이르기까지 나폴레옹 전쟁이 미친 영향을 분석한 책은 그간 없었던 것 같고, 프랑스 혁명부터 전쟁 이후의 국제적 정서를 워낙 체계적으로 다루어 읽는 내내 대서사시를 읽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나폴레옹에 대해 이렇게 몰랐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나폴레옹을 검색하면 쉬이 만날 수 있는 그림의 배경이 된 전쟁들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생생히 만났다. 그동안 나폴레옹의 전쟁을 '혁명'이라 생각해왔던 나는 처음으로 격변하는 세계 속의 한 전쟁이고, 그 전쟁 또한 다른 전쟁들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으며 커졌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보나파르트 장군에서 나폴레옹 황제가 되기까지, 그저 개인의 혁명과 프랑스의 반짝이던 한순간이라 생각했던 '나폴레옹'의 이야기가 이제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 세계적으로 더 큰 영향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18세기의 '역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두께도 상당하고 내용도 방대했지만, 차곡차곡 잘 정리된 덕분에 큰 난항 없이 책을 읽어낼 수 있었던 '나폴레옹 세계사'. 문득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책과 함께 출판사 덕에 나는 얼마나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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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상담 - -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17명의 상담사례와 30가지 심리치료
최고야.송아론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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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가 다시 말합니다. 이제 걱정하지마. 내가 너를 도와줄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너는 아무 잘못 없어. 그 말과 함께 '과거의 나'를 토닥여 줍니다. 그 느낌을 가슴 깊이 느끼세요. 그리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또 다른 나를 신뢰하세요. 신뢰할 수 있겠나요? (p.67)

 

마음이 아픈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어떤 이들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아픔을 지니고 살고, 또 어떤 이들은 혼자만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산다. 사실 이 책을 받아들고 부정적인 마음이 더 컸던 것은, 혹시나 이 책에 등장한 이들이 이 책으로 더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의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고, 특히나 마음이 아픈 이들이, 혼자 앓지 말았으면 좋겠다 싶다. 이렇게 마음에 들어주는 이들이 세상에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17명의 상담사례, 30가지 치료 사례. 이 책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가 그저 담담히 기록되어 있다. 대인기피증, 독박 살림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아빠의 성추행으로 인한 불면증과 남자 혐오, 공황장애, 강박증, 조현정동장에, 환청과 환시, 자해, 불안증, 차별로 인한 미움, 분노조절장애, 피해의식, 피해망상, 고부강등 성격장애, 가치관 차이, 가스라이팅 등의 사례가 꽤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내가 이 상담 리스트를 적어두는 이유는 혹시나 이런 심리상태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례를 읽음으로써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물론 마음이 아주 아픈 상태라면 상담소를 당연히 찾아가지만, 마음이 힘든 정도라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제 과거의 나는 이유 없는 우울감에 심리상담소를 찾았던 적이 있는데, 상담사가 “그럴 수 있어요. 저도 그래요.” 하는 말을 듣자 거짓말처럼 우울감이 사라졌다. 혹시 나처럼 일시적 우울감을 겪는다면 타인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공감했다가, 그래도 나는 많이 아픈 게 아니었구나! 안도했다가, 온 마음으로 토닥여 주고 싶다가 하는 복합적인 마음이 다 든 것처럼 말이다. 

 

 

라포르란 상호 간에 친밀감, 유대감, 공감대를 형성하는 걸 말한다. 내담자는 상처받은 사람이고 마음의 문을 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담사가 이를 잘 맞춰줘야 한다. 내담자의 감정이 왼쪽으로 치우치면 왼쪽으로 따라가 줘야 하고 오른쪽으로 치우치면 오른쪽으로 따라가 줘야 한다는 말이다. (p.71) 

 

사실 모든 상담가가 내담자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찰떡같은 상담가가 모두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처럼 그저 본인도 그렇다는 한마디에 아무렇지 않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상담의 공통점은 “상담을 시작한 것”이다. 마음은 열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마음이 아프다면 일단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벼랑 끝에서 돌아올 수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매우 평온해졌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그래요, 그럴 수 있어요. 이제 다 괜찮아요.”하고 말해주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담담히 써 내려간 이 책에서 당신이 무엇을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은 분명 쉼 없이 위로를 던지고 있다. 그 위로를 받고자 한다면 당신이 일단 마음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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