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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계 질서
레이 달리오 지음, 송이루.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6월
평점 :

역사적으로 지도자들은 자신의 통치 기간이 끝나고 한참 뒤에야 상환 기간이 만료되는 부채를 발생시켜 다음 지도자에게 짐을 떠안겼다. (p.145)
레이 달리오 책이 왜 좋은지를 묻는다면,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정치, 경제, 역사까지를 아우르고, 현대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판단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을 조금 과장해 말한다면, 그와 같은 맥락의 시선이 아니고서야 미래를 날카롭게 볼 수 없다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의견에는 좁은 나의 시선과 그의 책을 읽고 난 후의 경이로움이 다소 포함되어 있겠지만, 내일 아침이 되어도 막 책을 덮은 이 벅찬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대부분의 저명한 이들도 '그렇구나'하고 넘겼을 현상들을 쉬이 보지 않은 레이 달리오는 그것을 과거의 경험을 바탕에서 찾고, 오늘날의 상황에서 다시 미래를 전망한다. 이것이 '빅 사이클'로 이는 지금도 구르고 있고, '다음'을 향해 또 굴러갈 것이다. 현 국제사회의 정황이 그저 막연히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막연한 시각을 가졌던 내게 그는 세상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고, 그것들을 과거에 사례에서 유추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모든 경제, 정치, 역사가 반복됐음은 알지만, 그것이 어떤 미래를 가지고 올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책은 역사적 격동기의 경제와 정치를 조사하여 미래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를 유추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부상했다가 쇠퇴한 국가, 미국이나 중국 등의 국가의 흐름을 잘 정리해주어, 지금 우리가 겪는 몇몇 문제들을 속 시원하게 짚어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약자와 강자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교육 수준의 격차가 부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발견할 때마다 다소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어느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과거의 역사에 우리가 지금보다 나은 순간이 있었던가. 없었다면 지금을 빅 사이클로 만들어가야 할 텐데, 하는 등의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경제적 결핍을 겪었으니, 두 번은 겪지 않도록 우리만의 사이클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돈과 신용은 부와 관련이 있지만, 부와는 다르다. 돈과 신용으로 부(즉 재화 서비스)를 살 수 있어서 보유한 돈과 신용의 양이 부의 양과 같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돈과 신용을 더 많이 창출한다고 해서 더 많은 부를 쌓는 것은 아니다. (p.132)
이 책을 읽으며 화폐에 대해, 통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에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계산상의 부” 확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고. 주식이나 경제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 내게도 이 책은 다양한 시각을 제공했다. 아마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눈을 가진 이들에게는 더 많은 것이 보일 것이다. 역사에 바탕을 두고 이렇게 경제와 정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니! 그의 통찰력에 놀라움이 느껴진다.
결코, 쉽게 읽어지는 책은 아니나 페이지 대부분에 포함된 그래프는 그의 말에 신뢰를 더해주었고, 이과적 두뇌를 가지지 못한 나에게도 이 책을 조금 더 쉽게 접근하도록 도왔다. 또 잘 읽히지 않는 페이지는 굵은 글씨를 먼저 읽고 다시 페이지 전체를 읽었더니 한결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투자가 아닌 인생을 건 결정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많이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에 근거해서 베팅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집중해보자. (p. 570)
사실 나는 사소한 것에도 감동하고 슬퍼하는 사람이기에 작다면 작은 양의 돈을 투자해놓고도 일희일비하는 내가 싫어 손을 턴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쉬지 않고, 변해가는 세상의 규칙을 읽도록 나를 훈련한다. 나의 좁은 시각을 곁눈질하게 만들고 안경을 씌워준다. 꽤 오랜 시간, 나는 역사서를 읽어왔다. 이제는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을, 내일을 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당장 무엇인가 성과를 내지 않아도 좋다. 그 눈을 키워가는 과정 자체가 플러스일 테니 말이다.
모든 가능성을 파악하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제거해가게 되는 법이라 하지 않았던가! (p.57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