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채소 생활 - 집에서도 쑥쑥 크는 향긋한 채소들, 기르는 법부터 먹는 법까지
이윤선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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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시골에 숨은 듯이 사는 지인에게 왜 그곳에 사느냐 물은 적이 있어. 그랬더니 이곳은 눈이 오면 참 예쁘다고 대답하더라. 눈이 오는 찰나의 풍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시골에 사는 거야.” “엄마,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농촌에 산다는 건 그게 전부야. (p.73) 

 

나는 채식을 선호한다. 채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시작해서 채식주의자가 되는 거다', '채소만 먹어서 비리비리(?)하다'라느니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나는 절대 비리비리하지도 않고, 육식을 억지로 피하는 것도 아니다. 육식하면 소화를 잘 못 시켜 '덜'먹은 것이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진 채소를 좋아하는 거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플렉시테리언'의 1단계 정도랄까. 아무튼, 나를 위한 고기를 사거나 요리하지 않다 보니, 단백질 섭취를 위해 두부 레시피를 다양하게 알고 싶어졌고, 여러 가지 콩을 즐겨 먹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점점 다양한 채소를, 또 채소를 더욱 맛있게 먹는 법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관심이 이제는 '직접 농사짓기'까지 흘렀다. 심심해서 흙에 “꽂은” 파로 지난겨울을 잘 난 것도 한몫했다. 요즘 나의 주식은 아빠 텃밭에서 뜯어온 아기 상추로 만든 겉절이기도 하니, 상추쯤은 내가 지어야겠다, 생각하는 거다.  

 

그러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만약 채소를 좋아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필독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집에서도 잘 크는 채소들을 어찌나 다양하게, 잘 적어두셨는지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베란다 채소농장”하나 차리는 것쯤은 일도 없다. 이 책은 실내재배를 바탕에 두고 쓰였기에 집 방향에 따른 햇빛의 양, 적합한 화분과 흙의 종류까지 다 알려준다. 그뿐인가. 씨뿌리는 법도 알려준다. (다음 장날에는 시장에 가서 몇몇 씨를 사서 올 셈이다. 굳이 장날을 기다리는 것은, 농사짓는 집 딸인 친구 말이 이런 건 장에 가야 판단다.)

  

잎채소를 시작으로 허브 채소, 줄기채소, 꽃 채소, 열매채소, 뿌리채소까지 '이게 정말 실내에서 가능해?' 싶을 정도로 뚝딱 농사를 지어내는 작가님. 질투와 부러움을 반반 섞어 책을 읽다 보면 귀여운 일러스트와 사진들로 웃음이 배시시 나온다. 이 포인트가 꼭 채소를 기르지 않을 사람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는데, 사진 속 채소들은 하나같이 작고 소중하다. 일러스트들은 또 얼마나 매력 넘치는지. 정말 일러스트나 사진마다 캘리를 쓱쓱 쓰고 싶을 만큼 예쁜 책이다. 

 

한낮의 태양이 슬그머니 기울며 햇볕이 노란색, 보라색, 초록색 세 가지 색의 줄기 콩을 내리쬐고 있었다. 빛을 받은 줄기 콩의 색이 아름다워 이때가 아니면 알록달록한 색을 놓칠 것만 같아 곧바로 수확했다. 곧 다가올 여름의 기운으로 쑥쑥 자란 풀 틈에 줄기 콩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날의 풋풋한 기분과 색색의 설렘은 선명히 기억한다. (p.158) 

 

나만 빼고 모두가 그대로인 것처럼 보였던 그날의 모습이 홍성으로 돌아오는 내내 알 수 없는 고립감에 휩싸이게 했다. (...)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서서히 들어가는 기분으로 매번 눈물을 훔쳤던 시절이 있다. (p.117)

 

이 책의 참 매력은 이거다. 채소를 기르는 '안내 책자'인 척하지만, 삶에 대해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 그래서 책을 읽으며 괜히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작가님은 채소만 기른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문장력도 함께 기르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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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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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p.9) / 현실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도 상관없다. 네모토가 살아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그저 딱 한 번만 그를 만나고 싶다. (p.74)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상상. 나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이왕이면 가장 예쁘게 차려입은 날, 초라하지 않은 행색으로 만나면 좋겠다고, 어색하지 않은 말도 술술 하기를 바라며 상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만약, 그 대상이 죽어서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죽음이 갈라놓은 것이라면? 또 그 대상이 가족이라면? 가족을 잃은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질 듯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렇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의 이야기 4가지가 기묘하게 이어진다.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인 약혼자를 잃은 여자, 자신을 보듬어준 아빠를 잃은 남자, 첫사랑이자 삶을 지탱하게 해준 사람을 잃은 남학생, 가해자로 지목되었으나 그저 피해자의 하나인 기관사의 아내. 이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미련을 가지고 유령열차에 탄다. 죽은 자들이 탔던 역에서만 탈 수 있고, 사고가 나기 전에 내려야만 하며, 죽은 자들을 데리고 내리려 하거나, 그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단 한번의 만남. 이렇게도 많은 제약이지만 그들은 모두 아픈 마음을 잡고 기차에 오른다. 그들도 그들이지만 기차에서 내릴 수 없는 이들의 절절함이 마음을 울렸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혼자 남아서도, 부디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 가슴 아팠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다 안다고 위로하지는 못해. 설령 내 부모님이 돌아가셨더라도 네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한 소리라고 생각해. 각자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p.40)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픔과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가 종종 잃어버리지만, 그와 비슷한 만큼의 행복과 웃음도 가지고 있다. 소중한 이들을, 소중한 것들을 이별과 헤어짐, 시간의 한계 아예 놓아보면 그것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모든 것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 느꼈다. 잊고 살던 귀한 것을 떠올리게 한·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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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 - 사교육비 모아 떠난 10년간의 가족 여행기
이지영 지음 / 서사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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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감히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여행을 가지 않고 학원을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우리가 함께한 여행의 모든 순간을 이길 정도로 강력한 것일까? 공부는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것이지 성적이 공부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충분히 신중히 고민했고,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p.7)

 

저자의 전작, “엄마의 소신”을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읽었던 터라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기대의 마음이 가득했다. 늘 나의 소신대로 아이를 키우려 노력하지만, 명문대를 보낸 엄마들의 육아서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키우면 아이도 엄마도 그렇게 자랄 수 있다고, 흔들릴 것 없다고 말해준 책이었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로 시작했지만, 가족의 성장기로 읽힌 것은 여전히 뚝뚝 묻어나는 그녀의 생각들 때문은 아니었을까. 

 

출간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 기억에 의존해서 되짚는 여행기라고 적어두셨는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사실 그녀가 다닌 미국이나 태국 등의 나라를 '여행의 설명'을 목적에 둔 여행기는 이미 차고 넘치지 않나. 나는 오히려 그녀가 아이와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느끼고, 대화를 나눈 이야기들이 훨씬 좋았다. 각 여행에서 아이들은 교과서에는 없는 것들을 배우고, 자신들의 시선으로 '어록'을 남기며 세상을 만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톨레랑스 이야기였다. “서로를 인정할 때 더욱 보기 좋은 것. 주변 사람과 비슷해야만 안심하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p. 203)”고 기록한 그 장의 제목이 며칠 동안 마음에 남았다.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래.” 사실 우리가 머리로는 늘 하지만 마음으로 쉽게 하지 못하는 말 아닌가. 이것을 그냥 말로만 설명하면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작년, 각기의 귀함과 개성을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로 가르쳐주셨던 아이 선생님의 지혜가 떠올랐다. 이렇게 세상 모든 것에서 우리는 배운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만나는 꽃 하나, 풍경 하나가 쉬이 넘기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로 느껴진다. 

 

 

그럴 가치가 있다면 설사 뒤로 살짝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히, 묵묵히 헤엄쳐야 한다는 사실도. (p.84) 

 

이 책을 읽은 후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나는 시애틀도 안 가고, 사교육도 안 시키는데 어쩌면 좋냐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너는 학원 대신 단행본, 과외 대신 전집하고 있잖아.”란 다. 물론 농담으로 주고받은 말이지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집이나 자신만의 소신으로, 아이에게 맞는 성장을 하면 되는 거라는. 

 

어쩌면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가 자신의 소신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바통을 터치하는 날까지, 그저 우리만의 이야기로 하루하루를 채워가야지. 그럴 가치가 있다면, 남들과 다른 길, 다른 속도로 가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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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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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이 이리도 많으니 나도 동심을 지키고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집 근처 작은 도서관 창가에 홀로 앉아 여름 소나기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거리를 바라보면서, 역시 나는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p.26) 

 

처음 이 책을 만나고는 너무 귀여운 표지와 제목에 내용도 귀엽고 가벼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친구 집으로 피서를 하러 간다는 내용에서부터 이 에세이는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니겠구나, 감사함을 가득히 알고 지내는 선한 이의 글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죠리퐁을 말아먹을 우유도 없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마저 공짜라서 부자라는 사람이 어찌 가난하단 말인가. 은행의 기준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그의 마음은 절대 부족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봤다. 나는 가난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를 이야기겠지만 일단은 따뜻하고 시원한 집을 가지고 있고, 냉장고에는 엄마의 반찬이 가득하다. 다행히 쌀도 며칠 전에 샀다. 읽을 책이 잔뜩 있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 캡슐도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랍에 가득하다. 아 나는 엄청난 부자구나. 갑자기 커피 한잔이 엄청나게 행복해졌다. 

 

 

오늘 받은 마음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다시 누군가에게 보내야 비로소 내 것이 될 마음이다. (p.35) / 소박한 채소 하나가 여름 보양식이 되듯,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살고 싶기에. (p.116) 

 

읽는 내내 그의 글에는 타인이 있다. 그는 분명 자신의 삶을, 그것도 오늘을 사는 사람인데 한순간도 혼자가 아닌 느낌이랄까. 짧은 글 안에도, 문장 하나에도 타인이 가득 있어서 나는 그녀의 지인을 잔뜩 소개받은 느낌이었다. 어울리는 이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그녀가 따뜻해서 그녀의 지인이 따뜻한지, 그녀의 지인이 따뜻해서 그녀가 따뜻한지 그 순서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그이들은 모두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녀의 문장들을 통해 내 지인도 만난다. 늘 나에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과 친구들. 나의 하루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니 행복해졌다. 아마도 그녀는 주변에 이런 사람일 것이다. 하물며 문장으로 만난 “책 이웃”인 나에게도 이런 따스함을 주니 말이다. 

 

점점 세상은 금전적인 것이 가장 중요해진 듯 변해가지만, 사실은 그런데도 사람의 정, 사람의 신념과 꿈 등이 더 상위 개념인 것은 누구라도 안다. 문득 자신이 경제적인 것에 휘둘리는 듯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면 좋겠다. 하루하루를 더욱 알차게,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게 살아가는 부자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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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영화가 될 때
유의정 외 지음 / Book Insight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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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인생의 목표가 되지 않기 를 바란다. 내가 진짜로 해야 할 것들이 타인에 의해 계속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정’의 시작은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다. (p.62)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 당신이 본 영화 중 당신의 인생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진 것은 무엇인가? 나의 경우는 “인생은 아름다워”, “죽은 시인의 사회” 쯤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가족을 위해 극한의 고통도 참고 넘기며 버티는 숭고한 사랑을 보여주는 '인생은 아름다워'과 개인적으로는 책을 원작으로 둔 작품 중 책보다 더 좋았던 유일한 영화이자 자아 성장에 거름이 되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내게 가족이나 사랑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선물했다. 

 

그런 점에서 자신에게 키워드를 던지는 영화를 심층적으로 풀이하는 이 책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웰다잉을 이야기한 '굿바이'말고는 모두 본 영화라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또 “당신의 삶은 해피앤딩이길” 이라는 말로 소개해주신 책이기에, 책을 읽는동안 내 안의 행복이나 나의 키워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보통 인생을 행복과 성공이라는 말로 결과를 평가한다.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말하자면 행복과 성공의 절반을 이루었다. 어차피 기준은 주관적이니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함께 하는 팀이 있고, 누군가 내가 잘한다고 인정해 주고 내 이름으로 된 안식 처가 있으니 난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p.109)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인 장은 제 3장, “삶의 가치”였다. 작년, 나는 몹시나 아팠고 힘들었다. 꽤 오래 다닌 직장에서 (퇴직을 목표로 한) 휴직을 시작했을 때, 섭섭함 보다는 시원함이 먼저 들었던 것은 나의 직장이 나에게 가치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내 가치를,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몇달을 헤멨다. 물론 지금도 내가 어디를 향하고 싶은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저 내 마음이 울리는 곳을 향해 걷겠다는 다짐은 더욱 명확해졌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르네와 점점 자존감을 되찾는 르네를 이야기한 3장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고, 확신이 들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아무도 내게 능률과 성실 모두를 강요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것에 얽매어있었다. 허나 최근 다시 나의 자존감을 마주하며, 나를 조금 더 사랑하는 방법, 조금 더 행복해지는 방법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책도 마음에 닿았다. 

 

어떤 문장은 심리서 같았고, 어떤 문장은 철학같았다. “아이는 일반적인 잣대인 당장 눈앞에 보인느 성적으로 자신의 값어치를 매기지 않았고, 자신의 임계점을 뛰어넘어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게 되었다(p.70)”는 말이 마음을 쿵쿵 울렸다. 나의 임계점. 사실 살며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개념이지만 내 스스로 그것을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내가 내 삶을 해피앤딩이라고 믿으면 결국 그 방향을 향해 걷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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