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왜 불안할까
앨리슨 에드워즈 지음, 이채린 옮김 / 갈락시아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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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다 = 생각이나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능력 

생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능력이란 생각, 기술,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생각하는 힘이다. (p.17)

 

우리 아는 어릴 때부터 발음이 분명하고 찬찬히 말하는 성향이다 보니 주변에서 똑똑하거나, 야무지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추천으로 진행한 몇 번의 검사에서도 아이의 지적능력이 다소 높다는 것을 확인받기도 했으나, 나는 그것이 다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입 밖으로 거의 꺼내지 않았다. 아이가 자만하게 될까 무서웠고, 지금 똑똑한 아이라고 소문이 났다가 그것이 아이의 입시 등에서 어른들의 잣대가 될까 무서웠다. 난 결코 '불행한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기에 그저 재미있는 책을 읽고,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아이를 둔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가장 잘 이끌어주는 것인지 늘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똑똑한 아이들은 생각을 멈추지 않고 반복하기 때문에 마음이 쉴 시간이 없다. 그래서 더욱더 현명해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지만 계속되는 불안과 힘겹게 싸워야 한다. (p.34) 

 

아이가 마음을 열기 바라며 계속 질문을 한다. 그렇지만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질문을 멈추어야 한다. (p.64) 

 

가장 흥미로웠던 장은 “6장 - 아이들은 테러리스트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다.”와 “7장 -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는 법”이었다. 종종 아이가 너무 어려운 단어나 주제를 궁금해할 때, 어디까지 알려주어야 하나, 왜 이런 것까지 궁금할까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이 장을 읽으며 아이의 심리나 상태를 많이 유추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적합하게 대답하는 방법이나 대화를 다른 쪽으로 이끌어가는 법을 습득할 수 있는 부분도 너무 좋았다. 아마 앞으로 아이와 대답할 때 나는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 같다. 

 

문제 해결 방법에 제시된 내용은 정말 꼭 한 번씩은 실행해보자 싶은 내용이 많았다. 아이의 불안을 걱정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아이의 불안을 스스로 해소해주는 것이 부모의 바른길이라고 생각하기에 하나하나 읽으며 마음에 담아두었다. 부모와의 대화로 풀 수 있는 불안도 있겠지만, 일단은 아이가 직접 그것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이 책은 그것에 대해 매우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쉽게 불안해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 아이는 어느새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남이 이야기하면 가만히 듣고 있다. 아는 이야기인데 왜 모른다고 말했냐고 물으면 상대방이 설명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때때로 아이가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싶을 때 기특하다는 마음 반, 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반이 든다. 앞으로도 나는 늘 그렇겠지만, 이제는 불안보다는 해소에 중점을 두고, 아이를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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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우리 - 2021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 도서 신나는 새싹 131
다니엘라 쿤켈 지음, 김영아 옮김 / 씨드북(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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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우정 : 작은 우리

 

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우리나라만큼 '우리'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외동인 아이들조차 우리 엄마, 우리 아빠라고 사용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종종 우리라는 개념이 그저 말뿐인가, 싶어질 때가 생기더라고요. 그냥 호칭만 우리고, 진짜 우리가 아닌 기분. 아이에게도 “모두와 잘 지내라”라는 소리를 언제부터 하지 않게 됩니다. 힘든 관계까지 유지하는 게 맞는 일인가, 싶어질 때가 많거든요.

 

어쩌면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은 이런 제 마음에 딱 맞는 책입니다. 진짜 우정, '소주 정예 우정'을 잘 다룬 책이라고 할까요? 허허 물론 이 책에는 우정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라고만 표현해요. 그래서 이 '우리'에는 우정, 신뢰, 믿음, 사랑 등 매우 다양한 신념을 넣어도 그럴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와 이 책을 만나신다면 우리 대신에 우정이나 신뢰, 믿음, 사랑 등 다양한 단어를 대체하여 읽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를 이야기했더니 엄청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답니다. 

 

말 나온 김에 내용을 먼저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아이가 친구라는 개념이 생기면 이 책을 바로 읽어주시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내용 면이 우수합니다. '우리'의 장점, '우리'를 유지하는 법 등을 매우 상세히, 이해하기 좋게 기록하고 있어요. 어른들에게도 다시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많아서 저는 친한 친구들에게 내용을 공유해줘야지, 생각하기까지 했답니다. “우리가 없다면 하늘은 잿빛이 돼. 바람은 차고 비도 유난히 축축하게 느껴지지. 우리는 서로를 매우 그리워하게 해” 하는 말은 온 마음이 찡하게 느껴졌어요. 

 

다음은 일러스트. 정말 일러스트와 내용이 완벽하게 좋았다고 말하고 싶은 책인데요. 정말 멋졌던 게, 엠마와 벤이 서 있지만, 그림자는 '우리' 모습으로 그려둔 점은 진짜 완벽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설명 없이도 아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일러스트였다고 할까요? 진짜 어느 한 장 할 것 없이 일러스트 자체가 너무 이해와 몰입이 있어서 읽는 내내 온 마음이 좋았습니다. 

 

며칠 전 소개했던 '걱정 괴물이 뭐래?'란 책에서처럼 '우리'도 크기가 달라지는데요, 마음이 통하고 사랑을 줄 때는 엄청나게 커지고, 싸움 후에는 매우 작아집니다. 우리는 특히 싸움 앞에서 꼼짝 못 하고, 함께 할 때 다시 성장한다는 말에서 우리 아이는 “행복이나 우정을 키우려면 싸우면 안 되는구나!”라고 말을 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문득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없으면 사는 것이 얼마나 불행할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에게 친구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줄 수 있었어요. 이렇게 '우리'를 깊게 나눌 수 있는 친구 세 명정도면 충분하다, 나랑 안 맞는 친구들 때문에 억지로 참고 힘들 필요 없다고. 

 

착하고 소심한 우리 아이에게 친구의 개념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게 도와주는 고운 그림책. 아무래도 한동안 우리 집에서 길게 사랑받을 거 같아요.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께서 '우리'의 따뜻함이 가득한 밤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우리'에 여러 단어를 넣어서 읽어요. 어떤 단어가 들어갈 수 있나 이야기 나누어요.

2. 나의 '우리'를 나누는 사람들을 그려보아요.

3. 엄마와 아이의 '우리'를 이야기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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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괴물이 뭐래?
앨리슨 에드워즈 지음, 아이샤 엘. 루비오 그림, 최은하 옮김 / 갈락시아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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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용기 : 걱정 괴물이 뭐래?

 

저희 아이의 걱정 괴물은 '나무 할아버지'입니다. 어느 체험관에서 “어린이 여러분~ 이제 잘할 수 있죠? 아니면 나무 할아버지가 찾아갈 거야~”하는 소리가 나오는 인형? 같은 것을 경험한 후 그것에 대해 큰 공포를 느끼게 되었어요. 원래도 '착한 아이'기 위해 노력하는 성향이기에, 사소한 것도 본인이 실수라고 판단하면 나무 할아버지가 올까 봐 겁을 내더라고요. 저는 제가 그런 성향의 아이였기에, 우리 아이가 걱정할 때마다 큰 소리로 “나무 할아버지; 이 정도는 괜찮은 거죠?” 라고 말하며 아이의 걱정을 덜어주려 노력했어요. 그래서 사실 저는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아이는 처음에는 이 책을 거부했어요. 걱정 괴물이 회색이긴 하지만, 나무 할아버지랑 꽤 닮아있었거든요. 며칠이나 기 싸움을 하더니, 드디어 엄마가 읽어줄까, 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론 제 무릎에 안기듯 앉아서 읽긴 했지만 말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이는, 때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해한 듯합니다.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첫발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모든 아이에게는 저마다의 걱정 괴물이 있을 겁니다. 아주 무서운 괴물과 그렇지 않은 괴물의 차이일 뿐 없는 아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도 소녀는 자신만의 걱정 괴물을 만납니다. 먼저 내용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아이의 모든 말이 걱정 괴물에게 주눅이 들어있습니다. 걱정 괴물이 부르는 노래는 사실 아이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어느 날, 아이는 더는 걱정 괴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조바심이 난 걱정 괴물은 이리저리 아이를 따라다닙니다. 기존에는 아이가 걱정 괴물의 말대로 주눅이 들었다면 다소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걱정 괴물을 약 올리죠. “난 무섭지 않아.”서 하는 말로 걱정 괴물을 쫓아내고, 결국 걱정 괴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아이로 거듭납니다.

 

일러스트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처음에는 걱정 괴물이 아이보다 크고, 아이는 주눅 들어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아이와 괴물의 표정이 바뀌는 장면, 점점 크기가 달라지는 것으로 비추어, 아이의 마음에서 걱정 괴물의 위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는지, 걱정 괴물이 작아졌다며, 아이가 이길 것 같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물론 아이들이 이 아이처럼 한꺼번에 공포를 떨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먹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 마음 먹기가 실천과 극복으로 전부 이어지지는 않지만, 그 마음을 먹는 자체가 엄청 멋진 일임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음을 아이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이런 책을 읽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걱정 괴물을 가지고 살지만, 이제는 그 걱정 괴물이 나를 집어삼킬 수 없음을 알듯, 우리에게도 늘 든든한 엄마와 용기가 함께 하길 바라봅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아이와 걱정 괴물의 크기를 비교해요.

2. 아이와 걱정 괴물의 표정을 비교해보아요.

3. 우리가 걱정 괴물을 이기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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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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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사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특별히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죠. (p.386)

 

사실 나름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을 읽은 듯하다. 한때는 나도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는 열혈독자였는데, 집필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다른 책들도 읽다 보니 밀린 책이 꽤 되는 듯하다. 하긴. 워낙 빠른 속도로 글을 쓰시기에 분명 7명일 거라고, 7명이 한 글자씩 따서 히가시노 게이고일 거라고, 7명의 이름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히코리. 가무라. 시타. 노부. 게로. 이노우에. 고바야시. 이런 식으로 ㅋㅋㅋ) 

 

오랜만에 읽은 소감? 말해 무얼 해. 삽시간에 몰입하여 단숨에 읽어냈지. 역시 나처럼 단순히 읽고 끝난 것이 아니라 씁쓸히 남은 여운으로 이런저런 제도에 대해,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언제나 그랬듯, 진행이 빠르고 긴박하면서도 툭,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분이시니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고 나서 뒷맛이 씁쓸하다. 사실 몇 년 전 읽은 것을 다시 읽은 것인데도 몰입하여 읽고, 이토록 씁쓸한 것을 보면 그의 글이 매우 치밀한 것도 맞고, 세상이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맞는 것이겠지. 

 

그때의 나는 아이가 없었고, 지금의 나는 아이가 있어 더 깊은 생각을 가지고 읽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형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물론 사형제도 자체가 가지는 사회적 의의(?)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가 없지 않으나, 그 자체가 가진 맹점에 대해 생각한다면 정말 이 방법뿐인가-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이런 방향에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 듯하다. 사형을 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사람과 살인을 타당성으로 엮고 싶은 사람. 그 둘의 심리를 너무나 분명하게, 작가 특유의 호흡과 문장으로 끌어내니 오히려 더 슬프고 먹먹한 이야기가 되어 읽는 내내 마음을 둥둥 울렸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지만 나 역시 피해라 가족이라면, 사형에 대해 간절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내내 나를 괴롭혔다. 

 

사실 그의 책이 마음을 편하게 읽게 하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나미야 잡화점 빼고) 미성년자 범죄, 성 소수자 문제, 그리고 사형제도. 그래서 어떨 땐 그의 책을 읽는 것이 버겁다. 또 한편으로는 이 방법이야말로 가장 쉽게 사상에 문을 두드리는 일이 아닌가 생각도 해보고. 이번 책을 읽는 내내 언젠가 보았던, 죽은 딸의 복수를 하는 엄마를 그린 영화가 떠올랐다. 여전히 피해자의 마음은 극단적인 방법 말고는 풀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스포일러 하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너무나 어려운 리뷰가 되어버렸다. 하루를 꼬빡 잡고 있었으나 분노와 씁쓸함만을 이야기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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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 암을 지나며 배운 삶과 사랑의 방식
양선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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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물을 안타까워할 이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아이들도 없는 병실에서 그날 나는 실컷 울었다. 슬픔을 토해 눈물의 파도로 번뇌·집착.미련·애착을 모두 삼켜버리겠다는 태세로. 한바탕 마음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때문이었을까. 태풍이 지나고 난 하늘은 먼지 하나 없이 맑듯, 이튿날 내 마음의 날씨도 나쁘지 않았다. (p.73~74) 

 

울지 않고 읽을 자신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나도 아팠고, 엄마다 보니 혹시나 이러다 내가 잘못되면 내 아이는 어떡해야 하나 생각해보았던 적도 있으니 이게 그냥 읽어질 리가 없다. 상상만으로도 '끝장'이라는 기분을 느꼈던 나이기에 실제 암을 만난 그녀가 써 내려간 글을 어떻게 울지 않고 읽을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나는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울어버렸다. 그러나 계속 울기만 했더라면 나는 이 감상문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읽으며 울고, 울며 읽고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울었던 대목은 아래층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7층 애기엄마'에게 전해달라는 이야기에서였다. 참 지독하고 슬프고 웃긴 게, 같이 아픈 사람들은 유대감이 생긴다. “나는 아프지만 너는 극복할 수 있어.” 혹은 “나도 극복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등의 이야기는 서로가 아픈 사람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실제 나도, 나와 같은 병을 앓았던 친구로부터 “나는 재발했지만, 넌 생각이 건강하니까 안 그럴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동요할까 봐 자신의 재발 이야기조차 나에게 숨겼으면서, 다시 아픈 자신이 나를 위로하다니. 진짜 고맙고, 진짜 빌어먹을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죽음은 슬펐지만, 그날 내겐 죽음이 차갑고 어둡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슬프지만 마냥 슬프지는 않은 그런 신비로운 감정을 느꼈던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p.126) 

 

마냥 슬프기만 했다면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을 듯하다. 원래도 감정이입을 잘하는데, 엄마가 된 후 '공감병'은 거의 불치 수준이 되어 스위치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곤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작가님은 자신의 컵에 담긴 물을 '반이나 남았다'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항암치료 앞에서도 감사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세 번째 수술 후 마시는 물 한 모금도 달다고 표현하셨다. 사실은 그래서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었다. 

 

3부를 읽으면서는 거의 울지 않았다. 작가님의 으쌰으쌰 하는 기운을 받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20년 전 자신에게 쓴 편지가, 도화지를 채운 그림 하나하나가 큰 위안이 되었다는 말이 깊이 이해가 되었다. 언제인가 혼자 병원에 가서 간단하다지만 본인에게는 극도의 공포를 주는 “시술과 수술하니”를 기다리며 손에 들었던 책은 지금도 여전히 내게 힘을 주니까. 작가님의 극복 도구와 극복과정들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작가님을 응원하는 마음이 온 마음에 번졌다. 나도 잘 관리하여 다시는 아프지 말아야지, 수없이 다짐했다. 나도 작가의 부축을 받고 두 발로 우뚝 서야지, 수없이 생각했다. 

 

어떤 의사들은 최악의 경우를 먼저 이야기하고, 어떤 의사는 최상의 경우를 이야기해준다. 작년에 내가 만난 두 의사는 전자와 후자 따로따로이었는데, 암일 수도 있다던 것이 물혹일 때의 안도감과 나는 아파 죽겠는데, 디스크 수술할 레벨이 아니니 치료하자는 의사 말에서 얻은 묘한 위로를 이 책에서는 둘 다 느꼈다고 하면 최소한 작가님을 이해하실까. 

 

어떤 상처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약이 된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말이다. 이 말이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내 마음 같아서 받아적기까지 했다. 작가의 말처럼 아프다고 인생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산 사람으로 사느냐, 죽은 사람으로 사느냐는 본인의 마음에 달렸음을 작가는 쉼 없이 전한다. 어른들이 수없이 하는 말,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 이왕이면 처음부터 단단한 땅이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단단한 마음이 되도록 일어나보면 어떨까. 

 

아프고 나면 커피 한 모금, 초콜릿 한 알도 그렇게 귀하다.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그것을 놓지 않기 위해 더 단단한 사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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