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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 왼발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평점 :

어버이날, 알차게 보내고 오셨나요? 저도 어제오늘, 아이와 함께 바쁜 주말을 보내고 왔답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땐 누가 봐도 선생님 솜씨 가득한 카네이션을 가지고 오더니, 이제는 눈물 쏙 빠지는 편지를 써올 만큼 성장한 아이. 그리고 그만큼 더 나이를 먹으신 부모님을 보며 뿌듯함과 시큰함을 동시에 느낀 주말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오른발, 왼발”을 읽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아이의 마음에, 또 내 마음에 꼭꼭 눌러 담아봅니다.
이 책은 '우리는 최고야',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의 토미 드 파올라 작가의 책으로, 그림체만으로도 “아! 이 작가님!”하고 눈치챌 수 있으실 겁니다. 작가 그림 자체가 워낙 따뜻하지만, 이 책은 아마 작가의 모든 책 가운데 가장 따뜻한 책이 아닐까요? 손주를 품에 안는 순간부터 손주의 걸음마, 손주와의 추억을 쌓는 과정까지를 어찌나 따뜻하게 표현했는지 그림만으로도 코가 시큰해집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서 큰 우리 아이는 그림 속 할아버지를 보는 내내 어제도 만난 '우리 할아버지'를 그리워했어요.
중간부터 보비의 표정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예상할 수 있는데요.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온 마음이 찡해집니다. 혹시나 아이가 글씨를 몰라도 꼭 처음에는 혼자 만나게 주세요. 정성을 다해 그린 일러스트만으로도 이 감동적인 책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보비가 할아버지께 받은 사랑을 갚는 모습을 보며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지는지 새삼 느낍니다.
아이가 그림을 온전히 느끼고 난 후,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아이와 한 장씩 번갈아 읽는데 아이도 저처럼 울컥하는지 눈과 코가 빨개집니다. 그러더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아프지 않고 곁에 있어 주시면 좋겠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림이나 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이 온 마음을 꽉 채우는 엄청난 그림책입니다.
아마 많은 아이가, 건강했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시면 놀라고 무섭고 슬플 거에요. 혹여나 보비 할아버지처럼, 아이를 갑자기 알아볼 수 없다면, 어른인 우리보다 아이는 더 많이 상처를 받게 되겠죠. 그러나 그 과정조차 우리 아이들이 직접 이겨내야 하기에, 우리는 아이를 응원하고 도닥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사랑의 힘을 믿는다면, 분명 우리 아이들도 보비처럼 슬픔을 딛고 일어나 표현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아이에게 꼭 읽어주시길 추천해 드리는 책이지만, 특히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프시다면 이 책은 반드시 만나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아프셔서 많이 표현하고 품어주시지 못하더라도, 아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사랑해주시는지 아이가 직접 느낄 수 있게 말입니다.
보비처럼, 우리 아이들도 할머니·할아버지의 모습이 변해가도-(또 상상도 하고 싶지 않지만,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더 만날 수 없는 날이 오더라도) 그 마음만큼은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음을 아이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말할 수 있는 지금-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할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보비가 받은 사랑과 할아버지가 받은 사랑을 이야기해요.
2.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께 받은 사랑을 이야기해요.
3. 할머니, 할아버지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해요.
4. 그분들을 도울 수 있는 법을 이야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