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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험퍼딩크 - 코끼리와 친구가 되는 법 ㅣ 빨간콩 그림책 17
숀 테일러 지음, 클레어 알렉산더 그림, 브론테살롱 옮김 / 빨간콩 / 2022년 3월
평점 :

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공존 : 내친구 험퍼딩크
아이를 기관에 보내며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으려나,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은 어떤 부모에게나 있는 걱정인 것 같아요. 참 웃긴게 아이가 기관에 가는 첫 해에도, 두번째에도 그 걱정은 같아요. 저보다 먼저 엄마가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고3이 되도 그런 걱정을 하는 게 부모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사회생활'을 알려주는 그림책들이 참 많고, 인성이나 규범을 알려주는 책도 참 많지만 저는 아이의 사회생활 첫번째 책은, 험퍼딩크를 만나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색연필로 슥슥 그려놓은 듯한 표지에는 커다랗고 귀여운 코끼리와 피부색도 머리색도 다른 아이들이 잔뜩 그려져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입은 옷도 제각기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자세도 제각각입니다. 표지만으로도 마치 우리아이의 교실 같습니다. 책 안도 그러합니다. 교실의 cctv를 보는 듯한 구도의 그림에서는 아이들은 모두 따로 놀이를 하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합니다.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도 '같이의 가치'도, '혼자 오롯이 보낸느 시간의 귀함'도 습득한 듯 합니다. 평화로운 일상이던 교실에 코끼리 한 마리가 등장하며 구도가 달라집니다. 변하는 구도로 인해 책은 더욱 생동감을 주고, 장면의 이동마다 약간씩 달라지는 아이들의 놀잇감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더해집니다. 험퍼딩크와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도 아이들이나 험퍼딩크의 표정변화를 두고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분명 험퍼딩크가 되기도 하고, 험퍼딩크를 맞이하는 아이들이 되기도 할테니 말입니다.
일러스트도 너무 좋지만, 오늘 제가 더욱 칭찬하고 싶은 것은 내용입니다. 내용면에서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말들이 참 많이 등장해서, 아이들의 첫번째 '공존'도서로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부서진 미끄럼틀을 앞에 두고 어떤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어떤 아이들은 서로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험퍼딩크는 그저 우리의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뿐이에요”라며 낯선 친구를 이해해줍니다. 급기야 “네가 좋아하는 놀이를 우리가 함께 하는 건 어떨까?”하며 다시 손을 내밀어주고, 아이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어떠세요? 만약 우리아이가 험퍼딩크의 입장이라면 저런 말을 해주는 친구가 얼마나 고마울까요? 그리고 우는 친구에게 어떤 마음이 들까요? 그럴때 할 수 있는 말들을 우리 아이에게 가르쳐준다면, 우리아이도 험퍼딩크처럼 금방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험퍼딩크의 등을 도닥이고, 다른 친구들도 다함께 험퍼딩크의 놀이를 하게 만든 아이라면, 저 용기를 어떤 말로 칭찬해주면 좋을까요? 저런 포용력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 둘 뿐 아니라, 울음을 터트린 아이의 입장, 서로를 도닥이는 아이들의 입장까지 모두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의 마음, 친구들과 어색했던 우리 아이의 마음, 먼저 손내미는 용기 등 아이와 나눈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는 제 생각보다 훨씬 잘 자라고 있고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마음을 실어 공존한다면 학교폭력이나 왕따같은 문제도 사라질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했습니다. 또 험퍼딩크와 아이들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규칙을 가르치는 책들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아이들이 코끼리와 같은 반이 되는 날은 없겠죠. 그러나 코끼리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아이랑 같은 반이 될수도 있고, 우리 아이가 코끼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꼭,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더불어사는 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달라지는 일러스트 사이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모두의 표정을 관찰하고 이야기해봐요.
2. 험퍼딩크의 마음, 친구들의 마음을 이야기해봐요.
3. 우리 교실에서는 친구들과 어떻게 만나고 지내는지 이야기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