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 -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이 밝힌 걷기의 기적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지음, 홍정기 감수 / 비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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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일상에서 움직임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 걷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운동이자 값비싼 장비나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운동으로 꼽힌다. (p.16)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디스크환자다. 그저 구두를 신고 많이 서 있는 직업이기에 아프다고 생각하고 버려두다가 더욱 심해진 케이스다. 방치한 만큼 증세는 급히, 심각히 왔는데 나는 그것이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 왕성히 활동하던 스타일이기도 하고, 평소 트래킹을 좋아했기에 내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뒤뚱거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치료를 받아도 상태는 쉬이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통증으로 앉지도 못해 서서 일을 하다가 울면서 휴직계를 냈다. 그리고 6개월. 나는 다시 걷고, 종종 뛰기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고 운동을 하라고 했다. 걷지도 못하겠는데 무슨 운동이냐고 짜증을 부리는 내게, 디스크 수술은 젊을수록 후회를 하더라며, 처음에는 1분만 걷고, 그다음에는 2분, 그다음에는 5분 그렇게 늘려가라고 차분히 다독였다. 이 책을 미리 만났더라면 의사에게 덜 짜증을 냈을까. 의사의 말처럼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음을 그땐 왜 몰랐을까.

 

이 책은 크게 4가지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걷기의 효능, 걷기로 새 삶을 얻은 사람들, 잘 걷는 법, 상황별 걷기.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두 번째 장은 과감히 넘기거나, 나와 비슷한 통증을 앓는 사람의 이야기만 읽어도 좋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3번째 장은 많은 사람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걷기운동이 좋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배웠으나, 걷는 것에도 좋고 나쁨이 있음은 쉽게 알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 자세의 문제점과 나같은 통증을 느끼는 사람에게 적합한 걷는 법을 얻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네 번째 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걷기도 종종 펼쳐보며 내 상황에 따라, 건강상태나 생활 방식에 따라 도움을 얻으리라 생각된다. 

 

 

햇볕을 쬐며 걷는 습관은 근본적으로 골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뼈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p.29)

 

평소에 걷는 것보다 보폭을 10cm 넓혀 걸으면 뇌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해 학습력, 기억력, 언러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향상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보폭 10cm 넓혀 걷기야 말로 젊음과 건강, 두 가지 꿈을 모두 실현시킬 수 있는 운동인 셈이다. (p.195) 

 

평소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엄마가, 종종 텔레비전에 나왔다며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때 나는 “엄마, 텔레비전에서 좋다는 거 다 먹으면 그럼 불로장생하게?”하며 불신을 표했다. 텔레비전에는 너무 많은 건강법과 건강식품이 소개되지 않나.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내가 건강했기에 그런 것들을 믿지 않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절박했더라면 그런 이야기들이 더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내가 아파보고서야 안다. 두 발을 땅에 대고 걷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여전히 나는 회사에 복귀하지는 못할 정도의 통증을 느끼지만, 오늘도 걸었다. 내 속도에 맞추어, 내 건강상태에 맞추어 걷다 보면 내일은 조금 더 잘 걸을 수 있겠지. 거짓말처럼, 나는 걸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나에게 그랬듯, 누군가에게 이 책이 약보다 더 좋은 치료제가 되어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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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김종대 지음 / 가디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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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옳다고 판단하면 그대로 행동했다. 혹시 자신도 역적으로 몰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으니, 그의 간결하게 결단하는 모습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p.81) 





내가 쓴 서평이나 기록해둔 독서목록 등에 의하면, 이 책은 내가 만나는 19번째 이순신이다. 여러 권의 책에서 한결같이 강직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자신의 욕심보다는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 이순신을 만나며 나도 모르게 그를 '참 리더'로 여겨 온 듯하다. 그래서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나는 이순신을 꺼내 들었다. 내가 탄 직장이라는 '배'에서 내리고 싶을 때, 내가 향한 길이 어딘지 모를 때, 마음에 파도가 칠 때. 첫 번째 회의가 든 어느 날 우연히 꺼내 든 것이 이순신이였는지, 그냥 이순신의 강직함이 배우고 싶어서였는지는 기억에 없으나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해주었음은 분명하다. 




그는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도 자신의 문제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했지, 주위의 힘과 세를 빌려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 그랬기에 그는 제힘으로 하다가 일이 잘 안될 때라도 남을 탓하거나 비방하고 원망한 일이 없었다. (p.63) / 내가 물은 것은 잠시 여러 장수의 진의를 시험해본 것뿐이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다만 나가 싸울 일뿐이니 감히 앞으로 딴말을 하는 자는 목을 벨 것이다. (p.135) 





언제인가 지인들과 가벼운 술자리에서 이순신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처음에는 몇 척의 배였나로 시작하였으나, 이야기의 끝은 좋은 아들, 좋은 백성, 좋은 장군, 좋은 선배, 좋은 리더였는지는 몰라도 좋은 아빠나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 부인의 위독함에도 “나랏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다른 일에 생각이 미칠 겨를이 있으랴마는 아들 셋, 딸 하나가 어떻게 살아갈꼬 아프고 괴롭구나”라고 기록하였고, 공과 사를 구별한 사람이니 좋은 남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만 그만큼 사욕을 채우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이순신 정신의 뿌리를 나라 사랑, 일에 대한 정성, 바른길을 향하는 정의, 자신의 힘으로 이루는 자력이라고 정리한다. 이번 책을 읽으며 나는 이것을 가정에도, 일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정에도 사랑과 정성, 정의로움, 자력을 가지면 가족 간에 다툼이나 원망이 없을 수 있고, 일에서도 그러하리라. 작가의 말처럼 공직자도 물론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 일하며, 자기 일을 스스로 하며 정의를 쫓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그래서 지금, 이순신을 다시 찾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애국심, 유비무환 정신, 집중력, 정의수호, 자립심, 선공후사의 마음, 부지런함, 창의력 등을 갖춘 이순신이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개인의 발전과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면 인격을 갖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저자의 말이 쉬이 들리지 않는 것은, 저자가 이순신을 공부해온 20년의 세월 때문만은 아니다. 나 역시 수 권의 책에서 이순신을 만나며 때로는 그의 집중력을, 때로는 그의 강직함을 배우며 힘을 내왔다. 나처럼 우매한 이도, 이순신에게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이들도 이순신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부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강직한 이순신으로 살아내기를 욕심내본다. 





믿자! 아직은 끓는 피가 식지 않은 나의 부하들을 믿자. 나라의 명운을 두 어깨에 멘 조선 수군의 뜨거운 애국심을 믿어보자. 그들이 애국심에 불타 죽기로써 싸워만 준다면 승리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이 전략 외에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없다. 부하들을 믿고 내가 가장 선두에 나서서 죽기로써 싸워보자. 결과가 어찌 될는지는 본래 내 일이 아니지 않은가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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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어부와 커다란 그물 귀쫑긋 그림책
쉬지 베르제 지음, 백수린 옮김 / 토끼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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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절제 : 작은 어부와 커다란 그물

 

꽤 늦은 밤이지만, 이 고운 그림책을 소개하지 않고는 쉬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커피를 한잔 내렸습니다. “작은 어부와 커다란 그물”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책은 절제의 미덕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이 녀석 자체는 스토리도, 일러스트도, 교훈도 놓치지 않은 “엄친아” 같은 그림책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 “친애하고 친애하는”의 백수린 작가님이 옮긴 그림책이라니. 이 정도면 제가 잠들지 못하고 그림책을 보고 있는 걸 조금 이해하실까요? 

 

쓱쓱 그리거나 찍은 듯한 일러스트는 인물보다 배경에 시선을 둡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매우 작게 표현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자연보다 한없이 작은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첫 페이지의 일러스트에서부터 주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글씨는 포스트잇으로 가린 상태였지만 아이는 사람이 작은 것도 눈치챘고, 사람이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서 나중에는 무서운 곳에 가게 된다는 예측을 했답니다. 엄마의 시선에서는 사람들의 표정도 관심 깊게 보게 되는데요, 전반적으로 표정 변화가 크지 않으나 딱 한 장면, 자연의 소중함을 아는 어부들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분명한 표정을 만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들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상상해볼 수 있는 단서라는 느낌이 듭니다. 

 

스토리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원래 수려한 문장으로 이름난 백수린 작가님 덕분인지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듯 아름다운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식구 수만큼만 물고기를 잡아도 충분했지요.” 하는 대목은 온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지만, 점차 늘어나는 욕심으로 가족의 상황은 급변합니다. 이때부터는 문장도 조금 더 격해지고, 일러스트도 선명한 색을 더해 긴장감이 느껴지기에 책을 읽는 아이는 더욱 집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식구 수 대로면 충분했던 물고기를, 한 마리 더 잡고, 두 마리 더 잡고, 그러다 하루에 백 마리까지를 잡고, 그 이상을 잡고. 그물을 늘리고, 생선을 말리고, 통조림공장을 열며 가족들은 더 행복해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을까요? 다시 비어버린 그물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다시 그물이 아닌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으며 가족들은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요? 아이에게 툭툭 이야기를 던지기만 해도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욕심에 대해, 아픈 동물들에 대해, 죽어가는 지구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에게서 욕심에 대한 의견이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들으며 온 마음이 묵직해졌습니다. 아이들도 이렇게 걱정하는 '공존의 지구'를 왜 어른들은 걱정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 책의 주제를 절제로 잡은 것은 가장 큰 맥락이었기 때문이지만, 이 책으로는 생태계나 자연환경, 버려지는 물자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도 이야기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하기 어려운 것을, 우리 아이들이 꼭 경험하고서야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어떤 그림책은 몇십 분 만에 읽어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며칠을 두고 읽을 때도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속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며칠간 식탁 위에 이 책을 두고 오가며 읽었고, 아이와 실컷 읽은 후에도 마음에서 쉬이 떨치지 않아 이렇게 새벽녘에 또 손에 쥐어보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책으로 알려줄 수 있는 게 엄청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나도 아이도 작은 어부로, 커다란 그물을 꽉 채우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으로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그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아요.

2. 물고기 잡는 양의 변화,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해보아요. 

3. 욕심이 가져온 결과를 이야기해보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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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먹는 전화 개나리문고 2
류미정 지음, 이현정 그림 / 봄마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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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전화기가 있다면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아마 어른들이라면 선뜻 대답하기보다 망설일 것 같아요. 로또 번호를 알려주는 전화기라면 대뜸 손을 들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이야기에 대부분은 저요! 저요! 를 외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잔소리 먹는 전화는요? 아마 이건 어른들도 같이 저요! 를 외칠 것 같습니다. 부장님이나 이사님 등의 잔소리를 홀랑 먹어치워 준다면 말이에요. 여기 속마음을 듣는 전화기, 잔소리를 먹는 전화기 그 양쪽을 오가는 전화기가 한 대 있습니다. 받아보실래요? 

 

우리 집 꼬마는 이 책을 보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내가 어질렀을 때는 이 전화기가 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맙소사! 자기가 어질렀을 때가 잔소리를 들을 때라는 것을 알기는 안다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 “근데 그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하며 추가로 들을 잔소리를 방어하기까지 합니다. 

 

이 책에서도 엄마의 잔소리가 싫은 “이다연”이 등장합니다. 다연이는 외로워서 조금 삐딱하게 행동할 뿐, 사실 이해도 빠르고 순한 아이입니다. 엄마도 그래요. 다연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아빠를 잃고 홀로 책임져야 하는 가정이 버거울 뿐입니다. 그런 둘의 마음을 아는 할머니는 가슴이 아파 늘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고요. 그러다 우연히 다연이가 만든 마법의 전화기 때문에 엄마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되고, 서서히 자신의 마음도 터놓습니다. 먼저 물꼬를 튼 다연이 덕분에 둘의 사이에는 온화함이 감돌고, 전화기는 마법을 잃어버리지만, 다연이는 이미 마음속에 마법을 얻은 상태입니다. 엄마의 진짜 마음을 듣는 마법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나눈 이야기들이 참 다양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에 대해, 본인 마음에 대해, 다연이에 대해, 앞으로의 우리 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 신기했던 것은 아이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들도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고, 생각보다 깊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아이가 다연이를 두둔해주는 말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죽었는데 다연이도 슬프고 힘들 거 아냐. 그런데 다연이 엄마는 회사에 가서 힘든 자기 마음만 표현하잖아. 다연이는 누구에게 표현해.”라는 말을 들으며, 우리 아이의 생각이 이렇게 깊게 자라고 있었다 싶어서 대견하기도 하고, 코가 찡하기도 했답니다. 

 

이 책은 스토리 자체도 탄탄하고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기도 하지만, 일러스트도 일품입니다. 페이지마다 어찌나 재미있는 표정들이 다양한지, 이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마법 선생님이 등장하는 부분의 “학원에 왔으면 수업하고 가야지~”가 적힌 일러스트를 여러 가지 목소리로 흉내 내며 재미있어했습니다. 일러스트의 표정 외에도 감정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그려진 일러스트들은 아이에게도 무엇이 중요한지를 느끼게 하는 장치적인 효과도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이 마법을 부리는 걸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더 잘 듣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나도 아이에게 잔소리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아이도 엄마를 덜 힘들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우리 꼬마는 마법 전화기를 만들러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분명 더 아기였을 때 손 갈 일이 더 많았을 텐데, 왜 잔소리는 그때보다 더 많아졌을까요. 아마 그것은 아이를 키우며 점점 생겨난 나의 욕심이 아닐까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아이는 엄마들이 잔소리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고, 저는 잔소리하는 제 모습을 반성했습니다. 아이가 손뼉만 쳐도, 똥만 잘 싸도 칭찬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늘, 진심을 말하는 전화기를 가진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 (아이의 깨달음도 좀 오래가길.)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다연이 엄마와 다연이, 할머니의 마음을 이야기해보아요. 

2. 각자 다연이, 다연이 엄마의 변호사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해요. 

3. 우리 집 잔소리는 언제 나오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이야기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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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그림책봄 21
장순녀 지음 / 봄개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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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독립심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장순녀 작가님의 “척!”입니다. 네, 맞아요. 바로 ~하는 척의 그 척입니다. 우리가 보통 '시치미를 떼다.', '일부러 ~하다.' 할 때 사용하는 그 척이 맞습니다. 그런데 왜 이 책을 독립심이라는 폴더로 넣었냐고요? 이 책은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먼저 읽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이 책에는 온 동네를 누비는 장난꾸러기 “깜돌이”와 그의 엄마 누렁이가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는 장순녀 작가님이 우연히 제주도에서 만난 '하수구에 빠진 까만 개'에서 출발했다고 하니, 어쩌면 '논픽션'일지도 모를 그림책입니다. (으흐흐. 너무 갔나요? ^^::) 아무튼 깜돌이는 오늘도 호기심을 쫓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그런 깜돌이를 조용히 뒤따르는 누렁이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배운 터라 이 책을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척'이 등장합니다. 일단 깜돌이는 놀란 척, 못 들은 척, 큰일 난 척, 망설이는 척, 술래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부끄럽지 않은 척, 골이 난 척, 겁주는 척, 안 무서운 척, 아무 일 없던 척 등을 합니다. 어때요. 우리 아이들에게서 많이 본 온갖 척들은 다 등장하죠? 그래서 아이와 이 책을 보며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 집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때로 “나는 아니었거든~”을 외치며 자신을 변호하기도 하여 정말 “척”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어떤 척을 하는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아이의 마음을 엿듣기도 하고, 지나간 실수들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어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았답니다. 

 

그럼 엄마 누렁이는 어떤 척을 할까요? 엄마들이 하는 것을 다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화가 난 척을 합니다. 분명 조바심을 하고 아이 뒤를 따르고, 아이의 행동을 다 지켜봐 놓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이에게 뭔가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화가 난 척을 하는 누렁이의 모습에서 나를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처음 엄마가 된 날보다 단단해진 나를 보기도 하죠. 

 

사실 엄마인 나도 척을 할 때가 많습니다. 무섭지 않은 척, 걱정되지 않는 척, 힘들지 않은 척, 즐거운 척. '나는 엄마니까'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척'보다 힘든 척, 슬픈 척 등이 아이를 키울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다들 해보셨잖아요. 무거운 척을 하면 아이가 장난감 통을 번쩍 들어 방에 옮기기도 하고, 모르는 척을 하면 아이가 대답도 척척 해냅니다. 그럴 때 우리 아이는 다 큰 척도 하고, 별 것 아닌 척도 하죠. 사실은 엄청 뿌듯하면서. 

 

오늘 이 책을 두고 독립심을 이야기한 것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의 뒤에서 바라보는 누렁이의 '아무것도 모르는 척'과, 무섭고 힘들었지만 괜찮은 척해댄 '아무렇지도 않은 척'의 깜돌의 모습. 

 

때로는 엄마가 해주었지만 아닌 척도 해주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의 독립심이 자라기도 하고, 아이가 어려웠던 것을 알지만 어렵지 않았던 척할 때 속아주는 과정에서 아이가 더 큰다는 생각을 잊지 말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소개해보았습니다. 대신 많이 칭찬해주는 누렁이의 사랑도 잊지 말아야 할 테고요. 

 

우리 아이들은 오늘도 분명 하루 치 자랐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아이의 미숙함보다는 잘한 모습을 보는 눈을 가진 엄마가 되어주는 게 어떨까요?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우리가 '척'했던 이야기를 해보아요.

2. 어떤 척은 좋고 어떤 척은 나빴는지 이야기해보아요.

3.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편지에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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