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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어부와 커다란 그물 ㅣ 귀쫑긋 그림책
쉬지 베르제 지음, 백수린 옮김 / 토끼섬 / 2022년 4월
평점 :

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절제 : 작은 어부와 커다란 그물
꽤 늦은 밤이지만, 이 고운 그림책을 소개하지 않고는 쉬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커피를 한잔 내렸습니다. “작은 어부와 커다란 그물”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책은 절제의 미덕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이 녀석 자체는 스토리도, 일러스트도, 교훈도 놓치지 않은 “엄친아” 같은 그림책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 “친애하고 친애하는”의 백수린 작가님이 옮긴 그림책이라니. 이 정도면 제가 잠들지 못하고 그림책을 보고 있는 걸 조금 이해하실까요?
쓱쓱 그리거나 찍은 듯한 일러스트는 인물보다 배경에 시선을 둡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매우 작게 표현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자연보다 한없이 작은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첫 페이지의 일러스트에서부터 주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글씨는 포스트잇으로 가린 상태였지만 아이는 사람이 작은 것도 눈치챘고, 사람이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서 나중에는 무서운 곳에 가게 된다는 예측을 했답니다. 엄마의 시선에서는 사람들의 표정도 관심 깊게 보게 되는데요, 전반적으로 표정 변화가 크지 않으나 딱 한 장면, 자연의 소중함을 아는 어부들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분명한 표정을 만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들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상상해볼 수 있는 단서라는 느낌이 듭니다.
스토리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원래 수려한 문장으로 이름난 백수린 작가님 덕분인지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듯 아름다운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식구 수만큼만 물고기를 잡아도 충분했지요.” 하는 대목은 온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지만, 점차 늘어나는 욕심으로 가족의 상황은 급변합니다. 이때부터는 문장도 조금 더 격해지고, 일러스트도 선명한 색을 더해 긴장감이 느껴지기에 책을 읽는 아이는 더욱 집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식구 수 대로면 충분했던 물고기를, 한 마리 더 잡고, 두 마리 더 잡고, 그러다 하루에 백 마리까지를 잡고, 그 이상을 잡고. 그물을 늘리고, 생선을 말리고, 통조림공장을 열며 가족들은 더 행복해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을까요? 다시 비어버린 그물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다시 그물이 아닌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으며 가족들은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요? 아이에게 툭툭 이야기를 던지기만 해도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욕심에 대해, 아픈 동물들에 대해, 죽어가는 지구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에게서 욕심에 대한 의견이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들으며 온 마음이 묵직해졌습니다. 아이들도 이렇게 걱정하는 '공존의 지구'를 왜 어른들은 걱정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 책의 주제를 절제로 잡은 것은 가장 큰 맥락이었기 때문이지만, 이 책으로는 생태계나 자연환경, 버려지는 물자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도 이야기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하기 어려운 것을, 우리 아이들이 꼭 경험하고서야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어떤 그림책은 몇십 분 만에 읽어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며칠을 두고 읽을 때도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속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며칠간 식탁 위에 이 책을 두고 오가며 읽었고, 아이와 실컷 읽은 후에도 마음에서 쉬이 떨치지 않아 이렇게 새벽녘에 또 손에 쥐어보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책으로 알려줄 수 있는 게 엄청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나도 아이도 작은 어부로, 커다란 그물을 꽉 채우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으로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그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아요.
2. 물고기 잡는 양의 변화,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해보아요.
3. 욕심이 가져온 결과를 이야기해보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