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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태닉에서 탈출하기 ㅣ 탈출하기 시리즈
메리 케이 카슨 지음, 이경택 그림, 김선희 옮김 / 스푼북 / 2022년 4월
평점 :

하지만 구명정 20척으로는 1,178명밖에 수용하지 못합니다. 사장님. / 무슨 상관인가. 구명정이 배에서 떠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타이태닉호는 바다에 가라앉지 않아! (p.9)
다시 4월이다. 나는 망각의 동물이라 때때로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종종 마음이 아프다. 올해 4월이 특히나 마음이 이런 것은, 길을 지나다 우리 아이가 왜 여기저기 노란 리본이 달려 있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그냥 지나쳐보던 것들을, 이제 우리 아이도 유심히 본다는 뜻이겠지. 슬프지만, 알아야 할 이야기를 해주며 코가 시큰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우회적으로 선박사고에 대해, 안전불감증에 대해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타이태닉호 침몰 당시의 사건이나 인물, 장소 등을 각색하여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데,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그래서 접근성이 좋다. 때로 잔혹한 진실은 너무 아프지 않은가. 아이들이 집중하여 읽을 스토리에, 현실 한 숟가락이 오히려 더 좋다고 느껴진다. 소년 패트릭과 외로운 꼬마 승객 사라가 타이태닉호 안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는 아이들 시각에서 쓰여 더 몰입감 있고, 타이태닉호를 꽤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현실로 돌아오기”에 기록된 내용은 실제 타이태닉호에 대해 기록하고 있기에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타이태닉호에 대해, 선박에 대해, 선박안전사고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된다.
사실 나는 타이태닉 영화보다 다큐멘터리를 먼저 만났기에 선장에게 보고되지 못한 전보에서부터 마음이 저밋했다. 만약 그 전보다 제때 전달되었더라면, 구명정을 제대로 실었더라면, 승무원들이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110년 전에도, 8년 전에도 가 닿을 수 없기에 그저 마음이 아프기만 한 얘기지만 말이다.
타이태닉호나 세월호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던 아이도 배에 물이 차고, 어수선하게 반도 차지 않은 구명정이, 혹은 너무 넘치게 찬 구명정이 바다로 내려갈 때는 안타까워하며 슬퍼했고, 3등 칸은 왜 탈출하지 못했는지, 연주자들은 탈출하지 않고 왜 연주를 했냐고 계속 물었으나, 정작 계층사회를 설명해야 하는 내가 울컥하여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마지막 장면, 크리스토퍼 성인 목걸이가 툭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지더라. 크리스토퍼 성인이 아기 예수님을 어깨에 지고 강을 건넌 분으로, 운전자나 여행자들을 위한 성인이시기 때문이다.
텍스트가 작은 편도 아니고, 가볍게 읽어 넘길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세월호나 타이태닉호에 대해 직접 알려주기 전에 선박사고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켜줄 수 있고, 사전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안전사고에 관한 책을 아이에게 종종 읽어주는 편인데, 안전규칙보다 아이에게 스며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되지만 혹여나 아이가 위험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안전규칙이 떠오르지 않으면 이런 스토리들이라도 떠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더 다양한 안전동화들이 나오기를 바라며, 많은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더불어 허리케인 편이나 폼페이 편도 읽어서 하루아침에 일상이 달라질 수 있는 안전사에 대해 인지하고, 대처하는 법을 익히면 좋겠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타이태닉호가 침몰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해보아요.
2. 배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아요.
3. 우리가 살며 만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