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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 -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내 책 출간의 모든 것
권준우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3월
평점 :

책을 만들어 판다는 것은 큰 책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을 많이 썼다 해도, 그것이 잘 정돈되고 하나의 주제에 맞게 걸러지지 않는다면 책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설사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수준 낮은 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책은 글의 집합체가 아니다. (P.19)
2021년의 국민 독서량은 성인기준 4.5권이라고 한다. 작년 내가 읽은 전체 권수는 정확하지 않으나 (재독 등으로 집계 어려움), 리뷰를 작성한 책이 86권이라고 하니 나는 혼자 20명 정도의 책을 읽은 셈이다. (올해는 휴직 중이라 이미 60권째 리뷰다) 그런데도 온라인서점에서 2021년을 검색하면 1만 6천 건에 달하는 도서가 조회된다. 반만 2021년 출간도서라도 쳐도 8,000권은 된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 책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누가 읽은 것일까.
아니, 이 중 몇 권이나 '읽히지 못하고' 사라진 것일까.
나처럼 작가라는 직업을 선망하는 사람의 경우 이 책은 꼭 필요하고도, 아픈 책일 것 같다.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 전자출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출간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대신, 뼈 때리는 조언을 해주시기 때문이다. 어떤 페이지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호되게 회초리를 맞은 듯 마음이 얼얼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오타나 띄어쓰기 오류가 너무 많다면 책의 수준을 의심받을 수 있다. 비문 또한 마찬가지다. 형식을 갖춘 글을 쓰지 못하는 작가가 과연 내용을 충실하게 채웠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 (P.62)
먼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에는 버릴 이야기가 한 줄도 없다. 첫 장부터 끝까지, 실용서로서, 출간을 돕는 책으로써 한 마디도 버릴 이야기가 없다는 말이다. 글을 쓰는 법, 책의 목적,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기획출판 방법, 자비출판, 셀프출판, 전자책 출판, 1인 출판사 등을 세세히 기록하고 책의 유통과정까지를 나열한다. 이 책이 제시한 내용을 잘 숙지하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이 팔리는 책이든, 소장용 책이든 말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궁금해했던 것, 정확히 고지되지 않았던 것들이 세세하게 담겨있어서 참 유용했다. 혼나는 것 같은 마음이 든 이유는 작가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다. 책에 대한 애정도, 문장에 대한 책임감도 매우 강하신 분이라 읽는 내내 아직 부족한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헛꿈을 꾸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늘 거절당하던 원고도 자비출판을 한다고 하면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거라는 말에선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슬퍼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출판의 생리가 이런 것임을, 잘 쓴 책과 잘 팔리는 책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책이었기에 얻는 것이 많은 책이었다. 나보다 더 절실해서 이미 앞서 걷는, 그러나 목적지를 잃고 헤매는 예비작가들에게는 명확한 참고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대중은 박수를 쳐줄 것”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사실 내가 유명해지면 내 책이 나오는 것이 한결 쉬워질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유명하지 않다. 앞으로 유명해질 가능성도 크지 않고. 그러나 나는 의기소침하지 않을 테다. 나도 예전에는 똥만 싸도 엄마·아빠가 박수를 쳐주던 귀한 사람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