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상식을 배우는 법 - 당당한 교양인으로 살기 위한
제바스티안 클루스만 지음, 이지윤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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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로 얻는 자유를 활용하기보다는 검색 엔진과 포털사이트, 소셜 네트워크의 시장 메커니즘에 굴복하는 편을 택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생각은 엇비슷한 피드 안에서만 맴돌게 되었다. (p.32)

 

가끔 무엇인가 검색하고 난 후 포털사이트에 그 광고가 뜰 때 내가 '좋아요' 한 콘텐츠나 '팔로우'한 사람이 즐겨본다는 콘텐츠가 내게도 뜰 때. 한편으로는 대단한 세상이라고 생각했고, 한 편으로는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현대인들은 죽어도 '잊힐 권리'가 없다는 어느 책의 한 구절이 이토록 오래 잊히지 않는 것은, 나 역시 인터넷이라는 세상 안에 늘 'in'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보편화한 정보와 진짜 지식의 차이를 고민하게 된 것은, 내 안에 내재한 '정보의 두 얼굴'에 대한 마음이 드러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나 의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꾸준히 정보를 수집한다. (...) 하지만 인지의 세계에 웜홀은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표 지점이 어디인지와는 무관하게 학습의 과정이 재미있을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우리의 의지도 강해진다. (p.51) / 미련하게 달달 외워대는 학습법은 지루할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 (p.139) 

 

사실 우리는 상식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지겹고 어려운 것들을 떠올린다. 나는 '교양'과 '상식'을 혼용해왔다는 것을 이번 읽기를 통해 깨달았다. 그런데 이토록 재미있는 상식이라니! 이 책을 통해 나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지식'이 상식이라는 새 정의를 내렸다. (저자의 말처럼 이 범주화는 어려우니 언제 바뀔지도 모른다..) 

 

저자는 학습에 꽤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했다. 물론 꾸준히 한다고 해서 모두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토록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고 해서 똑똑한 사람은 아니듯 말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잘 알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이 무엇인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았고, 꾸준히 공부해왔기에 그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조금 더 잘 알았다. 내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 오래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가 제시하는 재미있게 공부하는 법은 기억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내가 더 '남기는 독서'를 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했고, 우리 아이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재미있게 접할 방법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관심 있게 읽는 부분은 '청각적 자극에 시각 한스푼'이었는데, “학습에서도 적당히, 그리고 다양한 것이 정석(p.123)이라는 그의 말은 내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읽기와 듣기에 상당히 치중된 우리 집에 필요할 이야기가 참 많았다. 

지혜를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는 없다. (p.162) / 지인 생일에 지식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그 날짜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이나 같은 날 태어난 흥미로운 역사적 인물을 역사책에서 찾아보라. (p.222) / 이탈리아의 동전을 손에 쥐면 그 나라의 풍부한 문화사와 대면하게 된다. (p.168) / 

 

폭넓은 사실관계들을 이해하고 이것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상식의 모습이라면 어쩌면 상식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를 디지털 바보로 만들고 있는 '정보의 바다'에서 빠져나와 조금만 고개를 들면 진짜 지식이, 상식이 보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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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문해력이 평생 성적을 결정한다 -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최고의 교과서 활용법
오선균 지음 / 부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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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주도권을 넘긴다는 것은 아이가 다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은 아닙니다. (...) 올바른 습관을 잡아 주고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엄마의 계획대로만 책을 선정해서 읽도록 한다든지 아이가 책을 읽을 시간에 다른 것을 하게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p.54)


우리 아이는 아직 “예비 초딩”이다. 그래서 종종 내가 역사 공부나 다양한 독서를 함께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어릴 때부터 “공부”시키는 것은 아닌지 묻는 엄마들이 있다. 그러나 명확히 밝혀두고 싶은 것은 나는 아이가 성적이 좋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다양한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이 문해력이 좋기 어렵고, 제대로 읽은 아이들이 이해력이 부족하기도 어렵기에 그저 읽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은 것이다. 성적에 운운하다 보면 역사가 암기과목이라고 받아들이게 될까 봐 역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조금 뿌듯했다. 잘 모르는 내가 그저 아이가 재미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온 몇몇 행동들이 강남 엄마들이 극찬해온 것들이라니! 강남에 살지 않으면서 강남 엄마들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적어도 내가 완전히 마이웨이를 걷던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할까.


이해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자료를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며 중요한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해력이 길러집니다. (p.106) / 이해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소화해야 하는데 찾은 정보조차 시각적 이미지에 의존하며 쓱 대충 읽고 지나갑니다. (p.162)


아이의 이해력을 키워주고 싶었던 것은 아이가 더 재미있게 세상을 만나고, 타인을 잘 이해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길 바라서였다. (살다 보면 이해력 0%의 이상한 사람들을 안 만날 수가 없더라)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해력이 좋은 아이가 왜 다른 것들을 더 잘 받아들이는지, 아이의 이해력을 다양한 폭으로 키워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좀 감이 잡혔다. 아이를 낳고 7년째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해왔으니, 이제는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는 것도 좋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골고루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요? 계속해서 같은 책을 읽어 달라고 하거나 같은 책을 읽는 것은 아이가 그 책을 좋아하고 재미있어서 그런 겁니다. 재미가 없는데 계속 그 책을 읽어 달라고 하거나 계속해서 읽겠어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 생각하니 문제입니다. (p.120)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정말 생각이 많았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독서만큼은 30년째 꾸준히, 즐겁게 해왔기에 우리 아이도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고 읽어온 것 같다. 물론 아이의 성향도 한몫했을 것이고. 그런데 종종 주변에서 아이의 독서를 의논하며 강제로 책 읽히기를 시킨다거나, 엄마의 욕심으로 사들인 책들을 읽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것을 보며 무엇이 맞는 것인가 고민이 들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생각이 명확해지는 기분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한 점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문해력 관련 도서를 한두 권만 읽을 거라면 이 책이면 충분하리라 생각되는데, 앞쪽에는 문해력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키워줄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뒤쪽에는 학년별 진단, 교과서 어휘 등을 다루고 있어서 이론에서 실전까지 잘 정리가 되어있다. (엄마 욕심에 뒤쪽 초등학생용 문해력 진단을 해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지금 내 또래의 엄마들, 학창시절에 가장 재수 없는 거짓말을 꼽으라면 아마 “교과서로 공부했어요”를 고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교과서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우는 다양한 비법을 다루고 있다. 아이가 3학년과 5학년 문턱이라면 더더욱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리고 싶고, 나처럼 예비초딩 엄마들도 미리 만나본다면 갈피를 잡는 데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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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가볍게 산다
장성숙 지음 / 새벽세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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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감정을 들뜨게 하여 고통에 빠지게 하면 큰 낭패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자신의 감정만 소중한 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도 내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배려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p.95)

 

제목을 볼 때부터 책이 너무 궁금했다. 사실 우리가 늘 말로는 깊은 의미를 두지 않고, 누구를 미워하지 않고, 누구에게 기대하지 않기로 하자고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우리는 늘 살면서 기대하고, 상처받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애쓰며 아파하고 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끄덕, 그저 가벼이 끄덕끄덕했다면 어떤 마음인지 이해하실까. 나는 이 책을 읽었다기보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산 누군가의 말을 경청한 느낌이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로서 순간의 방식으로 끝없는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잔소리해주는 어른이 주위에 있다면 얼마나 큰 복인가. (p.112)

 

정녕 자녀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라면, 부모 자신들이 먼저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되고 가정에서의 인간관계 또한 잘 꾸려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p.159)

 

모든 행위의 결과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작은 흠이라도 묵직하게 여기는 자세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p.152)

 

선입견을 품지 않기 위해 사실 작가 내력은 보지 않는 편이다. 일부러 작가님을 찾아 읽는 책 말고는 되도록 작가소개를 본다면, 마지막에 본다. 책을 읽는 내내 지긋한 선배님의 말씀을 듣는 듯 편안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심리학 상담전공 교수로 30년을 재직한 분이시란다. 명상이라도 하듯 힘을 뺀 그러나 가볍지 않은 문장들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이미 아는 것들을 이야기해주신다. 행복과 불행은 내게 있고, 사소한 것을 소중히 해야 하고,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고. 그러나 우리는 그 이미 아는 것들을 실천하지 못해 늘 아픈 것이 아닌가. 안다고 모든 것에 의연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공자님이겠지. 작가님은 우리가 알지만 집착하는 것들, 알고도 놓아주지 못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주신다. 마치 엄마가 등을 토닥이며 이야기해주듯 편안한 말투로. 그래서 그저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평온을 얻는다. 바른 자세로 정독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되고,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충분하다. 어떤 부분은 제목만으로도 위안을 얻기도 했다. 

 

가능하다면 이 책은 마음이 닿는 부분을 한구절, 육성으로 읽어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글씨를 읽기 버거워하는 누군가가 그저 듣기만 해도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얼마 전 눈물이 나서 책을 읽지 못하겠다던 한 지인의 말이 가시처럼 마음에 맺혀 있었는데, 그런 이들을 위해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읽어주고 싶은 책이랄까. 

 

때때로 우리 마음에는 비바람이 분다. 그럴 때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비를 맞거나, 어느 곳이든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거나, 우산을 쓰거나. 사실 무엇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비를 맞고 호되게 아파도 배울 것은 분명 있을 테고, 자신을 위해 움츠린다고 하여 욕할 사람도 없다. 그리고 이 책처럼 다정한 누군가의 우산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늘, 비바람이 부는 당신 마음에 우산이 필요하다면 감히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꽤 튼튼한 긴 우산이 되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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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 - 나를 둘러싼 존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 들시리즈 2
박훌륭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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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불필요한 이름들은 과감히 지워버리자는 거다. 인생은 소중한 이름들을 챙기기에도 짧다. (p.6)

 

진희. 참 흔한 이름이다. 내 휴대폰에도 진희가 4명이 있다. 심지어 사람이 아닌 것도 많아서 주로 그것들이 나의 별명이 되었는데, 우리 집 꼬마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다 나온다고 “요술램프 지니 엄마”라고 부르고, 직장에서 내 별명은 “기가지니”였다. 하지만 이 흔한 이름에도 굳이 차별점을 두자면 보배 진(珍)에 바랄 희(希)라는 점이다. 보통 여자아이들 이름은 참 진(眞)에 기쁠 희(喜), 혹은 빛날 희(熙)를 사용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내 이름은 “보배, 즉 진주가 되어라”라는 뜻이다. 작가님은 “박훌륭”이라는 이름 덕분에 “그다지 눈에 띄는 나쁜 일을 하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이성이란 게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는 이름에 걸맞은 자질을 감추려고 노력했다. (p.13)”고 했으나, 나는 아직도 진주가 되기 위해 기다리는 모래알 같다. 

 

우연한 기회에 작가님과 알게 되어 종종 수다를 떨며 이름도 텄고(?) 나름의 이미지도 형성(?)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선 트기, 후 읽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글 잘 쓰는 작가님인 줄 진작 알았으면 부담스러워서 시답잖은 농담들도, 때때로 진솔한 이야기들도 나누지 못했을 것 같다. 술술 읽히는 문장력은 기본이고, 어떤 문장에는 피식 웃음이 터지고 어떤 문장에는 코가 시큰해졌다. 

 

인생이란 게 오락실의 PUMP나 DDR처럼 단기간에 끝나는 게임도 아닌데,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뛰어다녔다.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면 세상이 끝난 것 같았고, 혹시라도 목표에 근접하면 세상이 내 것 같았다. (P.110) 

 

나를 처음 울린 문장은 “체기로 인한 두통은 스트레스가 겹쳤을 때 온다는 것이다. (P.72)”였다. 평범한 문장 같은데 왜 우냐고? 휴직하기 전의 나는 디스크도 디스크였지만 매일 체기와 두통에 시달렸다. 오죽하면 다이어리에 볼펜 대신 수지침을 꽂고 다니며 스스로 찔러댔다. 그때의 나는 통증으로 앉지도 못해 서서, 수지침으로 열 손가락을 찌르면서도 일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봐도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다. 지금의 나? 작가님의 말처럼 “그저 하루를 사는 것. 하루를 살아도 무심한 듯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 에너지를 쓰는(P.73)”의 삶을 사는 중이다. 그렇게 살아도 내 삶도, 회사도 아무런 타격이 없더라. 쇼팽의 “에튀트”처럼 빠르게 살다가 드뷔시의 “달빛”같이 느리게 살아도 나는 그냥 나였다. 아니 오히려 훠어얼씬 더 행복한 나였다. 

 

두 번째 나를 울린 것은 '부모님'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사실 부모님이 '눈물 치트키'가 아닌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나 마흔을 바라보도록 부모님 곁에 살며, 거의 매일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나는 '자동센서 수도꼭지' 수준이다. 그런 내가 거의 매일 생각하는 것을 “가끔 생각한다. 내가 50대, 60대가 되었을 때 지금의 부모님만큼 내 자식에게 살갑고 헌신적일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p.179)”라고 적어두었으니 울지 않을 수가! (엉엉 울다가 '파김치'를 준다는 엄마 말에 우리 집에 밥 없다고 밥도 달라는 대답을 하는, 나는 야 '무염치'-라임 보소-)

 

잘 쓴 에세이는 “나도 그랬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번 “나도, 나도”를 외쳤으니 이 책은 참 잘 쓴 책이다. 스스로를 쳇바퀴에 올려놓고 아프게 했던 시간을 마무리하게 도와준 책이었다. 지금의 못난 나도 언젠가 진주가 될 수 있다고 나 자신을 응원하게 도와준 문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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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 -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내 책 출간의 모든 것
권준우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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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어 판다는 것은 큰 책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을 많이 썼다 해도, 그것이 잘 정돈되고 하나의 주제에 맞게 걸러지지 않는다면 책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설사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수준 낮은 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책은 글의 집합체가 아니다. (P.19) 


 

2021년의 국민 독서량은 성인기준 4.5권이라고 한다. 작년 내가 읽은 전체 권수는 정확하지 않으나 (재독 등으로 집계 어려움), 리뷰를 작성한 책이 86권이라고 하니 나는 혼자 20명 정도의 책을 읽은 셈이다. (올해는 휴직 중이라 이미 60권째 리뷰다) 그런데도 온라인서점에서 2021년을 검색하면 1만 6천 건에 달하는 도서가 조회된다. 반만 2021년 출간도서라도 쳐도 8,000권은 된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 책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누가 읽은 것일까. 

아니, 이 중 몇 권이나 '읽히지 못하고' 사라진 것일까. 

 




나처럼 작가라는 직업을 선망하는 사람의 경우 이 책은 꼭 필요하고도, 아픈 책일 것 같다.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 전자출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출간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대신, 뼈 때리는 조언을 해주시기 때문이다. 어떤 페이지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호되게 회초리를 맞은 듯 마음이 얼얼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오타나 띄어쓰기 오류가 너무 많다면 책의 수준을 의심받을 수 있다. 비문 또한 마찬가지다. 형식을 갖춘 글을 쓰지 못하는 작가가 과연 내용을 충실하게 채웠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 (P.62)

 


먼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에는 버릴 이야기가 한 줄도 없다. 첫 장부터 끝까지, 실용서로서, 출간을 돕는 책으로써 한 마디도 버릴 이야기가 없다는 말이다. 글을 쓰는 법, 책의 목적,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기획출판 방법, 자비출판, 셀프출판, 전자책 출판, 1인 출판사 등을 세세히 기록하고 책의 유통과정까지를 나열한다. 이 책이 제시한 내용을 잘 숙지하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이 팔리는 책이든, 소장용 책이든 말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궁금해했던 것, 정확히 고지되지 않았던 것들이 세세하게 담겨있어서 참 유용했다. 혼나는 것 같은 마음이 든 이유는 작가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다. 책에 대한 애정도, 문장에 대한 책임감도 매우 강하신 분이라 읽는 내내 아직 부족한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헛꿈을 꾸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늘 거절당하던 원고도 자비출판을 한다고 하면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거라는 말에선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슬퍼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출판의 생리가 이런 것임을, 잘 쓴 책과 잘 팔리는 책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책이었기에 얻는 것이 많은 책이었다. 나보다 더 절실해서 이미 앞서 걷는, 그러나 목적지를 잃고 헤매는 예비작가들에게는 명확한 참고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대중은 박수를 쳐줄 것”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사실 내가 유명해지면 내 책이 나오는 것이 한결 쉬워질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유명하지 않다. 앞으로 유명해질 가능성도 크지 않고. 그러나 나는 의기소침하지 않을 테다. 나도 예전에는 똥만 싸도 엄마·아빠가 박수를 쳐주던 귀한 사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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