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관계 사전 세트 - 전2권 - 초등 시기 반드시 지녀야 할 56가지 필수 관계 습관 아홉 살 관계 사전
김정 지음, 이아리 그림 / 다산에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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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이 순한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아이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작년 겨울,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이성의 끈을 놓은 적이 있다. 날이 추워 꽁꽁 언 바닥에서 아이는 친구의 부탁으로 바닥에 떨어진 비비탄 총알을 주웠는데 정작 비비탄을 주워달라는 아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더라. 우리 아이가 몇 개를 주워 건네며 “너는 아직 못 주웠구나”라며 걱정하는데 대답이 “아니, 나는 손 시려서 안 주울 건데.”였다. 아이에게도 화가 났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무관심한 아이 엄마의 모습에 화가나 추워서 집에 가고 싶다며 아이를 끌고 왔다. 그날 아이의 대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주지 않으면 00이가 화를 낼 것 같았다고. 그날 나는 아이를 붙잡고 “싫어”를 가르쳤다. 

 

작년 겨울, 이 책을 만났더라면 아이를 그렇게 잡지 않아도 되었을까. 이번에 이 책을 보며,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날의 이야기가 생생한 것은 아마 나 자신도 엄마로서 부끄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렇게 아이가 친구랑 어울림에 있어 속이 상하는 엄마는 나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모든 집에 한 권씩 챙겨두고 자주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용도로 사용하시길 강력히 권고드리고 싶다. 

 

어울림 편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감, 제인, 적응, 협동 등의 “적응”, 경청, 도움, 편견 등의 “공감” 사과, 용서, 놀림, 의견충돌 등의 “갈등과 화해”, 거절, 차이, 양보 등의 “존중” 편까지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지내면서 겪을 많은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우리 아이는 “거절한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하는 말에서 안도했다. 각각의 주제마다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이 제시되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을 해주어 엄마의 부과설명 없이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부모와 의사소통이 많은 편인 아이들은 그래도 대화로 자신의 마음을 풀어내지만, 때때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기에 이런 매개체를 사이에 두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거리 두기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이 과정이 더욱 중요할 거로 생각하기에 이 책의 한 글자 한 글자가 귀하게 여겨졌다. 

 

자존감 편도 매우 구성이 좋다. 성격, 외모 등으로 나라서 좋음을 이해하게 하는 “나다움”, 걱정이나 실패 등을 어루만지는 “용기”, 기분이나 주관을 이야기하는 “자기 확신”, 긍정과 받아들임의 “자신감” 등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주고 싶은 고운 것들을 고루 담아주었다. 짤막짤막 아이가 직접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거나 이야기할 수 있어 아이에게는 일기장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실제 교사인 작가님께서 오래 아이들을 대하며 느꼈던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어 그런지 나처럼 초보 엄마들도 아이의 감정에 쉬이 접근하게 도와주고, 아이에게 필요한 긍정언어들을 익힐 수 있게 해주는 참고서 같은 책이기도 했다. 

 

어른도 여전히 사회생활은 어렵다. 어른이 되어도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날도 많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분에 나는 회복 탄력성이 좋은 편이다. 또 마음에 상처가 나면 좋은 가족들, 친구들이 후oo을 발라준다. 나도 우리 아이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어야 하기에, 또 그런 존재가 되는 친구를 사귈 수 있게 잘 키워야 하기에,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듣는 책,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 

더 좋은 친구가 되게 도와주는 책. 더 나은 내가 되게 도와주는 책. 

이 책은 꽤 오래도록 우리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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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프로텍터 - 생명의 물을 지키는 사람들 이야기, 2021 칼데콧 대상 수상작
캐롤 린드스트롬 지음, 미카엘라 고드 그림, 노은정 옮김 / 대교북스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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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개에 앞서 물의 소중함을(나아가 자연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아껴 쓰고, 늘 모범이 되어 아이도 물을 아끼는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다짐을 먼저 적고 싶다. 

 

이 책을 받아든 첫 느낌은 “모아나”였다. 우리 집 꼬마가 디즈니 주인공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에 아이는 표지를 보자마자 책에 관심을 보였다. 내용도 모아나처럼 자연의 귀한 것을 아끼는 내용이라고 말해주기도 전에 아이가 책을 펼쳐버려서 글씨도 가리지 못한 채 주었는데(우리 집은 일러스트 먼저 볼 수 있게 글 밥에 포스트잇을 붙여서 주고, 일러스트 실컷 보고 나면 떼어준다..) 맙소사. 아이가 하는 말 “엄마.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글씨가 눈에 안 들어와요.” 

 

글씨를 가릴 필요도 없이 아이의 눈길을 빼앗긴 일러스트. 이미 이것으로 충분한 설명이겠지만 조금 덧붙이자면 자연의 아름다움, 색감의 아름다움을 가득히 담았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별자리가 수놓아진 페이지는 구할 수 있다면 원화를 사고 싶을 만큼 영롱했다. 아이와 한참이나 넋을 놓고 일러스트를 구경하는데 아이가 자연을 아끼지 않아서 동물도 지구도 아파지는 책인 것 같다며 슬퍼한다. 우리 아이는 정기적으로 우리 동네에 있는 “지구과학관”에 가는데, 그 이유가 “지구를 아껴야 하는 것을 잊어버릴까 봐” 일만큼 지구를 걱정한다. 지금보다 지구의 온도가 5℃ 상승하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영상을 처음 봤던 날 이후, 아이는 종이를 뒷면까지 사용하고 반드시 물을 받아서 사용해왔다. 3층 이하는 걸어 다녔고, 최근에는 운동하며 쓰레기도 줍는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내용을 읽으며 아이는 조금 울었다.

  

물은 생명을 만들고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데, 그 물이 검은 뱀으로 인해 오염되어 폭포처럼 눈물이 쏟아진다는 장면을 읽으며 아이는 울었다. “물에도 생명이 있다”라는 말을 읽으며 사람들이 물을 아끼지 않는 것을, 자연을 아끼지 않는 것을 많이 속상해했다. 그러나 주인공이 용기를 잃지 않고 일어나 검은 뱀과 맞서 싸우는 장면을 보며 아이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물을 아끼고 자연을 아껴줄 것이라고, 친구들에게도 알려줄 거라고. 

 

다음날 선생님이 전해주시기를, 아이가 친구들이 손을 씻을 때, 비누를 칠할 때 수전을 닫아주었다고 했다. 모래놀이터에서 놀 때에도 졸졸 흐르던 수돗물을 뛰어가 닫았다고 했다. 그러며 어제 무슨 책을 읽은 것인지 물어보셔서 알려드리니, 친구들과 같이 나눠보시겠다며 우리 아이의 소원대로 반 친구들 모두 워터 프로텍터가 되게 가르쳐주시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이 책은 우리 집에 물방울처럼 다가와 자연의 소중함을 속삭였다. 그리고 물줄기처럼 아이의 유치원에 흘렀다. 그 물이 멈추지 않고 유치원 친구들의 가정으로, 또 가정에서 다시 그 가족들의 회사로 잘 전파되면 좋겠다. 이 책이 여러 곳에서 물방울이 되어 결국 지구 전체를 흐르는 건강한 움직임이 되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는, 마시는 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 가슴에 또 하나의 영감을 던져준 고운 그림책에 감사의 인사와 나도 워터 프로텍터로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물의 소중함,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해보았어요.

2. 우리가 지금 하는 지구 지킴에서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이야기해보았어요.

3. 친구들에게 전파하고, 유치원에서도 물을 아끼는 방법을 이야기 나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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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 스타일 개나리문고 1
윤정 지음, 시은경 그림 / 봄마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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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매우 좋아한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그 안에 가득한 따뜻한 정서를 대신에 할 책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이제는 아이가 있어 당당히 그림책을 사 모으지만, 학창시절과 아가씨 때도 난 부지런히 그림책과 동화책을 사곤 했다. 아마 나처럼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내가 말하는 그 따뜻한 정서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오래 입었지만 포근한 스웨터 같은 온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동화책은, 정말 스웨터의 정석인 “밤톨 스타일”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 정감넘친다. 살짝 촌스러운 머리의 주인공, 그리고 배경의 이발소. 우리의 주인공 황영찬은 황소이발관의 작은 손자다.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이발을 하는 할아버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용실을 가고 싶어 하는, 그러나 죄송해하는 큰 손자. 개구쟁이와 착한 손자 그 경계 어딘가에 있는 작은 손자. 그들의 이야기가 더 정감이 가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라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것은 감정을 매우 섬세히 표현하는데 아이들이 읽으며 타인의 감정을, 상황에 숨겨진 복선들을 아이들도 파악할 수 있다는 거다. 그림책을 살짝 지나온 과도기의 아이들이 읽기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과 내용, 그러면서도 시시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동화책을 읽을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갈림길에 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책을 좋아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그림책을 읽을 땐 엄마가 읽어줬는데 이제 글씨 좀 읽을 줄 안다고 안 읽어주니 힘들어서 등의 이유로 책과 멀어지는 아이도 있을 테고, 스스로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차근차근 영역을 넓히는 아이도 있을 테고. 아이가 책이 싫어서 안 읽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읽기가 힘들어서 못 읽게 되는 것은 너무 슬픈 일 아닌가. 이 책은 그런 경계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책인듯하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호흡이 짧다. 아이가 스스로 읽기에도 버겁지 않고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버겁지 않다. 아이와 한 장씩 나눠 읽거나, 따옴표는 아이에게 읽게 하거나 하는 등 “읽는 연습”을 시키기에 매우 좋은 책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가 일인다역을 하며 대사 읽기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읽어주는 엄마도 재미있을 요소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밤톨 머리”, “좋아요” 등 어른 문화도 녹아있어 유쾌했다. (작가님. 새로이 오빠 이야기하는 거 맞죠? 맞다고 해줘요.)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던 “밤톨 스타일”. 봄을 마중하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아이들의 “스스로 읽기”를 마중하는 책을 내준 것 같아 봄처럼 설레고 좋다. 우리 아이들이 인생의 “봄”이라는 계절을 지내고 있듯, 좋은 책들이 아이들 걸음걸음을 예쁘게 수놓아주면 좋겠다.

 

개나리 문고야, 앞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려줘! 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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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최신 개정증보판
김정희 지음 / 혜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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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지금이라는 단어를 나는 두려워한다. 아이들은 항상 '지금' 엄마 손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의 지금은 십 년 혹은 이십 년의 세월이다. 그토록 긴 '지금'은 한 개인에게도 중요한 시간이다. 그러니 엄마라는 존재는 두 가지 삶을 동시에 보듬어야 한다. (p.9) 

 

솔직히 말하자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아무리 수학이 좋아도 어떻게 수학이 아름다울 수 있어, 그래 봐야 수학이지.”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책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작가님은 내 마음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 삶이 얼마로 신중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아이의 성장에 힘쓰다 보면 때때로 제자리를 맴돈다는 말로 라포를 형성하더니 “자유롭고 반짝이는, 수학적인 순간을 좋아한다. 그 순간을 수학 포기자라 불리는 많은 이들이 발견했으면 한다. (p.13)”며 미끼를 던진다. 맞다. 나는 그것을 덥석 물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빠져들 듯 읽었다. 

 

 

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동안, 최고로 몰입한 순간에 죽을 수 있었던 아르키메데스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p.124) / 하인이 차려놓은 밥상을 받지 않아서 때마침 방문한 다른 사람이 뉴턴의 밥상을 비웠는데, 뒤늦게 식사를 하러 내려온 뉴턴이 자신의 접시가 비워져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밥을 먹은 모양이군”하고는 다시 자신만의 연구실로 들어가 버린 일도 있다고 한다. (p.176)

 

유명한 수학자들의 일화와 함께 여러 수학 이론을 읽다 보니 어느새 중반을 넘어섰다. 만약 이 상태에서 책이 끝났더라면, 내게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테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심리를 알기라도 하듯 몰입하는 방법, 수학문제를 풀이의 이점 등을 상세히 풀어낸다. 작가님 스스로가 수포자였기에 더욱 공감 가는 이야기들, 소설가가 풀어낸 수학 이야기라 더 소설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들은 이어진다. 

 

수학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가장 디지털적이며 현대의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코드이다. 그러나 수학을 익히는 과정은 아날로그가 아니면 안 된다. 수학은 악기와 마찬가지로 손으로, 몸으로 익히는 것이지 기계로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p.263)

 

아마추어 수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은 넘치는 감수성이어야 한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학이야말로 감수성이 가장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수학문제집을 시집이라도 읽듯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푼다. 수학자가 되는 과정을 느리고, 자세히 기록하는데 이걸 읽는 동안 묘하게 나도 수학을 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더라. 그러며 문득 든 생각이 학교 다닐 때처럼 치열하게 성적을 위한 수학이 아니라, 그저 생각을 전환하기 위해 예쁜 노트에 예쁜 펜으로 느리게 푼다면 수학도 재미있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또 수학 문제를 잘 풀지는 못하더라도 수학에 관한 이론들은 얼마든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보면 나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싫어하지만 수학자에 대한 것이나, 그 배경의 역사서는 재미있게 읽어오지 않았던가. 

 

이 책을 포함해 요즈음 몇 권의 수학책을 읽었는데, 마흔을 앞두고서야 수학이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조금 아쉽다. 수학이 솔직하고 직관적인, 매력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학생 때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안녕 수학. 우리 면 튼 지는 꽤 오래지만 이제야 처음 너를 반가워하는구나.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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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수학 이야기 지식이 담뿍담뿍 5
나동혁 지음, 홍수진 그림 / 담푸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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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간의 흐름을 정교하게 파악하는 데는 다양한 수학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장영실이 체계적으로 수학을 배운 수학자였던 것은 아닙니다. (p.31)

 

참 묘한 일이다. 장영실이 체계적으로 수학을 배운 수학자가 아니라는 말이 이렇게 위로가 된다니. 맞다. 나는 수포자, 그것도 일찌감치 포기한 “100% 문과 유전자”다. 철수와 영희가 몇 바퀴 뛰어야 만나는지를 왜 계산해야 하나, 사람이 어떻게 매 바퀴를 같은 속도로 도냐고 물었다가 수학 선생님께 쫓겨난 적도 있는 나는 어른이 되면 수학과 담을 쌓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사는 순간순간 수학을 만나게 되는 것도 모르고, 엄마가 되면 후회할 줄도 모르고.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세상에는 좋은 책이 참 많다는 거다. 엄마가 수포자라도, 아이는 수포자를 만들지 않을 감사한 책들. 

 

이 책 리뷰도 시작하기 전에, 작가님께 엎드려 절부터 하고 시작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이 책 진짜 재밌어요.” 소리를 몇 번이나 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 집 꼬마가 보기에는 글 밥이 조금 많다. 초등학생 정도에 적합할 수준이지만, 우리 아이는 나와 함께 단락 나누어 잘 읽어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재미있으니 더 읽자고 속도를 내기도 하고,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다시 읽자고 속도를 줄이기도 하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나이팅게일, 장영실, 아리스토텔레스 등 저명한 10명의 수학자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서 마치 동화를 읽는 듯 편안한 마음으로 읽다 보면 저절로 수학 개념도 익히게 되고, 수학이 우리 일상생활에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아이뿐 아니라 나도 읽는 내내 “와, 선거제도에도 수학이?”, “보도블록에도?” 하며 놀라고, 신기해하다 보니 어느새 한 단락을 뚝딱 읽었더라. 

 

나의 수학 수준은 중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초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나처럼 반응할 것 같다. “우와 이게 이런 비밀이 있었어?” 하며 즐거워할 테다. 또 그보다 더 어린아이들은 우리 아이처럼 몰랐던 것을 차곡차곡 쌓느라 집중할 것 같다. 단순히 수학 이론만 이야기했다면 재미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인물과 합쳐놓으니 그럴듯한 이야기 하나가 태어난다. 지겨워질 만한 하면 재미있는 삽화와 그래프, 이론 풀이 등이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맞이했고, 각 인물당 분량이 크게 많지 않아 아이들의 집중력이 끝나기 전에 한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분량이나 시간도 책을 고르는 요소 중 중요한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잘 나누어진 책들은 반가운 마음도 든다. 이 책이야말로 분량, 내용, 재미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받아들고 읽기 전까지, “인물로 배우는 재미난 수학”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수학은 늘 지루하고 재미없는 데다가 욕하고 윽박지르는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과목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난 것이 너무나 고맙다. 적어도 우리 아이는 수학에 대한 좋은 첫인상을 안고 갈 테니 말이다. 

 

나 역시도, 이제 수학이 조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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