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쿠바 - 14살 연하 쿠바 남자와 결혼한 쿠바댁 린다의 좌충우동 쿠바살이
쿠바댁 린다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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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혼잣말을 했다.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베풀어야겠어.” (p.98)

 

쿠바댁 린다. 사실은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작가님을 알았다. 언제인가 브런치에서 이 작가님의 글을 읽었고, 유쾌한 문장 끝에 쿠바라는 나라가 내심 궁금해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노랗고 파란, (가보지는 않았으나, 쿠바에 있을 것 같은 색인) 표지를 보며 처음에는 “요즘 쿠바가 유행인가?” 하다가 “어? 어! 그 작가님이다.”라며 이 책을 만났다. 

 

위에도 표현했듯 문장 자체가 유쾌하고 거침이 없어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 한번 때지 않고 책을 읽어내고도 뒷장이 더 없는 게 아쉬워 작가님의 브런치를 들여다보았다. 

 

쿠바. 카리브에 자리 잡은 아메리카 대륙 유일의 공산주의 국가. '남자친구'라는 드라마의 배경으로 쓰일 만큼 바다와 하늘이 아름다운 곳, 열정적인 음악, 그리고 헤밍웨이와 체 게바라. 사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와 쉬이 연결되지 않는 나라인데,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나니 마치 원래부터 친근한 나라였던 듯 느껴진다. 그래, 우리나라도 삼면이 바다잖아? 우리나라도 음악 없이는 살지 못하는 민족이야, 등등. 그만큼 작가님의 문장에서는 조 서방, 그리고 운명 같은 쿠바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어느 곳에 갔을 때, 그곳을 오롯이 내 방식으로 느끼고 싶어서' 여행기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다. 타인의 감정이 보태진 여행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한 듯하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들며 한 권 두 권, 여행기를 늘려갔다. 그동안은 발견하지 못했던 공간에 대한 타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완벽했다. 단순히 쿠바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이 전부가 아닌,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장소나 사람을 대하는 신념도 만날 수 있었다. 바뀐 마음으로 책을 만난 덕분인지, 작가님의 솔직담백한 문장 덕분인지 (비록 나의 한 평짜리 식탁에서였지만) 나는 조미료가 얹히지 않은 쿠바를, 그곳의 파란 하늘 같은 쿠바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하여 생각이 정리되었으니, 그야말로 나는 이제 천국에서 살일 만 남았다. (p.134) 

 

한국에 있었으면 (절대) 겪지 않을 많은 새로운 일들을 이곳에서 경험하고, 이 에피소드들이 나에게 글감이 되어주니 내가 쿠바에 온 것은 분명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천국 생활을 만끽해 보아야겠다. (p.200)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도 않고, 결혼은 '적당한 사람들의 새로운 가족화'라는 생각을 가졌던 나이기에, 낯선 문화를 가진 외국인과의 결혼은 상상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를 낯선 상황에 자신을 던져놓을 수 있었기에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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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 - 청나라 혼쭐내고 백성을 위로한 영웅 이야기 너른 생각 우리 고전
박은정 지음, 조정림 그림 / 파란자전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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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가 물러나니 검은 구름이 말끔히 걷히고 하늘이 맑아졌다. 창과 칼을 든 갑옷 입은 병사들은 가지와 이파리가 달린 나무로 변했고 천지에 울리던 북소리와 함성도 사그라졌다. (p.135)

 

감히 조선을 넘본 너희를 모두 죽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나라의 운이 좋지 않은 때이니 너희를 살려 보낸다. 그러니 세자마마와 백성을 조심히 모셔가라. 만일 그렇지 않으면, 내 너희를 하나도 남김없이 죽일 것이다. (p.151) 

 

 

두 번째 읽는 박씨전이다. 분명 읽은 내용인데 어른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새롭다. 그 사이 병자호란을 더 알고, 조선 시대의 시대상이나 여성들의 처우 등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을 새삼 이해했다. 박씨전을 처음 읽을 때는 그저 이야기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박 씨가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를 유추하고, 어떤 연유에서 일어난 일인지를 상상했다. 또 용골대를 혼쭐내는 장면에서는 인조의 치욕스러운 '삼전도 굴욕'이 백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에게만 국한될 감상일까?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분명,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이야기에 풍덩 빠져 문학적 의미들을 찾는다면, 두 번째에는 역사적 의미들을 찾게 될 것이다. 

 

일단 이 책은 매우 재미있다. 자칫 지루하다고 여겨질 고전을, 새로운 문장으로 살려냈다. 문장이 깔끔하여 고전의 소재로 현대의 소설을 써낸 듯했다. 일러스트 역시 어찌나 익살스럽고 재미있는지, 이것은 고전인가 만화인가 싶을 정도다. 아이들이 지겨워질 만하면 익살스러운 일러스트가 등장해 분위기를 쇄신시켜준다. 아이가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면 그저 조선 시대로는 드문 여성 영웅이 등장하는 소설이고, 한글 소설임만 알려주어도 좋겠고, 선입견이나 여성의 입지 등에 대해 알려준다면 문학적 의미는 충분히 학습되리라 생각한다. 또 소설의 배경이 되는 병자호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인조, 김자점, 임경업, 이시백, 용골대 등 박씨전 속 인물들과 실제 인물들을 비교하는 등의 학습까지 한다면 문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아이가 배워가는 것이 많은 책이다. 

 

어렵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독후활동이 수록되어 있어 여러 방면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박씨전은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여러 과목, 여러 단원에 걸쳐 등장하는데 교과서에서 지문으로 짧게 만나면 재미도 없을뿐더러 “학습된 정답”을 찾으려 할 텐데,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기만 해도 문학적 의의, 역사적 의의를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야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다. 세월이 흘러도 고전문학의 가치는 변함없음을 많은 이들은 안다. 물론 고전을 잘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나, 이렇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들이 있으니 걱정 없다. 우리 아이들도 고전을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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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더 빨리 올 거야 토토의 그림책
엠마 비르케 지음, 요안나 헬그렌 그림, 김아영 옮김 / 토토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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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치기 전, 사실은 심호흡을 먼저 했다.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두고 출근했던 나는 기다리는 아이에게 아직도 쥐약인 것이다. 아마 나처럼 이 책을 펼치기조차 두려운 마음이 드는 엄마들이 꽤 있을 테다. 하지만 괜찮다. 안심하고 펼쳐도 된다. 이 책은 엄마를 기다리는 지루함이나 슬픔보다, 기다리는 시간을 즐거움으로 풀어내는 재치있는 아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일단 일러스트. 수채화로 채워진 이 책은, 빈틈이 하나도 없다. 엄마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약간 비어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꽉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수채화의 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일까? 익숙하고 정겨운 느낌이 강하다. 또 배경이 엄청 다양하게 바뀌기 때문에 아이와 이야기 나눌 거리가 아주 많다. 좁은 영역에서 큰 영역으로 확대되기도 하고, 이동하는 느낌도 강하기 때문에 아이와 이동한 순서 등을 이야기해보기에도 너무 좋다. 

 

심지어 속 페이지가 펼쳐지기 때문에, 움직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우리 아이는 특히 한 엄마는 버스를 타고, 한 엄마는 버스를 놓친 장면을 “부우웅~ 메롱”이라는 소리를 내며 여러 번 반복하여 즐겼다. 

 



두 번째는 이야기. 아이들이 하는 유치하고도 기발한 말싸움을 아는가? “우리 엄마는 자동차 100개 있어,”, “우리 아빠는 비행기 10개 있거든.” 딱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그 말싸움이 일방적인, 내 말만 하는 느낌의 말싸움이 아니라 주거니 받거니 꽤 재미가 있다. 마치 “영감~ 왜 불러~” 그 노래처럼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이 엄청 재밌다. 대화의 색이 빨강과 초록으로 구분되어 있어 아이와 한 마디씩 번갈아 읽어도 좋겠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엄마와 두 아이는 나란히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극적으로 휙휙 돌아가던 이야기가 평온히 마무리되는 느낌이 든다. 한 권의 그림책에서 이런 극적인 장면변화와 스토리변화를 만나다니, 역시 그림책은 무궁무진한 영역이다. (그림책, 사랑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게 지루하고 슬픈 아이들과 그것이 마음에 맺혀 가슴이 아픈 엄마들이, 기다림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바꾸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일러스트를 보며,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야기해본다. 

2. 각 교통수단 중 어느 것이 더 빠를지 이야기해본다. 

3. 우리 엄마가 어린이집에 오는 과정, 혹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오는 과정을 이야기해보고 지도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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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우리 아이 첫 미술놀이 150 - 창의력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어린이 미술놀이
오승희 지음 / 티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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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소통해오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아이와의 놀이에 진심인 편이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 꼭 독후놀이를 해왔고, 주 1회 이상은 뭔가 재밌는 활동을 찾아 했다. 다행히 아이도 그런 놀이를 너무 즐거워했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우리 집 꼬마는 유치원에서도 놀이 대장이다. (무슨 소재로든 재미있는 놀이를 잘 만들어내는 창의력 대장이라고 하심) 

 

출간된 “엄마표 놀이” 많은 책을 읽었고, 그중 몇 권은 여전히 아이와 내 손이 잘 닿는 책장에 꽂아주고 서로 뒤적이며 무얼 하고 놀지 도움받는다. 여담이지만 엄마표 놀이를 하면 할수록, 그것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설명하기 얼마나 바쁜 작업인지 깨닫기에 (놀이준비 후 진행하며 중간중간 사진 찍고 글쓰기 너무 힘들어요 T.T) 이런 책을 만든 분들께 너무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미 '엄마표 놀이' 책은 많지만, 그래도 또 한 권의 책을 읽고 소개하는 까닭은, 너무나 접근성 높은 재료들이 많은 책이라서다. 어떤 놀이책들은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에는 어려운 재료가 거의 없다. 혹여 사야 하더라도 여러 번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 기반이다. 이 책은 수많은 엄마표 놀이 중에서, 실제 집에서 아이와 실현한 것들만 선별하여 엮어진 것들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풍선, 채소, 휴지, 미역, 커피 가루, 얼음, 동전 등 우리 일상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을 촉감, 기법, 그리기, 만들기, 학습, 요리 분야로 구분하였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각 놀이 밑에 제시되는 놀이 플러스라고 생각하는데, 한가지 재료로 한가지 놀이만 하는 창의력이 부족한 엄마들에게 매우 좋은 가이드가 된다. 또 설명이 장황하지 않고 사진에 간단한 소개만 되어 있어 직관적이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처음부터 놀이 천재가 아닌데 종종 사진이 부족하거나 언어로만 설명이 장황한 놀이책들은 “놀린이 엄마”들에게 혼란만 가중한다. 이 책은 그런 혼란이 없다. 설명을 읽지 않아도 뭘 하라는 건지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참 좋았다.

 

제일 지양하는 장난감이 “설명서대로 노는 장난감”이다. 우리 아이도 그런 장난감은 1회밖에 갖고 놀지 않을뿐더러, 나 역시 아이의 창의력을 좀 파먹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집 장난감들은 단순하고 1차원 적인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소개된 놀이가 더 마음에 들었다. 단순한 재료라 아이들이 탐색하기 좋고, 두어 번 실행하고 나면 아이들도 스스로 놀이를 진행할 수 있을 것들. 분명 그 단순함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생각하며 창의력을 키워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미술놀이를 시작하는 아이들일수록 이 책이 더 좋을 것 같다. 엄마도 아이도 간단한 재료로 쉽게 놀이를 시작한다면, 아이가 꽤 클 때까지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놀이를 이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의 옷에 물든 물감만큼 아이의 마음에는 추억이 물들고 아이가 색연필이나 물감 등으로 그어댄 선만큼 아이의 두뇌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하지 못할 미술놀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로서, 283개나 되는 놀이를 알려주는 이 책이 반갑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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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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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피를 섞어 만든 혼혈대륙, 자메이카의 레게, 쿠바의 살사, 아르헨티나의 탱고, 브라질의 삼바 등의 문화들이 발달한 대륙, 굴곡진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미래를 향해 시동을 건다는 의미에서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륙, 바로 라틴아메리카입니다. (p.200)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기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역사도 좋아했다. 학창시절 내가 가장 좋아한 과목은 문학(국어 포함)이었고, 다음은 국사였다. 한국사는 10대부터 좋아했으나, 세계사는 20대가 돼서야 관심을 가졌는데, 원인은 지리에 있었다. 너무 넓고 방대하여 겉도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한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아시아를 알아야 했고, 아시아를 알기 위해서는 결국 세계사까지 알아야 했기에 독서영역은 점점 넓어졌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진작에 두선생이 있었다면 나의 역사탐험이 얼마나 단축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역사와 지리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한다. 추천사에서도 “지리는 역사나 역사학 그 이상을 커버하는 거대한 담론”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가 배운 지리를 생각해보면 복잡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지리를 뺀 역사에 지독히 치우쳐있던 나의 편식을 해결할 물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난생처음, 지도를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가 자의적으로 나눈 국경선이 공통의 뿌리를 가진 나라에 혼란을 만들고 피를 부르는 전쟁까지 유발했다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p.64) 

 

기름이 나는 지역, 이집트 문명, 페르시아제국, 유대인,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슬람교. 중동에 대한 내 키워드는 대략 이 정도였다.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는 중동에 대해 많은 것을 얻었다는 건데, 중동의 지리적 배경을 통해 무엇 때문에 중동이 무역도시로 성장하였는지, 걸프 지역으로 인해 정세가 어떻게 변했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지도를 보기 전에는 그저 막연히 떠돌던 키워드들이, 지도를 통해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랄까. “지도”가 역사학습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니 지리를 왜 배워야 하는지조차 지금 제대로 알았다면 지리 선생님은 어떤 표정이 되실까. 

 

중동 다음으로 흥미 있게 읽은 영역은 미국이었다. 나도 그랬지만, 요즘 아이들도 미국이 생각보다 '어린' 나라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그만큼 미국은 인구(약 3억 3,300만 명/세계 3위)도 영토(9,800만㎢/세계 3위)도, 비약적 성장도도 대단한 나라라는 뜻일 거다. 물론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책을 읽었던 터라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았으나, 정치, 경제, 사회적 특성을 지리로 나눠 이야기하니 이해가 훨씬 쉬워졌다. 사는 환경에 따라 문화, 가치, 경제 등이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나, 그것을 지도를 통해 구분하고 설명하니 이해가 훨씬 빨랐달까. 지도가 “역사이해의 부스터”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지리도 엄청 재미있는 과목이었다 싶어진다. 

 

이 책을 학생 때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정신없이 빼곡한 지도가 가득한 지리책이 아닌 이해하기 쉽게 구분된 컬러 지도로 인해, 태어나 처음 '지리'가 재미있었고, 산맥이나 바다가 역사를 어떻게 바꾸는지 깊이 이해했다. 이 시리즈가 몇 권으로 예정되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부디 세밀히, 여러 지역을 오래오래 탐구하시길 바라본다. 분명 많은 이들의 역사여행에 제대로 된 '내비게이션'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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