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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오랜 기간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피를 섞어 만든 혼혈대륙, 자메이카의 레게, 쿠바의 살사, 아르헨티나의 탱고, 브라질의 삼바 등의 문화들이 발달한 대륙, 굴곡진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미래를 향해 시동을 건다는 의미에서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륙, 바로 라틴아메리카입니다. (p.200)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기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역사도 좋아했다. 학창시절 내가 가장 좋아한 과목은 문학(국어 포함)이었고, 다음은 국사였다. 한국사는 10대부터 좋아했으나, 세계사는 20대가 돼서야 관심을 가졌는데, 원인은 지리에 있었다. 너무 넓고 방대하여 겉도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한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아시아를 알아야 했고, 아시아를 알기 위해서는 결국 세계사까지 알아야 했기에 독서영역은 점점 넓어졌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진작에 두선생이 있었다면 나의 역사탐험이 얼마나 단축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역사와 지리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한다. 추천사에서도 “지리는 역사나 역사학 그 이상을 커버하는 거대한 담론”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가 배운 지리를 생각해보면 복잡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지리를 뺀 역사에 지독히 치우쳐있던 나의 편식을 해결할 물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난생처음, 지도를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가 자의적으로 나눈 국경선이 공통의 뿌리를 가진 나라에 혼란을 만들고 피를 부르는 전쟁까지 유발했다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p.64)
기름이 나는 지역, 이집트 문명, 페르시아제국, 유대인,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슬람교. 중동에 대한 내 키워드는 대략 이 정도였다.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는 중동에 대해 많은 것을 얻었다는 건데, 중동의 지리적 배경을 통해 무엇 때문에 중동이 무역도시로 성장하였는지, 걸프 지역으로 인해 정세가 어떻게 변했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지도를 보기 전에는 그저 막연히 떠돌던 키워드들이, 지도를 통해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랄까. “지도”가 역사학습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니 지리를 왜 배워야 하는지조차 지금 제대로 알았다면 지리 선생님은 어떤 표정이 되실까.
중동 다음으로 흥미 있게 읽은 영역은 미국이었다. 나도 그랬지만, 요즘 아이들도 미국이 생각보다 '어린' 나라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그만큼 미국은 인구(약 3억 3,300만 명/세계 3위)도 영토(9,800만㎢/세계 3위)도, 비약적 성장도도 대단한 나라라는 뜻일 거다. 물론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책을 읽었던 터라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았으나, 정치, 경제, 사회적 특성을 지리로 나눠 이야기하니 이해가 훨씬 쉬워졌다. 사는 환경에 따라 문화, 가치, 경제 등이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나, 그것을 지도를 통해 구분하고 설명하니 이해가 훨씬 빨랐달까. 지도가 “역사이해의 부스터”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지리도 엄청 재미있는 과목이었다 싶어진다.
이 책을 학생 때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정신없이 빼곡한 지도가 가득한 지리책이 아닌 이해하기 쉽게 구분된 컬러 지도로 인해, 태어나 처음 '지리'가 재미있었고, 산맥이나 바다가 역사를 어떻게 바꾸는지 깊이 이해했다. 이 시리즈가 몇 권으로 예정되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부디 세밀히, 여러 지역을 오래오래 탐구하시길 바라본다. 분명 많은 이들의 역사여행에 제대로 된 '내비게이션'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