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의 참새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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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만한 일은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맡겨두세요 웬만한 일들이야 시간이 지나면 저저롤 해결되지 않습니까 (p.64)

 

내가 어쩔 수 없이 나학으로 떨어져야 한다면, 혼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죄없는 다른 인간들까지 몽땅 끌어안고 갈거라고. (p.314)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몇 권 읽으며 느끼는 것은, 각각의 책이 저마다의 무게와 기승전결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고, 전체 시리즈도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리즈 전체가 물줄기를 이루고, 그 크고작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바다로 흘러들어가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분이랄까. 그런 선상에서 본다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 성소의 참새물살을 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성소의 참새의 첫 문장이 엄청난 폭풍의 전조처럼 그 사건은 시작되었다일 때 또 얼마나 엄청난 이야기가 쏟아지려나 생각하며 마음이 쫄깃해졌다. 피투성이가 되어 수도원으로 피신한 청년, 릴리윈. 그는 떠돌이 광대인데 사건에 휘말려 용의자 신분이 되고 만다. 그때 캐드펠을 만나게 되지만 사람들은 그의 출신성분이나 살아온 배경 등을 따져 그에게 믿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선입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 시대에는 범죄자라도 하더라도 수도원에서 40일까지 보호해주어야 함이 법으로 정해져있던 시기. 캐드펠은 이 시간안에 진범을 찾고, 억울한 이의 불편을 해결해주고자 노력한다.

 

사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어느 편이든 재미있지만, 이번 성소의 참새를 읽으면서는 고정관념이, 낙인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즈음의 세상은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나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에 숨어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시대아닌가. 마치 성소의 참새가 우리 모두는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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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조용필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레전드
홍성규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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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조용필, “꿈” 중에서)

 

놀랍게도 지금의 7, 80대부터 10대까지 대부분이 조용필의 노래 한 곡 정도는 안다. 모른다고? 에이, 설마. 온 국민이 흥얼거렸던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의 “바운스”부터, 여행을 많이 다니는 계절만 되면 라디오에 하루 한 번은 등장하는 것 같은 “푸른 언덕에~배낭을 메고~”로 시작하는 “여행을 떠나요”도 가왕 조용필의 곡이다. 그외에도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등 수많은 곡이 후배 가수들로부터 리메이크되며 세대를 거듭해 사랑을 받는다. 

 

사실 나도 이렇게 많은 곡이 조용필의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 '밤을 잊은 그대에서' 음악 소식을 전해주시던 소위 “조용필 전문기자” 홍성규 기자님의 책, 『청춘 조용필』을 읽으며 조용필의 노래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노래를 내가 알아서 스스로도 놀랐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비로소 이 책의 제목이 왜, 『청춘 조용필』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누가 나에게 김광석의 노래를 왜 좋아하냐 물었을 때 “그의 노래에는 인생이 다 있다”라고 했는데, 반대로 조용필의 노래에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여전히 청춘이 머물러 있다”라고 말하고 싶어졌기 때문. 

 

1950년생, 70대 중반의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가을날 찾아 들어본 그의 노래는, 여전히 청춘이 가득했다. 

 

『청춘 조용필』은 홍성규 기자님의 취재 수첩이 36년 만에 열리며 시작된다. 기자와 가수로서 처음 만난 날부터, 진정한 형, 동생으로 우정을 굳혀가는 과정, 조용필이 사랑하는 음악, 술, 주변인, 가족 등을 모두 다루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진 “꿈”, “바운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정도만 명확히 조용필의 노래라고 알 만큼 모르던 이야기인데, 『청춘 조용필』을 읽으며 그가 살아온 시간이나 삶의 태도 등에 공감하게 될 줄이야. 어쩌면 그것은 각별한 애정으로 그의 모든 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의 순간순간들을 함께 쌓아온 이의 글이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한다. 누군가를 향한 단단한 응원과 믿음은 때때로 타인에게도 힘을 줄 수 있음을 새삼 느낀다. 분명 나는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서로를 지지하는 마음, 위로를 주는 음악, 살아가며 제대로 나이 먹어가는 자세 등을 모두 얻은 것 같다. 그만큼 『청춘 조용필』은 각별함이 가득했다. 

 

사실 『청춘 조용필』을 읽기 전에는 “용필어천가”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춘 조용필』을 읽으며 오히려 내가 응원의 메시지를 들은 듯 마음이 든든해졌다. 나도 이렇게, 단단하게 살아야겠다고, 흔들려도 결국 다시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이를 먹어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청춘에 머물러 있듯- 나 역시 흔들려도 결국 나로 살아가야지. 가만히 그의 노래 “꿈”을 들으며 부지런히 채운 오늘을 마무리해본다. 

 

 

그럴수록 지나온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왜 그리도 아등바등 살아야 했을까. 후회만 남은 것 같고, 이제 늙고 병들어 그 종착역은 세상과의 이별인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사망이 끝이 아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화려한 나비가 되어 휠휠 날아가듯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한 확신으로 살아갈 때 삶이 달라진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생명은 소멸되지 않는다. 단지 다른 차원의 물질과 상태로 변화할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은 영원한 시간의 한가운데에 있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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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보물 탐험대 1 - 템플 기사단과 이웃집의 미스터리 수상한 보물 탐험대 1
플로리앙 드니송 지음, 장한라 옮김 / 동녘주니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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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아이가 “엄마 스릴러가 뭐야?”, “긴박한 건 뭐야?”, “숨막히는 거 위험한 거 아니야?” 등을 자꾸 묻길래 대체 이런 걸 어디서 듣고 온건가 싶었는데, 범인은 나였다. 엄마가 보고 있는 책에 “스릴러”, “긴박한 전재”, “숨막히는 몰입감”등이 자꾸 등장하니 궁금해졌던 것. 하지만 아직 너무 어린 꼬마에게 스릴러를 쥐어줄 수는 없어 늘 “보류”였는데 마침내 아이에게도 읽게 할 “긴박한 미스터리 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수상한 보물탐험대』. 

 

심지어 “의식”의 플로리앙 드니송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같은 애거서 크리스티 팬으로서 『수상한 보물탐험대』를 안 읽고 지나칠 수 없지! 

 

『수상한 보물탐험대』는 “템플기사단과 이웃집의 미스터리”라는 부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템플기사단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들 책에서 템플기사단을 어떻게 끌어갈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내가 먼저 읽어보았는데, 어린이책으로만 묶어두기엔 이 재미있는 스토리가 너무 아까워서 영화처럼 “전체관람가”라는 제목으로 바꾸어주고 싶더라. 올리비에가 우연히 들어간 이웃집에서 템플기사단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 선생님인 엄마의 자료들을 통해 이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미스터리 그 자체로도 무척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초등중학년 부터 초등고학년까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또 올리비에가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이나 방법 등을 통해 관찰력을 키우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올리비에가 쌓아가는 우정을 통해 친구관계도 학습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책 자체가 두껍지 않은 『수상한 보물탐험대』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집중력을 읽지 않을 수 있고 몰입하기도 좋다. 아이가 무척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며 2권과 3권도 빨리 출간되면 좋겠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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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겐 행복이 어울려 - 얼렁뚱땅 흘러가는 내 인생에서 세심한 행복 찾는 법
세희 지음 / 은는이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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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는 웹툰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쪄면 그냥 책을 읽을 시간도 없는데 무슨 웹툰이야, 하는 건방진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스민 장르 하나가 있었으니 “인스타툰”이었다. 웹툰보다 훨씬 짧은 분량, 최대 10페이지. 그래서 부담없이 휙휙 읽을 수 있지만, mz들의 감성대로 짧고 굵은 한방을 머금은 경우가 많았다. 세심일기 또한 나에겐 그렇게 한방의 “킥”같은 인스타툰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책,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는 세희 작가님의 인스타툰, “세심일기”로 청춘들의 눈물과 웃음,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아닐까 싶다. 

 

유독 세심일기 같은 이야기들이 돋보이는 것은,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냥 내 이야기”같기 때문이다. 화려한 피드도, 자극적인 뉴스도 사실 우리의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 그런데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딱 우리같다. 확신없이 흔들리고, 이불을 뒤짚어쓰고 울기도 한다. 때때로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보내기도 하고, 우연히 마주하고서도 의심하고 고민하느라 꽉 쥐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속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결정과 노력을 반복하는 모습도 담고 있어 짠하고 찡하다.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의 한페이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어느 순간부터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적은 에너지를 그런 곳에 허비하는 건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연스레 어른의 생존 방식을 터득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상관없다. 중요한 건, 모든 걸 해결하며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p.121)” 사실 이건 몇년간 이어온 내 마음같았는데, 마침 이렇게 한발 물러서 살아도 괜찮은지를 고민하던 즈음 읽게 되어 더욱 마음에 닿았다. 

 

아무런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읽듯 가벼운 마음으로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를 만나보길 바란다. 아마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를 펼치면 어느 한페이지든 당신의 마음에 닿는 문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딱 오늘 필요한 만큼의 위로와 응원을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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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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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신이 내려주시는 햇살아래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합시다! (p.249) 

그래, 진실을 덮어봐야 좋을 게 없겠지. (p.316)

 

 

며칠전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 요즘 책을 좀 덜 보는 것 같다?”

양적으로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질적으로 따지자면 전혀 아니올시다. 지난주부터 내내 소설로 탑을 쌓아 놓고 지내느라 여러 권을 소개하지 못했을 뿐이다. 어쩌다보니 며칠째 소설을 산처럼 쌓아놓고 있었는데, 어제 소개했던 "회생의 갈림길”과 “캐드펠수사시리즈”가 그것. 오늘은 그 중에서 『죽은 자의 몸값』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죽은 자의 몸값』은 캐드펠수사시리즈의 9번째 스토리. 북하우스 출판사가 강렬한 이미지로 제작한 표지 중 가장 끌려서 이것을 먼저 읽었는데, 읽는 내내 “와, 이게 어떻게 완간 30주년이나 된 문체고 스토리야”를 외치며 감탄을 거듭했다. 물론 당연히 캐드펠수사시리즈는 순서대로 착착 읽는 것이 가장 재미있지만, 이렇게 어떤 시리즈를 꺼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읽는 『죽은 자의 몸값』에서는 잉글랜드의 내전이 심화되고, 황후와 국황 세력이 충돌한다.  웨일스의 무리는수녀원을 약탈하려고 하나 오히려 포로를 남기게 되는데, 전쟁포로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사망사건까지 일어나며 결국 캐드펠이 등장하게 된다. 캐드펠수사시리즈 대부분이 사건과 인간내면을 고루 다루고 있지만 『죽은 자의 몸값』에는 그런 특징을 더욱 상세히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무래도 내전이 심화된 상태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전쟁에 대한 묘사도 많고, 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인상깊었던 것은 살인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몬스터”에서도 피해자들 입장에서의 살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는데, 『죽은 자의 몸값』을 읽면서도 그런 고민이 이어졌다. “살인은 살인이다. 하지만 목숨에 대한 빚은 목숨으로만 갚을 수 있다는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앨리스 일 터였다.(p.315)”를 읽으며 또한번 깊은 고민에 빠져야했다. 

 

『죽은 자의 몸값』를 덮으며 문득, 이런 고민이야 말로 캐드펠수사시리즈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중세를 배경으로, 살인과 사건, 인간의 탐욕과 삐뚤어진 가치관, 궤변과 신념 등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어느새 캐드펠수사시리즈가 완간 3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러나 책 안에서는 그런 세월을 전혀 만나지 못한다. 당장 어제 쓴 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치밀한 구성,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는 독자의 마음을 여전히 쥐락펴락 하니 말이다. 전 세계의 독자들 마음을 쫀득하게 만들었던 캐드펠수사시리즈. 책 한권으로 중세의 영국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그저 편한 자세로 앉아 『죽은 자의 몸값』를 펼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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