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단력 - 미루고 후회하는 사이클을 끊어내는 5단계 기술
피터 홀린스 지음, 한원희 옮김 / 좋은생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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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이라면 누구나 덜 힘든 길로 가길 원하고 기회만 있다면 지름길로 빠지려 한다. 문제는 무의식적으로 쉬운 길을 택하면 택할수록 제때 벗어나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p.26) 

 

돌아보면 나는 지금이 뭔가를 가장 많이 결정하고 변화하는 상태인 것 같다. 대학교에 갈 때도 취업을 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아닌 지금이라니 뭔가 이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순간마다 고민하고 사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길을 걷는 것에 나이가 중요한가.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 자기 결단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세상에는 지금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고, 방향을 미세하게만 틀면 강인함으로 이어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변명의 거의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p.104)

 

사실 수백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읽을 때마다 늘 생각하지만, 나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어떤 자기계발서는 늘 책상 위에 두고 읽게 되고, 어떤 것은 읽음과 동시에 폐기순서를 밟는다. 이 책은 어떻냐고? 한동안 내 책상 위에서 플래너와 함께하지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요점정리가 명확하다. 목차부터 명확하고 내용도 분명하다. 워낙 명확하다보니 재독 시 찾아 읽기가 좋다. 주제와 내용이 분명하고 문장이 간결하여 읽는 이가 전혀 헷갈리지 않고 원하는 것에 대해 빠르게 습득하는 독서가 가능하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자기계발서로서의 의의는 다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탄탄한 이론까지 뒷받침되어 신뢰를 준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연습방법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이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메모할 일이 많았다. 

 

 

집중력도 근육과 다를 바 없다. 사용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p.197)

 

자기 결단이란 결국 내가 감정을 통제하느냐, 감정이 나를 통제하게 내버려 두느냐의 문제이다. (p.240)

 

개인적으로 각 장의 마지막에 제시된 tip이 생각 정리에 꽤 도움을 주었다. 아무리 좋은 글도 내가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고, 아무리 좋은 내용도 계속 나열만 하면 잔소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끊임없이 길이 어디에 있을까를 물어준다. 길이 여기잖아, 하고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네가 생각하는 길은 어디야, 이렇게 제시하면 네 길이 보일까?” 하고 물어준다.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대답을 강요하지 않아 오히려 더 편안히 느껴졌다. “부끄러우면 말하지 않아도 돼. 스스로 알고만 있어도 돼”라고 이해해주는 느낌이랄까. 

 

우리가 만나는 결정의 순간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좋아서 박수를 치는 날도 있고 이불을 발로 차는 날도 있을 테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선택의 순간들을 아주 작게 잘라준다. 한두 개쯤 실패해도 “낮은 실패율”을 유지하게 해준다. 그 대신 다음 선택은 조금 더 신중하라고 충고한다. 

 

오래도록 고민하던 일을 이 책을 읽는 중에 매듭지었다. 물론 이 책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이 내게 준 분명한 한가지는, 나를 작은 단위로 설계하여 더 촘촘히 계획하라는 것이 아닐까. 또 설사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그리 높은 비율이 아니니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원도 함께 말이다. 

 

우리가 많이 쓰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 그러니 하라”. 그 말을 늘 마음에 두고 살았으나 실천은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 이 책이 그 말에 한마디를 더한다. “실패하면 다시 하면 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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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 - 사진과 함께 즐기는 경이로운 천체의 향연
헬가 판 루어.호버트 실링 지음, 이성한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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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광 덕분에 초승달 주변이 보인다면 그 빛이 가져온 길이 얼마나 특별한지 생각해보자.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의 낮 지역에 떠 있는 구름에 반사돼 달로 이동하고, 달 표면에서 다시 반사돼 지구를 비추는 것이다. (p.148)

 

거의 매일 아침 하늘의 색을 관찰하며 눈을 뜨고, 잠들기 전 달님의 색이나 밤하늘의 색을 이야기하며 잠드는 아름다운 아이와 살고 있다. 덕분에 나도 매일 하늘을 관찰하는 호사를 누리지만 종종 아이가 하늘색이 어제와 왜 다른지, 오늘의 구름은 왜 양 모양인지, 파란 별과 노랑별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어온다면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엄마는 몇이나 될까. 때때로는 “오늘은 천사가 하늘에 양떼목장을 만들었네~”하는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하늘이 오늘은 “왜” 그런지를 제대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사실 그런 생각에서 몇몇 천체도서를 읽었다. 아동서적도 찾아보았고, 성인 서적도 보았는데 하늘만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또 그 하늘을 제대로 보여준 책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 일단 너무 과학서적 같은 딱딱한 제목이 아니라 더 눈이 갔고(완전한 문과 엄마), 표지를 채우는 신비한 하늘 사진은 이 책 안에 얼마나 멋진 하늘이 들어있을지를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상상 그 이상의 하늘을 선사해줬음을 밝혀둔다. (우리 아이가 하늘을 보며 자주 사용하는 “what a wonderful”이 여기에 다 있다.)

 

군살 없는 사실적인 표현과 온갖 시를 옮겨놓은 것 같은 사진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 책은 펼쳐진 채 한동안 우리 집 식탁 위에서 “틈새 빛살”을 자랑했고, 우리가 본 하늘과 비슷한 사진을 대조해가며 읽는 사전형태의 독서가 이어졌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재미있게 읽혔다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지식제공이 주목적인 책들은 정독하며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완벽한 현실이지만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사진들은 그 집중력을 다시 잡게 했고, 실제의 하늘과 비교하며 발췌독하다 보니 이불 위에서 느긋하게 누리는 책의 맛을 완전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울 하늘의 모습도, 살면서 만나지 말아야 할 하늘의 모습도, 인간이 만들어낸 두려운 모습도, 이 책 속에서 대신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때때로는 아무 글씨도 읽지 않고 사진만을 바라보기도 했다. 최근 스스로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던 아이가 이 책은 내내 읽어달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읽는 것에 신경을 빼앗기고 싶지 않단다. 제대로 잘 듣고, 잘 알아두고 싶어서 자기는 눈으로 읽고, 소리로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정말 아이는 책을 읽는 내내 소리한 번 내지 않고 가만히 사진을 보거나 눈으로 텍스트를 따라 읽으며 집중했다. (며칠 전 올린 책 읽는 동영상 참조)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보다 완벽한 하늘 공부가 또 있을까 하고 여러 번 생각했다. 

 

이 책은 사진만을 보기에도 너무 좋고, 진지한 태도로 앉아 정독하기도 좋다. 또 나처럼 소리 내 읽으며 조금씩 아껴 읽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의 하늘을 다 만나는 데 어떤 방법이 더 나은지 따져서 무얼 하는가. 경이로운 모습은 어떤 방법으로 만나도 경이롭다. 

 

아마 이 책은 우리의 침대맡에서 오래오래 함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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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모양 잡학사전 - 익숙한 모양에 숨은 디자인 이야기
지적생활추적광 지음, 오정화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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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 파이프가 왜 S인지 아는 사람?

국기의 가로세로 비율은?

요리사가 긴 모양의 모자를 쓰는 이유는?

어려운가? 그럼 조금 더 쉬운 걸 묻지. 도넛이 왜 O 모양일까?

 

이것도 어렵다고? 맞다. 나도 불과 이틀 전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알아두면 쓸모있는 모양 잡학사전”을 읽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잡학을 알아서 어디에 쓰냐고? 솔직히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모양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뭔가 이유가 있으니 만들었겠지, 하고 당연히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평소에는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들에 눈을 돌려보면 의외의 역사나 개발의 비화, 혹은 그 모양에 담긴 사명 등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라던 작가의 말이 이해가 된다. 정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많은 모양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먼저 한가지 짚고 가자면,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 문화에 대해 몇 가지 거론된다. 그러나 그게 거슬린다면 가볍게 넘겨 다른 이야기를 읽어도 되고, 이웃 나라 일본은 이렇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읽어도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선별이 가능한 책이다. 굳이 1페이지부터 읽지 않아도 군데군데 펼치며 필요한 정보를 얻고 닫아도 된다. 그렇게 다음에 또 한번, 또 한 번 읽다 보면 다양한 잡학지식을 얻게 되는 거다. 정말 부담 없이 막간을 이용해 읽는 책. 이 책이 딱 그렇게 부담 없고 쉬운 책이다. 

 

그렇다고 한없이 가볍냐, 그렇지는 않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거의 흥미로웠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모양들에 대한 비화나, 여러 모양에 담긴 이야기들을 직접 읽다 보니 금방 한 권을 다 읽었다. 아직 텍스트가 많은 책은 부담스러워하는 우리 집 미취학 아동도 몇 페이지나 읽을 만큼 쉽고 간결하고, 그에 비해 주는 정보는 크다.

 

책을 평소에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사실 추천해주지 않아도 잘 골라 읽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춰 잘 읽는다. 그러나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은 무엇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고 시작해도 끝까지 읽기 어렵다. 그런 분들이 책을 문의할 때 내가 자주 추천해드리는 것이 가벼운 에세이나, 이렇게 한 페이지 정도로 끝나는 이야기들이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줄을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은 분명 다를 거다. 

 

무겁게 읽어야만 책도 아니고, 가벼이 읽은 것이 지식도 가볍지는 않은 법이다. 

이제 나는 요구르트를 먹을 때마다 왜 허리가 잘록한지, 연필을 쓸 때마다 왜 육각형인지, 초콜릿을 먹을 때마다 왜 선을 그어두었는지를 떠올리게 되겠지. 왜 그런지 궁금하다면 이제 당신이 이 책을 읽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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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요술 가방 빨간콩 그림책 15
홍지니 지음 / 빨간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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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정말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가지고 올 수 있는 책이다. 제목은 “엄마의 요술 가방”. 우리 꼬마는 이 책을 보자마자 “우리 엄마 가방은 보물단지인데. 내 것 다 들어있는데~” 하며 신났다. 아마 많은 집에서 이 책을 만나면 아이들은 우리엄마가방을 떠올 릴 것이고, 엄마들은 자신의 가방 속 물건이 떠올라 웃음이 날 테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엄마 중 절반은 나처럼 구*, 고야* 등 쇼퍼백에 기저귀, 물티슈 등등 다 넣어봤을걸? 

 

일단 이 책은 일러스트가 무척 다채롭다. 색만 봐도 봄이 저절로 떠오르는 화사함이 가득 들어있다. 우리 꼬마는 엄마 얼굴과 아이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림이라고 말하더라. 실제 이 그림책 안에는 미소를 가득 머금은 엄마와 아이가 나오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조차 그런 미소가 지어질 만큼 화사하다. 아이가 이 그림을 봤다고 말하며 한 그림책을 찾아왔는데 “누구네 아기야”였다. 

(누구네 아기야 리뷰 https://blog.naver.com/renai_jin/222009132285) 맞다. 작가님의 전작 역시 너무 사랑스러운 아기 궁둥이를 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는데, 몇 년 전에 읽은 그림책을 아이가 기억하고 책을 찾아올 만큼 인상적인 일러스트다. 심지어 전작보다 선명하고 표정이 익살스러워 더 재미가 있다. 

 

내용 또한 엄마와 아이의 사랑스러운 추억을 잔뜩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자세하다. 아이 간식, 아이 장난감, 물티슈 등등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는 엄마의 가방은 아이 입장에서는 요술 가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배어 나온다. 내용을 스포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의 걱정이 정말 모든 엄마가 자신의 가방을 보며 한 번쯤 해보았을 걱정이라 더 웃겼다. (작가님도 분명 아이를 키우고 그런 가방을 겪어보신 분일 거란 생각이 강력히 들었다. 요즘 엄마를 걱정하여 대신 물을 떠다 주고 그릇을 치워주는 등 귀여운 노동을 하는 우리 집 녀석처럼 엄마를 걱정하는 아기의 마음에 괜히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고. 

 

때때로 그림책을 읽으며 엄마가 더 많이 위안받을 때가 있다. 아마 이 책도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그런 요술 가방이 될 것 같다. 읽는 내내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따뜻했고, 읽은 후 “나 때문에 엄마 많이 무거웠지” 묻는 딸이 있어 행복했다. 

 

 

*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오늘 엄마의 가방에는 무엇이 있나 탐색한다.

2. 어디에 필요한 물건인지 대화를 나누어본다.

3. 각 물건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서로를 위해 엄마와 아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본다. (우리 꼬마는 물티슈를 안 들고 다니기 위해 똥은 집에서만 싼다고 한다.) 

 

 

( 덧! 현재 3세 이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이 책을 읽다가 클러치가 들고 싶어서, 미니백이 메고 싶어서 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 마라. 5세쯤 되면 토트백도, 미니백도 가능해지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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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향아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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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해야 하는 일'에 쫓깁니다. 원래는 하고 싶었던 일이라도 예정에 넣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이 쌓여가면 그 일은 때로 우리를 괴롭게 만듭니다. (p.180)

 

오늘이 가득히 행복하다면, 단 하나의 고민이나 걱정이 없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처럼 마흔을 목전에 두고도 여전히 휘청이고,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만나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3,500번의 죽음을 만난 호스피스 의사. 물론 그에게도 여전히 타인의 죽음일 테다. 그러나 그 죽음들을 바라보며 아마 그들이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게 무엇인지를 3,500번 본 것만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얻지 않았을까. 그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내내 좀 울었다. 아니 정확히는 읽기도 전에 1년 뒤 오늘 날짜를 적으라고 할 때부터 눈물이 좀 났다. 나는 아직 못 이룬 것이 많은데. 아직 앞길이 구억구백만 리쯤 되는 어린애도 있는데. 그러나 이 책을 덮을 무렵에는 그래도 내가 꽤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고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길이 구억구백만 리쯤 되는 어린애는 여전한 걸 보면 내 수양이 여전히 부족하구나.)

 

이 책은 내 삶이 1년 뒤에 끝난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내가 이룩한 성취, 행복의 기준을 묻고 절망, 슬픔을 어루만지게 한다. 사실 이런 식의 책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뜬구름 잡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꽤 직설적인 편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소중한 사람을 만날 것 같냐는 질문은 칼에 베인 듯 가슴이 시큰했다. 언제인가 한 작가님이 앞으로 많아야 열 번 남짓 엄마의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을 듯하다고 쓴 글이 선명히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내 인생에 하등 쓸모없는 것에 시간을 소비하느라, 가장 중요한 이들을 뒷전에 둔다.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건강할 때나 일이 잘 풀릴 때 우리는 아무래도 일인칭 행복, 눈에 보이는 행복, 알기 쉬운 행복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일에서 성공하고 많은 돈을 버는 것, 남들에게 칭송을 받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집에 사는 것 등을 행복이라 생각하고 이들을 쫓게 되지요. (p.125)

 

이 문장을 읽고 나서는 한동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좋을 때 더 나를 돌보지 못하고 욕심만을 쫓으며 살아온 스스로에 대한 책망이랄까. 그러나 후회는 짧아야 한다. “몇 가지 선택지 안에서 항상 무언가를 선택할 때 결정해야 하고, 아무리 고민을 거듭하여 더 좋은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때 다른 길을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은 남는 법. (p.100)”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래도 나는 그 당시에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선택했었다. 그 과정들까지 후회하지는 말자고 내 마음을 도닥였다. 그러다 문득, 비로소 내가 나를 안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다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도 났다. 

 

 

절망적인 상황에도 사실 아직 미래를 기대할 자유는 남아있습니다. (p.152)

 

지금까지 인생에서 즐거웠던 일, 자신이 가장 반짝반짝하던 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것과 지난 과거에서 중요하게 여긴 일들이 마음속에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도, 끝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p.201)

 

서두에도 거론했지만, 나는 여전히 사춘기다. 진짜 눈 깜빡하면 마흔이 될 나이에도 여전히 매일 흔들리고, 여전히 꿈을 이루고 싶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그런 내 모습을 괴로워했더니 내가 가장 존경하는 나의 부모님이 그런다. 쉰이 되어도, 예순이 되어도 그렇다고. 그러니 이루지 못한 것보다는 이룬 것을 보고 살고, 가지지 못한 것보다는 가진 것에 감사하자고.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늘 고개를 끄덕이지만 뒤돌아서서 나는 또 흔들린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 조금은 명확해졌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곁가지를 쳐냈다. 굳이 하고 살지 않아도 될 고민을 몇 개 잘라내고 나니 (자르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머리숱을 친 마냥 속이 시원하다. 

 

우리의 삶이 사실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장 내일이 마지막 날이 되는 경우도 세상에는 너무나 허다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전전긍긍하는 수많은 것들이 참 부질없이 느껴진다. 맞다. 극단적 가정이다. 그러나 분명 그 가정은 무엇이 중요한지 분명하게 알게 한다. 

극단적 상상 속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생각. 사실 그것만 바라보고 걸어도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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