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유 반달 그림책
사이다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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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구마를 먹을 때마다 “고구마구마”, “맛있구마~”를 외친다.

2. 고구마구마 책을 가지고 온다.

3. 고구마구마를 읽으며 고구마를 먹는다. (누군지 찾아가며)

 

아마 고구마구마를 읽은 집이라면 이런 비슷한 루틴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듯 하다. 우리집도 여전히 아주 촌스러운 말투로 맛있구마~를 외쳐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람! 조금 더 고구마스럽게(?) 읽어야 할 책이 하나 더 탄생했으니, 그 이름하야 “고구마유”. 지난번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에 얹어놓았더니 어느새 스스로 가지고가서 후루룩 읽어버렸다. 전작에서는 까막눈이었던 꼬맹이가 자라, 스스로 고구마유를 혼자 소리내 읽더니 내 옆에 와서 깔깔거리며 말한다. “고구마 좀 삶아봐유”. 그렇게 우리는 고구마를 먹으며 고구마구마와 고구마유를 읽었다. 

 

일단 이 고구마시리즈들을 강력추천하는 첫번째 이유는 일러스트가 너무나 재미있다. 익살 넘치는 그림체, 표지의 집 스티커 등 아이들에게 저절로 웃음을 선물하기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이 책만큼은 읽어달라고 할 듯하다. 책 좋아하는 아이? 말해 뭐해~. 

자, 두번째 이유! 정말 끝도 없이 방귀들이 나온다. 아마 어른들은 알거다. 똥이나 방귀만큼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소재가 또 있을까. 이 책은 이름도 방귀, 일러스트도 연신 방귀다. 그래서 조금만 연기력을 가미해 읽어준다면 단숨에 온 동네 꼬마들에게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세번째 이유이자, 우리집에서 가장 인기 있던 이유는 “나눌 이야기가 많다”는 거다. 사실 우리집은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위로 위로 올라가는 고구마를 10개쯤 그렸고, 주렁주렁 매달린 고구마도 잔뜩 그렸다. 그리고 우리가 고구마가 되어 생성부터 탈출(캐지기)까지 동작을 해보기도 했다. 책 한권으로 두시간을 넘게 놀 수 있다니! 이런 집콕시대에 완전 감사하구마유~ 

 

마침 집에서 고구마를 많이 먹는 계절이 왔다. 생활하는 그 모든 순간이 교육이고 추억이라고 했던가. 아이와 함께 “고구마구마”에 나오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고구마를 먹어보기도 하고, “고구마유”에 나오는 방귀권법들로 목적지에 이르는 놀이도 해보시기를 권해본다. 아마 그 순간, 우리집처럼 신나고 즐거운 고구마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다. 

 

아, 루틴을 하나 추가해본다. 

4. 고구마를 먹고 만난 방귀가 누군지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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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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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길은 혈관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육로와 해로, 이 두 길은 건강한 혈관이 혈액순환을 촉진하듯 문명세계에 사람과 자원, 생각과 기술을 순환하게 해주었다. (p.195)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 말은 꽤 유명한 말이기도 하기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이동”의 개념을 넘어서 문학, 미술, 철학같은 것 역시 로마를 빼놓고서는 그 의미나 가치를 이야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도움을 얻을만한 문헌들은 사실 너무 방대하거나, 세분화된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일 수도 있지만 방대한 책은 읽다보면 길을 잃게 되었고, 세분화된 것들을 읽다보면 한가지에 치중하게 되는 게 많아 늘 읽어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게 로마였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켜켜히 쌓아진 로마의 시간들을 파노라마처럼 만났다고 말하고 싶다.   

 




 

새 시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중세인이 생각하기에 세계는 신이 만들었다. 세상 만물은 신의 의도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었고, 모든 인과관계는 신의 의지로 설명되었다. 인간의 삶은 신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거나 정해진 결말을 기다리는 것에 가까웠다. 이에 반헤 고대의 신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이거나 자연의 섭리에 대한 비유에 가까웠다. 나머지는 인간이 제 힘으로 혹은 운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만들어가야했다. 로마인들의 법과 제도, 철학, 공공 인프라, 문학과 미술에서 이루어낸 성취는 여기에 기반을 둔 것이다. (p.383)


 

언제인가 유럽을 다녀온 친구가 말했다. 길에서 동냥하는 거지도 잘 생겼고 화장실 조차도 고대 건축기술을 시전하고 있는 곳이라고. 어쩌면 이 친구의 말은 우스개소리지만, 로마를 이야기하는 완전한 문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적이니 당연히 그곳의 곳곳은 아름답고 대단할테고 거기에 속한 이들도 “있어보일” 것이다. 또 로마가 가지는 치명적인 단점(굳이 단점이라고 말하자면)인 인프라 확충이 어렵다는 점도 이야기하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로마를 살아가는 이들은 그런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만큼 로마는 아름답고 특별한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로마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갈망은 한층 짙어졌다. 맙소사! 조금 더 알게 되니, 더 가고 싶은 건 뭐람. 

 


일단 이 책이 몹시 흥미로웠던 첫번째 이유는 책 전반에 걸쳐 로마의 곳곳이 일러스트로 담겨있다. 누군가는 사진이 더 좋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 이미 사진으로 수없이 봐온 로마의 곳곳을 다시 일러스트로 만나니 로마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한층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한층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봤다는 느낌이 든달까. 

 


담백히 풀어나가는 이야기도 너무 좋았다. 사실 서양의 역사서나 미술사 책을 보다보면 살짝 과하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는데 (그야말로 대서사시) 이 책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소금도 바르지않고 담담히 구워낸 김같다고 할까? 그래서 로마를 더욱 생동감있게, 포장없이 바라보게 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나는 인생의 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고민해온 일이었는데 실천하지 못하고 살다가 문득 번개라도 맞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어쩌면 그 모든 일들이 계획처럼 시행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모든 것들을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오늘만을 본다면 엄청난 큰 순간이지만, 인생전체를 본다면 그저 한 순간이지 않겠는가. 로마의 순간순간이 이렇게 묵직한 이야기로 담기듯, 나의 순간순간도 그렇게 되리라. 

 




죽음을 잊지마라.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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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우리돌의 바다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편 뭉우리돌 1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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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역사였고, 이젠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버린 이야기였다. “

 

꽤 오랜만에 책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온 것같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 두어달을 보내다보니, 평생 들여온 습관이라 생각했던 독서도 할 겨를이 없더라. 약간 폭풍의 눈에서 벗어나고 돌아보니 기록하는 것도, 숨이라도 쉴 겨를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가 싶어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숨이라도 쉴 겨를이 있어야”하는 마음이 나를 괴롭혔다. 어쩌면 그 시대의 역사는 숨쉴 겨를도 없어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잊혀진 시간사이에 있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돌아볼수 있는 아픔은 아닐까. 

 

국화가 화병에 다 꽂히자 적막 속에서 빛이 들고 안온함이 퍼져나갔다. 한송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쌓이면 풍경을 바꿀 수 있다. 명이 생인 까닭이고, 생이 명인 이유다. (p.58)

 

나는 독서편력이 꽤나 심한데 역사분야의 도서를 좋아하고 즐겨읽는 편이다. 특히나 조선 후기에서 근현대사에 걸쳐진 책을 꽤나 많이 읽어온 것 같은데, 읽을 때마다 새롭고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절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독립운동 시기일 것이다. 읽을 때마다 아프다고 말하면서 나는 또 그것을 찾아읽는다. 한 명이라도 더 알아야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뭉우리돌의 바다” 역시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책이기는 하나, 역사서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시리고 아픈 기억을 감각적인 사진에 담아내 치유로 이어가게 도와주는 책이었다고 하면 작가님이 섭섭하실까.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인도, 맥시코. 쿠바, 미국 등에서 아물지 못하고 있었던 이들의 상처에 딱지를 앉혀주는 책”이라고 기록해두고 싶다. 

 

존재의 역사가 더 확고하고 뚜렷해지길 바라며 셔터를 눌렀다. 언어가 아닌 가슴으로 진심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그 옛날 그들의 답답하고 난처한 심정이 이러지 않았을까. (p.173)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울었다. 사진작가라는 사람이 글은 왜 이렇게 잘 쓰며, 그들의 사연은 또 왜 이렇게 굽이굽이 아픈 것인지 어떤 날은 한장도 채 읽어내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에 내 마음을 기대어 울었고, 어떤 날에는 문장들이 내 발목을 잡아 넘어지는 기분으로 울었다. 아마 이 책은 쓴 사람도, 쓸 것을 제공한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차마 울지도 못했던 시간들을 풀어내가며 참아왔던 울음을 꺽꺽 뱉어내고, 그것을 주워담는 이도 같이 울며 담고, 다시 같이 울며 글씨를 이어가는. 

 

어느 페이지에서 작가는 무엇을 보자고 여기까지 왔더냐고, 비루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쫒아 남루한 현재를 확인하고자 함이었냐고, 아니면 역사학자들이 미덥지 못해 혹시 모를 다른 흔적이라도 발견하고자 했더냐고. 그리고 그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저녁노을,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으며 존재할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며 대답이 없는 하늘과 바다와 달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고한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깨달았다. 어쩌면 뭉우리돌 하나가 되어 사라져간 이들 역시, 역사에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남기고자 했기보다는 그저 살아왔고, 살아야하고, 살아야 할 우리들을 위해 자신을 불꽃으로 태웠을 뿐임을, 모두가 불꽃이 되어 하나의 훼를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를 불꽃으로 태워버렸을지언정 우리는 그들을 순간 빛나고 사라지는 불꽃으로 기억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그 순간순간의 기억이, 기록이 지금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힘든 순간 이 책을 만났고, 이 책 덕분에 많이 울 수 있었다. 나도 이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이들은, 또 그의 가족인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났을까. 사진 안에, 사진 너머의 이야기들을 가득담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실 리뷰를 쓰면서 책이 좋다는 말은 종종 하지만, 꼭 이 책을 읽으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내게 좋은 책이라고해서 남에게도 좋고, 내게 나쁜 책이라고해서 남에게도 나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두고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부디 이 책을 만나고, 책 안에서 잊혀졌지만 흐르고 있는 시간들을 만나시라고. 애니메이션 “코코”에 보면 누군가 기억하지 못하는 영혼은 “죽은 자의 땅”을 넘지도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뭉우리돌을 기억해야한다.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우느라 어느 시간에, 어디즈음에 머물러있는지도 모를 그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살면서 한번은 헤메일 나를 위해서도. 

 

몰라서 기억할 수 없었던 시간들, 몰라서 감사할 수 없었던 이들이여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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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1950 미중전쟁 - 한국전쟁, 양강 구도의 전초전
KBS 다큐 인사이트〈1950 미중전쟁〉 제작팀 지음, 박태균 감수.해제 / 책과함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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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보다 더 최악이었던 날은 없습니다. 

뭐가 그때보다 나쁠 수 있겠어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말입니다. 제가 살아남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p.140 / 찰스 랭글) 



 

1950년.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 아파서 돌아보기조차 어려운 해라고 말할 수 있지않을까. 우리의 한반도가 반으로 나뉘어,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게 된 전쟁의 해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 시기를 학습해왔지만 그저 북한의 침공,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공작전 등 조각조각 갈라진 파편들로 그것을 학습해온 것은 아닐까? 처음 kbs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이란 다큐멘터리를 보던 내 마음이 몹시나 착찹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내 마음 역시 그랬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기전, 국제적인 정서와 미국과 중국의 행보가 기록된 “1950미중전쟁”, 그리고 그것을 다시 보는 듯, 완벽한 편집으로 엮어낸 이 책.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시 착찹하고, 다시 먹먹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한반도를 위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하면 이 책에 대한 감정을 다른 이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나처럼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영상을 먼저 본다면 이 책은 정리하고, 되새김의 방식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굳이 이 책을 읽은 후 다큐멘터리를 보라고 적는 것은, 이 책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그야말로 엑기스이니, 영상을 보며 그것들이 더욱 선명하고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고, 한층 중요하고 깊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다시 해당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았는데, 처음 볼 때보다 더욱 복잡미묘한 마음이 되어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읽는 단계에서부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수많은 사진과 삽화로 구성되어 읽는 내내 집중할 수 있었고, 스토리와 각주가 적절히 배합되어 제대로 된 정보전달을 받음과 동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키워드 정리가 너무 잘되어 있다. 사실 역사 관련 도서를 읽다보면 내가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있고,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망설여질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고민을 덜 수 있다. 키워드부분을 명확히 표시해두어 인터넷이나 영상을 통해 그 키워드를 검색해볼 수 있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내가 역사서를 특히나 좋아하는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라 더욱 생생하다는 것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과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이 없는 말을, 너무나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우리 한반도에 일어났던 전쟁에 대해 너무나 단편적 조각들을 학습한다. 그저 북침이라고 말하기에는 우리에게 일어난 참혹한 과거는 사실 너무 가려진 것들이 많다.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거대한 미국, 내전으로 상처받았으나 그로 인해 더 독한 이들로 추려졌을 중국이, 한반도 위에서 서로의 이권을 위해 싸웠던 과거는 결코 잊혀질 리도 없고, 잊어서도 안된다. 그리고 잊지 않으려면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전쟁터만 한반도였지 사실 그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었음을 기억해야한다. 약하면 그렇게 강한 자들에게 이용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르면 또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 될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 많은 텍스트가 있찌 않다. 사진과 삽화로 전혀 지겹지 않다. 포인트를 잡은 문장들이 몰입감 넘쳐, 순식간에 읽어낼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반드시 읽으면 좋겠다. 읽고, 여력이 된다면 영상도 꼭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1950년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분명 또다른 강대국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총포를 쏘지않더라도 우리의 주변에서는 수많은 모습으로, 대놓고 일어나지 않더라도 우리 삶에 깊숙히 숨은 모습으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배워야하고, 알아야하고, 기억해야 한다. 

 


쓰다보니 리뷰라기보다는 나의 격정적 감정기록같은 이 글을 그럼에도 남겨둔다. 그래야 단 한명이라도, 이 책을 더 읽을 것 같은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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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숙고하는 삶 - 절반쯤 왔어도 인생이 어려운 당신에게
제임스 홀리스 지음, 노상미 옮김 / 마인드빌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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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허기가 채워지기를 바라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강력히 상기시킨다. 그런 필요성을 존중하면서 진정으로 양식이 되는 것, 정말로 성장을 읶는 것을 찾는 것, 그런 다음 그 영혼의 더큰 표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삶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 (p.73) 

 

열심히 살았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를 부지런히 찾으며 어느새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나이를 먹으며 분명히 능숙해진 것들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것도 있으며,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쉽지 않은 것들도, 나이를 먹으니 쉬워진 것들도 다소 있다. 아마 다른 이들도 나처럼 세상 속에서, 삶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내 삶에 대해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나보다 지혜로운 이들의 생각과 문장은 늘 나를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살게 하기에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책을 읽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은 시기에 이 책을 만나 읽는 바람에,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것이 마음에 남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에는 사상가들의 위대한 의견이 들어있고, 저자의 명쾌한 의견이 들어있으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수많은 문장들이 들어있다. 한줄로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제목처럼, 나를 숙고하게 하는 그런 묵직하고 깊은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익숙한 것 뒤에 무엇이 따라올지 몰라 두려워하며 변화에 저항한다. 유일하게 변화지 않는 것은 변화뿐이라는 충분한 증거에도 우리는 저항한다. (p.159) 

 

우리의 이야기를 조사하는 것, 그 역설과 모순을 우리의 것으로 주장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은 중독과 산만함과 무감각의 문화 속에 사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주된 집착이다. (p.239) 

 

우리는 운전을 하면서 교차로를 만나게 되면 네이게이션이나 이정표를 찾는다. 그리고 그가 알려준 곳으로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운전대를 돌린다. 하지만 인생에서 교차로를 만날 때에는 우리는 도움을 찾기보다는 망설이고 고민한다. 주저하는 시간 동안 생각만 더욱 복잡해져 일이 꼬일때도 많은 데, 우리는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내 삶에 대해 얼마나 더 고심해야 하고, 더 진중해야하는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나를 조금 더 믿고, 더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일들을 필요이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유한한 시간을 마치 무한한 고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아픔이나 고민이 때로는 나를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힘들게 하는 존재라고만 받아들여 온 것은 아닌지도. 그리고 그 순간에도, 내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보다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먼저 느껴온 것은 아닌지. 어쩌면 우리가 고민의 순간마다 힘들고 아팠던 것은 나로 인한 고민때문이라기보다,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서였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다소 씁쓸한 마음이 된다. 

 

타인에게 모범이 되기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타인과 다른 모습으로 살기 위해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이 오늘의 나에게 노크를 한다. 오늘도 너 자신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냐고. 

 

사실 이 책은 그리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게 정말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하고,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지금의 내 나이즈음, 꼭 한번은 만나보아야 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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