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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고양이 모그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9
주디스 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4월
평점 :

사람들이 종종 내게 묻는다. 그림책이 왜 그리 좋으냐고. 물론 따지고보면 한가지 맥락이지만, 참 다양하게 대답할 수 있다. 특유의 따뜻함이 좋아서, 그림 사이의 이야기들이 좋아서, 글씨 너머 이야기가 많아서, 기타 등등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깜박깜박고양이모그>같은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난 참 속수무책이 된다.
네 맞아요. 그냥 좋아요!
이렇게 공감이 되는데, 이렇게 저절로 빙그레 웃어지는데, 이렇게 그림책 하나에 웃음도 눈물도 나는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소설책의 100분의 1이나
글씨가 있으려나. 그 짧은 글 안에 그 다양한 감정을 담아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더구나 이렇게 좋은 책을 같이 앉아 볼 “절친”도 있으니 어찌 좋지 않으려나. 좋을 수 밖에. 표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글씨까지 읽고 난 후에도 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또 한번 책의 힘을 배우고 느낀다.
깜박깜박, 밥을 먹은 것도 잊어버리는 고양이. 자신의 가족이 싫어하는 걸 잊기도 하고, 화단에 올라가면 안되는
것도 잊는다. 그래서 아빠를 엄마를 화나게 만들고, 자신을
사랑하는 다비를 울리기도 한다. 자. 여기서 주어를 바꾸어
보자.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잊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약속도 잊는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화나게 만들고, 울리기도
한다. 어떤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변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 책은 나눌 이야기가 더 많았다. 우리가 쉬이 잊어버리는
것들, 그로 인해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것들. 또 때로는 생각지도
않았다가 생기는 좋은 일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들말이다. 모그를 빼고 나를 넣는 순간,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되고 아이의 이름을 넣는 순간 이 이야기는 아이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해보려 하고, 이해하게 된다.
능청스러운 얼굴의 모그에게서 웃음을 얻기도 하고, 절망이 가득한 표정에서
속상한 마음을 같이 느껴보기도 하는 사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아마
우리집 뿐 아니라 많은 집에서 서로의 잊어버림, 서로의 섭섭함 등으로 오해가 쌓이는 순간이 많을 것
같다. 그럴 때, 모그의 힘을 빌어 서로의 마음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독서대화 포인트>
1.
우리가 일상 속에서 반복하는 실수나 버릇에 대해 이야기 나눠본다.
2.
그것으로 인해 생겼던 문제나 다툼, 그때 느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3.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로 느꼈던 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상대방이 마음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듯.
4.
조금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면, 모그처럼 의도치않게
생긴 행복한 일 등에 대해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