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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로 살 뿐 1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ㅣ 다만 나로 살 뿐 1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평점 :

삶이란 게 뭐 거창한 건가요, 그런
자연스러운 인연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사는 거지요. (p.84)
다만 나로 살 뿐. 이 제목에 아무런 감상이 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아무래도 이 문장에서 쉽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이 책을 손에 들고 종교나 기타 등등의 내용보다 제목이 먼저 마음에 닿았다. 나로 산다는 것. 어쩌면 이것만큼 쉽고도 어려운 일이 또 있다 말인가? 내가 나로 산다는 것은 나에게 귀를 기울이면 된다지만, 사실은 그것은
나이 먹을수록 어려운 일이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나, 개인적으로 내가 사는 지역의 호젓한 암자 하나의
소리들에 반해 일년에 한번 꼴은 그곳을 방문하곤 했는데, 마침 이 책을 쓰신 원제스님이 그곳에 계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집이 곧 그 사람이고, 사람이 곧 그 집이라는 말처럼 원제스님 문장 자체가
그 암자의 소리같이 느껴졌다. 나뭇잎을 지나는 바람의 소리나, 절의
나무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처럼 소소하고도 다정한, 그러면서도 그 순간순간 다르게 느껴지는 세상의
소리처럼 말이다. 어쩌면 내가 느낀 그 감상이 정확한 말일지도 모른다.
한 암자에 메여 살지도 모를 스님이 세상을 부지런히 다니며 배우고, 느낀 이야기들이니 바람소리나
일상의 소리처럼 소소하고도 다정하고도 특별한 그 어떤 소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겠다.
죽어도 괜찮고, 또한 살아도
괜찮은 삶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난 뒤 저는 헛헛하고 웃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타트바 호스텔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밤엔 또 오늘의
꿈을 꿀 것이고 내일 아침엔 또 내일의 햇살을 맞이할 것이었습니다. (p.214)
아마 이 문단이 이 책의 첫 권을 읽으며 내게 가장 많은 생각을 안겨준 것 같다. 우리는 종종 좌절을 느낄 때 마치 내일의 태양이 뜨지 않을 것처럼 굴기도 하는데, 오늘은 오늘치만큼의 감정이 또 내일은 내일만큼의 감정이 있다고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정을 조절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물론 그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누군가 내게 물었다. 종교가 다른데도 스님들의
책을 종종 읽는 듯하다고, 거리낌이나 불편함은 없냐고. 그때서야
나는 문득 “아 맞다. 이 책이 스님책이었지.” 하고 깨달았다. 그만큼 종교적 색이나 제약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읽고 있었구나 싶어져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아마 나처럼 종교를 가졌거나, 혹은 종교가 없는 사람도 비슷한 감상을 느낄 것이다. 종종 종교의
언어나 지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조차도 특정 종교에 치우친 감상이나 생각보다는, 사람으로서의 배움과
감상을 느낀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바티칸에서 누군가에게로 보낸 스님의 편지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닿았던 소제목은 ‘시간을 견디는 일’이라는 문장이었다. 낙사한 여자친구를 떠나보내는 이와의 인연을 적은
이야기로 이야기자체는 묵직함이 컸으나, 읽는 내내 시간을 견디고 일어서는 마누를 떠올릴 수 있었다. 슬픔에 진 모습이 아닌, 시간을 견뎌낸, 그래서 곧게 서는 모습. 아마 우리도 시련을 만날 때 어쩌면 그
시간을 견뎌내는 건지도 모른다. 아픔이 아닌 시간을 견뎌낸다는 것은,
그 시련자체 뿐 아니라 시련의 고리가 시작된 시점에서 마무리되는 시점까지의 모두를 뜻하는 바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눈 앞을 살아간다는 말을 내내 생각하며 읽었던 이 책. 읽는 내내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바람이나 비를 이겨낸다기보다는 견뎌내고, 그 자리에 오롯이 서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날이 조금 풀리면
스님이 암자에 들러 보아야겠다. (날이 풀리지 않으면 그 고불고불한 길은 가기가 힘이 든다.) 바람소리가 산의 사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수도암. 그곳에 서면 아마 이 책을 읽었던 마음이 다시 그대로 느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점검하기 위해 떠난 그의 세계 여행을 책속에서 따라 걸으며, 나도
오늘의 나를 돌아본다. 나로 살기 위해, 오늘의 나를 한번
더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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